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미끄럼방지 처리가 되지 않은 계단에서 넘어져 다쳤더라도 계단에 물이 많지 않았고 보행자가 난간 손잡이를 잡지도 않았다면 보행자 책임이 100%이다.
사실관계
A씨는 2016년 11월 오후 3시경 서울 관악구 인근에 있는 한 건물의 후문 1~2층 사이 계단에서 넘어져 왼쪽 팔꿈치 등을 다쳤다. 당시 계단에는 끝 부분에 미끄럼방지 시설이 돼 있지 않았다.
A씨는 비가 많이 내려 건물 바닥과 계단이 빗물에 젖어 미끄러운 상태였는데 계단에 미끄럼방지 테이프가 붙어있지 않았고 바닥에 매트나 종이상자를 깔아두는 등의 조치가 없었다.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다 미끄러졌기 때문에 계단의 주사용자이자 3~4층을 임차하고 있던 B 헬스장은 계단의 점유자로서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발생한 사고로 손해를 배상해야 하고, 이러한 책임이 인정되지 않으면 김씨 등이 건물주로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판결내용
서울중앙지법 민사104단독 조지환 판사는 판결문에서 계단이 관련 법령이나 고시 등에 위반돼 설치됐다고 볼 수 없다. 현행 건축법 시행규칙에 따른 국토교통부 고시 '실내건축의 구조·시공방법에 관한 기준'에서 건축물 실내의 공용계단의 발판에 논슬립패드 등 미끄럼방지 처리를 할 것을 요구하기는 하지만, 다른 조항에서 건축법 시행령 제2조 17호에 따른 다중이용 건축물,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 3조에 따른 건축물을 그 적용 대상으로 하고 있기에 이 건물은 적용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계단 왼편에 보행자가 잡을 수 있는 손잡이가 설치돼 있는데 50대 초반인 A씨가 이를 잡고 이동했다면 넘어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사고 당일 서울 지역 일 강수량은 0.4㎜에 불과했으며 그 전날은 비가 내리지 않아 사고 당시 계단이 물에 많이 젖어있지 않았을 것이다.
또 계단 주사용자인 윗층 C 헬스장의 당월 일 평균 입장객이 372명이었는데 A씨 외에 계단에서 다친 사람은 없었다고 A씨가 건물주 B씨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가단5244125)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5. 30. 선고 2017가단5244125 판결 손해배상(기)
【원고】 한BB,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운 담당 변호사 강성민, 정현아, 배은정
【피고】 1. 주식회사 케○○스포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지원, 최영길, 손태홍,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사라,
2. 김CC,
3. 김DD,
피고 2, 3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와이비엘 담당 변호사 황석현
【변론종결】 2019. 5. 9.
【판결선고】 2019. 5. 30.
【주문】
1.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45,972,289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2016. 11. 10. 15:30경 서울 ○○구 ○○*길 ** 소재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고 한다)의 후문 1층에서 2층 사이 계단(이하 ‘이 사건 계단’이라고 한다)에서 넘어져 좌측 주관절 척골 주두 골절, 팔꿈치 관절 부상 등의 상해를 입었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나. 피고 김CC, 김DD은 이 사건 건물의 소유자이고, 피고 주식회사 케○○스포츠(이하 ‘피고 회사’라고 한다)는 위 피고들로부터 이 사건 건물 3, 4층을 임차하여 A(낙○○ **호점) 헬스장을 운영 중인 회사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 6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가지번호 포함)
2. 원고의 주장 요지
이 사건 사고 당일 비가 많이 내려 건물 바닥 및 이 사건 계단이 빗물에 젖어 미끄러운 상태였는데, 위 계단 각 끝 부분에 미끄럼방지 테이프가 붙어 있지 않았고 바닥에도 매트나 종이 상자를 깔아두는 등의 조치가 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었다. 원고는 위와 같이 미끄러운 계단으로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다가 미끄러져 넘어져 상해를 입었으므로,
이 사건 계단의 주사용자이자 3-4층 임차인인 피고 회사는 위 계단의 점유자로서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인해 발생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또한 피고 회사에게 점유자로서의 위 책임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피고 김CC, 김DD은 이 사건 건물의 소유자로서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판단
가. 민법 제758조 제1항에서 말하는 ‘공작물 설치·보존상의 하자’라 함은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와 같은 안전성의 구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공작물의 설치·보존자가 그 공작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 의무를 다하였는지의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 시설이 관계 법령이 정한 시설기준 등에 부적합한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사유는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나(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8다61615 판결 참조),
공작물의 설치·보존에 있어서 항상 완전무결한 상태를 유지할 정도의 고도의 안전성을 갖추지 아니하였다 하여 그 공작물의 설치·보존에 하자가 있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그 하자의 존재에 관한 증명책임은 피해자에게 있다(대법원 1987. 5. 12. 선고 86다카2773 판결, 대법원 2003. 8. 22. 선고 2001다79846 판결 등 참조).
또한, 법령 또는 행정청의 내부준칙에 정하여진 안전성의 기준이 있다면 이것이 공작물의 설치·관리상의 하자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4다23455 판결 등 참조).
나.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 당일 이 사건 계단 각 끝부분에 미끄럼방지 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던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각 증거, 을 가 제1, 2호증, 을 나 제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위와 같은 사실만으로 이 사건 건물(계단)의 하자가 존재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 현행 건축법 제52조의2 제2항, 같은 법 시행규칙 제26조의5 제1항 제3호는 ‘건축물의 바닥 마감재료는 미끄럼을 방지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할 것’을 규정하고, 위 시행규칙 제26조의5 제2항에 따른 국토교통부 고시 ‘실내건축의 구조·시공방법에 관한 기준’ 제5조 제1호는 ‘건축물 실내의 공용계단의 발판에 논슬립패드 등 미끄럼 방지 처리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위 고시 제2조 제1항에서는 건축법 시행령 제2조 제17호에 따른 다중이용 건축물,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른 건축물을 그 적용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이 사건 건물은 위 적용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원고도 이 점에 대해서는 다투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 사건 계단이 위 관련 법령이나 고시 등에 위반되어 설치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 이 사건 계단 왼편에 보행자가 잡고 이동할 수 있는 손잡이(난간)가 설치되어 있어, 원고와 같은 50대 초반의 성인이 위 손잡이를 잡고 이동하였다면 이 사건 사고와 같이 넘어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 이 사건 사고 당일인 2016. 11. 10.의 서울 지역 일 강수량은 0.4mm에 불과하였고, 그 전날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으므로, 사고 당시 이 사건 계단이 물에 많이 젖어있는 상태는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원고는 갑 제1호증의 3, 4 사진의 영상이 이 사건 사고 당일 상태라고 주장하면서 빗물에 많이 젖어 있었고 미끄러웠을 것이라고 주장하나, 앞서 본 위 날짜의 강수량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주장은 믿기 어렵고, 달리 위 사진이 사고 당일 촬영되었음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
○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2016. 11월 피고 회사의 헬스장에 일 평균 입장객이 372명에 달하였는데, 원고 이외에 이 사건 계단에서 다친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 따라서 이 사건 건물 및 계단에 설치, 보존상에 하자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