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입한 지 10년이 넘은 김치냉장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더라도 제조사에 60%의 책임이 있다.
사실관계
이씨는 2015년 2월 주방에 있는 김치냉장고 뒷부분에서 시작된 불로 살고 있던 아파트 및 가재도구가 훼손되는 피해를 입었다. 이씨가 쓰던 딤채는 2003~2004년 판매된 제품이었다.
이씨는 당시 메리츠화재에 화재보험에 가입하고 있었다. 보험사는 이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뒤 김치냉장고의 결함으로 불이 났다며 지난해 1월 대유위니아를 상대로 "86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대유위니아는 6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판결내용
서울중앙지법 민사7부(재판장 김은성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조사 결과 김치냉장고 하단부가 심하게 연소됐다. 이러한 연소 현상은 김치냉장고 내부에서 발화됐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김치냉장고 주변에 가재도구들이 있어 지속적인 청소가 이뤄지기 어려워 먼지 등이 있었을 가능성은 인정되지만, 이 같은 사정만으로 김치냉장고가 단순한 고장을 일으키는 정도를 넘어 화재를 발생할 정도의 위험에 노출됐다고 보기 어렵다.
사회통념상 김치냉장고를 10여년간 사용했다고 화재 등이 날 수 있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김치냉장고가 별다른 이상 없이 작동함에도 불구하고 내부부품 등에 대해서까지 소비자가 관리·보수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사용자도 딤채에서 몇 차례 화재가 발생해 관련 언론보도가 있었음에도 김치냉장고에 대한 안전점검을 받지 않았고, 김치냉장고의 전원코드도 냉장고와 바닥 사이에 압착한 채 사용한 과실이 있다며 대유위니아 측의 책임을 60%로 제한, 메리츠화재해상보험(소송대리인 김정은 변호사)이 김치냉장고 '딤채'의 제조사인 대유위니아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2016나64014)에서 피고는 51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5. 23. 선고 2016나64014 판결 구상금
【원고, 피항소인】
메리츠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정은
【피고, 항소인】
주식회사 대유위니아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유진
【제1심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9. 27. 선고 2016가단5000663 판결
【변론종결】2017. 4. 20.
【판결선고】2017. 5. 23.
【주문】
1. 제1심 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을 초과하는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51,901,020원 및 이에 대하여 2015. 6. 25.부터 2017. 5. 23.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피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 중 4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86,501,701원 및 이에 대하여 2015. 6. 25.부터 이 사건 소장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항소취지]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제1심 판결의 인용
이 법원의 판결이유는 아래와 같이 고쳐 쓰는 외에는 제1심 판결의 이유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고쳐 쓰는 부분
가. 제1심 판결 제4면 ‘나. 피고의 주장’의 (2) 부분
(2) ①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있어서는 제조물책임법이 민법에 우선하여 적용되고, 이 사건 화재에 대한 제조물책임법상 손해배상채권이 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음에도 피고에게 다시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게 하는 것은 제조물 책임법의 제정 취지 및 소멸시효 규정을 별도로 둔 취지에 반한다. 따라서 피고는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② 설령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냉장고에 대한 구체적인 제조상의 과실 및 그러한 과실과 이 사건 화재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주장·입증이 없다.
③ 제조물을 공급한 날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하므로 피고에 대한 민법상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④ 피고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책임이 제한되어야 한다.
나. 제1심 판결 제5면에서 제7면까지의 ‘4.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부분
4.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가.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이 배제되는지 여부 제조물책임법상 손해배상청구권과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그 성립요건과 책임의 존속기간 등이 상이한 별개의 청구권이고, 제조물책임법의 규정이 민법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지도 않다. 또한 피고 주장과 같이 해석하는 것은 고도의 기술이 집약되어 대량생산되는 제품의 하자에 대하여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도모하기 위하여 민법상 입증책임의 원칙을 완화함으로써 제품 소비자들을 보호하겠다는 제조물책임법의 주된 입법취지에도 반한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불법행위책임의 성립
고도의 기술이 집약되어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에 성능 미달 등의 하자가 있어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제조업자 측에게 민법상 일반 불법행위책임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일반 소비자로서는 그 제품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하자가 존재하였는지, 발생한 손해가 그 하자로 인한 것인지를 과학적·기술적으로 증명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따라서 소비자 측으로서는 그 제품이 통상적으로 지녀야 할 품질이나 요구 되는 성능 또는 효능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등 일응 그 제품에 하자가 있었던 것으로 추단할 수 있는 사실과 제품이 정상적인 용법에 따라 사용되었음에도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제조업자 측에서 그 손해가 제품의 하자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것임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그 제품에 하자가 존재하고 그 하자로 말미암아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지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다(대법 원 2013. 9. 26. 선고 2011다88870 판결 등 참조).
위 인정사실 및 거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화재의 최초 발견자가 이 사건 냉장고의 뒤에서 불꽃이 보였다고 진술한 점,
②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조사 결과, 비록 이 사건 냉장고의 남아있는 구성품에서 전기적 특이점이 발견되지는 않았으나, 냉장고의 하단부가 심하게 연소되고 바닥 가연물이 일부 천공된 상태였는데 이러한 연소 형상은 외부의 확장된 화염에 의해 나타나기 어렵고 냉장고 내부에서 발화되었을 경우 용이하게 나타날 수 있는 연소 형상이고, 냉장고 내부의 유실된 부분에서 전기적 요인에 의해 발화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점,
③ 이 사건 냉장고는 주방에 설치되어 있었고, 제품의 안전성이나 내구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만한 환경에서 사용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점(을 제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냉장고의 전원 코드가 냉장고와 바닥 사이에 압착된 상태로 사용되었고, 냉장고 주변에 가재도구들이 있어 지속적인 청소가 이루어지기 어려워 먼지 등이 있었을 가능성은 인정되나,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냉장고가 단순한 고장을 일으키는 정도를 넘어서 화재가 발생할 정도의 위험에 노출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④ 일반적으로 김치냉장고의 소비자에게 김치냉장고가 별다른 이상 없이 작동함에도 불구하고 내부부품 등에 대해서까지 관리·보수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고, 김치냉장고를 10년 이상 사용하였다고 하여 사회통념상 김치냉장고 내부에서 전기적 원인으로 화재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다고 여겨지지는 않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화재는 이 사건 냉장고의 하자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추단되고, 을 제2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위 인정을 뒤집기에 부족하며, 달리 반증이 없다.
따라서 피고는 상법 제682조에 의하여 손해배상채권을 대위취득한 원고에게 이 사건 화재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책임의 제한
한편, 위 증거들 및 을 제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인정되는 이 사건 냉장고를 사용한 기간이 10년이 넘은 점,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하기 이전에 피고가 제조한 김치냉장고에서 몇 차례 화재가 발생하여 이에 대한 언론 보도가 있었음에도 이 사건 냉장고의 사용자가 안전점검을 받지는 않았던 점, 이 사건 냉장고의 전원코드가 냉장고와 바닥 사이에 압착된 채 사용된 점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을 60%로 제한한다.
다. 피고의 소멸시효 주장에 대한 판단
민법 제766조 제2항에 의하면,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을 경과한 때 손해배상 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가해행위와 이로 인한 손해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경우, 위와 같은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한 날’은 객관적·구체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 즉 손해의 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할 수 있을 때를 의미한다(대법원 2013. 7. 12. 선고 2006다17539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화재로 인한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이 사건 화재 발생일인 2015. 2. 25.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의 소멸시효 주장은 이유 없다.
라.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51,901,020원(=86,501,701원×60%, 원 미만 버림)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보험금 최종 지급일 다음날인 2015. 6. 25.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여부나 범위에 대하여 다투는 것이 상당한 이 판결선고일인 2017. 5. 23.까지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 중 위 금액을 초과하여 인정한 피고 패소 부분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피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