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장교가 비상근무와 당직 등으로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졸음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로 숨졌더라도 국가유공자로 볼 수는 없다.
사실관계
경기도 연천군 육군 모 부대 소속 작전상황장교였던 박 중위는 2012년 6월 부대 내 비상상황 발생으로 닷새간 2교대 비상근무를 했다. 비상상황이 종료된 이후에도 박 중위는 같은 달 당직근무로 밤을 지새우고 다음날 오후 1시가 다 되어서야 퇴근했다. 늦은 퇴근으로 숙소에서 잠시 눈을 붙인 박 중위는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승용차를 몰고 부대 밖으로 나갔다가 복귀하는 과정에서 졸음운전 사고로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숨졌다.
박 중위의 유족들은 '부대 내 비상근무 등으로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공무와 무관치 않은 일을 마치고 복귀 중 발생한 사고인 만큼 국가유공자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보훈 당국은 공무수행과 무관한 사적인 용무로 출타 후 복귀하다 졸음운전으로 중앙선을 침범해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에 본인의 과실이 크다며 거부했다.
1,2심은 부대 내 비상근무에 이은 당직 근무로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한 점이 인정된다며 비록 중앙선을 침범하긴 했으나 피로 누적으로 인한 졸음운전인 만큼 본인의 중대한 과실이라고 볼 수 없다며 부대 내 식당을 이용할 수 없어 부대 밖으로 나간 점, 함께 저녁 식사한 전 근무지 동료를 소속 부대까지 데려다 준 점 등을 볼 때 사적인 용무라고 보기 어려운데다 육군참모총장도 여러 사정을 고려해 박 중위를 순직 처리한 점 등을 종합할 때 이 사고는 직무수행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면서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내용
대법원 민사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사망한 박 중위는 사고 발생 이틀 전에 이미 비상근무를 종료하고 다시 일반적인 직무수행을 하고 있던 중이었고, 사고도 저녁식사를 하고 부대로 복귀하던 시점에서 발생했다.
비상근무 등으로 극심한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졸음운전으로 발생한 이 사고와 박 중위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는 있겠지만, 이미 이틀 전에 종료된 비상근무가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의 직접적인 주된 원인이 됐다고 보기는 어려워 국가유공자법 제4조 1항 5호에서 정한 순직군경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국가유공자 비해당결정처분 취소와 보훈보상대상자 비해당결정처분 취소는 동시에 인정될 수 없는 양립 불가능한 관계에 있고, 두 처분의 취소 청구는 국가유공자 비해당결정처분 취소 청구를 주위적 청구로 하는 주위적·예비적 관계에 있다.
원심은 예비적 청구인 보훈보상대상자 비해당결정처분 취소 청구 부분까지 심리판단해 그 청구를 기각했는데, 이는 심판 범위를 벗어난 잘못이 있다고 박 중위가 보훈보상대상자로 인정될 여지는 남겨두고, 교통사고로 숨진 박모(당시 27세) 중위의 유족이 춘천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거부처분 취소소송(대법원 2015두56397)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017. 5. 31. 선고 2015두56397 판결 국가유공자유족등록거부처분및보훈보상대상자유족등록거부처분취소
【판시사항】
[1]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5호에서 정한 ‘순직군경’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군인 등의 사망이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을 직접적인 주된 원인으로 하는 것이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2] 육군 작전상황장교로 근무하던 갑이 5일간 비상근무를 하다가 비상상황이 종료된 후 당직근무를 마치고 저녁식사를 위해 부대 밖으로 외출하여 저녁식사를 하고 부대로 복귀하던 중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안에서, 이미 이틀 전 종료된 비상근무가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의 직접적인 주된 원인이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갑이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조 [별표 1] 제2-1호에서 정한 국가의 수호 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고나 재해로 사망한 사람으로서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5호에서 정한 순직군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3] 국가유공자 비해당결정처분 취소와 보훈보상대상자 비해당결정처분의 취소는 동시에 인정될 수 없는 양립불가능한 관계에 있는지 여부(적극) 및 두 처분의 취소 청구가 국가유공자 비해당결정처분 취소청구를 주위적 청구로 하는 주위적·예비적 관계에 있는지 여부(적극) / 주위적·예비적 병합 관계에 있는 경우 주위적 청구를 먼저 심리판단한 후 이유 없어 배척되는 때에 예비적 청구를 심리판단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참조조문】
[1]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5호 / [2]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5호,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조 [별표 1] 제2-1호 / [3]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 제6조,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4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16. 7. 27. 선고 2015두46994 판결(공2016하, 1263) / [3] 대법원 1986. 9. 9. 선고 86누2 판결(공1986, 1318), 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5두38313 판결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자우 담당변호사 최재경 외 4인)
【피고, 상고인】
강원서부보훈지청장(변경 전: 춘천보훈지청장)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5. 10. 19. 선고 (춘천)2015누25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국가유공자 비해당결정처분 취소청구 부분에 대하여
가.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유공자법’이라고 한다) 제4조 제1항 제5호에서 정한 ‘순직군경’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과 군인 등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사망이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을 직접적인 주된 원인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16. 7. 27. 선고 2015두46994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증거에 의하여, ① 원고의 아들인 망인이 육군 소위로 임관하여 복무 중 2012. 4. 5.부터 2012. 6. 29.까지 육군 제○보병사단 사단사령부 작전참모처로 파견되어 작전상황장교로 근무한 사실,
② 2012. 6. 11.경 육군 제○보병사단 인근의 비무장지대에서 비상상황이 발생하여 위기조치반이 소집되었고, 망인은 2012. 6. 11.부터 2012. 6. 15.까지 5일간 2교대 비상근무를 하면서 철야 대기를 한 사실,
③ 망인은 비상상황이 종료된 후에도 2012. 6. 17. 당직근무를 한 사실,
④ 망인이 2012. 6. 18. 13:00경 당직근무를 마친 뒤 근무자에게 다음 날 아침상황보고 준비를 위해 저녁에 다시 오겠다고 말하고 지휘통제실을 떠난 사실,
⑤ 이후 망인은 부대 내 숙소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 20:00경 저녁식사를 위해 자동차를 운전하여 부대 밖으로 외출한 사실,
⑥ 망인이 22:20경 식사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던 중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로 23:25경 사망한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원심은 이러한 사실관계를 전제로 하여, ① 망인이 당직근무로 밤을 새고 일어난 시각은 부대 내 식당이 문을 닫은 20:00경이어서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부대 밖으로 외출한 점,
② 사단사령부의 위치상 외부 식당에 가기 위해서는 자동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점,
③ 이 사건 사고가 비록 졸음운전으로 인한 것이기는 하나 그 졸음운전의 원인은 비상근무에서 당직근무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철야 근무로 망인이 제대로 수면을 취하지 못한 탓에 극심한 피로가 누적되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국가 수호·안전보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 주된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고로 인하여 망인이 사망하였다고 보아, 피고의 국가유공자 비해당결정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비무장지대의 비상상황이 발생할 당시 망인이 수행한 비상근무가 국가유공자법 제4조 제1항 제5호에서 정한 ‘국가의 수호·안전보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에 해당하고, 또한 그 과정에서 계속된 철야 근무로 망인에게 극심한 피로가 누적된 사정은 인정된다.
2) 그러나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발생 이틀 전에 이미 비상근무를 종료하고 다시 일반적인 직무수행을 하고 있던 중이었고, 이 사건 사고도 저녁식사를 하고 부대로 복귀하던 시점에서 발생하였다.
3) 그렇다면 비상근무 등으로 극심한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졸음운전으로 발생한 이 사건 사고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는 있겠으나, 이미 이틀 전에 종료된 비상근무가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의 직접적인 주된 원인이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4) 따라서 망인이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조 [별표 1] 제2-1호에서 정한 국가의 수호 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고나 재해로 사망한 사람으로서 국가유공자법 제4조 제1항 제5호에서 정한 순직군경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망인이 순직군경으로서 국가유공자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국가유공자법 제4조 제1항 제5호에서 정한 순직군경의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보훈보상대상자 비해당결정처분 취소청구 부분에 대하여
직권으로 살피건대, 국가유공자법과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은 사망 또는 상이의 원인이 된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이 국가의 수호 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에 따라 국가유공자와 보훈보상대상자를 구분하고 있으므로, 국가유공자 비해당결정처분 취소와 보훈보상대상자 비해당결정처분 취소는 동시에 인정될 수 없는 양립 불가능한 관계에 있고, 두 처분의 취소 청구는 국가유공자 비해당결정처분 취소청구를 주위적 청구로 하는 주위적·예비적 관계에 있다(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5두38313 판결 참조).
이러한 주위적·예비적 관계에서는 우선 주위적 청구를 먼저 심리판단한 후에, 이것이 이유 없어 배척되는 때에 비로소 예비적 청구를 심리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86. 9. 9. 선고 86누2 판결 참조).
원심은 국가유공자 비해당결정처분 취소청구와 보훈보상대상자 비해당결정처분 취소청구를 단순병합 형태로 청구한 이 사건 소에 대하여, 위 두 청구가 주위적·예비적 병합 관계에 있다고 보고 먼저 주위적 청구인 국가유공자 비해당결정처분 취소청구 부분을 심리판단하여 그 청구를 전부 인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나아가 예비적 청구인 보훈보상대상자 비해당결정처분 취소청구 부분까지 심리판단하여 그 청구를 기각하였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예비적 청구에 대한 원심의 이러한 조치에는 심판범위를 벗어난 잘못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