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수익자를 ‘법정상속인’으로 지정했다면 상속인들은 전체 보험금 가운데 자신의 상속분에 해당하는 금액만 청구할 수 있다
요지
피보험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수익자를 '법정상속인'이라고만 썼다면, 상속인들은 전체 보험금 가운데 자신의 상속분에 해당하는 금액만 청구할 수 있다.
사실관계
정모씨의 부인 황모씨는 2013년 12월 경남 사천시에 있는 한 하천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수사기관은 황씨가 다슬기를 잡다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정신을 잃어 익사한 것으로 추정해 부검없이 단순 사고사로 종결했다.
황씨는 생전에 KB손해보험에 일반상해로 사망할 경우 5000만원을 받는 보험에 가입했었다. 남편 정씨는 보험금 5000만원을 달라고 보험사에 요구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부검을 하지 않아 사망 원인을 알 수 없는 만큼 황씨가 우연한 외래사고로 사망했다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으므로 보험금을 줄 수 없다면서 채무부존재소송을 냈고 이에 반발한 정씨도 보험금 청구소송(반소)제기했다.
1,2심은 KB손해보험은 정씨에게 보험금 5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정씨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내용
대법원 민사3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상해의 결과로 피보험자가 사망한 때에 사망보험금이 지급되는 상해보험에서 보험계약자가 보험수익자를 단지 피보험자의 '법정상속인'이라고만 지정한 경우, 그 같은 지정에는 장차 상속인이 취득할 보험금청구권의 비율을 상속분에 의하도록 하는 취지가 포함돼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 보험수익자인 상속인이 여러 명인 경우, 각 상속인은 자신의 상속분에 상응하는 범위 내에서 보험자에 대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이어 보험사는 1심 재판중에 '상속인으로 남편외에 자녀들이 있으므로 피고로 추가해달라'는 피고 추가신청을 냈으나, '피고는 그 상속분 범위 내에서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명시적으로 하지 않은 채 단지 망인의 사망이유에 대해서만 주장했고, 법원은 피고 추가신청에 대해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은 채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보험계약자인 황씨가 보험수익자를 법정상속인으로 지정한 이상 그 지정에는 사망 당시 상속인이 취득할 보험금청구권의 비율을 그 상속분에 의하도록 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므로 황씨의 상속인으로 남편 정씨 외에 자녀들이 더 있다면 정씨는 공동상속인 중 1인으로서 상속분에 상응하는 범위 내에서만 보험자인 원고에 대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면서 보험사가 법원에 피고 추가신청과 함께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하면서도 정씨가 상속분 범위 내에서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주장을 명시적으로 하지 않은 것은 부주의 또는 오해로 명백히 법률상의 사항을 간과한 것이므로, 법원으로서는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해 의견진술 기회를 줬어야 했다고 KB손해보험이 정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대법원 2015다236820)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황씨가 생전에 보험에 가입하면서 보험수익자를 단순히 '법정상속인'이라고만 지정한 사실에 주목했다. 정씨 부부에게는 자녀 2명이 있었는데, 남편 정씨와 함께 공동상속인인 자녀들의 몫을 따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5다236820 판결 채무부존재확인
【사건】 2015다236820(본소) 채무부존재확인, 2015다236837(반소)보험금
【원고(반소피고), 상고인】주식회사 AAA손해보험 (변경 전 상호 : BBBB손해보험 주식회사), 대표이사 양○○,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인우(담당변호사 이상석, 최윤선, 한재환)
【원심판결】 창원지방법원 2015. 8. 27. 선고 2015나30354(본소), 2015나30361(반소) 판결
【판결선고】 2017. 12. 22.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해의 결과로 피보험자가 사망한 때에 사망보험금이 지급되는 상해보험에서 보험계약자가 보험수익자를 단지 피보험자의 ‘법정상속인’이라고만 지정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와 같은 지정에는 장차 상속인이 취득할 보험금청구권의 비율을 상속분에 의하도록 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보험수익자인 상속인이 여러 명인 경우, 각 상속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신의 상속분에 상응하는 범위 내에서 보험자에 대하여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한편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4항은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당사자가 부주의 또는 오해로 인하여 명백히 간과한 법률상의 사항이 있거나 당사자의 주장이 법률상의 관점에서 보아 모순이나 불명료한 점이 있는 경우 법원은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당사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하고, 만일 이를 게을리 한 경우에는 석명 또는 지적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것으로서 위법하다(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1다35463 판결 등 참조).
2.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보험회사인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 한다)는 황DD과 사이에 피보험자를 황DD, 보험수익자는 피보험자 사망 시 법정상속인, 그 외에는 황DD으로 하여 판시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중 일반상해사망후유장해의 보장 내용은 황DD이 일반상해로 사망할 경우 보험수익자에게 보험가입금액(5,000만 원)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2) 황DD은 2013. 12. 26.경 개울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는데, 원고는 황DD이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입은 상해의 직접결과로써 사망’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그 배우자인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 한다)를 상대로 보험금지급채무의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본소를 제기하였고, 이에 피고는 보험금 지급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였다.
3) 제1심법원은 황DD의 사망이 보험약관에서 정한 일반상해사망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만 심리한 후 원고의 본소청구를 전부 기각하고 보험금 5,000만 원 전액의 지급을 구하는 피고의 반소를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원심은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이를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제1심 제1회 변론기일 전에 황DD의 상속인으로 피고 외에 자녀들인 남EE, 남FF이 있으므로 이 사건 본소의 피고로 추가하여 달라는 취지의 피고 추가신청을 하면서, 그 첨부서류로 남EE, 남FF이 황DD의 자녀로 기재된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하면서도, ‘피고는 그 상속분 범위 내에서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명시적으로 하지 않은 채 단지 망인의 사망이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한 상해의 직접결과로써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만 주장한 사실,
제1심법원은 위 피고 추가신청에 대해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은 채 원고 패소판결을 선고하였고, 원고는 원심 변론종결 후에야 ‘피고의 보험금청구권은 상속분 범위 내로 제한되어야 하는데 원고가 이를 간과하여 변론에서 다투지 못하였으므로 그 주장을 추가하고자 한다.’는 취지를 기재한 변론재개신청서를 제출하였으나, 원심은 변론을 재개함이 없이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한 사실을 알 수 있다.
2) 위와 같은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보험계약자인 황DD이 피보험자인 자신의 사망에 따른 보험수익자를 법정상속인으로 지정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지정에는 황DD의 사망 당시 상속인이 취득할 보험금청구권의 비율을 그 상속분에 의하도록 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고, 따라서 황DD의 상속인으로 피고 외에 남EE와 남FF이 더 있다면 피고는 공동상속인 중 1인으로서 그 상속분에 상응하는 범위 내에서만 보험자인 원고에 대하여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또한 원고가 제1심법원에 피고 추가신청을 하면서 망인의 상속인으로 배우자인 피고 외에 자녀로 남EE, 남FF이 있음을 알 수 있는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하면서도 피고는 그 상속분의 범위 내에서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주장을 명시적으로 하지 않은 채 망인의 사망이 일반상해사망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만을 한 것은 부주의 또는 오해로 명백히 법률상의 사항을 간과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법원으로서는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당사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고, 그에 따라 피고의 상속분에 관하여 나아가 심리해 보았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에 이르지 아니한 것은 법원의 석명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을 범한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