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에서 진로변경을 시도하다 연쇄추돌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게 교통사고처리특례법 등의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
사실관계
의사인 정모씨는 2013년 5월 7일 오전 7시께 자신의 BMW차량을 몰고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강남 세브란스병원 사거리를 지나면서 교차로에서 차선을 변경하다가 오른쪽에서 주행하던 김모씨의 마티즈 차량을 들이받았다.
마티즈 차량은 사고 충격으로 밀려 오른쪽에서 달려오던 또 다른 김모씨의 산타페 차량해 연속해 부딪쳤고, 이 사고로 김씨의 산타페는 횡단보도에 서 있던 조모씨를 들이받았다. 조씨는 뇌기능이 손상되는 등 크게 다쳤다. 검찰은 세 사람을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산타페 운전자인 김씨에게만 형사책임을 물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김씨의 형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씨에게도 유죄를 인정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이후 김씨는 상고를 포기했고 정씨만 대법원에 상고했다.
판결내용
대법원 형사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도로교통법 제22조 3항 1호와 제25조가 교차로에서의 앞지르기 금지와 통행방법을 규정하고 있지만, 교차로에서 진로변경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고 교차로 진입 직전에 있었던 차로변경을 금지하는 백색실선이 교차로 안까지 이어진다고 볼 수도 없다. 정씨가 교차로에서 진로변경을 시도하다 사고를 일으켰다고 해도 이를 도로교통법상 교차로 앞지르기 금지 등으로 처벌할 수 없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2항이 차의 교통으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상죄는 원칙적으로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정하고 그 예외 사유로 도로 안전표지를 위반해 운전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지만 문제의 교차로에 진로변경을 금지하는 안전표지가 따로 있었던 것도 아니다. 정씨가 피해자 조씨와 따로 합의한 이상 정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과실치상으로도 처벌할 수 없다고 정씨(변호인 법무법인 세종 윤@수 변호사)의 상고심(대법원 2015도3107)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죄형법정주의원칙상 교차로에서 진로변경을 시도하다 사고를 냈다고 법 규정에 없는 형사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며 "대법관들이 합의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많은 고민을 했지만 형사처벌까지 가는 것은 타당치 않다는 결론을 낸 것"이라고 설명
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5도3107 판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공2015하,1913]
【판시사항】
교차로 진입 직전에 백색실선이 설치되어 있으나 교차로에서의 진로변경을 금지하는 내용의 안전표지가 개별적으로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경우, 자동차 운전자가 교차로에서 진로변경을 시도하다가 야기한 교통사고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1호에서 정한 ‘도로교통법 제5조에 따른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가 표시하는 지시를 위반하여 운전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1호, 구 도로교통법(2013. 5. 22. 법률 제1178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 제4항, 제22조 제3항 제1호, 제25조,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8조 제1항 제5호, 제2항 [별표 6]을 종합하여 볼 때, 교차로 진입 직전에 설치된 백색실선을 교차로에서의 진로변경을 금지하는 내용의 안전표지와 동일하게 볼 수 없으므로, 교차로에서의 진로변경을 금지하는 내용의 안전표지가 개별적으로 설치되어 있지 않다면 자동차 운전자가 교차로에서 진로변경을 시도하다가 교통사고를 야기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1호에서 정한 ‘도로교통법 제5조에 따른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가 표시하는 지시를 위반하여 운전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교차로 내에 차로가 표시되어 있지 않으나, 피고인 진행차로의 교차로 직전에는 횡단보도가, 위 횡단보도 직전에는 차의 진로변경을 제한하는 백색실선 및 직진표지가 각 표시되어 있으므로, 위 백색실선 및 직진표지는 백색실선이 표시되어 있는 구간뿐만 아니라 그 다음에 위치하고 있는 횡단보도 및 교차로 내에서도 진로변경을 금지하고 직진할 것을 지시하는 의미의 안전표지라 할 것이므로, 피고인이 교차로 내에서 진로를 변경한 행위는 교차로 내에 실제로 백색실선이 표시되어 있지 않았더라도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1호가 규정한 ‘도로교통법 제5조에 따른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가 표시하는 지시를 위반하여 운전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은, 차의 교통으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상죄는 원칙으로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고, 다만 그 단서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취지를 규정하면서 그 예외 사유로서 제1호로 ‘도로교통법 제5조의 규정에 의한 신호기 또는 교통정리를 위한 경찰공무원 등의 신호나 통행의 금지 또는 일시정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가 표시하는 지시에 위반하여 운전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도로교통법(2013. 5. 22. 법률 제1178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4조 제4항은 “차마의 운전자는 안전표지가 설치되어 특별히 진로변경이 금지된 곳에서는 차마의 진로를 변경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8조 제1항 제5호는 위 안전표지 중의 하나로 ‘노면표시: 도로교통의 안전을 위하여 각종 주의·규제·지시 등의 내용을 노면에 기호·문자 또는 선으로 도로사용자에게 알리는 표지’를 규정하고 있으며, [별표 6]으로 노면표시 중의 하나로 ‘506, 진로변경제한선표시, 도로교통법 제14조 제4항에 따라 통행하고 있는 차의 진로변경을 제한하는 것, 교차로 또는 횡단보도 등 차의 진로변경을 금지하는 도로구간에 백색실선을 설치’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도로교통법은 교차로에서의 앞지르기 금지(제22조 제3항 제1호)와 교차로에서의 통행방법(제25조)을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교차로에서의 진로변경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와 같은 관계 법령의 각 규정을 종합하여 볼 때, 교차로 진입 직전에 설치된 백색실선을 교차로에서의 진로변경을 금지하는 내용의 안전표지와 동일하게 볼 수 없으므로, 교차로에서의 진로변경을 금지하는 내용의 안전표지가 개별적으로 설치되어 있지 않다면 자동차 운전자가 그 교차로에서 진로변경을 시도하다가 교통사고를 야기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1호가 정한 ‘도로교통법 제5조에 따른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가 표시하는 지시를 위반하여 운전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BMW 승용차를 운전하여 진로변경을 금지하는 내용의 안전표지가 설치되지 아니한 이 사건 교차로 내에서 진로변경을 시도하다가 그 진행방향 우측에서 진행하던 마티즈 차량을 충격하였고, 계속하여 마티즈 차량이 그 진행방향 우측에서 진행하던 산타페 차량을 충격하여 이러한 연쇄충돌로 인해 산타페 차량이 보도를 침범하여 때마침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서 있던 피해자에게 판시와 같은 상해를 입힌 사실을 알 수 있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교차로 내에서 진로변경을 시도하다가 야기한 이 사건 교통사고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1호의 안전표지가 표시하는 지시위반 사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1호의 안전표지가 표시하는 지시위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김용덕 박보영(주심) 김신
【참고조문】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처벌의 특례)②차의 교통으로 제1항의 죄 중 업무상과실치상죄(업무상과실치상죄) 또는 중과실치상죄(중과실치상죄)와 「도로교통법」 제151조의 죄를 범한 운전자에 대하여는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다만, 차의 운전자가 제1항의 죄 중 업무상과실치상죄 또는 중과실치상죄를 범하고도 피해자를 구호(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제1항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도주하거나 피해자를 사고 장소로부터 옮겨 유기(유기)하고 도주한 경우, 같은 죄를 범하고 「도로교통법」 제44조제2항을 위반하여 음주측정 요구에 따르지 아니한 경우(운전자가 채혈 측정을 요청하거나 동의한 경우는 제외한다)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 인하여 같은 죄를 범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16.1.27, 2016.12.2>
1. 「도로교통법」 제5조에 따른 신호기가 표시하는 신호 또는 교통정리를 하는 경찰공무원등의 신호를 위반하거나 통행금지 또는 일시정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가 표시하는 지시를 위반하여 운전한 경우
구 도로교통법(2013. 5. 22. 법률 제1178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신호 또는 지시에 따를 의무)
① 도로를 통행하는 보행자와 차마의 운전자는 교통안전시설이 표시하는 신호 또는 지시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이 하는 신호 또는 지시를 따라야 한다.
1. 교통정리를 하는 국가경찰공무원(전투경찰순경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 및 제주특별자치도의 자치경찰공무원(이하 "자치경찰공무원"이라 한다)
2. 국가경찰공무원 및 자치경찰공무원(이하 "경찰공무원"이라 한다)을 보조하는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이하 "경찰보조자"라 한다)
② 도로를 통행하는 보행자와 모든 차마의 운전자는 제1항에 따른 교통안전시설이 표시하는 신호 또는 지시와 교통정리를 하는 국가경찰공무원·자치경찰공무원 또는 경찰보조자(이하 "경찰공무원등"이라 한다)의 신호 또는 지시가 서로 다른 경우에는 경찰공무원등의 신호 또는 지시에 따라야 한다.[전문개정 2011.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