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발언 듣고 극단적 선택 했어도, 사망에 대한 배상책임까지 가해 동료들과 직장에 물을 수는 없다
요지
동료들로부터 성희롱 발언을 들은 공무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더라도, 사망에 대한 배상책임까지 가해 동료들과 직장에 물을 수는 없다.
사실관계
직장에서 막내이던 A씨는 동료들로부터 연예인 누드사진을 보내주겠다고 하는 등의 성희롱 발언을 여러 차례 들었다. 일부 동료는 발언을 사과했지만, 몇 달 뒤 A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판결내용
서울고법 민사36부(재판장 황병하 부장판사)는 동료들의 발언은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한 행위로, 망인이 정신적 고통을 입었음이 명백하다며 성희롱 발언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 이를 예방하지 못한 지자체에도 배상책임이 있다고 봤다.
(A씨의 사망에 대한 배상 요구는) 이런 발언으로 망인이 자살에 이를 수 있다고 예견할 수 있었다거나, 이런 발언이 통상적으로 상대방의 자살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A씨가 소속됐던) 지자체가 성차별적 근무환경을 방치했다고 한 유족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근무 환경이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권위적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모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A씨의 유족이 동료 직원과 해당 지자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서울고등법원 2017나2042232)에서 1심과 같이 피고들은 총 3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 2018. 11. 14. 선고 2017나2042232 판결 [손해배상(기)]
【원고, 항소인】
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향
담당변호사 김묘희
【피고, 피항소인】
서울특별시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제이앤씨
담당변호사 서경배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6. 30. 선고 2016가합557529 판결
【변론종결】 2018. 9. 19.
【판결선고】 2018. 11. 14.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및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제1심 피고 B, C, D과 공동하여 원고에게 693,336,065원 및 이에 대하여 2014. 5. 30.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변경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21,067,213원[각주:1] 및 이에 대하여 2014. 5. 30.부터 2017. 6. 30.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제1심판결의 인용
이 법원이 이 판결에 설시할 이유는, 당심에서 제출된 당사자의 주장 및 증거에 관한 판단을 포함하여 제1심판결 이유 중 일부를 아래 제2, 3항과 같이 고쳐 쓰거나 추가 판단하는 외에는 제1심판결의 이유 중 해당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고쳐 쓰는 부분
제1심판결 이유 중 제1의 마.항 말미 '이에 원고가 항소하였고,' 이하 부분(판결문 제6면 제1행)을 삭제하고, 아래와 같은 내용을 추가한다.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16누81668호) 법원은 2017. 12. 13. '망인은 공무상 스트레스로 중증의 우울증이 발병하였고, 그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 또는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 추단되므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위와 같은 제1심을 취소하고, 위 처분을 취소하였다. 공무원연금공단은 위 항소심에 불복하여 2018두31559호로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2018. 4. 26. 이를 기각하였다.』
3. 추가 판단 부분
가. 피고의 불법행위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에 관한 판단
(1) 원고의 주장
피고는 성차별적인 근무환경을 방치하여 수차례의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하였고, 이후 성희롱 발생에 따른 조치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도 아니하였으며, 망인은 이로 인하여 악화된 근무환경에서 근무하면서 발병 · 악화된 우울증으로 자살에 이른 것이므로 피고의 불법행위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2) 판단
㈎ 피고가 산하 연구기관인 이 사건 연구소에서 B, C, D의 각 성희롱 발언을 미리 예방하지 못하였고, 성희롱 발생 후 각종 조치의무를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지위에 있는 H, L이 직장 내 성희롱 재발방지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피용자인 망인을 보호할 의무를 위반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망인이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이 경험칙상 넉넉히 인정됨은 제1심판결 이유 제4의 가. 및 다.항에서 본 바와 같다.
㈏ 그러나 불법행위와 결과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자살이라는 특별한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예견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는 한 상당인과관계는 부정되고,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고통 및 후유증의 정도가 너무나 큰 나머지 이러한 입장에 처하게 되는 사람으로서는 통상적으로 그 고통을 견딜 수 없어 살아갈 희망이나 의욕을 상실하고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인정되어야 불법행위와 자살로 인한 사망의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바, 갑 제2호증, 갑 제10 내지 12호증, 을나 제14호증의 1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연구소에서 발생한 일련의 행위와 관련된 피고의 과실과 망인의 자살로 인한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① 망인이 최초로 우울과 불안을 호소하며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은 것은 이 사건 연구소에 근무하기 시작한지 불과 10일째인 2013. 8. 10.이었고, 망인에 대한 의무기록지에 의하면, '망인은 20세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약간의 우울감을 느끼기 시작하였으며, 4년 동안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면서 합격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좌절감과 다른 친구들에 비해 뒤처지는 느낌을 겪어 왔고, 새로운 업무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는 점'이 기재되어 있고, 원고는 변사 사건과 관련하여 '망인이 결혼 전(2012. 10. 2. 혼인신고)부터 우울증을 앓고 있어 치료를 받았었고, 우울증 증세가 나타나면 많이 힘들어 했으며 죽고 싶다는 말을 여러 번 하였다'고 진술한 바 있는 점에 비추어, 망인은이 사건 각 성희롱 발생 상당기간 전부터 우울증세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② 이 사건 3회의 성희롱은 2013. 8. 29., 같은 해 10월 중순, 같은 해 11. 12. 발생하였고, 그 중 망인을 직접 당사자로 한 것은 2013. 8. 29. 및 11. 12.이며, 이 사건 각 성희롱의 정도가 객관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극심하다고는 보기 어렵고, 그 밖에 원고가 제출한 모든 증거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연구원의 근무환경이 망인이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여성차별적이고 권위적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③ 망인이 세 차례의 성희롱을 겪은 것은 망인이 Q병원에 처음으로 내원한 2013. 8. 10. 이후 마지막으로 내원한 2013. 11. 이전에 있었는데, '새로운 업무에 대한 부담감', '회식자리에서의 음주' 등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외에 성희롱과 관련한 스트레스를 언급한 바 없었고, 2013. 10. 5.자 기록에는 증상 호전, 2013. 11. 30.자 기록에는 '임신을 계획하여 임의로 2주전 약물 중단하였다'는 기재도 있어 그 무렵 망인의 우울증 증상이 호전된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다.
④ 이후 망인은 2014. 1.부터 2014. 5.경까지 서울시 S에서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직장생활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면서도 이 사건 각 성희롱이나 그 이후 피고의 조치 미흡 등을 이유로 한 스트레스를 직접 언급하지는 아니하였고, 2014. 5. 12. T 정신의학과에서 진료받으면서 '생리 후 우울감, 매달 7~10일 우울증 심함, 수면 불가능' 등의 증상을 호소하였을 뿐이다.
⑤ 망인은 2014. 5. 28 및 29. 휴가를 냈고, 2014. 5. 30. 자택에서 자살하였는데, 피고 산하 연구기관인 이 사건 연구소 직원들이 망인이 출근하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자 연구소 근처에 있는 피고의 자택에 방문하여 이를 발견 · 신고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망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이라는 점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⑥ 위 행정소송에서 인정된 상당인과관계는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의 것일 뿐이므로, 그것이 이 부분 쟁점인 "피고의 불법행위"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유무를 좌우하지는 못한다.
㈐ 따라서, 이 사건 각 성희롱과 관련된 피고의 과실과 망인의 자살로 인한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청구는 나아가 나머지 점에 관하여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나. 위자료에 관한 판단
(1) 원고는 제1심에서 인정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액이 과소하여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피고는 오히려 원고가 망인의 사망으로 인하여 수령한 유족보상금 및 선택적 복지 제도의 일환으로 제공된 단체보험계약의 보험금 수령금을 참작하여 위자료를 감액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다투고 있으므로 이에 관하여 본다.
(2) 살피건대,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를 산정할 경우, 피해자의 연령, 직업, 사회적 지위, 재산 및 생활상태, 피해로 입은 고통의 정도, 피해자의 과실 정도 등 피해자 측의 사정과 아울러 가해자의 고의 · 과실의 정도, 가해행위의 동기와 원인, 불법행위 후의 가해자의 태도 등 가해자 측의 사정까지 함께 참작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부담이라는 손해배상의 원칙에 부합한다. 법원은 이러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위자료 액수를 확정할 수 있는바(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다1234 판결,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다209831 판결 등 참조), 제1심 법원이 인정한 손해배상액 액수는 그 재량의 한계를 일탈한 위법이 있다고 할 정도로 과소하다고 할 수 없다.
(3) 오히려, 갑 제32호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가 망인의 사망과 관련하여 공무원연금공단으로부터 순직유족보상금 50,540,610원을 수령하였고, 2018. 6.부터 매월 1,199,948원의 유족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러한 사정을 참작하면, 제1심의 위자료 액수를 감액할 여지도 없지 않다. 그러나, 제1심에서 인정된 위자료는 피고가 산하 연구기관인 이 사건 연구소에서 성희롱 발언을 미리 예방하지 못하였고, 성희롱 발생 후 각종 조치의무를 불이행함으로써 피용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불법행위에 대한 망인의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원고가 망인의 사망으로 인하여 유족보상금이나 사망보험금을 수령하였다고 하여 위와 같은 위자료를 감액할 것은 아니며,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원고만 항소한 이 사건에서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상 항소인인 원고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것이 허용되지 아니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황병하
판사 임효미
판사 김상현
[각주1] 원고는 망인의 일실이익 590,336,065원의 20%인 118,067,2123원과 위자료 1억 원(망인 5,000만 원, 원고 3,000만 원, 망인의 부모 각 1,000만 원), 장례비 300만 원 부분으로 항소취지를 한정하였다.[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