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후 직장 동료들과 음주를 한 뒤 귀가하다 버스에 치여 숨진 회사원, 업무상 재해를 인정된다.
사실관계
회사원인 A씨는 2017년 9월 야근을 하다 동료 직원들과 함께 술을 곁들여 저녁식사를 한 뒤 귀가 하던 중 버스에 치여 사망했다.
A씨의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공단은 △당시 저녁식사는 회사가 계획하거나 참석을 강제하지 않아 사업주가 관리한 회식이 아니었고 △A씨가 과음해 스스로 몸을 주체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등의 이유로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로 보기 어렵다며 거부했다. 이에 반발한 유족은 지난 1월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내용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장낙원 부장판사)는 당시 저녁식사를 제안한 사람은 회사의 임원 중 한 사람으로서 사업본부장이었고, 저녁식사 중 1차 저녁식사도 본부장이 회사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함께 식사자리를 가진 A씨와 동료들은 저녁식사를 마친 뒤 복귀해 일을 계속하려는 생각이었으므로, 저녁식사와 업무 사이에는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A씨는 회사를 나선 오후 8시 30분경부터 사고를 당한 오후 11시경까지 3시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동료들과 소주 4병을 나눠 마셨고 1차 저녁식사가 끝났을 때 이미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취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A씨가 동료들의 만류나 제지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으로 지나치게 많은 술을 마셧다고 볼 만한 사정도 드러나지 않았다.
이날 저녁식사는 사업주의 관리 아래 이뤄진 회식으로 봐야 하고, A씨는 저녁식사에서 술을 마시다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만취한 결과 집으로 돌아가던 중 사고로 사망하게 된 것이라며 A씨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사망한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서울행정법원 2019구합51093)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2019. 9. 19. 선고 2019구합51093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사건】 2019구합51093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원고】 원고
【피고】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2019. 7. 18.
【판결선고】 2019. 9. 19.
【주문】
1. 피고가 2018. 4. 24. 원고에게 내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망 강AA(19**. **. *.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배우자이고, 망인은 주식회사 ◆◆◆(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 환경사업본부에서 환경플랜트 분야 시공, 설계 및 견적 업무를 담당하던 사람이다.
나. 망인은 2017. 9. 20. 야근을 하다가 최BB, 양CC을 비롯한 이 사건 회사 직원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고(이하 ‘이 사건 저녁식사’라 한다). 저녁식사를 마친 뒤 같은 날 23:15경 술에 취한 상태에서 집에 가던 도중 수원시 ○○구 ▲▲로 ***-*에 있는 ◇마트 앞에서 운행 중이던 버스에 치여 수원시 ○○구 △△로 ***에 있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017. 9. 21. 00:54경 직접사인 중증 뇌손상으로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다. 원고는 2018. 1. 17.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18. 4. 24. 원고에게 ‘① 이 사건 저녁식사는 이 사건 회사가 계획하거나 참석을 강제하지 아니하여 사업주가 관리하는 회식이 아니었던 점, ② 망인이 과음하여 스스로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도로로 넘어지면서 버스에 치여 사망에 이른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사고는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서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보기 어렵다.’라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라. 원고는 2018. 7. 16. 피고에게 이 사건 처분에 대한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18. 10. 23. 원고의 심사청구가 이유 없다고 보아 이를 기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부터 갑 제4호증까지, 갑 제7호증부터 갑 제17호증까지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망인은 2017. 9. 20. 이 사건 회사 직원들과 업무와 관련하여 의견을 교환할 필요가 있었고, 저녁식사도 하지 못해 회식을 겸하여 다른 직원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망인은 1차 회식에서 42분이란 짧은 시간에 2홉들이 소주 1.5병 정도를 마셔 상당히 취하게 되었고, 2차 회식 자리에서도 술을 마셔 집에 돌아갈 무렵에는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을 만큼 취하게 되었다. 1차 회식 비용은 최BB가 이 사건 회사의 법인카드로 결제하였고, 2차 회식 비용은 양CC이 개인카드로 결제하여 나중에 이 사건 회사로부터 보전받았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저녁식사는 사업주인 이 사건 회사가 관리한 회식이었고, 망인은 회식 중 주량을 넘도록 술을 마셔 귀가 중에 이 사건 사고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므로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이 수행하던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나. 관련 법령
별지 관련 법령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는 회식 과정에서 근로자가 주량을 초과하여 음주를 한 것이 주된 원인이 되어 부상·질병·신체장해 또는 사망 등의 재해를 입은 경우, 이러한 재해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 이때 업무·과음·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는 사업주가 과음행위를 만류하거나 제지하였는데도 근로자 스스로 독자적이고 자발적으로 과음을 한 것인지, 재해를 입은 근로자 외에 다른 근로자들이 마신 술의 양은 어느 정도인지, 업무와 관련된 회식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따르는 위험의 범위 내에서 재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과음으로 인한 심신장애와 무관한 다른 비정상적인 경로를 거쳐 재해가 발생하였는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6두54589 판결 등 참조).
2) 갑 제19, 20, 22호증, 을 제3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이 사건 회사는 기술연구소, 기술본부, 사업본부, 관리부로 구성되어 있고 18명의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다. 이 사건 사고 당시 최BB는 사업본부장으로, 망인은 사업본부 차장으로, 양CC은 기술본부 과장으로 각 근무하고 있었다.
② 망인은 2017. 9. 20. 11:00경부터 17:30경까지 최BB, 양CC과 함께 청주시에 있는 ◎◎맥주 ▶▶공장에 출장을 다녀왔다. 망인과 최BB, 양CC은 이 사건 회사에 복귀한 이후에도 17:30경부터 20:30경까지 저녁식사도 하지 못한 채 위 출장과 관련하여 회의를 진행하였다. 최BB는 회의 도중 망인과 양CC에게 저녁식사를 한 뒤 회의를 계속하자고 제안하였고, 이에 따라 망인과 최BB, 양CC은 모두 짐을 사무실에 둔 채 이 사건 저녁식사를 하러 나갔다. 이때 최BB가 망인이나 양CC에게 이 사건 저녁식사에 참여하도록 강제하지는 않았다.
③ 이 사건 회사는 근로자들의 점심과 저녁비용을 전부 지원하는데, 결제방식은 주로 위 회사 명의로 된 법인카드로 결제하도록 하고, 부득이한 경우 근로자 개인이 먼저 결제한 뒤, 위 회사에 같은 금액의 지급을 청구한다. 이 사건 저녁식사는 두 단계에 걸쳐 이루어졌는데, 1차 저녁식사는 21:42경 최BB가 이 사건 회사 법인카드로 결제하였고, 2차 저녁식사는 22:55경 양CC이 개인적으로 결제하였으나, 이 사건 회사에 청구하지는 아니하였다.
④ 망인과 최BB, 양CC은 저녁식사를 모두 마친 뒤 사무실로 돌아가 불을 끄고 보안장비를 가동시키는 등 퇴근 준비를 하고 다시 나왔다. 최BB는 먼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고, 망인과 양CC은 함께 택시를 잡으려고 노력하다가 가까운 택시정류장으로 걸어가게 되었다.
⑤ 망인은 1차 저녁식사가 끝난 뒤부터 비틀거리기 시작하였고, 2차 저녁식사를 마친 뒤 양CC과 함께 택시를 잡으러 길을 걷던 중 ‘걷기 힘들다, 그만 걷자’라는 말을 하였고, 도로 표지석에 앉다가 중심을 잃어 도로 쪽으로 넘어져 마침 신호를 기다리다가 출발하던 버스 뒷바퀴에 머리가 부딪쳐 이 사건 사고를 당하게 되었다.
3)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각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저녁식사는 사업주의 관리 아래 이루어진 회식으로 보아야 하고, 망인은 위 저녁식사에서 술을 마시다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만취한 결과, 집으로 돌아가던 중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사망하게 되었으므로 망인의 사망과 그가 수행하던 업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이와 결론을 달리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 이 사건 저녁식사를 제안한 사람은 이 사건 회사의 임원 중 한 사람으로서 사업본부장으로 근무하던 최BB이고, 이 사건 저녁식사 중 1차 저녁식사도 최BB가 이 사건 회사 법인카드를 이용하여 결제하였다.
○ 망인과 최BB, 양CC은 모두 당초 저녁식사를 마친 뒤 복귀하여 일을 계속하려는 생각이었으므로 이 사건 저녁식사와 이 사건 회사의 업무 사이에는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실제로 망인과 최BB, 양CC은 사무실을 전혀 정리하지 않은 채 외출하였기 때문에 이 사건 저녁식사를 마친 뒤 바로 퇴근하지 아니하고 사무실을 정리하기 위하여 다시 돌아오기까지 하였다.
○ 망인과 최BB, 양CC이 이 사건 저녁식사에 이르게 된 경위를 보면 망인과 최BB, 양CC은 이 사건 회사가 있는 수원시를 떠나 청주시까지 출장을 다녀온 다음, 출장 내용과 관련된 회의를 계속하고 있었으므로 최BB로서는 망인과 양CC을 격려하려는 생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 사람이 다시 일을 하려고 했음에도 이 사건 저녁식사에서 술을 나누어 마시기까지 한 점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 망인은 이 사건 회사를 나선 20:30경부터 이 사건 사고를 당한 23:15경까지 사이에 길어도 3시간이 되지 못하는 동안에 최BB, 양CC과 소주 4병을 나누어 마셨고, 1차 저녁식사가 끝났을 때 이미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취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망인이 최BB나 양CC 등의 만류나 제지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으로 지나치게 많은 술을 마셨다고 볼 만한 사정은 드러나지 않았고, 오히려 망인과 최BB, 양CC은 모두 비슷한 양의 술을 나누어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