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 주관 공연준비 중 7m 무대서 떨어져 사망했다면 안전장치 등 관리소홀 지자체에 배상책임있다
요지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공연을 준비하다 무대에서 추락해 사망한 조연출가의 유족에게 해당 지차체가 6억원을 배상해야 한다.
사실관계
A씨는 2018년 김천시가 주관하는 오페라 공연에 조연출가로 고용됐다. A씨는 김천시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무대세트를 붓으로 색칠하는 작업을 하던 중 승강 무대(리프트) 7m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유족들은 A씨가 안전장치 없이 무대감독 지시로 일하다 사고를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내용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손철우 부장판사)는 공연장은 무대 중앙에 있는 리프트를 1층으로 내려서 장비 등을 실은 후 다시 3층에 있는 공연장 무대로 올리는 방법으로 장비를 운반하게 돼 있었는데, 이는 국내 다른 공연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구조라며 이런 구조로 인해 리프트가 내려갈 경우 무대 위에서 작업을 하던 사람이 리프트 하강으로 발생한 개구부로 추락할 위험성이 매우 높고, 추락할 경우 치명적인 인명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사고 당시 공연장에는 리프트 하강에 따라 무대 위에 있는 작업자의 추락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아무런 안전장치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다. 안전사고를 관리할 인원이 배치돼 있지도 않았다.
리프트가 하강할 당시 누구도 무대 위에서 작업 중이던 A씨에게 리프트의 하강에 따른 추락 위험성에 대해 A씨가 인식해 스스로 위험을 회피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고지하거나 작업을 중단하게 하지도 않았다. A씨를 비롯한 무대 작업자에게 리프트 하강에 따른 사고에 관한 위험성을 고지하는 등 구체적이고 충분한 안전교육이 실시되지도 않았다.
김천시는 공연장 작업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함에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A씨가 사고로 사망에 이르게 됐다며 공연장에는 통상 요구되는 안전성이 결여돼 국가배상법 제5조 1항에 규정된 설치·관리상 하자가 있었고, 이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인정되므로 김천시는 유족들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A씨의 유족이 김천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서울고등법원 2020나2014657)에서 김천시는 6억6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 2021. 1. 14. 선고 2020나2014657 판결 손해배상(국)
【사건】 2020나2014657 손해배상(국)
【원고, 피항소인 겸 항소인】
1. A, 2. B, 3. C, 4. D, 5. E, 6. F, 7. G, 8. H
【피고, 항소인 겸 피항소인】
◇◇시
【제1심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0. 4. 21. 선고 2019가합104601 판결
【변론종결】 2020. 11. 26.
【판결선고】 2021. 1. 14.
【주문】
1. 이 법원에서 원고 A, B의 확장한 청구를 포함하여 제1심판결 중 원고 A, B에 대한 부분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가. 피고는 원고 A, B에게 각 332,424,034원 및 그 중 각 283,939,227원에 대하여는 2018. 9. 6.부터 2020. 4. 21.까지 연 5%의, 각 48,484,807원에 대하여는 2018. 9. 6.부터 2021. 1. 14.까지 연 5%의, 각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나. 원고 A, B의 피고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원고 C, D, E, F, G, H의 피고에 대한 항소 및 피고의 원고 C, D, E, F, G, H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3. 원고 A, B과 피고 사이의 소송총비용 중 10%는 위 원고들이, 나머지 90%는 피고가 각 부담하고, 원고 C, D, E, F, G, H와 피고 사이의 항소비용 중 위 원고들의 항소로 인한 부분은 위 원고들이, 피고의 항소로 인한 부분은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의 가.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A, B에게 각 382,420,000원, 원고 C에게 20,000,000원, 원고 D, E, F, G, H에게 각 10,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18. 9. 6.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2019. 5. 31.까지는 연 15%의, 2019. 6. 1.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원고 A, B은 이 법원에서 청구취지를 확장하였다).
2. 항소취지
가. 원고들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 A, B에게 각 98,480,773원, 원고 C에게 10,000,000원, 원고 D, E, F, G, H에게 각 8,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18. 9. 6.부터 제1심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나. 피고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음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 A은 망 I(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아버지, 원고 B은 망인의 어머니, 원고 C는 망인의 동생, 원고 D는 망인의 외할머니, 원고 E, F, G는 망인의 이모, 원고 H는 망인의 외삼촌이다.
나. 피고는 ◇◇시 J에 있는 ◇◇시 K회관의 건물과 부지를 소유하고 있고, 산하에 사업소를 두어 위 K회관을 운영·관리하면서 ◇◇시민들을 위한 기획공연, 전시, 대관, 행사 등에 제공하고 있다.
다. 위 ◇◇시 K회관 대공연장(이하 ‘이 사건 공연장'이라 한다)에서는 2018. 9. 7. 피고와 L위원회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M, N연합회가 주관하는 ‘O’ 오페라 공연(이하 ‘이 사건 공연’이라 한다)이 열릴 예정이었다.
라. 망인은 사단법인 M에서 위 공연의 조연출로 고용되어 2018. 9. 6. 13:10경 다음 날 있을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이 사건 공연장 무대 위에서 무대세트를 붓으로 색칠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위 무대 중앙에는 6.5m 아래까지 내릴 수 있는 리프트(이하 ‘이 사건 리프트’라다 한다)가 설치되이 있었는데, ◇◇시 K회관의 무대감독인 피고 소속 공무원 P[각주:1]은 같은 날 13:18경 무대 아래에 있는 무대세트 및 장비를 무대 위로 올리기 위해 기계감독 Q으로 하여금 이 사건 리프트를 무대 아래로 내리게 하였고, 이로 인하여 망인이 작업 중이던 무대에 78㎡(가로 13m, 세로 6m) 크기의 개구부가 생기게 되었다. 망인은 위와 같은 작업을 하던 중 13:23경 색칠한 무대세트의 작업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뒷걸음질하다가 위 개구부로 빠져 6.5m 아래 바닥으로 떨어졌고, 2018. 9. 10. 위 추락 사고로 인한 외상성 혈흉, 외상성 지주막하 출혈, 외상성 간열상 등으로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1, 27 내지 31, 36 내지 39호증, 을 제1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 책임 성립 여부
1)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은 ‘도로·하천, 그 밖의 공공의 영조물의 설치나 관리에 하자가 있기 때문에 타인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하였을 때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에서 규정한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의 하자’라 함은 영조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하는 것으로서, 영조물이 완전무결한 상태에 있지 아니하고 그 기능상 어떠한 결함이 있다는 것만으로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에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고, 위와 같은 안전성의 구비 여부는 당해 영조물의 용도, 그 설치장소의 현황 및 이용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설치·관리자가 그 영조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그 기준으로 삼아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7다88903 판결).
2) 앞서 든 증거들, 갑 제40 내지 5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의 각 사실 내지 사정이 인정된다.
가) 이 사건 공연장은 무대 중앙에 있는 이 사건 리프트를 1층으로 내려서 무대세트, 장비 등을 실은 후 다시 3층에 있는 이 사건 공연장 무대로 올리는 방법으로 무대세트, 장비 등을 운반하게 되어 있었는데, 이는 국내 다른 공연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특이한 구조이다. 이런 특이한 구조로 인하여 이 사건 리프트가 내려갈 경우 무대 위에서 작업을 하던 사람이 리프트 하강으로 발생한 개구부로 추락할 위험성이 매우 높고, 위 개구부 6.5m 아래로 사람이 추락할 경우 치명석인 인명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은 누구라도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나)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공연장에는 리프트 하강에 따라 무대 위에 있는 작업자의 추락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아무런 안전장치도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였고, 안전사고를 관리할 인원이 배치되어 있지도 않았다[각주:2]. 피고는 이 사건 사고 이후 이 사건 공연장에 ‘이동식 안전 바(bar)’를 설치하였다.
다) 이 사건 공연장에는 리프트의 움직임에 따라 경보음이 울리는 장치가 없었고, 경광등은 이 사건 사고 발생 전에 고장 나 작동하지 않는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다. 피고는 이 사건 이후 이 사건 공연장에 리프트가 움직일 때 자동으로 작동하는 경광등을 설치하였다.
라) 망인이 무대 위에서 작업하던 당시 이 사건 공연장 무대 위 조명은 작업자가 시각적으로 리프트의 하강 사실을 즉각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밝지도 아니하였다.
마) 이 사건 리프트가 하강할 당시 누구도 무대 위에서 작업 중이던 망인에게 리프트의 하강에 따른 추락 위험성에 대하여 망인이 인식하여 스스로 위험을 회피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고지하거나 작업을 중단하게 하지도 않았고[각주:3], 망인을 비롯한 무대 작업자에게 이 사건 리프트의 하강에 따른 사고에 관한 위험성을 고지하는 등 이 사건 공연에 대비한 구체적이고도 충분한 안전교육이 실시되지도 않았다.
3) 위에서 인정한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피고는 이 사건 공연장 무대에서 공연 작업을 하는 경우, ① 작업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곳에 안전 울타리 내지 바(bar), 안전망 등과 같이 추락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설치하였어야 하고, ② 이 사건 리프트가 움직일 때 경보음이 울리거나 경광등이 켜지게 하는 등으로 무대 위에 있는 작업자에게 리프트의 하강에 따른 사고 발생 위험을 시·청각적으로 경고할 수 있는 조치를 하였어야 하며, ③ 작업조명은 작업자의 안전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므로 작업자가 시각적으로 즉각 사고 위험을 감지할 수 있도록 충분한 조도를 확보하였어야 하고, 불가피하게 약한 조명이나 어둠 속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에도 작업자가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이 사건 공연장 작업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함에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위와 같은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망인이 이 사건 사고로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에 의하면, 이 사건 공연장에는 통상 요구되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에 규정된 설치·관리상 하자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 사건 사고는 위 공연장의 설치·관리상 하자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인정되므로, 피고는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사고로 망인과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책임 성립 여부
1)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힐 때에는 이 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2)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 소속 공무원 P은 ◇◇시 K회관의 무대감독으로 18년 동안 무대, 기계 운영 및 유지보수, 전시, 분장, 연습실 관리 업무를 총괄적으로 담당하였고, 이 사건 공연장에 설치된 기계와 같은 장치·시설의 안전관리를 하는 지위에 있었는바, 그렇다면 P에게는, 위 2.가.3) 기재 ① 내지 ③의 각 주의의무를 포함하여[각주:4], ④ 망인을 비롯한 무대 작업자에게 이 사건 사고와 같은 각종 사고를 사전에 방지할 안전교육을 할 주의의무, ⑤ 이 사건 리프트 하강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개구부로의 추락 등을 방지하기 위해 망인을 비롯한 작업자의 작업을 일시 중단하게 하거나 안전요원을 배치할 주의의무 등이 있었다고 할 것임에도[각주:5], P이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각 주의의무를 게을리 함으로써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3) 피고 소속 공무원인 P의 위와 같은 직무행위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근거하여서도 이 사건 사고로 망인과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각주:6].
다. 책임제한
1) 일반론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은 그 무엇보다도 우선하여 보호받아야 한다. 근로자로부터 노무를 제공받거나 노무가 제공되는 근로현장을 설치·관리하는 측(이하 통칭하여 ‘사용자 측’이라 한다)에서는 재해 발생을 예방하고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책무를 부담한다. 물론 근로자 본인에게도 재해의 발생이나 피해 확대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경우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 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사용자 측의 손해배상책임을 일정한 범위에서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사용자 측의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가 무겁고 그로 인한 결과 역시 중대한 사안에서 사용자 측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데에는 매우 신중하여야 한다. 근로자의 사소한 부주의나 막연한 과실을 들어 사용자 측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할 경우 자칫 손해배상 제도의 이념에 어긋나는 부당한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2) 판단
가)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각 사실 내지 사정을 알 수 있기는 하다.
① P은 이 사건 리프트를 내리기 전에 망인이 작업하는 공간과 하강하는 리프트 사이의 공간이 부족하여 작업하는 망인이 위험하다는 것을 예상하고 망인이 작업하는 무대세트를 직접 뒤로 밀어냈다.
② 당시 이 사건 공연장 무대 위에 있던 T[각주:7], 전환수 U은 망인에게 이 사건 리프트가 하강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거나 소리를 쳤다고 P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 형사사건의 재판(대구지방법원 ◇◇지원 2019고단643, 이하 ‘이 사건 형사재판’이라 한다)에서 진술하기도 하였다.
③ 이 사건 리프트가 하강하는 도중 P이 망인에게 붓질을 가로로 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하였고, 망인도 작업 도중 잠시 뒤돌아보면서 위 지시에 따라 붓질을 가로로 하는 행동을 하였다.
④ 망인은 이 사건 리프트가 완전히 내려간 뒤 작업 도중 무엇인가에 반응하여 약 4~5초간 뒤를 돌아보기도 하였다.
나)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갑 제49호증의 기재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각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에 대한 피고의 책임비율을 100%로 인정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1) 이 사건 사고 이전에 망인 외의 사단법인 M 직원들은 무대감독 P 등의 관리 하에 무대세트, 장비 등을 이 사건 공연장 무대로 들이는 작업을 하였는데, 이 사건 공연을 위하여 공연장을 처음 방문한 망인은 이 사건 사고 이전에 위 리프트를 이용한 무대세트 작업에 참여한 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사고 당시까지 위 리프트의 용도, 위치 및 크기, 리프트 하강으로 인한 개구부의 깊이, 추락의 위험성 등에 대하여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연 작업자에 대한 안전교육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공연 작업 중간에 합류한 망인에 대한 안전교육은 더더욱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망인은 이 사건 공연에서와 같은 조연출 경력이나 기타 무대에서의 작업경력이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 위와 같이 T, U이 이 사건 형사재판에서 망인에게 이 사건 리프트가 하강한다는 것을 말하였다고 진술하기도 했지만, 이는 그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진술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이 작업에 몰두하고 있던 망인이 이를 듣지 못하였을 가능성도 있다[각주:8]. 또한 망인이 그와 같은 말을 들었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연장을 처음 방문한 망인은 이 사건 공연장 무대의 크기, 리프트 하강으로 발생한 개구부의 위치, 크기 및 깊이, 본인의 작업 위치와 위 개구부 사이의 거리 등에 관하여 잘 알지 못하여 그 위험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하였을 가능성도 높다.
(3) P이 이 사건 리프트 하강 전에 위험성을 예상하고 망인이 작업하던 무대세트를 뒤로 밀어내기도 했지만, 망인이 작업하던 공간은 리프트 하강으로 발생한 개구부와 불과 2~3m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아 망인이 다양한 이유로 추락할 위험성이 매우 높았을 뿐만 아니라, 그 개구부의 깊이가 상당하여 추락 사고가 발생할 경우 중대한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 공연장에는 그 추락 사고를 방지할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추락 사고의 위험으로 망인에게 작업 중단을 지시하여야 하는 P은 오히려 리프트 하강 이후에도 무대세트 붓질의 방향까지 알려주는 등으로 그 작업을 독려하기도 하였다.
(4) 또한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공연장 무대 위에 있었던 다수의 사람들이 무대조명이 CCTV[각주:9]상으로 보이는 만큼 잘 보이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을 인식하거나 리프트가 하강한 것을 즉시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밝지 않았다고 이 사건 형사재판에서 진술하였는데[각주:10], 이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리프트 하강 전부터 그곳을 등지고 앉아서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던 망인이 위와 같이 잠시 뒤돌아보는 것만으로 이 사건 리프트가 하강하였는지 여부, 그로 발생한 개구부의 위치 및 깊이, 추락의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5) 이 사건 공연장과 같은 공연을 하는 장소는 그 공연 준비과정이나 실제 공연과정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다양한 작업도구, 무대 장비 내지 기계설비, 무대 세트 내지 공연도구 등을 이용, 설치, 이동하는 등의 위험성이 높은 작업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그 작업자가 다양한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은 경험칙에 비추어도 알 수 있고, 실제로 매년 다수의 사고들이 발생하여 작업자의 신체, 생명이 침해되는 경우가 있었으므로, 특히 공연장을 설치·관리 하거나 공연을 관리·감독하는 주체는 작업자의 신체, 생명과 직결되는 사고 방지를 위한 엄중한 노력과 조치를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연장의 설치·관리상 하자 또는 공연장을 관리·감독하는 감독자의 과실로 인하여 이 사건과 같은 중대한 인명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 그 구체적인 사고의 위험성을 고지 받거나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작업결과를 확인하기 위하여 불과 두세 발짝 뒷걸음한 행위만으로 사고를 당하여 고귀한 생명을 잃은 망인에게 그 사고로 인한 책임의 일부를 묻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봄이 상당하다.
3. 손해배상의 범위
아래에서 별도로 설시하는 것 이외에는 별지 손해배상액 계산표의 각 해당 항목 기재와 같고, 계산의 편의상 기간은 월 단위로 계산함을 원칙으로 하되, 마지막 월 미만 및 원 미만은 버린다. 손해액의 사고 당시의 현가 계산은 월 5/12푼의 비율에 의한 중간이자를 공제하는 단리할인법에 따른다.
가. 일실수입
1) 인적사항 : Y.생 여자
2) 가동능력에 대한 금전적 평가 : 2019년부터 2020년까지 건설업 임금실태조사보고서상 도시일용노동자 보통인부 노임(원고들은 제1심에서 망인이 60세에 이를 때까지의 월소득을 2018년 고용노동부 발간 고용노동통계 상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1년 미만 경력자의 평균임금 2,653,000원으로 계산하여 청구하였으나, 당심에서는 위 도시일용노동자 보통인부 노임으로 계산하여 청구취지를 확장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51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나. 위자료
1) 이 사건 사고로 망인과 망인의 부모인 원고 A, B, 여동생인 원고 C, 외조모인 원고 D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인정할 수 있고, 갑 제24, 53 내지 63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망인과 3촌 사이에 있는 친족인 원고 E, F, G, H 역시 조카인 망인의 사망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의 정신적 고통을 위자할 의무가 있다.
2) 위자료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이 사건 사고의 경위, 이 사건 사고 발생 이후 정황, 망인의 나이와 직업,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들을 참작하여, 망인은 100,000,000원, 망인의 부모인 원고 A, B은 각 40,000,000원, 망인의 여동생인 원고 C는 10,000,000원, 망인의 외조모, 이모, 삼촌인 원고 D, E, F, G, H는 각 2,000,000원으로 정한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손해배상금으로, 원고 A, B에게 각 332,424,034원 및 그 중 제1심에서 인용한 각 283,939,227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사고 발생일인 2018. 9. 6.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제1심판결 선고일인 2020. 4. 21.까지 민법이 정한 연 5%의, 당심에서 추가로 인용한 각 48,484,807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사고 발생일인 2018. 9. 6.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21. 1. 14.까지 민법이 정한 연 5%의, 각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원고 C에게 10,000,000원, 원고 D, E, F, G, H에게 각 2,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 발생일인 2018. 9. 6.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제1심판결 선고일인 2020. 4. 21.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 중 원고 A, B에 대한 부분은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 A, B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이 법원에서 원고 A, B의 확장된 청구를 포함하여 제1심판결 중 원고 A, B에 대한 부분을 주문 제1항과 같이 변경하고, 제1심판결 중 원고 C, D, E, F, G, H에 대한 부분은 정당하므로 위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항소와 피고의 위 원고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손철우(재판장), 박혜선, 원종찬
- [각주1] P은 ◇◇시 K회관 무대감독으로 무대 기계 운영 및 유지보수, 전시, 분장, 연습실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7급 공무원이다.[본문으로]
- [각주2] 피고는 이 사건 리프트가 무대 아래로 내려갈 당시 안전요원 2명이 각 배치되었다고 주장하나, 갑 제37, 38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들은 안전요원 자격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안전교육조차 받지 않은 무대전환수(공연장에서 장면이 전환될 때 무대세트를 이동하는 등의 작업을 하는 사람)에 불과하다.[본문으로]
- [각주3] 다만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P이 이 사건 리프트가 내려가기 전에 망인이 작업하고 있는 무대세트를 뒤로 밀었다는 점은 인정된다.[본문으로]
- [각주4] 위 ① 내지 ③ 부분은 이 사건 공연장의 설치·관리상 하자에 대한 부분이긴 하지만, P의 위와 같은 지위 및 경력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 이전에 이 부분에 관하여 조취를 취할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P은 이 사건 사고 10년 전 이 사건 리프트 하강으로 인한 개구부로의 추락 위험성을 인지하고 경광등(이 사건 사고 당시 고장 나 있었다)을 설치하기도 하였고, 이 사건 사고 이후 이동식 안전 바(bar), 리프트가 하강하면 자동으로 작동하는 경광등도 설치하였다].[본문으로]
- [각주5] 특히 P은 이 사건 공연장 신축 이후 안전점검에서 안전 울타리나 안전망을 설치하라는 주의를 받기도 하였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 사건 공연 며칠 전 이 사건 리프트 하강 시 작동하는 경광등이 고상 난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에 관한 수리도 하지 않았다.[본문으로]
- [각주6] 원고들은 P 외에 피고 소속 공무원인 Q, R, S의 직무상 과실에 대해서도 주장하고 있으나,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이들의 직무상 과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원고들은 당심에서 이 부분 과실을 주장하지 않고 있다.[본문으로]
- [각주7] 사단법인 M에서 이 사건 공연을 위해 고용한 공연팀 무대감독으로 무대세트 및 무대장비를 공연장에 안전하게 설치함으로써 공연을 준비하고 공연 중 무대세트 및 무대장비를 적절하게 옮겨가며 공연을 진행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다.[본문으로]
- [각주8] 무대연출가 V 또한 이 사건 형사재판에서 ‘리프트 내려갈 때 위험하다, 비켜라 이렇게 고함치는 소리를 듣지 못하였다’, ‘세트 하느라고 퉁퉁거리고 드릴질하고 막 이런 그런 시끄러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제가 잘 못 들었다’고 진술하였고, 사단법인 M 사무국장인 W 또한 ‘현장이 상당히 시끄러워 리프트가 내려가는 소리나 위험하니까 조심하라는 고함 소리를 듣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본문으로]
- [각주9] 을 제1호증[본문으로]
- [각주10] 사단법인 M 사무국장인 W은 무대연출가 V과 이 사건 리프트 하강 전부터 무대 앞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 분장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무대연출가 V이 팔을 잡고 ‘리프트가 다운되었다’는 말을 하여 리프트 하강으로 발생한 개구부 옆으로 조심히 가기도 하였는데, 무대 앞에 서 있었던 W 조차도 이 사건 형사재판에서 ‘리프트가 하강하는 것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어두웠다’, ‘사람이 가까이 다가와서 봐야 누구인지 알 수 있을 정도의 어둡기였다’라고 진술하였고, 무대연출가 V도 위 형사재판에서 ‘사이드 조명이 켜져 있는 경우 CCTV상으로는 밝지만 가까운 사람도 잘 안보일 수 있다’라고 진술하였으며, 무대전환수 U도 위 형사재판에서 ‘그렇게 밝은 상황이 아니다. CCTV에서 보이는 만큼 사람이 식별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무대전환수 X도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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