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부터 90년 이상 도로로 사용되고 있는 땅이라도 토지 소유자의 명시적인 사용·수익권 포기가 없었다면 지방자치단체는 소유자에게 토지 사용료를 줘야한다. 다만 사용료에 해당하는 부당이득은 점유가 시작된 때의 실제 이용상황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
사실관계
김모씨는 2011년 1월 박모씨로부터 경북 고령군에 있는 1800㎡의 땅을 샀다. 이 토지는 원래 전답이었으나 일제강점기인 1921년 도로로 지목변경된 후 현재까지 도로로 사용됐다. 김씨는 고령군이 무단으로 이 땅에 도로를 개설했으므로 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고령군은 90년 이상 도로로 사용된 땅이므로 시효취득이 됐다고 맞섰다.
1심은 김씨가 이미 도로로 사용되고 있는 땅을 산 것이므로 사용수익 제한이라는 부담이 있다는 사정을 용인하고 토지를 취득한 것이라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2심은 (소유자의) 사용수익권에 대한 명시적인 포기의사가 없었다"며 고령군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또 토지 인근지역이 일반주거지역이므로 해당 토지를 '주거나지'로 봐야 한다며 고령군은 958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판결내용
대법원 민사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국가 또는 지자체가 도로로 점유·사용하고 있는 토지에 대한 임료 상당의 부당이득액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이용 현황대로 감정평가를 해야하고, 종전에는 도로로 사용되지 않던 토지를 도로로 점유하게 된 경우에는 편입될 당시의 현실적 이용상황에 따라 감정평가해 부당이득액을 산정해야 한다.
고령군이 김씨의 토지를 도로로 사용함으로써 발생한 부당이득액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고령군이 토지를 점유한 시점이 언제인지를 특정한 후 그 당시 이 토지의 현실적 이용상황이 어떠했는지 등을 심리해 토지의 기초가격을 판단했어야 한다.
원심은 이를 심리하지 않고 단순히 이 사건 토지의 지목이 도로로 변경될 당시 이미 사실상 도로로 사용되고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이 사건 토지 인근이 일반주거지역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토지를 '주거나지'로 상정해 가격을 평가했는데 이는 부당이득액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김씨가 토지사용료 9580여만원 달라며 고령군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청구소송(대법원 2017다235883)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017. 9. 26. 선고 2017다235883 판결 부당이득금
【원고, 피상고인】
A
【피고, 상고인】
고령군
【원심판결】 광주지방법원 2017. 5. 26. 선고 2016나54762 판결
【판결선고】 2017. 9. 26.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광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배타적 사용수익권의 포기에 관하여
어느 사유지가 종전부터 자연발생적으로 또는 도로예정지로 편입되어 사실상 일반 공중의 교통에 공용되는 도로로 사용되고 있는 경우, 그 토지의 소유자가 스스로 그 토지를 도로로 제공하여 인근 주민이나 일반 공중에게 무상으로 통행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였거나 그 토지에 대한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것으로 의 사해석을 함에 있어서는, 그가 당해 토지를 소유하게 된 경위나 보유기간, 나머지 토지들을 분할하여 매도한 경위와 그 규모, 도로로 사용되는 당해 토지의 위치나 성상, 인근의 다른 토지들과의 관계, 주위 환경 등 여러 가지 사정과 아울러 분할 · 매도된 나머지 토지들의 효과적인 사용 · 수익을 위하여 당해 토지가 기여하고 있는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6다34206 판결, 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2다35170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각 토지의 사정명의인인 B 또는 소유자인 원고가 스스로 이 사건 각 토지를 도로로 제공하여 인근 주민이나 일반 공중에게 무상으로 통행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였거나 이 사건 각 토지에 대한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채증법칙을 위반하거나 배타적 사용수익권의 포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부당이득액의 산정 기준에 관하여
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도로로 점유 · 사용하고 있는 토지에 대한 임료 상당의 부당이득액을 산정하기 위한 토지의 기초가격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종전부터 일반 공중의 교통에 사실상 공용되던 토지에 대하여 도로법 등에 의한 도로 설정을 하여 도로관리청으로서 점유하거나 또는 사실상 필요한 공사를 하여 도로로서의 형태를 갖춘 다음 사실상 지배주체로서 도로를 점유하게 된 경우에는 도로로 제한된 상태 즉,
도로인 현황대로 감정평가하여야 하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종전에는 일반 공중의 교통에 사실상 공용되지 않던 토지를 비로소 도로로 점유하게 된 경우에는 토지가 도로로 편입된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그 편입될 당시의 현실적 이용상황에 따라 감정평가하되, 다만, 도로에 편입된 이후 당해 토지의 위치나 주위 토지의 개발 및 이용상황 등에 비추어 도로가 개설되지 아니하였더라도 당해 토지의 현실적 이용상황이 주위 토지와 같이 변경되었을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된 때에는, 그 이후부터는 그 변경된 이용상황을 상정하여 토지의 가격을 평가한 다음 이를 기초로 임료 상당의 부당이득액을 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1다60866 판결, 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다97062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이 사건 각 토지가 도로로 지목이 변경되기 전부터 사실상 도로로 사용되고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제1심법원의 임료감정결과에 의하면 이 사건 각 토지의 인근지역은 일반주거지역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각 토지를 점유 ·사용한 데 대한 부당이득액은 '주거나지'를 기준으로 하여 산정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가 이 사건 각 토지를 도로로 점유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부당이득액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피고가 이 사건 각 토지에 대한 점유를 개시한 시점이 언제인지를 특정한 후, 그 점유 개시 당시 이 사건 각 토지가 일반 공중의 교통에 사실상 공용되고 있었는지, 그 현실적 이용상황은 어떠하였는지 등을 심리하여 이 사건 각 토지의 기초가격을 도로로 제한받는 상태대로 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만약 도로가 개설되지 아니하였을 경우의 변경된 이용상황을 상정하여 이를 기초로 부당이득액을 산정하려면 이 사건 각 토지의 위치나 주위 토지의 개발 및 이용상황 등을 심리하여 도로가 개설되지 아니하였더라도 이 사건 각 토지의 현실적 이용상황이 주위 토지와 같이 변경되었을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한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위와 같은 점을 제대로 심리하지 아니한 채 단순히 이 사건 각 토지의 지목이 도로로 변경될 당시 이미 사실상 도로로 사용되고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이 사건 각 토지의 인근지역이 일반주거지역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각 토지를 '주거나지'로 상정하여 가격을 평가한 다음 이를 기초로 임료 상당의 부당이득액을 산정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부당이득액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