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사고의 원인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명확하게 확정하지 못했더라도 제품 사용설명서에 기재된 주의사항에 비춰볼 때 안정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하자가 있었음을 추단할 수 있다고 본 것
사실관계
2019년 9월 강원도 속초시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던 B씨의 방에서 발생한 화재로 아파트 내부와 윗층에 거주하는 이웃집 건물 일부가 전소됐다. 또 화재로 발생한 낙하물로 아파트 아래 주차돼 있던 차량 4대도 손상됐다.
경찰은 B씨가 방에서 A사 제품인 전동킥보드 2대를 충전하던 중 배터리가 폭발하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국과수는 배터리가 팽창되고, 내부 구성물 등이 외부로 분출되는 등 발화원과 관련지을 수 있는 특이점이 발견되긴 했지만, 배터리가 연소·변형돼 있거나 감정물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아 발화원을 특정해 결론내릴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 사고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재난배상책임보험을 체결한 삼성화재는 피해 주민들에게 총 4200여만원을 지급한 뒤 A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내용
서울중앙지법 민사86단독 김상근 판사는 제조물책임법 제3조의2는 피해자가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 등을 증명한 경우에는 그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해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제조업자가 다른 원인으로 인한 손해발생 사실을 증명해야 이 같은 추정이 번복된다.
화재는 B씨의 방에서 최초로 발생했는데, 충전 중이던 A사 전동킥보드 외에 화재원인으로 작용할 만한 다른 전기기계들이 없었다. 조사 및 감정 결과에 의하더라도 전동킥보드 2대 모두 배터리에서 팽창 등의 흔적이 발견돼 발화원과 관련지을 수 있는 특이점이 발견됐다.
국과수의 결과는 발화원과 관련지을 수 있는 현상의 원인이 배터리 자체의 결함이나 과전압 충전 등 어느 것에 의한 것인지 확정할 수 없다는 취지라며 전동킥보드 설명서에 '10시간 이상 충전하지 말라'는 등의 주의사항이 기재된 것을 볼 때 전동킥보드는 배터리가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하자가 있었다고 보인다.
A사는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행사하는 삼성화재에 화재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다만, 사용자가 설명서에 기재된 주의사항대로 충전하지 않았을 가능성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 A사의 배상책임을 80%로 제한한다고 삼성화재가 전동킥보드 제조·판매사인 A사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2020가단5101433)에서 A사는 34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 12. 선고 2020가단5101433 판결 구상금
【사건】 2020가단5101433 구상금
【원고】
△△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서울 서초구, 대표이사 최○○,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양 담당변호사 김종우
【피고】
주식회사 ◇◇◇, 서울 금천구, 대표자 사내이사 민○○,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율현 담당변호사 신정훈
【변론종결】 2020. 11. 24.
【판결선고】 2021. 1. 12.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34,330,072원 및 그 중 3,266,400원에 대하여는 2019. 12. 17.부터, 20,064,000원에 대하여는 2020. 1. 18.부터, 나머지 10,999,672원에 대하여는 2020. 3. 12.부터, 각 2021. 1. 12.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각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의 1/5은 원고,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42,917,591원 및 그 중 4,083,000원에 대하여는 2019. 12. 17.부터, 25,085,000원에 대하여는 2020. 1. 18.부터, 나머지 13,749,591원에 대하여는 2020. 3. 12.부터 각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인정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원고는 속초시 ○○로 ***(○○동)에 소재한 ◎◎3단지아파트(이하 ‘◎◎아파트’라 한다) 입주자대표회의와 보험기간을 2018. 12. 13.부터 2020. 12. 13.까지, 보험목적물을 ◎◎아파트, 보험조건을 ◎◎아파트에서 일어난 화재나 폭발, 붕괴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로 다른 사람의 신체나 재산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 그 손해(보상한도액 인당 1.5억 원, 대물 사고당 10억 원)를 보상하여 주는 내용의 재난배상책임보험(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보험자이다.
(2) 피고는 전기자동차, 레저용전기자동차, 전기스쿠터, 퍼스널 모빌리티 등 제조업을 사업목적으로 하여 2015. 5. 18. 설립된 회사로서, 이 사건 사고 원인으로 추정되는 전동킥보드를 중국에 소재한 관계회사(M○○○○○○ WEIHAI EV Co. Ltd)를 통하여 제조한 다음 이를 국내에 수입·판매한 회사이다.
나. 이 사건 화재사고의 발생
(1) 위 ◎◎아파트 3** 14*3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고 한다)에 거주하는 소외 이AA은 2018. 7.경 피고가 수입판매하는 중국산 전동킥보드(제품모델명 와이드휠 WW02D, 이하 ‘이 사건 전동킥보드’라 한다) 3대를 구입하여 사용해 오고 있었다.
(2) 2019. 9. 21. 06:23경 이 사건 아파트 내 작은 방에서 충전하고 있던 이 사건 전동킥보드에서 최초 발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이하 ‘이 사건 화재’라 한다)가 발생하였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아파트는 내부가 전소되었으며, 윗층에 있는 15*3호 아파트의 건물 일부 및 가재도구 등이 그을음으로 소훼되었고, 이 사건 아파트에서 떨어진 낙하물로 인하여 이 사건 아파트와 아래 주차되어 있던 차량(26보****, 29후****, 28나****, 15마**** 승용차가 손상되는 피해를 입었다.
다. 속초경찰서, 속초소방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화재원인 조사결과
(1) 화재원인 조사과정에서 이 사건 아파트 거주자인 이AA은, 2019. 9. 21. 02:30경부터 이 사건 아파트 작은방에서 2대의 전동킥보드를 충전하기 시작하여 전원을 연결한 채 잠이 들었는데, 06:23경 작은방에서 폭발음이 들리면서 화재가 발생하여 작은방 문을 열어보니 작은방에서 충전중이던 이 사건 전동킥보드 주변에서 불꽃 및 연기가 발생하고 있었다고 진술하였다.
(2) 속초경찰서와 속초소방서가 이 사건 아파트 화재현장을 조사한 결과, 최초로 화재가 발생한 작은방에 있는 물건 중 이 사건 전동킥보드 외에는 발화원으로 작용할 만한 전기기계 및 기구 등이 발견되지 않았고, 이 사건 전동킥보드 배선에서는 단락흔이 발견되었다. 이에 이 사건 화재는 방화가능성이나 기계적·가스적 요인 및 인적부주의 등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아 발화원인에서 배제하고, 이 사건 전동킥보드를 충전하던 중 이 사건 전동킥보드의 배터리가 폭발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였다.
(3)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라고 한다)는 이 사건 화재의 원인에 대한 감정 요청을 받고 조사내용 및 현장사진, 이 사건 전동킥보드와 충전장치, 전기배선 등 감정물을 조사하여, 충전중이던 2대의 전동킥보드 모두 배터리들 중 다수의 배터리가 팽창 및 천공되어 있고 배터리 상호간의 연결이 끊어진 상태이며, 덮개가 이탈된 상태로서 배터리 내부 구성물 등이 외부로 분출된 현상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전동킥보드에서 발화원과 관련지을 수 있는 특이점이 발견되었지만, 수거된 다수의 배터리에서 보이는 팽창, 천공 및 분출의 흔적은 외열의 작용, 배터리 자체의 결함, BMS의 결함, 과전압충전 등의 원인에 의하여 형성 가능한 것인데 배터리가 심하게 연소·변형되어 있거나 감정물이 충분히 제시되지 아니하여 그 중 어느 것이 발화원으로 작용하였는지 여부는 논단이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라. 보험금 지급
이 사건 화재사고로 인하여 26보4671 차량 소유자인 이AA에게 4,083,000원, 29우**** 및 28나**** 차량 소유자인 전BB에게 23,770,000원, 15마**** 소유자인 방CC에게 1,315,000원, ◎◎아파트 3**동 15*3호 거주자인 이DD에게 51,502,000원의 대물 손해가 발생하였고,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위 피해자들에게 2019. 12. 16.자로 4,083,000원, 2020. 1. 17.자로 25,085,000원, 2020. 3. 11.자로 13,749,591원 합계 42,917,591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하였다.
마. 이 사건 전동킥보드의 사용설명서 기재 내용
이 사건 전동킥보드 사용설명서에는 배터리 충전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기재되어 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0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 을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
이 사건 화재사고는 피고가 제조·판매한 이 사건 전동킥보드로 인하여 발생하였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화재로 인한 피해자들에게 제조물책임법 또는 민법 제750조에 기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하는데,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험자로서 이 사건 화재로 인한 피해자들에게 위 보험금을 지급함으로써 상법 제682조 제1항에 따라 피해자들이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취득하였다.
나. 피고
이 사건 화재는 이 사건 전동킥보드 내부의 배터리나 배선 등 제조자가 배타적으로 지배하는 영역에서의 결함으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고, 구매사용자인 이AA의 사용상의 과실로 발생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화재 발생으로 인하여 생긴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
3. 원고의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제조물책임이란 제조물에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으로 생명·신체 또는 건강이 침해되거나 물건이 손상된 경우에 제조업자 등에게 지우는 손해배상책임이다. 따라서 피해자가 그 제조물의 결함을 증명할 책임이 있고 이를 증명하지 못하면 제조물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7다1448 판결 등).
다만, 제조물책임법 제3조의2 규정에 의하면, 제조물의 결함을 증명함에 있어 피해자가 아래의 3가지 요건사실을 증명한 경우에는 제조물을 공급할 당시 해당 제조물에 결함이 있었고 그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제조업자가 제조물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인하여 그 손해가 발생한 사실을 증명하여야 위 추정이 번복된다.
① 해당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피해자의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
② 위 손해가 제조업자의 실질적인 지배영역에 속한 원인으로부터 초래되었다는 사실
③ 위 손해가 해당 제조물의 결함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아니한다는 사실
나. 제조물책임 여부에 대한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과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화재는 이 사건 전동킥보드의 배터리가 폭발하면서 발생되었고, 이 사건 전동킥보드에는 제조물이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하자가 있었던 것으로 추단할 수 있고, 이 사건 화재는 이와 같은 이 사건 전동킥보드의 결함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보이므로, 이 사건 전동킥보드의 제조·판매자인 피고는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행사하는 원고에게 이 사건 화재로 인하여 생긴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① 이 사건 화재는 폭발음과 함께 이 사건 아파트 작은 방에서 최초로 발생하였는데, 위 작은방에는 충전중이던 이 사건 전동킥보드 외에는 화재원인으로 작용할 만한 다른 전기기계나 기구들이 없었다.
② 이 사건 아파트의 거주자가 작은방에서 폭발음과 함께 화재가 발생한 것을 알고 작은 방의 방문을 열어보았을 때 이 사건 전동킥보드를 중심으로 하여 이 사건 전동킥보드와 그 주변이 타고 있는 것을 목격하였다.
③ 화재원인 조사결과 및 감정결과에 의하더라도 충전중이던 이 사건 전동킥보드 2대 모두에서 수거된 다수의 배터리에서 팽창, 천공 및 분출의 흔적이 발견되는 등 이 사건 전동킥보드 내부에서 발화원과 관련지을 수 있는 특이점이 발견되었다(국과수의 감정결과는 이와 같이 발화원과 관련지을 수 있는 현상의 발생원인이 외열의 작용, 배터리 자체의 결함, BMS의 결함, 과전압충전 중 어느 것에 의한 것인지 확정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④ 소외 이AA이 이 사건 전동킥보드를 구매한 시점은 이 사건 화재발생으로부터 1년 2개월 전에 불과한 2018. 7.경으로 사용기간이 그리 오래 되지 않았고, 통상의 용법에 따라 사용하였으며, 이 사건 아파트 작은 방에 있던 3대의 전동킥보드 중 전원이 연결된 상태에 있지 않았던 1대에서는 배터리 폭발 현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⑤ 이 사건 전동킥보드는 피고가 중국에서 생산하여 국내로 들여와 판매한 제품인데, 그 사용설명서에 “배터리는 6~7시간 정도 충전하여 사용하고 충전기의 과열을 방지하기 위하여 배터리를 10시간 이상 충전하지 말 것, 충전방식에서 충전기를 전동킥보드에 먼저 연결한 상태에서 전원을 연결하면 스파크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있으므로 그 연결순서를 반드시 지킬 것”과 같은 내용의 주의사항이 기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사건 전동킥보드는 충전기나 배터리가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하자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및 책임의 제한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가 지급한 보험금은 피해자들이 입은 손해액의 범위 내에서 지급된 것이라고 보이므로, 일단 피고가 보험자대위권을 행사하는 원고에게 부담하는 손해배상금액의 범위는 원고가 지급한 보험금액이 된다.
다만,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전동킥보드 사용설명서에는 “배터리를 10시간 이상 충전하면 충전기가 과열 현상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점과 충전기 연결방식을 사용설명서에서 안내한 방법대로 하지 않으면 스파크가 발생될 수 있다”는 주의사항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사용자가 그 동안 사용과정에서 이 사건 전동킥보드 사용설명서에 기재된 주의사항대로 충전을 하지 아니하였을 가능성이 있는 점과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의 배상책임을 80%로 제한함이 상당하다고 판단된다.
라.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34,330,072원 및 그 중 3,266,400원(= 4,083,000원 × 80%)에 대하여는 해당 보험금 지급 다음날인 2019. 12. 17.부터, 20,064,000원(= 25,085,000원 × 80%)에 대하여는 해당 보험금 지급 다음날인 2020. 1. 18.부터, 나머지 10,999,672원(= 13,749,591원 × 80%, 원미만 버림)에 대하여는 해당 보험금 지급 다음날인 2020. 3. 12.부터 각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21. 1. 12.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만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