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맡긴 공인인증서로 언니가 몰래 대출 받았다면 표현대리 성립, 동생도 대출금을 갚을 의무가 있다
요지
연말정산 업무를 처리해 달라며 맡긴 공인인증서를 이용해 언니가 금융기관에서 몰래 대출을 받았다면 동생도 대출금을 갚을 의무가 있다.
공인인증서를 맡긴 행위를 '기본대리권의 수여'로 보아 민법상 표현대리(본인이 대리권의 외관을 형성하는데 기여했다면 책임을 지우는 제도)책임을 인정한 것
사실관계
신씨는 지난 2015년 자신의 언니에게 연말정산 업무를 대신 처리해달라고 부탁하며 공인인증서와 통장사본 등 관련 서류를 맡겼다. 그러나 언니는 동생의 공인인증서와 서류를 이용해 자신이 동생인 것처럼 속여 A캐피탈로부터 현금 500만원을 대출받았다.
이후 빌린 돈을 갚지 않자 대부업체는 대출명의자인 신씨에게 밀린 이자와 원금을 갚으라고 독촉했다. 신씨는 언니가 자신을 속이고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자신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이에 A 캐피탈은 2016년 8월 신씨 자매를 상대로 원금과 이자 등 600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대구지방법원 2016가소43231)은 명의를 도용당한 신씨에게는 변제책임이 없다며 신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판결내용
대구지법 민사4부(재판장 이상오 부장판사)는 본인을 모용(이름 등을 사칭하는 것)한 사람에게 본인을 대리할 수 있는 '기본 대리권'이 있고, 그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믿을만한 사유가 있었다면 본인에게 민법상 '표현대리책임'이 성립한다. 신씨가 연말정산 업무를 처리해달라며 공인인증서와 각종 서류를 맡겼다면 신씨의 언니에게 기본 대리권을 준 것으로 봐야한다.
이어 대부업체로서는 전자서명법에 의해 발급된 공인인증서로 신분을 확인한 경우 그 외에 전화나 면담을 통해 또다시 본인 여부를 확인할 의무가 없다며 신씨는 언니가 대부업체와 맺은 대출계약에 책임이 있으므로 대여금 600만원을 갚을 의무가 있다고 A캐피탈이 신모씨와 신씨의 언니를 상대로 낸 대여금지급 청구소송(대구지방법원 2017나1439)에서 신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1심을 깨고 신씨 자매는 공동하여 6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대구지방법원 2017. 8. 30. 선고 2017나1439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2017나1439 손해배상(기)
【원고, 항소인】 ◆◆ 주식회사
【피고, 피항소인】 ○○○
【제1심판결】대구지방법원 2017. 1. 16. 선고 2016가소43231 판결
【변론종결】2017. 7. 26.
【판결선고】2017. 8. 30.
【주문】
1. 이 법원에서 추가한 주위적 청구에 따라 제1심판결 중 피고에 대한 부분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피고는 제1심 공동피고 □□□과 공동하여 원고에게 6,064,431원과 그 중 4,520,128원에 대하여 2016. 9. 8.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와 피고 사이의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3. 제1항의 금전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원고는 제1심에서 피고에 대하여 공동불법행위를 원인으로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는데, 이 법원에서 표현대리를 주장하면서 대여금청구를 주위적 청구로 추가하고, 위 손해배상청구를 예비적 청구로 변경하였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할부금융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고, 제1심 공동피고 □□□(이하 ‘□□□'이라고만 한다)은 피고의 언니이다.
나. □□□은 2015. 2. 16. 원고의 담당직원에게 전화하여 대출상담을 한 후 원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 피고의 공인인증서를 이용하여 피고 명의로 인터넷 대출신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고, 피고의 건강보험자격 득실확인서, 건강보험료 납부확인서, 운전면허증 사본, 주민등록 등본, 대구은행 계좌 입출금 거래내역 등의 서류를 제출하고서는 원고로부터 5,000,000원을 이자율 연 26.9%, 대출기간 36개월, 원리금 균등상환 방식으로 정하여 대출받았다(이하 위 대출계약을 ‘이 사건 대출계약'이라고 한다).
다. □□□은 2015. 8. 20.부터 위 대출금에 대한 원리금 변제를 지체하여 2016. 8. 8. 기준으로 원금 4,520,128원과 이자 등 합계 6,064,431원이 미납되었다.
라. □□□은 위 나.항과 같이 피고 명의의 인터넷대출신청서를 위작하여 행사한 범죄사실을 비롯하여 여러 건의 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사전자기록등위작, 위작사전자기록등행사 등의 범죄사실로 징역 6월을 선고받아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주위적으로, 피고는 □□□에게 피고의 공인인증서, 전자금융거래용 보안카드 등을 교부하고 피고의 근로소득 연말정산을 처리를 위임하였으므로, □□□은 피고에 대한 기본대리권이 있었고, 원고는 □□□이 이러한 대리권을 넘어 원고와 이 사건 대출계 약을 체결한다는 사정을 알지 못하였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대출계약에 따라 대출금을 변제할 책임이 있다.
예비적으로,피고가 □□□에게 피고의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를 건네줘 사용하게 하는 바람에 □□□이 피고의 명의를 도용하여 원고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따라서 피고는 공동불법행위자로서 □□□과 공동하여 원고에게 위 대출원리금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3.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가. 관련규정 및 법리
1) 관련 규정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이하 ‘전자거래기본법’이라고 한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전자문서”란 정보처리시스템에 의하여 전자적 형태로 작성, 송신·수신 또는 저장된 정보를 말한다.
제3조(적용범위)
이 법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에 적용한다.
제7조(작성자가 송신한 것으로 보는 경우)
② 전자문서의 수신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전자문서에 포함된 의사표시를 작성자의 것으로 보아 행위할 수 있다.
1. 전자문서가 작성자의 것이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수신자가 미리 작성자와 합의한 절차를 따른 경우
2. 수신된 전자문서가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과의 관계에 의하여 수신자가 그것이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의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의하여 송신된 경우
제11조(전자서명에 관한 사항)
전자거래 중에서 전자서명에 관한 사항은 「전자서명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
전자서명법
제3조(전자서명의 효력 등)
① 다른 법령에서 문서 또는 서면에 서명, 서명날인 또는 기명날인을 요하는 경우 전자문서에 공인전자서명이 있는 때에는 이를 충족한 것으로 본다.
② 공인전자서명이 있는 경우에는 당해 전자서명이 서명자의 서명, 서명날인 또는 기명날인이고, 당해 전자문서가 전자서명된 후 그 내용이 변경되지 아니하였다고 추정한다.
제18조의2(공인인증서를 이용한 본인확인)
다른 법률에서 공인인증서를 이용하여 본인임을 확인하는 것을 제한 또는 배제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이 법의 규정에 따라 공인인증기관이 발급한 공인인증서에 의하여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다.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를(이하 ‘대부업법’이라고 한다)
제6조의2(중요사항의 자필 기재)
③ 대부계약 또는 이와 관련된 보증계약을 체결할 때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대부업자는 제1항 각 호의 사항 또는 제2항 각 호의 사항을 거래상대방 또는 보증인이 자필로 기재하게 한 것으로 본다.
1. 전자서명법 제2조 제8호에 따른 공인인증서를 이용하여 거래상대방 또는 보증인이 본인 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인터넷을 이용하여 제1항 각 호의 사항 또는 제2항 각 호의 사항을 거래상대방 또는 보증인이 직접 입력하게 하는 경우
2) 관련 법리
가) 통상적으로 공인인증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본인이 직접 은행 지점에 방문하여 신원을 확인받고 전자금융거래에 필요한 사용자 ID와 사용자암호를 제출하여 이를 은행 전산망에 입력한 다음, 인터넷을 통해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을 때 위 은행에 제출한 개인정보 및 그 밖의 은밀한 개인 금융정보를 입력하도록 하여 서로 일치되어 야 하는 상당히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관련 법률의 취지상 전자서명법에 의하여 발급된 공인인증서는 전자거래에서 본인의 신분을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이 가능하므로, 전자문서에 의한 거래에 있어 공인인증을 통해 본인임을 확인받으면 전자거래기본법 제7조 제2항에 규정된 “수신된 전자문서가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의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의하여 송신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추가로 전자거래의 상대방에게 전화통화나 면담을 통해 본인 여부를 확인 할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취지에서 대부업법 또한 대부계약의 거래상대 방이 자필로 기재해야 하는 사항에 관하여, 공인인증서를 이용하여 본인 여부를 확인하고 인터넷을 이용하여 대부금액, 대부이자율 등을 직접 입력하게 한 경우에는 이를 자필로 기재한 것으로 간주한다.
나)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는 대리인이 본인을 위한다는 의사를 명시 혹은 묵시적으로 표시하거나 대리의사를 가지고 권한 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에 성립하고, 사술을 써서 위와 같은 대리행위의 표시를 하지 아니하고 단지 본인의 성명을 모용하여 자기가 마치 본인인 것처럼 기망하여 본인 명의로 직접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는 특별 한 사정이 없는 한 위 법조 소정의 표현대리는 성립될 수 없는 것이기는 하나, 본인을 모용한 사람에게 본인을 대리할 기본대리권이 있었고, 상대방으로서는 위 모용자가 본인 자신으로서 본인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었던 경우에는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 법리를 유추적용하여 본인에 대하여 그 행위의 효력이 미친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1993. 2. 23. 선고 92다52436 판결 참조).
나. 판단
□□□이 피고의 공인인증서를 이용하여 피고 명의로 인터넷 대출신청서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제출하고, 피고의 건강보험자격 득실확인서, 건강보험료 납부확인서, 운전면허증 사본, 주민등록등본, 대구은행 계좌 입출금 거래내역 등 대출자격과 본인확인을 위한 서류도 제출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여기에 앞서 본 증거들과 이 법원 증인 ▣▣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는 □□□에게 피고를 대리하여 공인인증서를 사용하여 거래를 할 수 있는 기본대리권을 수여하였고, 원고는 □□□이 피고 자신으로서 피고 본인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믿었던 것으로 인정되며, 앞서 본 전자거래기본법과 전자서명법의 관련 규정과 그 취지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공인인증서로 본인인증을 한 피고 명의의 대출신청서를 신뢰하고, 그에 더하여 추가 제출서류와 전화통화를 통해 본인확인과 재직확인까지 마친 이상, 원고가 그와 같이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1) 피고는 이 사건 대출계약 체결 전 근로소득 연말정산 처리 업무를 □□□에게 위임하면서 피고의 공인인증서를 건네주어 사용하게 하였다. 공인인증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공인인증서 사용자암호를 입력해야 하는바, 피고는 □□□에게 공인인증서 사용자암호 또한 알려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피고가 □□□으로부터 피고 명의의 공인인증서를 반환받으려 하였다거나 이를 회수하였다는 자료는 제출된 바 없다.
2) 원고가 피고 혹은 □□□으로부터 제출받은 대출신청서류 중에는 피고의 급여 지급내역을 확인하기 위한 피고 명의 대구은행 계좌 입출금 거래내역서가 있다. 위 거래내역서는 계좌개설 은행이 제공하는 ARS 서비스를 사용하여 원고에게 FAX로 전송된 것인데, 해당 계좌의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알고 있어야 위와 같은 방식으로 거래 내역을 전송할 수 있다.
3) 원고는 피고 명의의 휴대전화로 전화하여 본인확인을 하고, 2015. 2. 16.에는 피고가 근무하는 어린이집의 유선전화로 전화하여 재직확인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 고는 위 본인확인에 사용된 휴대전화는 □□□이 피고의 허락 없이 피고의 명의로 개통한 것으로 피고가 사용하는 전화가 아니고, 2015. 2. 16.의 재직확인 당시 원고 직원의 확인전화를 받은 것은 피고가 아니라 피고가 근무하는 어린이집에 방문한 □□□이 었다고 주장하나, 피고의 위 주장을 선뜻 믿기도 어려울뿐더러, 설령 위 주장이 사실이 라고 하더라도, 원고가 위와 같은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4) 원고는 이 사건 대출계약에 따른 대출금을 피고 명의의 대구은행 계좌로 지급 하였다.
다. 소결
따라서 피고는 □□□이 원고와 체결한 이 사건 대출계약에 대하여 책임이 있으므로, 원고에게 이 사건 대출계약에 따라 대출 원리금 잔액 6,064,431원과 그 중 원금 4,520,128원에 대하여 최종 이자계산일 이후인 2016. 9. 8.부터 다 갚는 날까지 약정이율 이하로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주위적 청구인 표현대리 책임을 인정하는 이상, 예비적 청구인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여부는 판단하지 아니한다).
4. 결론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여야 한다. 이 법원에서 원고가 주위적 청구를 추가하고 제1심에서 기각된 청구를 예비적 청구로 변경하였으므로, 제1심 판결을 변경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