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동호회에서 스노클링을 하다 물에 빠져 사망했더라도 근로자의 자율적 판단으로 동호회에 가입한 것이라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
사실관계
2018년 8월 한 방송사의 사내 스키·스쿠버 동호회에 참가한 카메라 기자 B씨는 강원도에서 스노클링을 하던 중 물에 빠져 사망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사망한 B씨에 대해 행사나 모임의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관리를 받는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이지 않고, 망인이 음주 후 스노클링을 한 것은 동호회 행사에 통상 수반되는 행위라 볼 수 없다. 사적인 행위에 해당해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내렸다.
이에 B씨의 배우자인 A씨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회사가 활동보조비와 함께 차량 제공을 지원했다며 카메라 기자의 경우 수중촬영능력 함양을 위해 필수적으로 가입·활동하는 분위기였다고 주장했다.
판결내용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김국현 부장판사)는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가 아닌 회사 외의 모임에 참가하던 중 재해를 당한 경우, 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려면 사회통념상 행사나 모임의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어야 한다. 근로자가 그와 같은 모임의 정상적인 경로를 일탈하지 않은 상태에 있어야 한다.
망인의 동호회 활동이 곧바로 업무와 관련된다고 볼 수 없고, 회사는 근로자에게 복지혜택의 일환으로 비용지원, 편의제공을 할 수 있다. 이 사건 회사도 사내 여러 동호회에 비슷한 수준의 지원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동호회 가입이나 활동은 근로자의 자율적 판단에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카메라 기자의 경우 수중촬영능력 함양을 위해 필수적으로 가입·활동하는 분위기였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카메라 기자 전원이 동호회에 가입하지는 않았다.
회사가 동호회에 연 110만원의 활동보조비를 지급하고, 사건 당일 강원도로 이동하는데 필요한 차량을 제공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그러나 제시된 증거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해 인정하거나 알 수 있는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망인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보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어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에 원고의 주장과 같은 위법은 없다고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서울행정법원 2020구합57431)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2021. 3. 25. 선고 2020구합57431 판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취소
【사건】 2020구합57431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취소
【원고】
【피고】
【변론종결】 2021. 2. 25.
【판결선고】 2021. 3. 25.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9. 12. 12. 원고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이○○은 주식회사 ○○○(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의 카메라기자로, 2018. 8. 11.(토) 강원도 △△군에서 사내 스키·스쿠버 동호회(이하 ‘이 사건 동호회’라 한다)에 참가하여 스노클링(snorkelling)을 하던 중 14:25경 물에 빠졌다. 주변에서 구조하여 구급차로 후송되었으나 같은 날 14:52경 사망하였다. 사망원인을 익사로 한 시체검안서가 발급되었다.
나. 원고는 이○○(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배우자이다. 피고는 2019. 12. 12. 원고에게 ‘행사나 모임의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관리를 받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지 않고, 망인이 음주 후 스노클링을 한 것은 동호회 행사에 통상 수반되는 행위라 볼 수 없다. 사적인 행위에 해당하여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8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가 아닌 회사 외의 모임에 참가하던 중 재해를 당한 경우, 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려면 사회통념상 행사나 모임의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어야 하고, 근로자가 그와 같은 모임의 정상적인 경로를 일탈하지 아니한 상태에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7. 3. 30. 선고 2016두 31272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 회사가 동호회에 연 110만 원의 활동보조비를 지급하고, 사건 당일 강원도 △△군으로 이동하는데 필요한 차량(유류비, 운전원 사례비, 통행료 불포함)을 제공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 갑 제4호증, 을 제3, 4, 5, 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증인 양○○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하거나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망인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 사건 처분에 원고 주장과 같은 위법은 없다.
① 원고는 회사의 활동보조비 지원, 차량 제공을 주된 근거로 든다. 그러나 위 사정만으로 망인의 동호회 활동이 곧바로 업무와 관련된다고 볼 수 없다. 회사는 근로자에게 복지혜택의 일환으로 위와 같은 비용지원, 편의제공을 할 수 있고, 이 사건 회사도 사내 여러 동호회에 비슷한 수준의 지원을 한 것으로 보인다. 망인과 동호회 활동을 같이 한 증인 양○○은 ‘사내 다른 동호회인 산악회 활동에도 회사 차량이 지원된다. 동호회에 대한 비용 및 차량지원은 기자 역량 강화 측면과 취미활동에 대한 복지혜택 측면 모두의 성격을 갖는다고 생각한다'고 증언한다.
② 이 사건 동호회 가입이나 활동은 근로자의 자율적 판단에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카메라 기자의 경우 수중촬영능력 함양을 위해 필수적으로 가입·활동하는 분위기였다고 주장하나, 실제 카메라 기자 전원이 동호회에 가입하지는 않았다(증인 양○○은 ‘카메라 기자 47명 중 약 40명이 회원으로 가입하였다’고 증언한다). 회원자격도 카메라 기자에 한정되지 않고 이 사건 회사의 근로자 및 그 직계가족이면 가입이 가능하여 이 사건 동호회가 카메라 기자의 역량 강화만을 목적으로 한다고 보기 어렵다. 사건 당일 스쿠버 활동에는 총 14명이 참가하였는데, 그 중 회원은 4명(근로자 3명, 가족 1명)뿐이었고 나머지 10명은 비회원인 지인이었다. 당초 10명의 회원이 참가하기로 하였으나, 각자의 사정으로 6명이 불참하는 등 그 참가가 자유로웠다. 동호회 활동에 관하여 사업주의 지시가 있었다거나, 보고 내지 승인 절차가 필요하지도 않았다.
③ 이 사건 동호회는 회사의 활동보조비 외에 회원들의 월회비로 운영된다. 위 돈은 동호회 활동 경비로 일부 지원되나 당해 행사에 참가하는 회원이 5명 미만일 경우 지원되지 않는다. 지원되지 않는 부분은 행사 참가자들이 갹출한다. 사건 당일에도 회원은 4명만이 참석하였다[다만, 최초 참가신청한 회원이 10명이었던 사정, 이른 시간부터 비회원이 10명이나 참가한 사정을 고려하여 동호회 비용(회사 활동보조비는 제외)이 일부 지원되었다].
④ 사건 당일 망인도 지인 성○○을 대동하였다. 성○○이 스쿠버다이빙을 하지 못하여 망인과 성○○은 동호회원들과 떨어져 별도로 인근 ◇◇해수욕장에서 스노클링을 하였다. 다른 12명은 체험다이빙팀(미성년 2명, 성인 2명)과 펀다이빙팀(성인 8명)으로 나누어 스쿠버다이빙을 하였다. 망인과 성○○은 파라솔을 대여하고, 스노클링과 휴식을 반복하였다. 휴식시간 및 점심식사 시간 때 술을 곁들이기도 하였는데, 성○○은 ‘각자 소주 1병 이상, 맥주 1캔 이상씩을 마셨다’고 확인한다(혈액감정결과 망인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0.086%로 확인되었다. 갑 제4호증). 이들은 해수욕장 인근에서 스노클링을 하는데 그치지 않고, 해수욕장과 방파제 보트 선착장을 왕복하기도 하였다. 백사장에서 방파제 방향으로 스노클링을 하다가 이들 모두가 물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성○○은 ‘방파제 쪽은 수심이 깊어 보여 두려웠다. 물에 빠졌을 때는 발이 땅에 닿지 않았다’고 확인한다. 당시 이들은 수경과 스노클만 착용하였고, 오리발 등 다른 장비는 착용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