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주의의무와 설명의무를 위반해 사전동의 없이 전신 마취 상태인 환자의 폐를 절제했다며 흉부외과 교수와 병원은 공동배상할 책임이있다.
사실관계
2016년 2월 A씨는 B병원에서 흉부CT 검사를 받았다. 호흡기내과 전문의 D씨는 폐렴 진단을 내리고 항생제를 처방했다. 이전에 결핵을 앓았던 적이 있는 A씨는 이후에도 수차례 이 병원을 찾아 흉부방사선검사, 기관지 내시경검사 등을 받았지만 원인균이 검출되지 않았다. 그런데 항생제와 항결핵제 등을 처방 받았지만 낫지 않았다.
그러다 같은 해 6월 D씨는 "2개월간 항결핵제를 복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병변이 확장되는 양상을 보인다"며 투약을 중단하고 원인균을 확인하자며 폐 조직검사를 권유했다. A씨가 이에 동의하자 D씨는 흉부외과 전문의 C씨에게 협진의뢰를 했다.
A씨는 C씨에게 폐 조직검사(쐐기절제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동의해 입원했고, 조직 검사 결과 '악성 종양 세포가 없는 염증 소견'이 나왔다. 결과를 확인한 C씨는 최종 병리 판독을 하더라도 원인균을 확인하지 못할 수 있고, 쐐기절제술로 절제한 폐 부위에 염증이 있어 절제 부위가 잘 봉합되지 않을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판단해 A씨의 우상엽(폐의 우측 상부) 전체를 잘랐다. 그런데 며칠 뒤 최종 병리판독 결과가 '결핵'으로 나왔고,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C씨는 선량한 주의의무와 설명의무를 위반해 A씨의 동의 없이 오른쪽 폐를 절제했다며 B병원은 C씨의 사용자로서 C씨가 A씨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사용자책임)을 지며, 양 책임은 A씨에 대한 관계에서 부진정연대관계에 있다고 밝혔다. 다만 책임범위를 70%로 제한해 14억여원을 공동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변호사인 A씨가 대학병원인 B병원과 이 병원 흉부외과 교수 C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대법원 2020다213401)에서 A씨와 B병원, C씨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11억여원을 공동 배상하라고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2021. 7. 8. 선고 2020다213401 판결 손해배상(의)
【사건】 2020다213401 손해배상(의)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오AA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1. 학교법인 ◇◇◇학원,
2. 박BB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20. 1. 9. 선고 2019나2019496 판결
【판결선고】 2021. 7. 8.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원고의 상고로 인한 부분은 원고가, 피고들의 상고로 인한 부분은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각 상고이유 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피고 박BB 상고이유)
일반적으로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인체에 위험을 가하는 행위를 함에 있어 그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환자 본인 또는 그 가족에게 그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그 환자가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고, 이와 같은 의사의 설명의무는 그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면제될 수 없으며, 그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그 치료행위에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거나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인 경우에는 발생가능성의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설명의 대상이 된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48443 판결, 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2다6851 판결 등 참조).
또한 설명의무는 침습적인 의료행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의사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절차상의 조치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 측에 설명의무를 이행한 데 대한 증명책임이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 및 법체계의 통일적 해석의 요구에 부합한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에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할 주의의무가 있다. 의사의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에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과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해야 한다(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09다45146 판결,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6다266606, 266613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 박BB이 원고의 우측 폐상엽 조직 일부를 절제하여 얻은 검체의 냉동생검병리판독 결과를 확인한 후 원고의 동의 없이 우측 폐상엽 전체를 제거하는 이 사건 수술을 시행한 것은 의사에게 요구되는 의료행위상 주의의무와 설명의무를 모두 위반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의료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손해배상책임의 제한(원고 상고이유 제1점, 피고들 상고이유 제8점)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책임 제한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다249557 판결,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20다219850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책임 제한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 판단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거나 원심이 책임 제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이 부분 원고와 피고들의 각 상고이유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
3.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가. 일실수입 산정의 기초가 되는 소득 중 60세 이후의 소득(원고 상고이유 제3점)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일실수입을 산정하면서 60세 이후부터 가동연한까지의 소득에 관하여는 10년 이상 남자 변호사의 통계소득인 월 7,672,000원을 인정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나. 노동능력상실률(피고들 상고이유 제1 내지 7점, 피고 박BB 상고이유)
노동능력상실률을 적용하는 방법에 의하여 일실이익을 산정할 경우, 그 노동능력상실률은 전문가의 감정을 통하여 밝혀진 후유장애의 내용에 터 잡아 법관이 피해자의 연령, 교육 정도, 노동의 성질과 신체기능 장애 정도, 기타 사회적·경제적 조건 등을 모두 참작하여 경험칙에 비추어 규범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1999. 3. 23. 선고 98다61951 판결,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20다219850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원고의 퇴원 이후부터 가동연한까지의 노동능력상실률을 35%로 인정, 평가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후유장애 및 노동능력상실률의 평가방법과 그 인정기간, 신체감정결과의 객관성, 공정성, 전문성, 기왕증 기여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다. 위자료(원고 상고이유 제2점)
의사의 의료행위상 주의의무 위반과 설명의무 위반으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액수에 관하여 사실심 법원은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이를 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5다220931 판결, 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1다28939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 사정을 종합하여 위자료 액수를 그와 같이 정한 조치가 사실심 법원이 가지는 재량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위자료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원고와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 중 원고의 상고로 인한 부분은 원고가, 피고들의 상고로 인한 부분은 피고들이 각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