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동안 서울의 한 특급호텔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로 정신적 피해를 본 일부 투숙객들에게 호텔 측은 1인당 5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
사실관계
지난해 1월 26일 새벽 4시께 서한사가 운영하는 서울 중구의 앰배서더호텔 지하 1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투숙객 583명 전원이 대피했는데, 이들 중 72명은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화재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은 오전 10시경 화재를 완전 진압하고 현장을 조사한 뒤 지하1층 알람밸브실 출입구 우측 내벽에 설치된 전기콘센트에서 전기적 발열로 발생한 불꽃이 휴지통에 있던 가연물 등에 떨어지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A씨 등은 화재 당시 피고의 보호조치 없이 각자 대피하면서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면서 피고의 부주의로 호텔에 화재를 발생했고, 이후 제대로 된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아 위험에 처하게 했으므로 위자료로 각각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내용
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김영아 판사는 화재의 발화 원인, 연소 확대 사유 등에 비춰 호텔은 화재 당시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춰야 할 안정성을 갖추지 못한 설치·보존 상의 하자가 있었다. 그러한 하자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 이상 피고는 호텔 점유자로서 이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피고는 '호텔직원들이 각자 맡은 자리에서 호텔 손님들에게 화재를 알리고 대피로를 안내했다'라고 막연히 주장할 뿐 구체적으로 어떠한 조치를 했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 숙박계약을 체결한 원고들에 대해 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도 있다.
원고들이 자력으로 호텔 밖으로 대피하는 과정에서 공포심이 들고 연기를 흡입해 고통을 겪었음이 경험칙상 명백하다. A씨 등 32명이 주식회사 서한사를 상대로 낸 위자료청구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2020가단5074944)에서 재판부는 원고들이 느꼈을 충격과 고통, 화재 위험성의 정도, 소방서의 인명구조 활동 등 제반사정을 참작해 서한사는 A씨 등에게 위자료의 금액을 원고 1인당 5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4. 6. 선고 2020가단5074944 판결 위자료
【사건】 2020가단5074944 위자료
【원고】
별지 원고 명단 기재와 같다.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상보, 안창근,
원고들 소송복대리인 변호사 문슬기
【피고】
주식회사 A,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성원,
소송복대리인 변호사 유슬기
【변론종결】 2021. 2. 23.
【판결선고】 2021. 4. 6.
【주문】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5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20. 1. 27.부터 2021. 4. 6.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각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300만 원 및 이에 대한 2020. 1. 27.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설 연휴 기간인 2020. 1. 26. 새벽 4시 무렵 피고가 운영하는 서울 중구 ○○로 *** 소재 B 호텔(이하 ‘이 사건 호텔’이라고 한다) 지하1층 알람밸브실에서 화재가 발생하여(이하 ‘이 사건 화재’라고 한다) 지하1층 천장 속을 태우면서 지상1층 알람밸브실로 연소가 진행되었고, 화재과정에서 발생한 짙은 연기가 승강기 통로를 타고 확산되면서 각 층 승강기 문틈으로 새어나와 복도를 통해 흘러 움직였으며, 객실 내부로 연기가 유입되었다.
나. 이 사건 화재 당시 이 사건 호텔 객실에는 583인의 투숙객이 있었는데, 그중 6명은 소방관에 의하여 구조되었고, 나머지 577인은 자력으로 대피하였으며, 단순 연기 흡입으로 72인(부상자 4인)이 병원에 이송되었고 1인이 현장처치를 받았다.
다. 이 사건 화재는 이날 04:51 화재신고를 받은 소방서의 소방관들이 04:54 호텔에 도착한 후 06:33 초기 진압 및 10:06경 완전 진압하였다. 화재현장을 조사한 소방관들은 지하1층 알람밸브실 출입구 우측 내벽에 설치된 2구형 전기콘센트에서 전기적 발열로 발생된 불꽃이 직하부 휴지통 내 가연물(수건 등)에 떨어지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였고, 지하1층 ~ 지상1층 알람밸브실이 방화구획이 안 된 상태였던 탓에 지하1층 알람밸브실 내벽(블럭조) 상부 개방된 공간을 통해서 분기되는 배관 보온재 및 전기케이블 등을 소실시키면서 화재가 확산된 것으로 판단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요지
원고들은 이 사건 화재 당시 이 사건 호텔에 투숙하고 있던 사람들로, 피고의 보호 조치 없이 각자 대피하면서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피고는 부주의로 이 사건 호텔에 화재를 발생하게 하고 그 후 제대로 된 보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원고들을 위험에 빠트린바, 원고는 피고의 위와 같은 채무불이행 및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피해에 대하여 청구취지 기재 각 위자료의 지급을 구한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원고들의 투숙 여부
갑 제1, 2, 3, 6 내지 12, 18, 20 내지 30호증, 을 제1, 2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원고들이 화재 당시 이 사건 호텔 아래 객실에 투숙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투숙객카드(guest registration)에 1703호의 투숙객이 2인, 703호의 투숙객이 2인(성인 1인, 미성년 1인), 1423호의 투숙객이 3인(성인 2인, 미성년 1인), 1410호의 투숙객이 성인 2인으로 각 등록되어 있었음을 근거로, 해당 객실 위 각 인원을 초과하는 원고들에 대하여는 투숙사실을 다툰다. 그러나 위 각 객실에 투숙한 해당 원고들이 가족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이고 누락 인원이 대체로 미성년 자녀에 해당하는 점(1423호, 1410호), 이들 중 일부는 이 사건 화재 당일 병원으로 이송되었던 사실이 확인되는 점(1410호)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원고들 모두 해당 객실에 투숙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고, 등록을 누락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위 인정을 뒤집기에 부족하므로, 이를 다투는 피고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책임의 발생 여부
앞서 본 이 사건 화재의 발화원인, 연소 확대 사유 등에 비추어 이 사건 호텔은 이 사건 화재 당시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정성을 갖추지 못한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그와 같은 하자로 인하여 화재가 발생한 이상 피고는 호텔 점유자로서 이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원고들이 주장하는 불법행위책임에는 이 부분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는 숙박업자로서 객실 및 관련 시설을 제공하여 고객으로 하여금 이를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고객에게 위험이 없는 안전하고 편안한 객실 및 관련 시설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안전을 배려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한다. 이 사건 호텔에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가 있었던 점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여기에 더하여 원고들은 이 사건 화재 당시 피고의 비상벨이나 대피방송이 없었고 스프링클러도 작동되지 아니하는 등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고 주장하는바,
위와 같은 조치는 숙박업자로서 고객의 안전을 배려하여야 할 보호의무의 범위에 포함되는 것이다. 피고는 “호텔직원들이 각자 맡은 자리에서 가능한 방법으로 호텔내의 손님들에게 화재를 알리고 대피로를 안내하였다”라고 막연히 주장할 뿐 구체적으로 어떠한 조치를 하였는지 주장하지 아니하고, 피고가 이 사건 화재 당시 투숙객을 위한 어떠한 조치를 하였다고 인정할만한 증거도 없으며, 갑 제15, 16호증의 각 기재에 비추어 설령 어떠한 조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충분치 아니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는 숙박계약을 체결한 원고들에 대하여는 위 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도 부담한다.
다. 책임의 범위
원고들이 새벽시간 대에 짙은 연기가 들어찬 복도와 계단을 통해 자력으로 호텔 밖으로 대피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와 같은 과정에서 원고들이 공포심이 들고 연기를 흡입하여 고통을 겪었을 것임은 경험칙 상 명백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이 입은 위와 같은 정신적 피해에 대하여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
나아가 화재 발생 및 대피과정에서 원고들이 느꼈을 충격과 고통의 정도, 화재로 인한 위험성의 정도, 소방서에서 출동하여 04:55경부터 인명구조 활동을 시작하였던 점, 원고들 외의 다른 피해자들에게 피고가 지급한 것으로 보이는 위자료의 금액 등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피고가 지급할 위자료의 금액을 원고 1인당 50만 원으로 정한다.
한편 피고는 위자료를 정함에 있어서 객실별로 동일한 금액이 각 투숙객들에게 안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위와 같이 피고의 책임을 제한할 근거를 찾을 수 없으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라.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화재로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로 각 5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화재 발생 다음날인 2020. 1. 27.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1. 4. 6.까지는 민법에서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원고들의 각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