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법원의 용산참사 미공개 수사기록 열람`등사 허용결정에도 불구하고 기소된 철거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해 국가가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사실관계
용산참사사건으로 2009년 2월 기소된 이씨 등은 1심 공판과정에서 검찰이 수사기록 가운데 진압 당시 경찰지휘부의 진술 등이 포함된 2,160쪽을 공개하지 않자 재판부에 미공개 수사기록 대한 열람`등사를 허용해 달라고 신청했다.
재판부는 이씨 등의 신청을 받아들여 열람·등사 허용결정을 했지만 검찰은 이를 거부했고, 공판은 그대로 진행돼 이씨 등은 징역 5~6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씨 등은 이후 서울고법에서 진행된 항소심 공판에서도 미공개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 허용을 요구했고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다른 재판부에 배당됐던 관련 재정신청사건을 재배당받아 심리하면서 재정신청사건기록에 편철돼 있던 미공개 수사기록을 이씨 등이 열람`등사할 수 있도록 해줬다.
그러자 이씨 등은 검사가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거부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당하는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1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받았다.
판결내용
서울중앙지법 민사2부(재판장 장재윤 부장판사)는 24일 용산참사 당시 농성을 주도하고 화염병을 사용해 진압 경찰관들을 숨지거나 다치게 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등)로 기소된 이모씨 등 철거민 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0나42241)에서 국가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국가는 원고들에게 각 300만원씩 모두 1,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1다48452, 판결 손해배상(기)
【판시사항】
[1] 법원이 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령에 근거하여 검사에게 어떠한 조치를 이행할 것을 명하였고, 관련 법령의 해석상 법원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 당연하고 그와 달리 해석될 여지가 없는데도 검사가 관련 법령의 해석에 관하여 대법원판례 등의 선례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법원의 결정에 어긋나는 행위를 한 경우, 당해 검사에게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볼 것인지 여부(원칙적 적극)
[2] 甲 등이 乙 지방검찰청 검사에게 수사서류의 열람·등사를 신청하였으나 거부당하자 법원에 형사소송법 제266조의4 제1항에 따라 수사서류의 열람·등사를 허용하도록 해 줄 것을 신청하였고, 이에 대하여 법원이 서류에 대한 열람·등사를 허용할 것을 명하는 결정을 하였는데도 검사가 일부 서류의 열람·등사를 거부한 사안에서, 열람·등사 거부 행위 당시 검사에게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정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실체적 진실에 입각한 국가 형벌권의 실현을 위하여 공소제기와 유지를 할 의무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을 옹호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법원이 형사소송절차에서 피고인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마련되어 있는 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령에 근거하여 검사에게 어떠한 조치를 이행할 것을 명하였고, 관련 법령의 해석상 그러한 법원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 당연하고 그와 달리 해석될 여지가 없는 경우라면, 법에 기속되는 검사로서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야 할 직무상 의무도 있다. 그런데도 그와 같은 상황에서 검사가 관련 법령의 해석에 관하여 대법원판례 등의 선례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법원의 결정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검사에게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2] 甲 등이 乙 지방검찰청 검사에게 수사서류의 열람·등사를 신청하였으나 거부당하자 법원에 형사소송법 제266조의4 제1항에 따라 수사서류의 열람·등사를 허용하도록 해줄 것을 신청하였고, 이에 대하여 법원은 신청이 이유있다고 인정하여 서류에 대한 열람·등사를 허용할 것을 명하는 결정을 하였는데도 검사가 일부 서류의 열람·등사를 거부한 사안에서, 법원이 검사의 열람·등사 거부처분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하여 수사서류의 열람·등사를 허용하도록 명한 이상, 법에 기속되는 검사로서는 당연히 법원의 그러한 결정에 지체없이 따라야 하는데도 법원의 결정에 반하여 수사서류의 열람·등사를 거부하였다는 이유로, 열람·등사 거부 행위 당시 검사에게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정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2]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원고, 피상고인】
【피고, 상고인】대한민국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1. 5. 24. 선고 2010나42241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열람·등사 거부 행위에 검사의 과실이 인정되는지에 관하여
가.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실체적 진실에 입각한 국가 형벌권의 실현을 위하여 공소제기와 유지를 할 의무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을 옹호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법원이 형사소송절차에서의 피고인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마련되어 있는 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령에 근거하여 검사에게 어떠한 조치를 이행할 것을 명하였고, 관련 법령의 해석상 그러한 법원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 당연하고 그와 달리 해석될 여지가 없는 경우라면, 법에 기속되는 검사로서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야 할 직무상 의무도 있다 할 것이다.
그런데도 그와 같은 상황에서 검사가 관련 법령의 해석에 관하여 대법원판례 등의 선례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법원의 결정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검사에게 그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들은 2009. 1. 19. 03:00경부터 같은 달 20일 07:10경까지 서울 용산구 (이하 생략)에 있는 ○○○ 건물에 침입하여, 건물 옥상에 망루를 짓고 점거 농성을 하면서 화염병을 사용하여 사람의 생명, 신체 또는 재산에 위험을 발생하게 하는 한편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시위진압에 관한 경찰관들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이로 인하여 경찰특공대원 1명을 사망에 이르게 함과 동시에 경찰특공대원 13명으로 하여금 상해를 입게 하였다는 공소사실로 2009. 2. 8.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죄 등으로 공소가 제기되었다.
2) 원고들의 변호인들은 2009. 3. 25.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이하 ‘이 사건 검사’라 한다)에게 형사소송법 제266조의3 제1항 제3호, 제4호에 따라 원심판결 기재 별지 목록 서류의 열람·등사를 신청하였으나, 검사는 2009. 3. 27. 형사소송법 제266조의3 제2항, 검찰사건사무규칙 제112조의3 제1항 등을 들어 이를 거부하였다.
3) 이에 변호인들은 2009. 3. 31.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형사소송법 제266조의4 제1항에 따라 위 서류의 열람·등사를 허용하도록 할 것을 신청하였고, 위 법원은 2009. 4. 14. 위 신청이 이유 있다고 인정하여 형사소송법 제266조의4 제2항에 따라 검사에게 이 사건 또는 관련 소송의 준비에 사용할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교부 또는 제시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건을 붙여 위 서류에 대한 열람·등사를 허용할 것을 명하는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허용 결정’이라 한다).
4) 변호인들은 2009. 4. 14. 검사에게 이 사건 허용 결정의 사본을 첨부하여 위 서류의 열람·등사를 신청하였으나 검사는 위 서류 중 별지 목록 비고란 기재 ‘1차 교부본’의 등사만을 허용하고, 나머지 서류에 대하여는 2009. 4. 16. 재차 위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를 거부하였다.
5) 그 후 검사는 2009. 4. 23. 변호인들에게 추가로 별지 목록 비고란 기재 ‘2차 교부본’의 등사를 허용하고, 위 1차 및 2차 교부본을 제외한 나머지 서류(이하 ‘이 사건 수사서류’라 한다)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를 거부하였다.
6) 원고들에 대한 위 형사사건의 항소심이 진행되던 중 항소심 재판장은 관련된 재정신청사건을 함께 심리하면서 2010. 1. 14. 위 재정신청사건 기록에 편철되어 있는 이 사건 수사서류에 대한 변호인들의 열람·등사를 허용하여 변호인들은 이 사건 수사서류에 대한 열람·등사를 모두 마쳤다.
다. 위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형사소송법 제266조의4는 검사의 열람·등사 거부처분에 대하여 법원이 그 허용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면서도, 법원의 열람·등사 허용 결정에 대하여 집행정지의 효력이 있는 즉시항고로 불복할 수 있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법원의 열람·등사 허용 결정은 그 결정이 고지되는 즉시 집행력이 발생한다.
한편 형사소송법 제266조의4 제5항은 검사가 수사서류의 열람·등사에 관한 법원의 허용 결정을 지체없이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해당 증인 및 서류 등에 대한 증거신청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검사가 그와 같은 불이익을 감수하기만 하면 법원의 열람·등사 결정을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피고인의 열람·등사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검사로 하여금 법원의 열람·등사에 관한 결정을 신속히 이행하도록 강제하는 한편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증거신청상의 불이익도 감수하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건 검사의 열람·등사 거부 행위 당시 학설상 법원의 열람·등사 허용 결정이 있는데도 검사가 형사소송법 제266조의4 제5항의 불이익을 감수하기만 하면 법원의 열람·등사 결정을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해석론이 있었던 것이 아니고, 그러한 검찰의 실무 관행이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 따라서 법원의 열람·등사 허용 결정이 있으면 검사는 허용 결정에 따라 일단 증거를 개시하여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당시 대법원판례 등 선례가 없었다 하더라도 의문이 있을 수 없었다.
따라서 법원이 검사의 열람·등사 거부처분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하여 수사서류의 열람·등사를 허용하도록 명한 이상, 법에 기속되는 검사로서는 당연히 법원의 그러한 결정에 지체없이 따랐어야 함에도 이 사건 검사는 약 9개월 동안 법원의 결정에 반하여 이 사건 수사서류의 열람·등사를 거부하였다.
그렇다면 이 사건 열람·등사 거부 행위 당시 이 사건 검사에게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된다.
이와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과실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손해의 발생 여부에 관하여
위법한 이 사건 열람·등사 거부 행위로 인하여 원고들이 약 9개월이나 되는 매우 오랜 기간 동안 재판에 필요한 증거 등을 검토하는데 곤란을 겪었다고 할 것이고, 이로써 원고들의 열람·등사권, 신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며, 그 결과 원고들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다.
비록 원고들에 대한 형사사건의 항소심 재판장이 관련된 재정신청사건을 함께 심리하면서 그 기록에 편철된 이 사건 수사서류에 대한 변호인들의 열람·등사를 허용함으로써 변호인들이 수사서류의 열람·등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그때까지 원고들에게 초래된 위와 같은 정신적 고통에 의한 손해가 소멸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에 반한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