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연구소에서 2년 이상 일한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파견계약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현대차는 이들을 직접 고용해야 하고 정규직과 차등 지급한 임금을 배상해야 한다.
사실관계
A씨 등은 2005~2006년부터 현대차의 신차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남양연구소에서 시험용 자동차의 도장업무를 담당했다. 이들은 모두 현대차와 도급계약을 맺은 협력업체 소속이었는데, 도급업체가 한 차례 교체됐을 때도 모두 고용이 승계됐다. A씨 등은 2014년 10월 현대차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들이 현대차에 파견돼 직접 지휘·명령을 받은 '파견계약 근로자'라고 판단했다. 파견근로자보호법은 '사용주가 2년을 초과해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사용자는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2심은 A씨 등이 고용의무 발생 시점부터 계속해서 현대차 양산공장 내 도장공정에서 일한 현대차 소속 근로자들과 실질적으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담당해왔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도장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수, 일일 작업량, 작업시간, 작업방법, 작업순서, 작업내용, 작업속도, 작업장소 등을 협력업체가 아닌 현대차가 모두 정했다.
이어 A씨 등은 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현대차 남양연구소에 파견돼 현대차로부터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 파견관계에 있었다며 이들은 2년을 초과해 계속 근무했고, 파견법에 따라 현대차는 A씨 등에게 고용의사를 표시할 의무가 있다. 그러면서 A씨 등은 현대차에 직접 고용된 정규직과 임금 차별을 받았다며 이들이 청구한 차액 3700만∼4000만원을 각각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판결내용
대법원 민사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원심의 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며 현대차의 상고를 기각하고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약 10년간 일해온 협력업체 소속 A씨 등 4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대법원 2017다217724)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5년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일하던 협력업체 소속 직원들이 낸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대법원 2010다106436)에서도 해당 근로자들을 현대차 소속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대법원은 ① 도급인(현대차)이 수급인(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의 업무수행에 관해 상당한 정도의 지휘·감독 명령을 내리는지 ② 도급인 소속 근로자와 수급인 소속 근로자가 함께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지 ③ 수급인 소속 근로자의 근무를 누가 관리하는지 등을 기준으로 진정한 도급과 위장 도급을 구분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 2017다217724, 2017다217731(병합) 판결 근로에관한소송 / 근로자지위확인등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7. 2. 10. 선고 2016나2016939, 2016나2016946(병합) 판결
【판결선고】 2020. 3. 26.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등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근로자파견 여부 및 직접고용의무의 법적 효과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구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2012. 2. 1. 법률 제112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파견법’이라고 한다) 제2조 제1호에 의하면,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효과가 위와 같이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참조).
한편, 구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제3호는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당해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사용사업주가 파견기간의 제한을 위반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행위에 대하여 행정상 감독이나 형사처벌과는 별도로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발생하는 사법적 법률관계와 이에 따른 법적 효과를 설정하는 규정으로서, 근로자파견의 상용화·장기화를 방지하고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을 도모하는 데에 그 입법 취지가 있다(대법원 2015. 11. 26. 선고 2013다14965 판결, 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7다219072, 219089, 219096, 219102, 219119, 219126, 219133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들은 피고의 ◆◆연구소에서 일하는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로서 피고가 정한 생산계획에 따라 피고 정규직 근로자들의 근무시간에 맞추어 자동차 생산공정 중 일부에 참여하여 비교적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하였으므로, 피고로부터 작업량, 작업방법, 작업순서, 작업장소, 작업시간 등을 직접 개별적으로 지시받은 것과 다를 바가 없었던 점,
피고는 수시로 작업방법을 변경하기도 하고 피고 정규직 근로자들이 직접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긴급히 처리해야 할 작업내용을 통지하기도 하였으며, 이 사건 도장업무의 수행 과정에서 협력업체 또는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작업재량이 거의 없어서 이를 거부하는 것이 사실상 허용되지 않았던 점,
협력업체가 수행한 이 사건 도장업무는 도장공법 등에 관한 피고 차원의 연구·개발 작업을 직접적으로 시행하는 수단으로 기능함으로써 피고의 작업성 검증을 포함한 전체 연구·개발 업무와 밀접한 연관을 맺었을 뿐 아니라, 판시 파이롯트차 제작에 관한 전후 공정에서 피고 정규직 근로자들이 수행한 검증 등의 작업과 상호 연동하여 이루어진 점,
이 사건 도장업무의 세부 공정에 몇 명의 근로자를 투입할 것인지, 그들의 작업시간을 얼마로 할 것인지, 작업방법·순서·내용·속도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피고에 의하여 결정되었던 반면, 이에 관하여 협력업체가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사실상 거의 없었던 점,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업무는 피고가 미리 정해 둔 비교적 단순한 작업을 반복하는 것으로서 협력업체의 전문적인 기술 등이 요구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피고는 수급업체 고유의 기술력이나 전문성보다는 소속 근로자들의 노무제공 자체를 이 사건 도급계약을 통한 도장업무의 수행에서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였던 점,
이 사건 도장공정에 협력업체의 고유 자본이나 기술이 투입된 바가 없고, 협력업체는 피고 외부에 별도의 사업장이나 사무실조차 두고 있지 않는 등 독립적인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춘 바가 없는 점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들은 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피고의 ◆◆연구소에 파견되어 피고로부터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런 다음 원심은, 원고들이 피고에게 최초 파견된 날로부터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근무하였으므로, 피고는 구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에 따라 원고들의 각 파견근로 개시일로부터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 날부터 원고들에 대한 직접고용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아 파견근로자인 원고들이 사용사업주인 피고를 상대로 고용의 의사표시를 구하는 예비적 청구를 인용하는 한편 이러한 직접고용의무를 불이행한 데에 따른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피고가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근로자파견의 요건 내지 사내도급과의 구별 기준, 증명책임의 배분, 구 파견법상 직접고용의무 규정의 법적 성질 등에 관한 법리오해 및 이유모순, 판례위반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소멸시효 중단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한 개의 채권 중 일부에 관하여만 판결을 구한다는 취지를 명백히 하여 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는 소제기에 의한 소멸시효중단의 효력이 그 일부에 관하여만 발생하고 나머지 부분에는 발생하지 아니하지만, 비록 그중 일부만을 청구한 경우에도 그 취지로 보아 채권 전부에 관하여 판결을 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면 그 청구액을 소송물인 채권의 전부로 보아야 하고, 이러한 경우에는 그 채권의 동일성의 범위 내에서 그 전부에 관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1992. 4. 10. 선고 91다43695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원고들이 제출한 소장에는 원고별 청구금액이 300만 원으로 되어 있으나, 이 사건 소제기 당시부터 향후 청구취지를 확장할 것을 전제로 전체 청구금액 중 일부만의 지급을 구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으므로 인용되는 청구금액 전부에 대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소멸시효 중단의 재항변을 받아들여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소멸시효 또는 그 중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