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에게 욕설을 한 이유가 '자신이 욕설을 들은 상황을 그대로 재연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모욕죄는 성립한다.
사실관계
경주시 한 재활원의 시설장인 A씨는 재활교사로 일하던 B씨를 해고했다가 다툼이 생겨 2018년 6월 경북지방노동청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에 참석했다.
이날 A씨는 B씨가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 조정에 참석한 한 노무사가 B씨가 다시 재활원에서 근무할 수 없겠냐고 질문하자, B씨에게 다가가 "xxx야 눈깔이를 빼뿔라"라고 말해 모욕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노무사의 질문에 과거 B씨의 행동과 발언을 그대로 재연하며 '이렇게 말한 사람과 같이 근무할 수 있겠냐'는 의미로 답변한 것일 뿐 모욕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판결내용
울산지법 형사9단독 문기선 판사는 A씨가 다른 사람이 있는 곳에서 B씨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 또는 경멸적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모욕죄의 보호법익에 이미 위험이 발생했다. 모욕적 발언과 이 같은 발언이 재연에 불과했다는 말 사이에 시간적 공백이 있었던 이상 이미 성립된 모욕죄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A씨는 자연스럽게 '자신이 이런 모욕을 당한 적 있다'고 말하는 방법을 택할 수 있었음에도 굳이 사전설명 없이 돌발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건너편에 앉아 있던 B씨에게 다가가 사람들이 듣도록 모욕적 발언을 한 것이라며 재연 상황이었다는 설명이 있기 전까지 B씨가 타인 앞에서 모욕당한 감정을 느낄만 했고 A씨에게 모욕의 범의 역시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최근 벌금 50만원을 선고(울산지방법원 2019고정490)했다.
울산지방법원 2020. 4. 21. 선고 2019고정490 판결 모욕
【사 건】 2019고정490 모욕
【피고인】
김재연(가명), 62년생, 남, 기타 사업
주거 울산
등록기준지
【검사】
홍보가(기소), 김미지(공판)
【변호인】
변호사 성〇〇
【판결선고】 2020. 4. 21.
【주 문】
피고인을 벌금 5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에 대하여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유】
[범 죄 사 실]
피고인은 경주시 ○○재활원의 시설장이고, 피해자 김피해(가명)는 위 재활원에서 사회재활교사로 일하다 해고되었다.
피고인은 2018. 6. 15.경 대구시 수성구 동대구로 231 경북지방노동청 노동위원회 3층 조정실에서 피해자가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한 조정 절차 중,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노무사 정일관 등 3명이 있는 자리에서 피해자에게 다가가 "개새끼야 눈깔이를 빼뿔라"라고 말하여 공연히 피해자를 모욕하였다.
[‘증거의 요지]
(생략)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311조(벌금형 선택)
1.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1.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과 그에 대한 판단
1. 주장
피고인은 과거 피해자로부터 “개새끼야 눈깔이를 빼뿔라”는 말을 귓속말로 들은 적 있는데, 노동위원회 조정실에서 노무사로부터 ‘피해자가 다시 재활원에서 근무할 수 없겠냐?’는 질문을 듣게 되자 그에 대한 답변으로 피해자에게 다가가 과거 피해자의 행동과 똑같은 발언을 하며 ”저에게 이렇게 말했던 사람인데 같이 근무할 수 있겠습니까 “라고 설명을 하였다. 즉, 피고인의 판시 발언은 피해자의 과거 발언을 인용하여 노무사의 질문에 답변한 것으로서 모욕의 고의가 없거나, 업무에 관련된 행위로서 정당행 위에 해당한다.
2. 판단
가.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이 과거 피해자로부터 “눈깔이를 빼뿔라”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하며 피해자를 모욕으로 고소한 사실(다만 검사의 불기소 처분으로 종결되었다. 증거기록 순번 6 참조)이 인정되는바, 피고인이 판시와 같은 경멸적 단어나 문장을 택하여 발언한 데에는 피고인이 과거 피해자로부터 같은 표현을 들었다는 기억 또는 믿음이 그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나. 그러나 피고인이 위 경멸적 표현 후 “저에게 이렇게 말했던 사람과 같이 근무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덧붙임으로서 전체적으로 ‘과거 피해자로부터 이와 같은 발언을 들은 일이 있는데,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사람과 같이 근무할 수 없다’는 의미로 이해되도록 말하였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인이 위와 같은 후속발언을 하였다는 주장에 부합하는 듯한 한대포(가명), 이영포(가명)의 일부 진술은 당시 현장에 함께 있던 피해자, 정일관(가명)의 일관된 진술에 비추어 믿기 어려우므로, 위와 같은 후속발언이 있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
다. 설령 피고인 주장과 같은 후속발언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앞서 든 증거에 의해 알 수 있는 다음 사정들 즉,
① 판시 일시·장소는 노동위원회 조정실로서 제한된 참여자들만 좌석에 앉아있는 상황이었는데, 당시 현장에 함께 있던 피해자, 노무사 정일관은 그러한 발언을 듣지 못하였다고 일관되게 진술하는바, 피고인이 덧붙였다는 후속발언이 명확히 참석자들에게 전달되지는 않았거나 피고인의 뜻을 이해시키는 역할을 다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설령 피고인이 후속발언을 충분히 이해되도록 말했다고 하더라도, 그에 앞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 또는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여 모욕죄의 보호법익에 이미 위험이 발생되어 있었고 그 사이의 시간적 공백이 있었던 이상 이미 성립된 범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점,
③ 피고인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이런 모욕을 당한 적 있다’고 말하는 방법을 택할 수 있었음에도, 굳이 사전설명 없이 돌발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건너편에 앉아 있던 피해자에게 다가가 사람들이 듣도록 모욕적 발언을 하는 행동을 취한 점,
④ 이로써 그 후속발언이 있기 전까지의 시간 사이에 피해자가 타인 앞에서 모욕당한 감정을 느끼고 주변 사람들도 피해자가 모욕당하였다고 상황을 인식하게 된다는 것은 경험칙에 비추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점,
⑤ 판시 발언이 있기 전까지 조정과정에서 피해자의 피고인에 대한 과거 모욕적 언사가 쟁점이 되거나 언급되지도 않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한 판시와 같은 발언은 모욕에 해당하고, 앞서 든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에게 모욕죄의 범의 역시 있었다고 인정된다.
라. 또한 후속발언 사실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위와 같은 단순 경멸적 표현이 정당행위에 해당할 여지는 없다. 설령 후속발언이 있었고, 부당해고에 관한 피고인 측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한 발언이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발언 내용, 발언 전·후의 사정, 발언의 필요성과 피고인의 의도 등에 비추어 볼 때 마찬가지로 사회적 상당성 있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