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여행 중 스노클링하다 사망, 스노클링의 위험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지하지 않은 여행사에 20%의 책임이 있다.
요지
고령의 관광객에게 스노클링은 사망 등의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을 자세히 알리지 않은 여행사에 20%의 책임이 있다.
사실관계
한모(사망 당시 72세)씨는 자녀와 함께 2016년 11월 필리핀 세부로 3박 5일간 쇼핑과 스노클링 등 해양스포츠를 체험하는 여행을 떠났다. 첫날 여행사로부터 '스노클링 전 반드시 준비운동을 하고 자신이 없으면 물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필리핀 여행안내 및 안전사고 예방에 관한 확인서'를 받아 서명했다.
이튿날 체험 다이빙 때 한씨는 건강 내역란에 '천식, 감기'를 기재한 면책동의서를 제출하고 다이빙에 참여했고 이후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다음날 한씨는 안전수칙 설명을 들은 다음 스트레칭과 마사지를 한 후 보조요원과 스노클링 체험을 했다. 그런데 체험 도중 힘든 기색을 보여 휴식을 취했으나 구토를 해 멀미약을 복용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몸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자 가이드가 한씨에게 마사지 등을 했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고, 현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심근경색과 폐렴을 동반한 2차 패혈성 쇼크로 사망했다. 이에 한씨의 유족들은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내용
서울중앙지법 민사11부(재판장 박미리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모두투어는 고령인 한씨에게 스노클링의 위험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한씨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조치도 신속하게 하지 못했다. 모두투어의 안전배려의무 위반과 한씨의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이어 모두투어는 장례비가 과다 산정됐고 한씨 사망 후 유족들이 필리핀으로 가기 위해 지출한 항공료는 특별손해에 해당하므로 손해배상의 범위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한국에서의 장례비용이 300만원임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필리핀 현지 장례비용 400여만원도 모두투어가 유족들을 대신해 결제한 점 등에 비춰볼 때 과도하다고 볼 수 없다.
한씨가 필리핀에서 사망해 유족들이 현지로 이동해 시신 확인 등 후속절차를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었으므로 관련 항공료는 통상손해에 해당하고, 설령 특별손해라 하더라도 이는 모두투어가 예견할 수 있었던 손해라고 한씨 유족이 모두투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2018나28548)에서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과 같이 모두투어는 1696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앞선 1심도 한씨가 감기와 천식 증상이 있는 것을 알고 있었고 고령인 점,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관이 스노클링으로 인한 사망사고의 잦은 발생에 대한 위험성을 공지한 점으로 보아 여행사가 일반적인 안전수칙 설명이나 스트레칭 정도의 조치를 한 것만으로는 신의칙상 안전배려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며 모두투어의 책임을 인정하면서, 다만 한씨도 그해 6월 받았던 건강검진 결과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고령에 감기와 천식 증상이 있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체험에 참여했다"며 모두투어 측의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피고는 원고 박FF에게 36,511,984원, 원고 박AA, 박BB, 박CC, 박DD, 박EE에게 각 20,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16. 11. 10.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각 청구를 기각한다.
3. 부대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추가로 지급을 명하는 원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 박FF에게 8,446,062원, 원고 박AA, 박BB, 박CC, 박DD, 박EE에게 각 5,5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16. 11. 10.부터 2018. 4. 24.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제1심판결의 인용
이 법원의 판결 이유는 제1심판결 제6면 제6행의 “망인의 상태가 악화되자 이에 따른 병원 이송 등의 조치를 비교적 적절히 한 점” 부분을 삭제하고, 아래 2항과 같이 추가로 판단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제1심판결 이유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추가하는 부분
가. 피고는 여행업자로서 망인의 필리핀 여행(이하 ‘이 사건 여행’이라 한다) 중 진행된 스노클링 전후로 망인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를 준수하였고, 망인의 스노클링 참가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원고들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갑 제3, 4, 5, 10, 11, 12호증, 을 제1, 2, 3, 7 내지 10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 이하 별도로 표시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가 고령인 망인에게 스노클링의 위험성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고지하지 아니하였고, 스노클링 이후 망인을 병원으로 이송하는 조치를 신속하게 진행하지 아니하는 등 망인에 대하여 여행업자로서 안전배려의무를 다하지 못하였고, 피고의 안전배려의무 위반과 망인의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도 인정되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스노클링은 이 사건 여행의 주요 일정 중 하나로 보이는데, 필리핀에서 스노클링을 하다가 사망한 사람의 수가 2011년 3명, 2012년 2명, 2013년 10월까지 2명에 이르고 그 이후에도 수차례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바, 스노클링의 위험성이 낮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망인은 이 사건 여행 전 장기간 동안 수영 강습을 받았으나, 파도, 바람 등 외부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하여 스노클링은 실내 수영보다 상당히 위험한 것으로 보인다.
② 이 사건 여행 계약서와 첨부 서류에 안전 관련 유의사항이 기재되어 있으나, 안전 관련 유의사항의 내용이 일반적, 추상적이고 스노클링의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고지하는 내용은 없다. 또한 이 사건 계약서와 첨부 서류는 주로 여행 일정, 비용, 여행을 위해 필요한 준비 절차 등을 안내하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③ 피고는 망인이 스노클링에 참가한 당일인 2016. 11. 9. 망인에게 별지 기재 확인서를 제공하였으나, 별지 기재 확인서에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일반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뿐이고, 스노클링의 위험성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고지하는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아니하다.
④ 피고는 망인이 스노클링에 참가하기 전에 안전수칙을 고지하고 준비운동 과정 등을 진행한 것으로 보이나, 피고의 이러한 조치는 망인이 스노클링에 참가하는 것을 전제로 이루어졌고, 피고는 감기 증상이 있는 고령의 망인에게 스노클링의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하여 망인은 스노클링의 위험성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스노클링 참가를 결정하였다.
⑤ 망인은 스노클링 중 멀미 증상을 보였고, 스노클링이 끝난 후 2 ~ 3회 구토를 하는 등 이상증세를 보였음에도 피고는 스노클링 다음 프로그램인 낚시 체험을 진행하였다. 낚시 체험이 종료될 당시 망인은 추위를 느끼고 몸을 떨고 있었으며 몸을 움직이기 어려워 누워 있는 등 고령인 망인의 상태가 악화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즉시 망인을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한 방법을 알아보지 아니하고, 마사지 등 비의료진이 할 수 있는 조치를 한 이후에야 망인을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한 조치를 시작하였다.
⑥ 앞서 살펴본 스노클링의 위험성 등을 고려하면, 스노클링 중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하여 환자를 병원으로 신속하게 이송하기 위한 수단, 절차 등을 체계적으로 미리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봄이 상당한데, 이 사건의 경우 피고 직원이 환자 발생을 예상하여 미리 준비된 방법에 의하여 망인을 병원으로 이송시킨 것이 아니고 환자 발생 후에야 병원 이송 방법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하여 병원 이송이 지체된 것으로 보인다.
⑦ 민사분쟁에 있어서의 인과관계는 의학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사회적·법적 인과관계이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바(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2다564 판결), 망인이 스노클링 참가 전에는 이상증세를 보이지 아니하다가 스노클링 참가 이후 이상증세를 보였고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점, 스노클링과 망인 사망 사이의 시간적 간격이 짧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스노클링 참가도 망인의 사망 원인 중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
나. 피고는 망인의 사망으로 인한 장례비가 과다하게 산정되었고, 망인의 사망 후 원고 박EE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이 필리핀으로 가기 위해 지출한 항공료가 통상 예상할 수 없는 특별손해에 해당하므로 손해배상의 범위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한국 장례비용이 300만 원임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각주1) 필리핀 현지 장례비용 4,080,184원은 피고가 유족들을 대신하여 결제한 점(이후 유족들이 피고에게 위 4,080,184원을 다시 반납하였다) 등에 비추어 과도하다고 볼 수 없으며, 망인이 필리핀에서 사망하였는바 유족들이 필리핀으로 이동하여 시신 확인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었던 점, 원고들이 모두 망인의 자녀들인 점 등을 고려하면, 위 항공료는 통상손해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설령 특별손해라고 하더라도 가해자인 피고가 예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각주1) 제1심 5차 변론조서
3. 결론
그렇다면,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와 원고들의 부대항소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