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응급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면서 환자상태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면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처벌될 수 있다.
판결내용
대법원 형사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간호사들에게 진료보조행위에 해당하는 자궁의 수축상태 및 질출혈의 정도를 관찰하도록 위임하는 것 자체가 과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 피고인이 대량출혈의 위험성이 높다는 것을 예견했거나 이를 예견할 수 있었으므로 간호사가 위임받은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는지 평소보다 더 주의깊게 감독해 피해자의 출혈량이 많을 경우 신속히 수혈하거나 수혈이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시킬 의무가 있다.
따라서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 해 피해자의 대량출혈증상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고 전원을 지체해 피해자로 하여금 신속한 수혈 등의 조치를 받지 못하게 한 과실이 있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면서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피해자를 S병원으로 이송하면서 해당 병원 당직의사에게 '오후 3시경부터 출혈경향이 있고 저혈압이 있었다'는 취지 외에 피해자가 고혈압환자이고 수술 후 대량출혈이 있었던 사정을 설명하지 않아 S병원의 판단을 그르쳤다.
피고인에게는 환자를 옮기는 과정에서 S병원 의료진에게 피해자의 상태 및 응급조치의 긴급성에 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제왕절개수술 후 과다출혈 증세를 보이는 산모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사망하게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최모(56)씨에 대한 상고심( 대법원 2009도7070)에서 벌금 1,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2010.4.29. 선고 2009도7070 판결 업무상과실치사
【판시사항】
[1] 피고인이 제왕절개수술을 시행 중 태반조기박리를 발견하고도 피해자의 출혈 여부 관찰을 간호사에게 지시하였다가 수술 후 약 45분이 지나 대량출혈을 확인하고 전원(轉院) 조치하였으나 그 후 피해자가 사망한 사안에서, 피고인에게 대량출혈 증상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고, 전원을 지체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신속한 수혈 등의 조치를 받지 못하게 한 과실이 있다고 한 사례
[2] 응급환자를 전원(轉院)하는 의사가 전원받는 병원 의료진에게 제공할 설명의무의 범위
[3] 피고인이 전원(轉院)받는 병원 의료진에게 피해자가 고혈압환자이고 제왕절개수술 후 대량출혈이 있었던 사정을 설명하지 않은 사안에서, 피고인에게 전원과정에서 피해자의 상태 및 응급조치의 긴급성에 관하여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한 사례
[4] 피고인이 제왕절개수술 후 대량출혈이 있었던 피해자를 전원(轉院) 조치하였으나 전원받는 병원 의료진의 조치가 다소 미흡하여 도착 후 약 1시간 20분이 지나 수혈이 시작된 사안에서, 피고인의 전원지체 등의 과실로 신속한 수혈 등의 조치가 지연된 이상 피해자의 사망과 피고인의 과실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268조
[2] 형법 제268조
[3] 형법 제268조
[4] 형법 제17조, 제268조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이동필외 1인
【원심판결】
인천지법 2009. 7. 3. 선고 2008노2736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산모 관찰, 전원 무렵 산모의 상태에 대한 사실오인 주장에 관하여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결국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의 인정을 비난하는 것에 불과하여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2. 전원지체 과실에 관하여
가. 의료과오사건에 있어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려면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고 또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못한 점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하고, 위 과실의 유무를 판단함에는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일반적 보통인의 주의 정도를 표준으로 하여야 하며, 이때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과 의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9. 12. 10. 선고 99도3711 판결, 대법원 2008. 8. 11. 선고 2008도3090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간호사가 '진료의 보조'를 함에 있어서는 모든 행위 하나하나마다 항상 의사가 현장에 입회하여 일일이 지도·감독하여야 한다고 할 수는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의사가 진료의 보조행위 현장에 입회할 필요 없이 일반적인 지도·감독을 하는 것으로 족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할 것인데,
여기에 해당하는 보조행위인지 여부는 보조행위의 유형에 따라 일률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고 구체적인 경우에 있어서 그 행위의 객관적인 특성상 위험이 따르거나 부작용 혹은 후유증이 있을 수 있는지, 당시의 환자 상태가 어떠한지, 간호사의 자질과 숙련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의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1도3667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를 종합하면, 출산 후 대량출혈은 산모 사망의 주요 원인이고, 분만 후 1시간(태반분리 후 1시간)은 자궁수축 부진 등으로 인한 출혈위험이 높은 시간이므로 집중적으로 혈압, 맥박 등의 활력징후 및 자궁수축 정도, 질출혈의 정도를 관찰하여야 하며, 태반조기박리가 있는 산모의 경우 출산 후 대량출혈이 발생할 위험이 매우 높은 사실,
피고인은 기존에 임신성고혈압(2004. 9. 24.경 혈압이 160/100㎜Hg이었음)이 있던 피해자에 대하여 태아절박가사를 의심하여 2004. 10. 3. 13:50경 제왕절개수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경증의 태반조기박리를 발견하였고 14:30경 수술을 마친 다음 간호사들에게 ‘출혈이 있을지 모르니 잘 지켜보라’고 지시한 사실,
피고인은 수술을 마치고 약 45분이 지난 15:15경 수술실로 돌아와 피해자를 관찰하였는데, 피해자는 대량출혈로 인하여 혈압이 90/60㎜Hg로 떨어진 상태였던 사실,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하여 자궁마사지를 하고 자궁수축제인 날라돌 및 혈장증량제를 투여하다가 15:50경 ○○병원 응급실에 전원조치를 취하였는데, 피해자는 결막이 매우 창백하고, 혈압은 측정이 안 되거나 90/60㎜Hg으로 낮게 측정되었으며, 맥박수는 129회/분, 호흡수는 20회/분으로 증가된 상태였던 사실,
○○병원 당직의사 공소외인은 피해자에게 수액을 투여하는 한편 중환자실에 옮겨 간호사들로 하여금 피해자 상태를 관찰하다가 16:40경 응급실 입원당시 채혈된 피해자 혈액의 혈중 헤모글로빈(Hb) 수치가 7.6g/dL로 낮다는 보고를 받고 수혈을 지시한 사실,
피해자는 수혈준비 중이던 17:00경 혈압측정이 안 되고 17:10경 호흡이 멈추는 등 심폐정지 상태에 빠졌고, ○○병원 의료진으로부터 수혈, 자궁적출수술 등 치료를 받았으나 다음날인 2004. 10. 4. 02:43경 과다출혈, 파종성(범발성) 혈관내 응고장애(DIC)로 사망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 법리에 비추어 위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피고인이 간호사들에게 진료 보조행위에 해당하는 자궁의 수축상태 및 질출혈의 정도를 관찰하도록 위임하는 것 자체가 과실이라고 볼 수는 없으나(피고인은 간호사로부터 출혈량이 많다는 보고를 받으면 즉시 환자를 살펴 수혈 또는 전원 여부 등을 판단하면 될 것이다),
피고인으로서는 태반조기박리 등으로 인한 대량출혈의 위험성이 높다는 것을 예견하였거나 이를 예견할 수 있었으므로 간호사가 위임받은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평소보다 더 주의 깊게 감독하여, 피해자의 출혈량이 많을 경우 신속히 수혈을 하거나 수혈이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시킬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이를 게을리하여 피해자의 대량출혈 증상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고, 전원을 지체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신속한 수혈 등의 조치를 받지 못하게 한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다.
다. 원심의 판단은 그 설시에 다소 미흡한 점이 있으나 피고인의 전원지체 과실을 인정한 결론에 있어 정당하므로,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전원조치상의 의료과실에 관한 법리오해, 판단누락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전원과정상 설명의무 위반에 관하여
가. 응급환자를 전원하는 의사는 전원받는 병원 의료진이 적시에 응급처치를 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환자의 주요 증상 및 징후, 시행한 검사의 결과 및 기초진단명, 시행한 응급처치의 내용 및 응급처치 전후의 환자상태, 전원의 이유, 필요한 응급검사 및 응급처치, 긴급성의 정도 등 응급환자의 진료에 필요한 정보를 전원받는 병원 의료진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다.
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를 종합하면, 정상혈압환자는 제왕절개수술 후 통상적인 출혈만으로 90/60㎜Hg의 저혈압이 되기도 하지만, 고혈압환자가 제왕절개수술 후 같은 정도의 저혈압이 되는 것은 비정상적인 경우로서 대량출혈을 의심할 수 있는 사실, 피고인은 15:15경 피해자 상태를 확인한 후 전원조치에 앞서 ○○병원 산부인과 당직의사에게 전화하여 “조기태반박리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있는데 현재는 아무 이상이 없으나, 혹시 수혈이 필요할지도 모르니 후송을 해도 되겠느냐”고 물었고(피고인의 검찰진술, 증거기록 103쪽),
이어 전원 당시 ○○병원 산부인과 당직의사에게 ‘오후 3시경부터 출혈경향이 있고, 90/60㎜Hg 정도의 저혈압이 있었다’는 취지로 말하였을 뿐 피해자가 고혈압환자이고, 수술 후 대량출혈이 있었던 사정을 설명하지 않은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사정이 이와 같다면 ○○병원 의료진은 피고인의 위와 같은 설명의무 해태로 인하여 피해자의 저혈압 및 출혈량에 대한 평가를 잘못하고 나아가 수혈의 긴급성 판단을 그르쳤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에게는 전원과정에서 ○○병원 의료진에게 피해자의 상태 및 응급조치의 긴급성에 관하여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 할 것이다.
다. 원심의 판단은 그 설시에 있어 다소 미흡한 점이 있으나 피고인에게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한 결론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응급환자 전원과정상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인과관계에 관하여
앞서와 같은 피고인의 전원지체 등의 과실로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수혈 등의 조치가 지연된 이상 피해자의 사망과 피고인의 과실 사이에는 인과관계를 부정하기 어렵고, ○○병원 의료진의 조치가 다소 미흡하여 피해자가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지 약 1시간 20분이 지나 수혈이 시작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과실과 피해자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피고인의 책임을 인정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오해, 판단누락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