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물의 인도'는 화물이 정당한 수하인에게 인도돼 점유상태에 있는 것을 의미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또 운송물 인도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운송물이 정상적으로 인도됐을 날을 제척기간의 기산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사실관계
B사는 2013년 A사에 중고자동차 274대를 터키로 운송할 것을 위탁하고, 30만달러의 운임을 지급하기로 약정했다. 당초 이 화물은 터키를 경유해 시리아까지 운송될 예정이었는데, 터키 당국이 시리아의 정국 불안정을 이유로 시리아를 최종 목적지로 하는 화물의 환승을 위한 터키 내 입항을 불허했다. 결국 터키로 떠난 선박 2대는 그리스와 몰타에 각각 대기했고, 4개월 뒤에야 터키로 입항했다.
A사는 정치적 상황으로 불가항력의 사유가 발생했고, 상황이 호전된 후 재운송을 수행하며 이 같은 상황과 정보를 B사에 미리 충분히 제공했다며 약정한 30만달러와 예상치 못하게 발생한 운임 및 보관료 등 총 2억5000여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B사는 상법 제814조 1항에 따라 제척기간 내에 재판상 청구를 하지 않았으므로 소송은 제척기간 도과로 부적법하다고 맞섰다.
『상법 제814조 1항은 '운송인의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권 및 채무는 그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부터 1년 이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은 B사는 A사에 2억5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2심은 2014년 5월경 자동차가 터키 내 항구에 입항해 A사의 운송이 종료됐고, 소송은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17년 9월 제기됐다면서 A사가 낸 소송은 제척기간을 도과해 제기된 소송으로 부적법하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판결내용
대법원 민사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상법이 정한 제척기간의 기산점은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이라며, 운송물의 인도는 운송물에 대한 점유 즉, 사실상의 지배·관리가 정당한 수하인에게 이전되는 것을 말한다고 밝혔다.
이어 운송인이 운송계약상 정해진 양륙항에 도착한 후 운송물을 선창에서 인도 장소까지 반출해 보세창고업자에게 인도하는 것만으로는 그 운송물이 운송인의 지배를 떠나 정당한 수하인에게 인도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운송물이 멸실되거나 운송물의 인도가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는 '운송물을 인도할 날'을 기준으로 제척기관 도과를 판단해야 하고, 이는 통상 운송계약이 그 내용에 좇아 이행되었으면 인도가 행해져야 했던 날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운송계약에 따른 운송물의 목적지는 터키 내 항구이고, A사의 인도의무는 운송계약에 정한 항구에 입항한 시점이 아니라 정당한 수하인에 인도해야 완료되는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원심은 운송물이 정당한 수하인에게 인도된 날 또는 운송물의 인도가 불가능하게 된 경우 운송물을 인도할 날을 기준으로 제척기간 도과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원심은 운송물이 터키 내 항구에 입항한 시점에 A사의 운송이 종료됐다고 판단한 다음 그날로부터 제척기간을 계산한 잘못이 있다고 해양화물운송업체인 A사가 B사를 상대로 낸 운송대금소송(대법원 2019다205947)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취소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다205947 판결 운송대금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쉬핑,
서울 ○○구 ○○○로 **, *층 ***호(○○동, ○○○○회관), 대표자 사내이사 서○○
【피고, 피상고인】 □□□□□ 주식회사,
서울 ○○구 ○○○로 *** ○○○○타워 ***호(○○동), 대표이사 이○○, 파키스탄국인 ○○칸, 소송대리인 변호사 허찬녕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8. 12. 21. 선고 2018나2043461 판결
【판결선고】 2019. 6. 13.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심판결의 당사자 표시 중 피고 “대표이사 이○○, 파키스탄국인 ○○칸”을 “대표이사 이○○, 파키스탄국인 ○○칸”으로 경정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가. 상법 제814조 제1항은 운송인의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권과 채무는 그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부터 1년 이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하되,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위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해상 운송인의 송하인이나 수하인에 대한 권리·의무에 관한 소멸기간은 제척기간이고(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28490 판결 등 참조), 제척기간의 기산점은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이다.
나. 해상운송계약에서 운송인은 운송물의 수령·선적·적부·보관·운송·양륙 및 인도의무를 부담하므로(상법 제795조 제1항), 운송인은 운송채무의 최종 단계에서 운송물을 정당한 수하인에게 인도함으로써 운송계약의 이행을 완료하게 된다. 여기서 운송물의 인도는 운송물에 대한 점유 즉, 사실상의 지배·관리가 정당한 수하인에게 이전되는 것을 말한다.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에는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에게 인도하여야 한다(상법 제861조, 제132조). 따라서 운송인이 운송계약상 정해진 양륙항에 도착한 후 운송물을 선창에서 인도 장소까지 반출하여 보세창고업자에게 인도하는 것만으로는 그 운송물이 운송인의 지배를 떠나 정당한 수하인에게 인도된 것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1다33918 판결 등 참조).
운송물이 멸실되거나 운송물의 인도가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는 ‘운송물을 인도할 날’을 기준으로 제척기간이 도과하였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서 ‘운송물을 인도할 날’이란 통상 운송계약이 그 내용에 좇아 이행되었으면 인도가 행하여져야 했던 날을 의미한다(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28490 판결, 2007. 4. 26. 선고 2005다5058 판결 등 참조).
다. 한편 상법 제814조 제1항의 제척기간을 도과하였는지 여부는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이므로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이 이를 직권으로 조사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당사자가 제척기간의 도과 여부를 사실심 변론종결 시까지 주장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상고심에서 이를 새로이 주장·증명할 수 있다(대법원 2000. 10. 13. 선고 99다18725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와 피고는 모두 해운화물 운송 대리점업, 복합운송주선업 등을 영위하는데, 피고가 송하인(shipper)들을 위하여 2013.경 원고에게 중고자동차 총 274대(이하 ‘이 사건 운송물’이라고 한다)를 일부는 터키 메르신(Mersin)까지, 나머지는 터키 이스켄데룬(Iskenderun)까지 각 운송할 것을 위탁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운송물을 해상 운송인인 ‘Kawasaki Kisen Kaisha, LTD’와 ‘Höegh Autoliners AS’를 통해 운송하기로 하였다.
나. 이 사건 운송물에 관한 송하인의 종국적인 목적지는 시리아였는데, 송하인과 수하인(Consignee) 사이에 양륙항(Port of Discharge)인 메르신과 이스켄데룬에서 하역한 다음 환승하여 시리아로 운송될 것으로 예정되었다.
다. 이 사건 운송물은 2013. 12.경 선적항(Port of Loading)인 인천을 출발하였는데 터키 당국에서 시리아를 최종 목적지로 하는 화물의 환승을 위한 터키 내 입항을 거부하여, 2014. 1.경부터 그리스 피레아스(Piraeus)와 몰타(Malta)에서 대기하다가 2014. 5.경에야 터키 내 항구인 메르신과 이스켄데룬에 입항할 수 있었다.
라. 터키 당국은 이 사건 운송물이 터키 내 항구에 입항한 후에도 자국을 경유하여 시리아로 들어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아 통관을 불허하였고, 이에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운송물에 대한 통관이 이루어질 때까지 잠정적으로 터키 내 보관장소에 운송물을 임치하고 해결책을 찾기로 하였다. 그러나 결국 통관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 사건 운송물은 시리아로 운송되지 못하였다.
3. 가. 위 인정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운송계약에 따른 이 사건 운송물의 목적지는 메르신과 이스켄데룬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원고의 인도의무는 운송계약에서 정한 양륙항에 입항한 시점에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수하인에게 인도하여야 완료되는 것이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원고가 이 사건 운송물을 정당한 수하인에게 인도한 날을 기준으로 제척기간을 계산하거나, 만약 운송물의 인도가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는 운송물을 인도할 날을 기준으로 제척기간 도과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나.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운송물이 터키 내 항구에 입항한 시점에 원고의 운송이 종료되었다고 판단한 다음 그 날로부터 제척기간을 계산하였다. 원심 판단에는 제척기간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되, 원심판결의 당사자 표시 중 피고 표시에 명백한 오기가 있어 이를 경정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