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송 중이던 구급 환자에 전열기 사용하다 화상을 입혔다면 체온유지 목적이라 하더라도 손해배상 책임 있다
요지
병원 의료진이 이송하던 구급 환자에게 전열기를 사용하다 화상을 입혔다면 비록 체온 유지 목적이라고 해도 병원 측에 손해배상책임 있다.
사실관계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 급성 폐렴 등으로 5일간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했던 A씨는 2014년 12월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재단이 운행하는 구급차에 실려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런데 A씨는 구급차 안에서 의료진이 사용한 전열기 때문에 허벅지와 종아리, 발목 등 오른쪽 다리 전반에 3도 화상을 입었다.
A씨는 이후 이듬해 1월까지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실에서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 치료와 함께 화상을 입은 다리를 치료 받았다. A씨는 퇴원 후에도 화상 치료를 위해 다른 병원에서 가피절제술과 인공진피식피술, 부분층자가피부이식술 등을 받으며 1달 반가량 입원 치료를 받았다.
A씨와 부모는 "의료진이 의식불명 상태인 환자를 이송하면서 각별한 주의를 통해 신체상태를 확인해야 할 주의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상해를 입혔다"며 "재산과 정신상 손해에 대해 1억29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단 측은 "생명이 위독한 A씨를 이송하는 위급한 상황에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전열기를 고온으로 작동해 발생한 사고"라며 "급박한 위험을 피하기 위한 부득이한 일이므로 위법성이 없다"고 맞섰다.
판결내용
서울중앙지법 민사42단독 이지현 부장판사는 의식불명 상태였던 A씨는 자신의 신체상태를 제대로 호소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의료진이 이를 유념해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 전열기를 안전하게 사용하는 한편 온도를 수시로 확인해 자세를 변경하거나 담요나 의복을 사용해 A씨의 신체상태를 살펴 화상을 입지 않도록 주의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위반했다.
의료진이 A씨의 상태를 제대로 확인해 전열기의 온도를 조절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상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의료진의 행위를) 긴급피난으로 볼 증거가 없다.
A씨의 어머니가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구급차 조수석에 타고 있긴 했지만 A씨의 상태를 계속 확인하기 어려웠고, A씨가 입은 상해의 면적이나 상태 등을 볼 때 장시간 이송 중 전열기 온도를 확인하거나 신체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환자 보호자의 주의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피고 측 책임을 제한할 사정도 발견할 수 없다고 A씨와 A씨의 부모(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제이앤씨 홍지혜 변호사)가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하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가단5020012)에서 재단은 71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1. 피고는 원고 ○○○에게 64,158,100원, 원고 ○○○에게 2,500,000원, 원고 ○○○에게 4,343,905원 및 이에 대한 2014. 12. 16.부터 2019. 10. 2.까지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30%는 원고들이, 70%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에게 114,620,280원, 원고 ○○○에게 5,000,000원, 원고 ○○○에게 9,565,860원 및 각 이에 대한 2014. 12. 16.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인정사실
가. 피고는 서울 ○○구 ○○동 ○○로 **에서 ◇◇서울병원(이하 1피고 병원’이라 한다)을 운영하는 의료법인이고, 원고 ○○○는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 급성 폐렴 등으로 대전 ○구 ○○○로 ***에 있는 @@대학교병원에 2014. 12. 12.부터 5일간 입원하였다가 2014. 12. 16. 의식불명인 상태로 피고 운행 구급차에 탄 채로 이 사건 병원으로 이송된 자이고, 원고 ○○○, ○○○는 ○○○의 부모이다.
나. 원고 ○○○는 2014. 12. 16. @@대학교병원에서 급성호흡부전 등으로 이 사건 병원 중환자실로 전원조치되어 의식불명인 상태로 피고 운행 구급차로 이송되었고, 구급차 안에서 전열기로 인하여 오른쪽 허벅지(7*15cm), 종아리(5*12cm), 발목(4*6cm)의 오른쪽 다리 전반의 신체부위에 3도 화상(이하, 이 사건 상해라 한다)을 입었다.
다. 이후 원고 ○○○는 2015. 1. 6.까지 피고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하여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의 치료를 받았고, 입원중인 2014. 12. 29.에는 피고 병원 성형외과에서 협의 진료를 통하여 이 사건 상해부위 치료를 받았으며, 2015. 1. 6.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이 호전되자 피고 병원에서 퇴원한 후 이 사건 상해에 대한 치료 등을 위하여 △△△△서울병원에 입원하여 2015. 1. 7. 가피절제술, 2015. 1. 20. 가피절제술 및 인공진피(펠낙)식피술, 2015. 2. 3. 가피절제술 및 부분층자가피부이식술을 받고 2015. 2. 26.까지 입원치료를 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6호증, 갑 10호증(각 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 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들의 주장 요지
피고 병원 의료진은 의식불명인 상태의 원고 ○○○를 구급차로 이송하면서 각별한 주의로 위 원고의 신체상태를 확인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원고 ○○○에게 이 사건 상해를 입게 함으로써 재산적, 정신적 손해를 가하였다. 따라서 진료계약의 당사자 내지 피고 병원 의료진의 사용자인 피고는 원고 ○○○에게 손해배상금 합계 114,620,280원 (= 일실수입 33,112,560원 + 기왕치료비 9,507,720원 + 향후치료비 12,000,000원 + 위자료 60,000,000원)을, 원고 ○○○에게 위자료 5,000,000원, 원고 ○○○에게 9,565,860원 (= 개호비 4,565,860원 + 위자료 5,000,000원) 및 위 각 손해배상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나. 피고의 주장 요지
(1) 긴급피난에 의한 면책항변
이 사건 상해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대학교병원에서 급성 호흡곤란 증후근 등으로 생명이 위독한 상태인 원고 ○○○를 이송하는 위급한 상황에서 체온유지를 위하여 불가피하게 전연기를 고온상태로 작동한 결과 발생한 것으로 급박한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부득이 발생한 가해행위로서 위법성이 없다.
(2) 소멸시효 항변
원고들은 원고 ○○○가 환자이송 과정에서 이 사건 상해를 입게 된 사실과 그 손해를 적어도 2015. 1. 6.경에는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것인데 그로부터 3년이 지나서 2018. 1. 30.에야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으므로, 원고들의 이 사건 손해배상 청구 채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3) 책임의 제한과 비율
예비적으로,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원고 측의 과실이 경합 되어 이 사건 상해가 발생한 것이고, 신의칙 및 공평의 원칙에 따라 피고의 배상책임을 상당부분 제한하여야 하며, 손해배상의 범위도 원고들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하기 어렵다.
3.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담당하는 의사에게는 그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위험 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가 요구되고, 따라서 의사로서는 환자의 상태에 충분히 주의하고 진료 당시의 의학적 지식에 입각하여 그 치료방법의 효과와 부작용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최선의 주의를 기울여 치료를 실시하여야 하며, 이러한 주의의무의 기준은 진료 당시의 이른바 임상의학의 실천에 의한 의료수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나, 그 의료수준은 규범적으로 요구되는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하고, 해당 의사나 의료기관의 구체적 상황을 고려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0. 1. 21. 선고 98다5058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원고 ○○○는 당시 의식불명의 상태로 자신의 신체상태에 대하여 제대로 호소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의료진으로서는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 전열기를 안전하게 사용하고, 온도를 수시로 확인하여 자세를 변경하거나 담요 또는 의복을 사용하여 원고 ○○○의 신체상태를 살펴 화상을 입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위반하여 원고 ○○○에게 이 사건 상해가 발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위 의료진의 사용자인 피고는 원고 ○○○와 그 가족들에 대하여 이 사건 상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피고는, 이 사건 상해의 발생이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거나, 원고 ○○○의 어머니인 원고 ○○○가 위 차량에 동승하여 원고 ○○○의 의복상태나 구급차 내 전열기의 상태 등을 살펴야 할 과실 내지 책임이 있고, 이 사건 상해의 발생 경위 및 당시 상황 등에 비추어 피고의 책임이 제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① 피고 병원 의료진이 원고 ○○○의 신체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여 전열기의 온도를 조절하거나, 자세를 변경하고, 의복이나 담요 등으로 적절한 조치를 취하였다면 이 사건 상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고, 달리 이 사건 상해의 발생이 긴급피난으로서 부득이한 것이라고 볼 만한 증거가 없는 점,
② 당시 원고 ○○○는 피고 병원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이송차량의 운전석 옆에 탑승하고 있어서 원고 ○○○의 상태를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원고 ○○○는 의식불명인 상태였으므로 움직임이 거의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 사건 상해의 면적, 상태 등에 비추어 당시 장시간 이송 중에 전열기의 온도를 확인하거나 위 원고의 신체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상해의 발생에 대하여 원고 ○○○나 그 보호자의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피고의 책임을 제한할 만한 사정도 발견할 수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한편, 피고의 소멸시효 주장에 관하여 보건대, 진료계약상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10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규정의 단기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지 아니하는데, 이 사건 소 제기일인 2018. 1. 30.은 피고 병원이 진료계약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2015. 12. 14.로부터 10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시기임이 명백하므로 진료계약상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도 이유 없다(한편, 피고와 보험계약을 체결한 소외 ◇◇◇◇◇◇보험주식회사에서 2018. 2. 22.까지 원고 ○○○의 치료비를 지급하기도 하였다).
4.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앞서 든 증거들에 갑 7, 11, 12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촉탁결과, △△△△병원에 대한 사실조회회신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구체적인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는 아래와 같고, 당사자의 주장 중 별도로 설시하지 않은 것은 배척한다.
가. 원고 ○○○의 손해
1) 일실수입 : 33,112,560원
① 200*. **. *.생 여자
② 가동연한 : 성년이 되는 201*. **. *.부터 만65세가 되는 206*. **. *.까지
③ 소득 : 도시일용노임 기준 (125,427원, 월 22일)
§ 계산 : 월소득 2,759,394원 × 5%(노동능력상실율) × 240(호프만계수)
2) 기왕치료비 : 4,045,620원
△△△△병원 외래진료비 1,071,320원, 압박옷, 흉터연고 등(△△△△병원의 진단서 및 제증명료 20만원과 피부재활마사지 비용은 이 사건 상해에 대한 치료비라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제외함)
3) 향후치료비 : 12,000,000원
나. 원고 ○○○의 개호비 : 1,843,905원
원고 ○○○가 △△△△병원에서 입원기간 중 3회에 걸쳐 하지 부위에 수술을 받고 어머니인 원고 ○○○가 각 수술 후 1주일씩 거동이 불편한 위 원고를 개호하였다고 보여지므로 당시의 도시일용노임을 고려하여 1,843,905원(87,805원×2152일) 인정
다. 원고들의 위자료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위자료는 이 사건 상해 발생의 경위와 결과, 원고 ○○○의 치료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고, 그 과정에서 환자 본인과 가족이 겪었을 고통, 원고들의 가족관계 및 나이 등 기타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하면, 원고에게 15,000,000원, 원고 ○○○, ○○○에게 각 250만 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
라.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 ○○○에게 64,158,100원(= 일실수입 33,112,560원 + 기왕치료비 4,045,620원 + 향후치료비 12,000,000원 + 위자료 15,000,000원), 원고 ○○○에게 위자료 2,500,000원, 원고 ○○○에게 4,343,905원(= 개호비 1,843,905원 + 위자료 2,5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상해 발생일인 2015. 12. 16.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선고일인 2019. 10. 2.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각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