폭우와 돌풍에 도심 가로수가 쓰러지면서 버스를 덮쳐 피해가 발생했다면 영조물인 가로수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지방자치단체에도 50%의 책임이 있다.
사실관계
2016년 12월 폭우 속에서 남산순환도로를 내려오던 A사 버스 위로 가로수가 쓰러지면서 버스가 파손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A사는 시가 공공의 영조물인 가로수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시는 가로수가 쓰러진 것은 갑작스러운 폭우와 돌풍에 따른 불가항력적 사고라며 버스 운전자가 오히려 전방주시의무와 안전운전의무를 소홀히 해 쓰러지는 가로수를 피하지 못한 것이라고 맞섰다.
판결내용
서울중앙지법 민사4부(재판장 송인권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많은 사람과 차량이 통행하는 남산순환도로를 관리하는 시로서는 지반이 약해 가로수가 위험을 가하는 일이 없도록 뿌리가 비바람에 버틸 힘이 있는지 여부 등을 수시로 점검해 쓰러질 위험이 있으면 뽑아내거나 지지대를 세우는 등 안전조치를 취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시는 정기적인 가로수 전정사업(가지를 잘라주는 일) 등만 실시한 채 이 같은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
시는 사고 전날 29㎜, 사고당일 23.5㎜의 비가 내렸고 겨울철 돌풍 폭우는 매우 이례적인 자연현상이기에 사고를 막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주장하지만, 1일 강수량 100㎜가 넘는 집중호우도 드물지 않은 우리나라 기후여건에서 이 같은 강수량을 대비할 수 없었던 폭우 수준이라고 보기 어려울뿐만 아니라 겨울철에 돌풍을 동반한 호우가 예측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라고 볼 수도 없다. 오히려 주변 가로수들은 별다른 이상이 없음에도 이 가로수만 쓰러진 점을 볼 때 사고 발생 전부터 주변 가로수들에 비해 뿌리가 지반에 견고하게 결속되지 않은 하자가 있었음에도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가로수가 운전자의 시야가 미치기 어려운 언덕 높은 곳에서 버스 지붕으로 떨어져, 이를 사전에 인식해 대비하기 어려웠다. 버스 운전자의 운행상 과실은 인정할 수 없다.
다만 A사에 과실상계 사유가 없더라도 손해가 시의 책임에 자연력이 경합해 발생한 점을 감안할 때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견지에서 손해발생에 자연력이 기여했다고 인정되는 부분은 공제해야 한다.
이번 사고를 불가항력으로 볼 수는 없더라도 사고 당일 강수량이 12월 중 가장 많았고, 사고 2시간 전에도 다른 가로수가 쓰러지는 유사사고가 발생했던 점 등을 볼 때 시가 제한된 인적·물적 자원으로 남산순환도로의 모든 수목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어 시의 책임을 50%로 제한, 버스운송업체인 A사가 서울특별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2017나89164)에서 서울시의 책임을 30%로 제한한 1심을 취소하고 시의 책임비율을 좀 더 높게 인정해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6. 27. 선고 2017나89164 판결 손해배상(기)
【원고, 항소인】 A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메리트 담당변호사 조현수
【피고, 피항소인】 서울특별시
소송대리인 변호사 전성, 소송복대리인 변호사 정진욱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11. 23. 선고 2017가소6291890 판결
【변론종결】 2018. 5. 23.
【판결선고】 2018. 6. 27.
【주문】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추가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3,848,775원 및 이에 대하여 2017. 11. 24.부터 2018. 6. 27.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 중 7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의 금전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14,243,873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 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 라.
2.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13,470,712원 및 이에 대하여 2017. 11. 24.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원고는 여객운송사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으로 경기**사****호 버스(이하 ‘원고 버스'라 한다)의 소유자이고, 피고 산하 서울특별시 중구 녹지사업소는 서울 중구에 있는 남산순환도로 가로수를 관리하는 자이다.
2016. 12. 22. 08:15경 원고 버스가 남산순환도로 일방통행도로 내리막길을 내려오던 중 도로 쪽으로 쓰러지는 가로수(이하 ‘이 사건 가로수’라 한다)가 원고 버스 지붕으로 낙하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가 발생하였다.
이 사건 사고로 원고 버스는 2016. 12. 23.부터 2017. 1. 23.까지 자동차정비업소에서 수리를 받았는데 그 수리비 15,100,000원 중 5,000,000원은 피고가 가입한 보험회사(B화재애니카손해사정 주식회사)에서 지급하였고, 나머지 10,100,000원은 원고가 2017. 3. 14. 지급하였다. 이와 별도로 원고가 원고 버스를 위 기간 동안 운행하지 못한 데 따른 영업손실은 4,143,873원 상당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5호증, 을 제4호증의 각 기재, 갑 제3호증의 1 내지 8의 각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
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는 피고가 공공의 영조물인 이 사건 가로수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잘못으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는 국가배상법 저15조에 따라 원고가 이 사건 사고로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가로수가 쓰러진 것은 갑작스런 폭우 및 돌풍으로 지반이 약화되어 발생한 불가항력적 사태에 해당하고, 오히려 원고 버스가 전방주시의무 및 안전운전의무 위반으로 쓰러지는 가로수를 피하지 못한 탓에 이 사건 사고가 발생 하였으므로, 피고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많은 사람과 차량이 통행하는 남산순환도로의 가로수를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피고로서는 집중호우 등으로 가로수의 지반이 약해져 쓰러지면서 그 옆을 통행하는 사람과 차량에 위험을 가하는 일이 없도록 가로수의 뿌리가 비바람에 버틸 힘이 있는지의 여부를 수시로 점검하여 쓰러질 위험이 있으면 뽑아내거나 지지대를 세워 주는 등의 안전조치를 취하여 위와 같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기적인 가로수 전정사업 등만을 한 채 위와 같은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잘못으로 이 사건 사고를 초래하였으므로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사고 전날은 돌풍과 함께 29mm의 비가 내렸고, 이 사건 당일은 23.5mm의 비가 내렸는데, 겨울철 돌풍, 폭우는 매우 이례적인 자연현상이므로 자신이 이 사건 사고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1일 강수량 100mm가 넘는 집중호우도 드물지 않은 우리나라의 기후여건에서 이 사건 사고 전날 및 당일의 강수량이 피고가 전혀 대비할 수 없었던 폭우의 수준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겨울철에 돌풍을 동반한 호우를 두고 예측할 수 없던 천재지변이라고 인정할 수도 없다. 오히려 주변 가로수들은 별다른 이상이 없음에도 이 사건 가로수만 쓰러진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가로수는 이 사건 사고 발생 전부터 주변 가로수들에 비해 뿌리가 지반에 견고하게 결속되지 않은 하자가 있었음에도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피고는 원고 버스가 전방주시의무 및 안전운전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가로수가 운전자의 시야가 미치기 어려운 언덕 높은 곳에서 원고 버스 지붕으로 떨어져 원고 버스가 이를 사전에 인식하여 대비하기는 어려웠던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 버스의 운행상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
다만 원고에게 과실상계 사유가 없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손해가 자연력과 피고의 책임이 경합하여 발생한 경우에 피고의 손해배상 범위는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견지에서 손해발생에 대하여 자연력이 기여하였다고 인정되는 부분을 공제한 나머지 부분으로 제한하여야 한다(대법원 1993. 2. 23. 선고 92다52122 판결, 2009. 6. 11. 선고 2006다13001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것처럼 이 사건 사고를 불가항력으로까지 볼 수는 없더라도, 을 제1, 3호 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면, 이 사건 사고 당일이 2016년 12월 중 가장 강수량이 높았던 날이고, 사고 전일이 두번째로 강수량이 높았던 날인 사실, 이 사건 사고 약 2시간 전에도 남산순환도로에서 다른 가로수가 도로로 쓰러지는 유사 사고가 발생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여기에 제한된 인적·물적 자원으로 남산순환도로의 모든 수목들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는 사정을 참작하면, 이 사건 사고는 피고가 이 사건 가로수를 본래의 기능에 적합한 상태로 유지하지 못한 잘못 이외에 집중호우라는 자연력이 경합하여 발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는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견지에서 집중호우가 손해 발생에 기여하였다고 인정되는 부분을 공제한 나머지 부분으로 제한하여야 하고, 피고의 평소 가로수 관리 방법, 집중호우의 정도, 이 사건 사고 현장의 모습, 손해발생 내역, 그밖에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자연력의 기여분을 공제한 피고의 책임비율은 공평의 원칙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원고가 입은 손해액의 50%로 제한함이 타당하다.
3. 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배상금으로 4,621,936원(=19,243,873원 × 피고의 책임비율 50% - 기지급금액 500만 원, 원 미만 절사) 및 이 중 제1심판결이 이미 그 지급의무를 인정한 773,161원에 대하여는 변제기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날인 2017. 11. 24.부터 다 갚는 날 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나머지 3,848,775원에 대하여는 위 2017. 11. 24.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18. 6. 27.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하는데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이 일부 달라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당심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 후 피고에게 같은 금액의 지급을 명하고,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