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를 낸 운전자가 동승자에게 사고처리를 부탁하고 구호조치가 이뤄지기 전에 현장을 떠났다면 뺑소니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
사실관계
김씨는 고양 덕양구의 한 도로에서 안전거리를 유지하지 않은 과실로 앞차를 들이받아 피해차에 타고있던 운전자에게 2주, 동승자에게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허리 부상 등을 입혔다. 사고 직후 김씨와 동승했던 조모씨는 피해자들에게 "보험으로 처리해주겠다"는 말과 함께 피해를 확인했다. 피해자측 일행이 견인차와 경찰을 부른 뒤 10분 가량 현장에 머물러있던 김씨는 개인 용무를 이유로 자리를 떠났고, 조씨는 경찰 도착 후 경찰에 김씨의 인적사항을 알려줬다.
1심은 김씨가 자신의 동거인으로 동승자인 조씨에게 구호조치를 위임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뺑소니 혐의는 무죄로 판단,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만을 유죄로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판결내용
대법원 형사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 구호조치는 반드시 사고 운전자 본인이 직접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지배하에 있는 자를 통해 하거나 현장을 이탈하기 전에 타인이 먼저 구호조치를 해도 무방하다고 할 것이나, 사고 운전자가 그의 동승자에게 단순히 사고를 처리해달라고 부탁만 하고 실제로 동승자가 병원이송 등 구호조치를 하기도 전에 사고 현장을 이탈했다면 필요한 조치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설령 사고현장에 남아있던 가해자 김씨의 동승자를 통해 김씨에 대한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도로교통법상에 규정된 조치를 취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교통사고를 내고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 없이 현장을 떠난 혐의(특가법상 도주차량)등으로 기소된 김모씨에 대한 상고심(대법원 2011도15172)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도15172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피고인】
김▩▩
주거 고양시
【상고인】
피고인
【원심판결】
의정부지방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노1542 판결
【판결선고】
2012. 3. 29.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란 사고 운전자가 사고로 말미암아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규정에 따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므로,
사고 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다면, 사고 운전자가 사고현장을 이탈하기 전에 피해자에 대하여 자신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여 주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에 해당한다(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4도250 판결, 대법원 2011. 3. 10. 선고 2010도160207 판결 등 참조).
한편 피해자 구호조치는 반드시 사고 운전자 본인이 직접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지배하에 있는 자를 통하여 하거나, 현장을 이탈하기 전에 타인이 먼저 구호조치를 하여도 무방하다고 할 것이나(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4도250 판결 등 참조), 사고 운전자가 그의 동승자에게 단순히 사고를 처리해 달라고 부탁만 하고 실제로 동승자가 구호조치를 하지 않은 한편, 다른 제3자의 피해자에 대한 병원이송 등 구호조치가 이루어지기 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한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사고 운전자는 사고현장을 이탈하기 전에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규정된 조치를 취하였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5. 12. 9. 선고 2005도5981 판결, 대법원 2006. 7. 13. 선고 2006도3059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이 가해 차량을 운전하다 전방주시의무 등을 위반한 과실로 신호대기 중이던 피해 차량을 추돌하여 피해 차량을 수리비 33만 원이 들 정도로 손괴하는 한편 피해 차량 탑승자인 피해자 2명에게 약 2, 3주간 치료가 필요한 판시 상해를 입게 한 사실, 피고인은 가해 차량에서 내리지 않은 채 가해 차량 동승자만이 내려 피해자 측에게 피고인 대신 사고처리를 해주겠다고 하였는데, 그 동승자에게서 술 냄새가 나자 동승자는 피해자 측과 사고처리를 두고 언쟁을 벌였을 뿐 피해자들의 상해 정도를 확인하거나 적절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 피해자 측이 가해 차량에 있던 피고인에게 내리라고 하였으나 피고인은 이에 응하지 않은 사실, 이에 피해자 측에서 견인차를 부르고 경찰에 신고하자 피고인은 경찰과 견인차가 오기 전에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않은 채 가해 차량을 운전하여 현장에서 이탈하였고, 그 과정에서 가해 차량 앞을 막고 있던 피해차량 운전자를 치일 뻔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설령 사고현장에 남아 있던 가해 차량 동승자를 통해 피고인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들에 대한 구호조치 등이 이루어지기 전에 피고인이 사고현장을 이탈한 이상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규정된 조치를 취하였다고 볼 수 없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죄와 도로교통법 위반(사고후미조치)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났다거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한편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 한해서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되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벌금 500만 원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