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가 만취상태에서 음주단속 경찰을 매달고 도주하다 식물인간으로 만든 경우에도 보험회사는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자동차보험약관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고의로 인한 손해'를 보험자가 보상하지 않는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이 면책약관은 엄격히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취지
사실관계
피고 이씨는 2004년 4월 혈중알콜농도 0.147% 상태에서 화물차량을 운전하던 중 음주단속을 하던 의무경찰 조모씨에게 적발되자 조씨를 차에 매단채 400m를 질주하다 떨어뜨려 뇌손상으로 식물인간이 되도록 만들었다.
삼성화재는 이씨가 상해의 결과발생을 용인해 미필적 고의가 인정돼 면책조항에 해당되므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에서 승소했었다. 한편 이씨는 사고 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아 확정됐다.
판결내용
대법원 민사2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보험약관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고의로 인한 손해'를 보험자가 보상하지 않는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이 면책약관은 엄격히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어 사고 경위와 전후사정 등에 비춰 보험계약자 등이 피해자가 상해를 입으리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를 인식·용인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지만 피해자가 이를 넘어서서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에 이르리라는 점까지는 인식·용인했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사망 등으로 인한 손해는 보험계약자 등의 고의로 인한 손해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면책약관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삼성화재(주)가 음주단속 중인 경찰관을 차에 매달고 달아나다 중상을 입힌 이모(43)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소송 상고심(대법원 2006다39898)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007.10.26, 선고, 2006다39898, 판결 채무부존재확인
【판시사항】
[1] 자동차 사고의 전후 사정 등에 비추어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피해자의 상해에 관한 인식·용인을 넘어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 발생까지 인식·용인하였다고는 볼 수 없는 경우, 그 사망 등으로 인한 손해가 자동차보험의 면책약관에 정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고의로 인한 손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2] 음주단속중이던 경찰관이 단속을 피해 도주하는 자동차에 매달려 가다가 떨어지면서 지하철공사장의 철제 빔에 부딪혀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이른 경우, 위 사고로 인한 손해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고의로 인한 것이라 할 수 없어 자동차보험의 면책약관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자동차 운행으로 인한 사고의 경위와 전후 사정 등에 비추어 보험계약자 등이 피해자가 상해를 입으리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를 인식·용인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지만 피해자가 이를 넘어서서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에 이르리라는 점까지는 인식·용인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사망 등으로 인한 손해는 보험계약자 등의 고의로 인한 손해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따라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고의로 인한 손해’를 보험자가 보상하지 아니하는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 자동차보험의 면책약관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2] 음주단속중이던 경찰관이 단속을 피해 도주하는 자동차에 매달려 가다가 떨어지면서 지하철공사장의 철제 H빔에 부딪혀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이른 경우, 운전자로서는 위 경찰관이 달리던 차에서 떨어지면서 어느 정도의 상해를 입으리라는 것은 인식·용인하였다고 할 것이나 나아가 철제 H빔에 부딪혀 식물인간 상태에 이르리라고는 예견·인식하고 용인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사고로 인한 손해가 보험계약자 등의 고의로 인한 것이라 할 수 없어 자동차보험의 면책약관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상법 제659조 제1항, 민법 제105조
[2] 상법 제659조 제1항, 민법 제105조
【전문】
【원고, 피상고인】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우 담당변호사 김용문)
【피 고】
【피고 보조참가인, 상고인】
【원심판결】
광주지법 2006. 5. 23. 선고 2005나473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자동차보험약관 제14조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이하 ‘보험계약자등’이라 한다)의 고의로 인한 손해’를 보험자가 보상하지 아니하는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면책약관은 이를 엄격히 제한적으로 해석함이 원칙이라고 할 것인 점,
상해와 사망 또는 사망에 준하는 중상해(이하 이를 ‘사망등’이라고 한다) 사이에는 그 피해의 중대성에 있어 질적인 차이가 있고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도 커다란 차이가 있는 점에 비추어 보험계약자등이 통상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사망등과 같은 중대한 결과가 생긴 경우에까지 보험계약자등이 스스로 초래한 보험사고로 취급되어 면책약관이 적용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 보험계약자등의 일반적인 인식일 것이라는 점,
보험계약자등이 적극적으로 사망 등의 결과를 의욕하거나 의도한 것이 아닌 이상, 그에 대해 면책약관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보더라도 인위적인 사고를 조장할 위험성이 크다고는 할 수 없고 오히려 보험의 사회보장적 기능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자동차 운행으로 인한 사고의 경위와 전후 사정 등에 비추어 보험계약자등이 피해자가 상해를 입으리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를 인식· 용인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지만 피해자가 이를 넘어서서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에 이르리라는 점까지는 인식·용인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사망 등으로 인한 손해는 보험계약자등의 고의로 인한 손해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따라서 위 면책약관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2. 기록에 의하면,
피고 2는 음주운전으로 단속되자 피고 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고만 한다)이 한쪽 손으로는 자동차의 열린 문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운전석의 의자를 잡고 있는 상태에서 그대로 차량을 진행시킨 사실, 참가인은 차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운전석 쪽의 문을 붙잡은 상태로 끌려가면서 양발이 땅에 닿았다 떨어졌다 하면서 버티고 있었던 사실,
그런데도 위 피고는 처음에 시속 30-40㎞로 주행하던 것을 시속 70㎞로 높여서 주행한 사실, 이에 참가인은 더 견디지 못하고 차에서 떨어졌는데, 불운하게도 그 지점은 지하철공사구간이었던 관계로 참가인이 차에서 떨어지면서 그 공사장의 철제 H빔에 머리를 부딪쳤고, 이로 인하여 두개골골절 및 뇌손상을 입어 현재 식물인간 상태에 이르게 된 사실,
위 피고는 그 당시 참가인이 차에서 떨어지면서 뒷바퀴에 역과되는 느낌을 받기는 하였으나, 주변의 철제 H빔에 부딪혀 두개골골절 등의 상해를 입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하였던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는바, 사정이 이와 같다면 위 피고는 참가인이 달리던 차에서 떨어지면서 어느 정도의 상해를 입으리라는 것은 인식·용인하였다고 할 것이지만, 거기에서 나아가 참가인이 철제 H빔에 부딪혀 뇌손상을 입어 식물인간 상태에 이르리라는 것까지를 예견·인식하고 용인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고 할 것이고, 그렇다면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위 사고로 인한 손해는 위 피고의 고의로 인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이 사건 자동차보험의 면책약관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와 다른 견해에서 위 사고로 인한 손해는 위 피고의 고의로 인한 손해로서 이 사건 자동차보험의 면책약관이 적용되어 원고가 면책된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위 면책약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채증법칙에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할 것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