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력있는 사람을 해임하지 않아 피해가 발생했더라도 국가에 관리감독책임을 물을 수 없다.
사실관계
소방관 조씨는 지난 2003년 6월27일 동료 박씨와 함께 야간근무조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날 따라 박씨가 거친 말과 행동을 일삼는 등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부소장은 박씨를 야간 근무조에서 빼고 정씨가 대신 근무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다 28일 새벽2시쯤 박씨가 동생이 만취상태에서 자살을 시도하다 병원에 옮겨졌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가다 되돌아오는 일이 일어났다. 그러나 이때까지만해도 박씨의 이상증세를 눈치채는 사람은 없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교대근무를 서던 조씨는 그러나 이날 새벽 6시께 칼에 14군데를 찔려 사망했다. 과거 망상형 정신분열증을 앓았던 박씨의 병이 발병한 것이었다. 대기실에 누워있던 박씨는 '조씨가 나를 감시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사무실로 내려와 조씨를 살해한 것이다.
박씨는 일주일여만에 검거됐고 징역1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조씨의 유족들은 서울시를 상대로 "정신병력이 있는데도 제대로 파악조차 못했고, 이상증세를 보이는데도 격리시키지 않고 놔두는 등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지만 패소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박씨의 이상증세 등을 조기에 파악해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며 부인에게 1억4,400여만원을, 두 자녀에게 각각 9,3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판결내용
대법원 민사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박씨가 과거 정신분열증으로 인해 폭력적인 성향을 보였거나 복직 후에 심각한 정신분열증 증세를 보였다고 볼 증거가 전혀 없다.
박씨가 10여년 전에 정신분열증으로 휴직한 바 있고, 다시 복직됐다는 사정만으로 서울시가 박씨의 정신분열증 발병 및 폭력적 범죄를 저지를 것을 예상하고 이를 대비해 직속상관이나 다른 동료들에게 대비할 수 있도록 그의 정신질환의 종류와 특성을 알려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고 망인 조씨의 유족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상고심(대법원 2008다63192)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다63192, 판결 손해배상(기)
【판시사항】
과거 정신분열증의 병력이 있던 자가 소방공무원으로 복직하여 근무하던 중 동료 소방관을 살해한 사안에서, 당해 공무원의 복직 과정과 이후 정신분열증 재발 여부의 지속적인 관리·감독 및 조치 등에 있어서 임용권자나 관리·감독자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주의의무 위반이 없다고 본 사례
【참조조문】
국가배상법 제2조, 민법 제756조
【원고, 피상고인】
【피고, 상고인】
서울특별시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삼풍 담당변호사 이용식)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8. 8. 1. 선고 2007나59716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서(보충)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본다.
1. 원심은, 망상형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일부 환자의 경우 폭력성향을 보이며 이러한 폭력은 과거의 치료 여부와 관계없이 질병 초기보다는 수개월 내지 수년이 경과한 후에 동반되는 경향이 있고, 지속적인 질병 상태에 있는 환자보다는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환자에게서 폭력성이 더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소외 1은 1993. 3. 19. 복직한 이후 2003. 6. 28. 이 사건 살인을 저지를 당시까지 심한 망상형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으므로, 소외 1에 대한 임용권자나 관리`감독자들로서는 소외 1이 앓고 있던 위와 같은 질병의 특성이나 그 정도,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소방업무의 성격 등을 감안하여 소외 1의 복직 여부를 신중히 판단하였어야 하고, 복직이 이루어진 이후에라도 스트레스가 덜한 업무에 배치하거나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통해 정신분열증상의 재발 여부를 면밀히 관찰하고 만일 재발한 것으로 판명되는 경우에는 관련 법령들의 규정에 따라 휴직을 명하거나 근로를 금지, 제한하였어야 하며,
더욱이 사전에 소외 1의 직속상관들이나 다른 동료들에게도 소외 1의 증상을 정확히 알려 소외 1이 정상범위를 벗어나 이상한 행동을 하는지 여부를 주변에서 항시 관찰하게 하고 정상범위를 벗어나 이상 증세를 보이면 이를 즉시 보고하게 하여 소외 1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거나 귀가시키는 등으로 다른 동료들과 격리시키도록 하고,
특히 다른 동료들도 소외 1이 휘두르는 폭력에 대비하여 사전에 스스로를 보호하도록 대비할 수 있게 하여야 할 관리·감독상의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임에도, 건강검진카드 등의 과거병력란에 소외 1이 과거 정신분열증을 앓은 병력조차 기재되어 있지 않은 데서 알 수 있듯이 복직 이후 소외 1에 대한 건강관리 등 정신분열증의 재발 여부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감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음은 물론 직속상관들이나 다른 동료들에게 소외 1이 복직 전에 앓았던 정신질환의 종류와 특성조차 제대로 알리지 않아 소외 1이 2003. 6. 28. 소외 2를 살해하는 행위(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를 하기 전날에 이상증세를 보이는데도 대기실에서 쉬도록 하는 조치만 취하였을 뿐 곧바로 귀가조치를 취하거나 병원에 입원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절친한 동료인 망 소외 2조차 소외 1의 질환에 대한 심각성을 사전에 알지 못하여 소외 1의 폭력으로부터 스스로의 안전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살해를 당하게 한 관리·감독상의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원심은 먼저, 소외 1이 1993. 3. 19. 복직한 이후 2003. 6. 28. 이 사건 살인을 저지를 당시까지 심한 망상형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원심이 위 사실을 인정함에 있어 거시한 사정들은 오래 전에 소외 1이 정신분열증으로 치료받은 전력 또는 이 사건 사고 직전과 사고 이후의 증세에 관한 것에 불과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소외 1이 복직시부터 이 사건 사고 당시까지 계속하여 심한 망상형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다고 볼 수는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엿보이지도 않는다. 오히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소외 1은 스스로 위 기간 중 정신분열증으로 통원치료를 받은 1993. 3. 19.부터 1993. 4. 27.까지와 1994. 6. 13.부터 1994. 10. 26.까지를 제외한 나머지 기간에는 별다른 정신병적 증상이 없어 정상적으로 근무하다가 이 사건 사고 약 1개월 전부터 머리가 아픈 증상 정도가 나타났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소외 1과 같은 소방파출소에 근무하던 직원들 또한 모두 소외 1이 그동안 별다른 이상 없이 정상적으로 근무하여 왔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소외 1의 인사기록상 그는 위 근무기간 동안 정신분열증으로 인하여 문제를 일으켰다는 기재를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수차례 표창을 받거나 모범공무원으로 선발된 사실을 알 수 있는 점,
비록 소외 1이 복직 초기 정신병 치료를 받은 적이 있기는 하나 그것은 근무와 병행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보여 근무에 지장을 주는 정도의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소외 1은 복직 이후 지속적으로 정신분열증을 앓은 것으로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복직 얼마 후 일시적으로 정신분열증세가 나타나기는 하였으나 그것도 치료를 받을 경우 근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의 것이었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할 것이다.
나. 원심은, 소외 1에 대한 임용권자나 관리·감독자들로서는 소외 1이 앓고 있던 위와 같은 질병의 특성이나 그 정도, 소방업무의 성격 등을 감안하여 소외 1의 복직 여부를 신중히 판단하였어야 한다고 판단하면서도 소외 1의 복직 과정에서 소외 1에 대한 임용권자나 관리·감독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잘못을 하였는지에 대하여는 전혀 지적하고 있지 않은바, 피고측에게 위와 같은 의무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에게 곧바로 소외 1의 임용 과정에서 관리·감독상의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더구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비록 망상형 정신분열증 환자 중 일부에게서 폭력성향이 나타나는 등의 특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는 하나, 그 연구 결과에 의하더라도 그러한 결론은 임시적인 것일 뿐 아니라 폭력성향을 보이는 정신분열증 환자들의 수는 적다는 것이고, 다른 연구 결과들에 의하면, 정신분열증 환자의 범행률은 일반인과 비슷하거나 약간 더 높은 정도에 지나지 않을 뿐이라는 것인바,
원심이 지적한 정신분열증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위와 같이 망상형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환자라고 하여 당연히 폭력적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거나 그러할 가능성이 일반인에 비해 현저히 높다고 단정할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위와 소외 1의 휴직사유가 정신분열증이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복직 여부 결정에 있어 다른 사유로 휴직한 자와 차별을 두어 더욱 신중하게 결정하였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소외 1은 복직 과정에서 치료를 받던 개인병원으로부터 발급받은 완치증명서를 피고에게 제출하였다가 담당자로부터 그 서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말을 듣고 전북대학교병원에서 완치증명서를 발급받아 피고에게 제출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 전북대학교병원의 사실조회회보서나 진료기록에 의하면,
당시 전북대학교병원 소속 의사는 소외 1을 진료한 후 진단서를 발급하였는데, 위 진단서의 내용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소외 1은 그 진단 과정에서 진료를 담당한 의사에게 자신은 정신분열증에 대한 치료를 받아 병증이 완전히 사라졌으며, 근무에 복귀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답변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 진단서에는 소외 1의 치료가 완료되어 근무에 지장이 없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었고, 피고는 그 진단서의 내용을 믿고 소외 1의 복직을 결정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할 것이므로, 위 복직 과정에서 피고에게 어떠한 관리·감독상의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다. 원심은 소외 1의 복직 이후 그에 대한 건강관리 등 정신분열증의 재발 여부에 대한 피고의 지속적인 관리·감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잘못이 있다는 근거의 하나로 소외 1의 건강검진카드 등의 과거병력란에 그가 과거 정신분열증을 앓았다는 병력조차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을 들고 있으나, 위 건강검진카드 등의 작성은 피고가 아니라 그 검진을 담당한 의사 등이 하는 것일 뿐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 제43조 및 관련 법령에 의하면 사업주가 근로자의 건강보호를 위해 실시하는 건강검진시 정신병의 발병 여부는 검진대상이 아니어서 소외 1이 건강검진 과정에서 스스로 정신분열증을 과거병력으로 말하여 기재하도록 하지 아니하는 한 그의 건강검진카드 등에 정신분열증이 과거병력으로 기재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여 보면, 소외 1의 건강검진카드 등의 과거병력란에 정신분열증 병력이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다는 사정이 피고의 소외 1에 대한 건강관리상의 관리·감독 잘못을 인정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라. 원심은 피고가 소외 1의 직속상관들이나 다른 동료들에게 소외 1이 복직 전에 앓았던 정신질환의 종류와 특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이 사건 사고 전날 소외 1이 이상 증세를 보이는데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게 한 잘못도 있다고 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정신분열증이 재발한 환자는 당연히 폭력적인 범죄를 저지른다고 볼 명확한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소외 1이 과거 정신분열증으로 인하여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 바 있다거나 복직 후에 심각한 정신분열증 증세를 보인 바 있다고 볼 증거가 전혀 없는 이 사건에서, 소외 1이 10여 년 전에 정신분열증으로 휴직한 바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소외 1의 정신분열증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고 그 재발시 당연히 폭력적인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이에 대비하여 소외 1의 직속상관들이나 다른 동료들에게 이에 대비할 수 있도록 그가 복직 전에 앓았던 정신질환의 종류와 특성을 알려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할 수도 없다.
마. 또한, 원심은 소외 1의 직속상관 등이 소외 1의 정신분열증이 재발한 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였다고 하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소외 1이 이 사건 사고 전날 보였다는 이상한 행동은 소방파출소에서 실시한 공기호흡충전기에 관한 사용설명회에서 교육을 진행하던 제조회사 직원에게 갑자기 “당신 그만 가봐”라거나 “그런 위험한 물건을 왜 파출소에 설치하려 하느냐”고 말한 것에 불과하고, 이에 소외 1의 직속 상관 등은 상급기관에 소외 1의 인사기록카드를 요청하여 소외 1이 약 10년 전에 구체적인 사유는 알 수 없지만 9개월가량 휴직한 사실을 확인한 다음 그 날 저녁 소외 1을 제외한 나머지 소방관들과 협의하여 소외 1의 심신상태가 좋지 않으므로 소외 1을 야간상황근무 및 화재출동근무에서 제외시켜 대기실에서 쉴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는 것인바,
앞서 본 바처럼 소외 1이 과거 정신분열증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는 등 폭력적 행동을 하였다는 자료도 전혀 없는 상황에서 소외 1의 과거 정신분열증으로 인한 휴직사실조차 모른 소외 1의 직속상관 등이 위와 같은 조치를 넘어 원심 판시와 같이 소외 1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거나 귀가시키는 등으로 다른 동료들과 격리시키는 조치를 취하였어야만 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바.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이유로 피고에게 소외 1에 대한 관리·감독상에 과실이 있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거나 근로자의 관리·감독상 과실의 존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따라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