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자녀를 피보험자로 하는 사망보험에 가입면서 자녀의 서명을 어머니가 대신했다면 보험계약은 무효다.
상법 제731조 1항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는 보험계약 체결시에 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
제732조 15세 미만자 등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로 한다.
사실관계
A양은 2015년 12월 고등학교 체육 시간에 150m 달리기와 짐볼(Jimball) 주고받기, 피구 등을 한 뒤 앉아서 다른 친구들의 경기를 보다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사망했다.
A양의 어머니 B씨는 2010년 3월 당시 11세이던 A양을 피보험자로 메리츠화재의 '무배당닥터키즈' 보험계약에 가입한 상태였다. 이에 B씨는 딸이 사고로 상해를 입고 사망했다며 보험금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메리츠화재는 이 보험계약은 상법 제731조 1항 또는 제732조에 따라 무효일뿐만 아니라, A양의 사망원인도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가 아닌 내적 원인에 따른 것이어서 일반상해 사망 보험금 지급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판결내용
서울중앙지법 민사1부(재판장 이태수 부장판사)는 B씨가 보험계약서의 피보험자란에 미성년자인 딸 대신 서명한 사실이 인정된다. 보험계약 중 일반상해 사망 담보 부분은 A양의 서면동의를 받지 못해 무효다. B씨는 딸이 사망에 이를 만한 질병이 없었고 기초체력이 약한 A양에게 체육활동이 육체적으로 무리를 줬다는 근거 외에 체육활동과 딸의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메리츠화재 측은 일반상해 사망 담보가 무효가 되는 이상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받은 보험료 10여만원(1550원씩 69개월치)을 B씨에게 돌려주라.
한편 재판부는 이 보험계약은 만 15세 이상의 피보험자가 사망했을 경우 사망보험금을 지급하고 만 15세 미만의 피보험자가 사망했을 때에는 책임준비금과 납입보험료 중 큰 금액을 지급한 후 계약은 소멸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이를 상법 제732조에 규정된 15세 미만자 등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이며, A(사망 당시 16세)양의 어머니 B씨가 메리츠화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2017나61975)에서 1심과 같이 원고패소 판결했다.
1심도 상법 제732조는 15세 미만자 등의 법정대리인이 이들을 대리해 동의할 수 있는 것으로 하면 보험금의 취득을 위해 이들이 희생될 위험이 있으므로 사망보험의 악용에 따른 도덕적 위험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둔 효력규정이라며 15세 미만자 등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피보험자의 동의가 있었는지 또는 보험수익자가 누구인지와 관계없이 무효가 된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나. 원고는 2010. 3. 26. 피고와 사이에, 피보험자 정**, 사망보험금수익자 법정상속인, 사망외보험금수익자 피보험자 본인, 보험기간 2010. 3. 26.부터 2029. 3. 26.까지, 일반상해사망의 경우 보험금 5,000만 원을 지급하는 담보내용이 포함된 ‘무배당닥터키즈보험1004’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하고, 그 중 일반상해 사망시 5,000만 원을 지급하는 담보를 ‘일반상해사망담보’라 한다). 이 사건 보험계약 중 이 사건 관련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특이사항
만 15세 미만인 피보험자가 약관에서 정한 사고로 사망하는 경우 책임준비금과 납입보험료 중 큰 금액 지급 후 계약은 소멸됩니다.
□ 무배당닥터키즈보험 1004 보통약관
제15조 (보험금의 종류 및 지급사유)
회사는 피보험자(보험대상자)에게 다음 사항 중 어느 한 가지의 경우에 해당되는 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보험수익자(보험금을 받는 자)에게 아래와 같이 약정한 보험금을 지급합니다.
① 만 15세 이상의 피보험자(보험대상자)가 보험기간 중에 상해(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입은 상해를 말하여 이하 “상해”라 합니다)를 입고 그 직접결과로써 사망한 경우(질병으로 인한 사망은 제외합니다)에는 보험수익자(보험금을 받는 자)에게 보험가입금액 전액을 사망보험금으로 지급합니다.
다. 한편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는 일반상해사망담보에 관한 보험료를 일반상해후유 장해담보와 합하여 1,550원으로 정하고 있다.
라. 정**는 **고등학교 조리과 1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5. 12. 2. 10:54경 **고등학교 특수반 체육활동 수업시간에 준비운동, 스트레칭, 총 150m의 직선 달리기, 짐볼(Jim Ball) 주고받기 및 굴리기, 피구 등을 한 후 앉아서 참관을 하던 중 갑자기 쓰러졌고(이하 정**가 위와 같이 쓰러진 사고를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같은 날 119 구급대에 의하여 심폐소생술을 받으면서 병원으로 후송되던 도중 11:28경 사망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5, 6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판단
가. 당사자들 주장의 요지
1) 원고
가) 주위적으로, 정**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상해를 입고 그로 인하여 사망하였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수익자인 원고에게 일반상해사망보험금 5,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등을 지급하여야 한다.
나) 예비적으로, 이 사건 보험계약 중 일반상해사망담보 부분이 무효라고 할 경우 피고는 원고가 납부한 보험료 106,950원(= 1,550원 × 69개월)을 반환하여야 한다.
2) 피고
이 사건 보험계약은 상법 제731조 제1항 또는 제732조에 따라 무효이고, 정**는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가 아닌 내적 원인으로 사망한 것이므로 일반상해사망 보험금 지급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
나.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1) 상법 저1731조 제1항은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는 보험계약 체결 시에 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규정은 강행법규로서 이에 위반하여 체결된 보험계약은 무효이다(대법원 1996. 11. 12. 선고 96다37084 판결 등 참조).
을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피보험자인 정**는 미성년자였던 사실, 정**의 어머니인 원고가 계약서의 피보험자란에 서명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 이러한 인정사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보험계약 중 일반상해사망담보 부분은 정**의 서면동의를 받지 못하여 무효라 할 것이다.
2) 원고는 정**가 미성년자여서 법정대리인인 원고가 서명하였으므로 일반상해사망 담보 부분은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설령 친권자인 법정대리인이 미성년자의 동의권을 대리하여 행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일반상해사망담보 부분에 대한 정**의 서면동의는 친권자인 원고와 미성년자인 정** 사이에 이해가 상반되는 때에 해당하여 민법 제921조 제1항에 따라 특별 대리인이 선임되어야 할 것인데, 원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특별대리인을 선임하여 정**로부터 일반상해사망담보 부분에 관하여 서명동의할 권한을 구체적·개별적으로 수여받았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서의 자필서명란에 “계약자(피보험자)가 20세 미만의 미성년자인 경우 친권자의 성명과 서명을 받으십시오.”라고 기재되어 있고, 계약서가 피고 소속 보험설계사의 주도로 작성되었으므로, 피고가 상법 제731조 제1항 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또는 금반언의 원칙에 반한 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그러나 상법 제731조 제1항의 입법취지에는 도박보험의 위험성과 피보험자 살해의 위험성 외에도 피해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 타인의 사망을 이른바 사행계약상의 조건으로 삼는 데서 오는 공서양속의 침해 위험성을 배제하려는 취지도 들어 있다고 해석되므로, 이 조항을 위반하여 피보험자의 서면동의 없이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한 자 스스로가 무효를 주장함이 신의성실의 원칙 또는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는 권리 행사라는 이유로 이를 배척한다면, 위 입법 취지를 완전히 몰각시키는 결과가 초래되므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주장이 신의성실 또는 금반언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4다56677 판결 등 참조).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4) 따라서 일반상해사망담보 부분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다(상법 제732조는 15세 미만자 등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보험계약은 만 15세 이상의 피보험자가 사망하였을 경우 사망보험금을 지급하고, 만 15세 미만의 피보험자가 사망하였을 경우 책임준비금과 납입보험료 중 큰 금액 지급 후 계약은 소멸되므로, 이를 상법 제732조에 규정된 15세 미만자 등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이라고 볼 수 없다).
5) 부가적으로, 정**가 일반상해사망으로 인한 보험금의 지급요건으로 규정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입은 상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사망한 경우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본다.
보험약관에서 정한 보험사고의 요건인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 중, ‘외래의 사고’라는 것은 상해 또는 사망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적 결함 즉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모든 것을 의미하고, 이러한 사고의 외래성 및 상해 또는 사망이라는 결과와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보험금 청구자에게 그 증명책임이 있다(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12241, 12258 판결 등 참조).
민사 분쟁에서의 인과관계는 의학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사회적·법적 인과관계이므로, 그 인과관계가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보험약관에 정한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인하여 사망하였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나, 문제된 사고와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12241, 12258 판결 참조).
갑 제5, 11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정**는 2015년도 1학기 교육활동 평가에서 기초체력이 약하여 지구력이나 순간적인 근력, 강도 속도를 요하는 운동참여가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 사실, 정**가 체육활동 수업시간에 준비운동, 스트레칭, 총 150m의 직선 달리기, 짐볼 주고받기 및 굴리기, 피구 등을 한 후 사망한 사실, 정**가 ‘학교안전 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안전법’이라 한다) 제39조 등에서 정한 학교 안전사고로 사망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충청남도 학교안전공제회는 원고에게 유족급여 등으로 합계 341,751,624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6가합571)이 확정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갑 제5, 7, 9, 10, 13호증, 을 제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정**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감정서에는 정**의 사망원인이 해부학적으로 불명이나 손상이나 중독, 질식과 같은 외적인 사망의 가능성은 배제할 수 있으며, 해부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어떠한 내적 원인에 의한 사망의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되지 않는다고 기재되어 있는 점,
② 원고는 체육활동 수업시간의 무리한 운동이 기초체력이 약한 정**에게 육체적으로 무리를 주어 사망에 이르렀으므로 상해로 인한 사망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학교안전사고 발생 신고서(갑 제10호증)에는 정**가 평소 체육활동에 정상적으로 참여하였고 사고 당일에도 학생의 체력을 고려하여 교육활동에 참여시켰다고 기재되어 있으며, 보건일지 및 상담기록(갑 제7호증)에 사고 발생 약 1개월 전인 2015. 10. 26. 정**에게 체육활동이나 야외활동 등에서 일반학생을 무리하게 따라하지 않도록 안내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는데 실제로 사고 당일에도 일부 체육활동 참여 후 앉아서 참관하였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정**가 사고 당일 체력에 상당한 부담이 갈 정도로 체육활동에 참여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
③ 정**의 기초체력이 약하다는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체육활동 중도 아닌 일부 체육활동 후 앉아서 참관 중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데, 부검감정서에도 해부학적으로 사망원인은 불명이고, 내적 원인에 의한 사망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기재된 상황에서, 원고로서는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지는 못하더라도 체육 활동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은 증명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인데, 원고는 정**가 사망에 이를 만한 질병이 없었고, 체육활동이 기초체력이 약한 정**에게 육체적으로 무리를 주었다는 근거를 드는 외에 체육활동과 정**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는 점,
④ 관련 사건에서 학교안전법에 정한 ‘학교안전사고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확정되었다 하여 곧바로 이 사건에서 다투어지는 일반상해사망보험금의 지급요건 또한 충족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사실이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정**가 일반상해사망담보의 지급요건인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상해를 입어 사망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가 일반상해사망담보 및 일반상해후유장해 담보에 대한 보험료를 합하여 2015. 12.경까지 합계 106,950원( = 1,550원 × 69개월)의 보험료를 납부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거나, 당사자 사이에 특별한 다툼이 없다. 한편 위 1,550원의 보험료 중 일반상해후유장해담보에 대한 보험료를 구분할 증거가 없고, 원고가 일반상해사망담보가 무효임을 알았을 경우 이를 제외한 일반상해후유장해담보만을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하였을 것이라고 인정할 증거도 없으므로, 일반상해사망담보가 상법 제731조 제1항에 따라 무효가 되는 이상 이 사건 보험계약 중 적어도 보험료가 합쳐진 일반상해사망담보 및 일반상해후유장해담보 부분은 전부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는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받은 위 보험료 상당액 106,95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 다음날인 2017. 11. 17.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고, 이 법원에서 추가된 예비적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한다.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기각한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이에 대한 원고의 항소는 기각하고, 이 법원에서 추가한 예비적 청구에 따라 위 돈의 지급을 명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