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에 실외서 과도한 업무 중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면 평소 심혈관 질환 있더라도 업무상 재해로 봐야한다
요지
근로자가 추운 날씨에 실외에서 과도한 업무를 하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면 해당 근로자가 평소 심혈관질환 등을 앓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
사실관계
30여년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2014년 7월 A씨는 2015년 3월부터 비정기적으로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하는 등 일용직 근로를 해왔다. 그는 2017년 3월 B조합이 시행한 공공근로사업인 '수목제거사업'에서 4일간 일용직으로 일하고, 그 이튿날부터 10일간 역시 B조합의 공공근로사업인 '나무주사사업'에 참여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A씨가 첫번째 공공근로사업에서 일할 당시 작업장인 강원도 철원군의 기온은 평균 영하 2.1도~ 영상 2.0도, 최저기온은 영하 9.4도~5.6도, 최고기온은 영상 2.2도~10.9도였다. A씨는 두번째 공공사업 투입 첫날 오전 8시부터 약 4시간 동안 임야 작업장에서 소나무 천공작업을 하고 점심식사 후 작업장으로 돌아오다 갑자기 쓰러졌다. 이날 평균 기온은 영상 4.5도, 최저기온은 영하 6도, 최고기온은 영상 14.9도였다.
A씨가 담당했던 업무는 하천 주변에서 잡목을 기계톱으로 벌목한 후 낫으로 정리하는 일이었는데, 산지에서 약 9㎏짜리 천공기(예초기 엔진)을 메고 이동해야 했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열흘 뒤 사망했다. 사망진단서상 직접 사인은 '무산소성 뇌손상'이었고, 직접 사인의 원인은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A씨는 이전에 고혈과, 불안전 협심증 등으로 진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A씨의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공단 측은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이에 반발한 유족은 소송을 냈다.
1심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2심은 당시 꽃샘추위가 있었고 A씨가 급격한 신체활동을 하기는 했지만, 사업에 참여한 14명의 평균연령이 65세였고, 공공근로사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근로의 강도가 과중했거나 A씨가 육체적 과로나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었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오전 작업 후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 작업을 위해 이동할 때 사고가 났고, 당일 최고 기온이 14.9도였던 점을 볼 때 A씨의 기저 심혈관 질환이 과로와 스트레스, 추운 날씨에 의해 악화돼 급성 심근경색이 유발됐을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어렵다고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내용
대법원 특별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A씨가 식사 후 충분한 휴식을 못 취하고 무거운 천공기를 메고 산을 오르면서 심장에 상당한 부담이 가해졌을 수 있고, A씨가 직전 공공근로사업과 해당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하면서 이른 시간부터 영하의 추위에 실외에서 작업을 한 점을 고려하면 추운 날씨에 한 작업이 그의 심근경색 발현 위험을 증가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A씨에게 고혈압, 불안정 협심증, 좌심실부전 등의 기존 질환이 있었지만, 기존 질환은 잘 관리되고 있었고 정기적인 운동부하검사에서도 협심증 재발을 의심할 만한 정황은 없었으며 증상이 호전 중이었고, 2016년 일반건강검진결과에서도 정상경계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받은 점 등을 봤을 때 A씨의 기존 질환이 자연적인 진행경과만으로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킬 정도로 위중했다고 안정하기 어렵다.
A씨는 심혈관질환을 가진 상태에서 추운 날씨에 실외에서 과도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수준인 기존 질병 등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돼 급성 심근경색으로 발현돼 사망에 이른 것이라며 A씨가 객관적인 과로 상태가 아니었다는 전제에서 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은 업무상 재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대법원 2021두37687)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021. 9. 9. 선고 2021두37687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사건】 2021두37687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원고, 상고인】
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진 담당변호사 김상훈, 김재용, 배진수, 권택신
【피고, 피상고인】
근로복지공단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21. 4. 9. 선고 2020누45959 판결
【판결선고】 2021. 9. 9.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사망’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 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 질병이나 기존 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된다.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해당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8두32125 판결, 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9두62604 판결 등 참조).
나. 여러 개의 사업장을 옮겨 다니며 근무한 근로자가 작업 중 사망한 경우 위 각 사업장이 모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대상에 해당한다면,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를 판단할 때 망인이 사망할 당시의 사업장에서 수행한 업무 뿐만 아니라 사망 전에 근무하였던 사업장에서 수행한 업무도 모두 포함시켜 판단의 자료로 삼아야 한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두5794 판결, 대법원 2017. 4. 28. 선고 2016두56134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의 배우자인 망 B(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은 C생으로 1984. 11. 10.부터 2014. 7. 1.까지 직업군인으로 복무하고 전역한 다음, 2015년 3월경부터 비정기적으로 공공근로사업 등의 일용직으로 근로를 제공하여 왔다.
나. 망인은 2017. 1. 1.부터 2017. 2. 1.까지 G마트에서 매장 내 물품운반, 매장정리 등의 관리업무를 수행하였다(근로시간 10:00부터 19:00까지). 그 후 망인은 2017. 3. 7.부터 2017. 3. 10.까지 D조합에서 시행한 ‘L 수목제거사업’(이하 ‘직전 공공근로사업’이라고 한다)에 일용직으로 근로를 제공하였고(근로시간 08:00부터 17:00까지), 2017. 3. 11. D조합과 근로계약기간을 2017. 3. 11.부터 2017. 3. 21.까지로 하여 ‘E 예방 나무주사사업’(이하 ‘이 사건 공공근로사업’이라고 한다)에 근로를 제공하기로 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다. 망인이 직전 공공근로사업에서 담당한 업무는 하천 주변 평지에서 잡목을 기계톱으로 벌목한 다음 낫을 사용하여 정리하는 일이다. 망인이 직전 공공근로사업에 근로를 제공하였던 기간의 강원 철원군의 기온은 2017. 3. 7.은 평균기온 영하 2.1도, 최저기온 영하 5.6도, 최고기온 영상 2.2도, 2017. 3. 8.은 평균기온 영하 2.1도, 최저기온 영하 9.4도, 최고기온 영상 3.6도, 2017. 3. 9.은 평균기온 0.2도, 최저기온 영하 8.8도, 최고기온 영상 8.6도, 2017. 3. 10.은 평균기온 2.0도, 최저기온 영하 7.1도, 최고기온 10.9도였다.
라. 망인이 이 사건 공공근로사업에서 담당한 업무는 천공기를 이용하여 소나무의 무릎 높이 이하 위치에 구멍을 뚫는 천공작업과 약제 주입 작업이다. 이 사건 공공근로사업은 산림사업으로 그 특성상 대부분의 작업이 산지에서 이루어지며, 근로자는 약 9kg 무게의 천공기(예초기 엔진)를 등에 메고 현장을 이동하여야 했다.
마. 망인은 이 사건 공공근로사업에 투입된 첫날인 2017. 3. 11. 08:00경부터 11:50경까지 강원 철원군 H 소재 임야 작업장에서 소나무 천공작업을 하였고, 11:50경 부터 12:30경까지 점심식사를 한 뒤 다시 위 작업장으로 이동하던 중 임야 경사지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그날 강원 철원군의 평균기온은 영상 4.5도, 최저기온은 영하 6도, 최고기온은 영상 14.9도였다.
바. 망인은 2017. 3. 11. 흉부압박 등 심폐소생술로 자발적 순환을 회복하였으나, 2017. 3. 20. 뇌사판정을 받았고, 그다음 날인 2017. 3. 21. 06:08경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해’라고 한다). 망인의 사망진단서에는 직접 사인이 ‘무산소성 뇌손상’으로, 위 직접 사인의 원인은 ‘급성 심근경색’으로 기재되어 있다.
사. 망인은 2007년경부터 2형 당뇨병, 고혈압, 상세불명의 발작성 빈맥, 불안정 협심증, 좌심실부전 등으로 진료를 받았고, 2010. 2. 8. 관상동맥 조영술을 시행받고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망인은 2013년경부터 2016년경까지 F병원에서 상세불명의 협심증, 불안정협심증으로 진료를 받았다. 한편, 망인은 2016. 1. 15. 실시한 일반건강검진에서 혈압 및 공복혈당 수치가 정상 경계에 해당하고, 종합소견은 ‘정상B, 유질환자(고혈압, 당뇨)’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아. 제1심법원의 J의료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는 ‘망인의 고혈압 및 협심증은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진료기록상 상세불명의 협심증의 상태는, 정기적인 운동부하검사에서 협심증 재발을 의심할 만한 정황은 없었으며, 심초음파에서 좌심실 구혈률 대략 40% 정도로 유지되면서 초창기 진단 시보다 호전된 상태로 유지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추운 날씨는 관상동맥 수축을 야기할 수 있고 이로 인하여 동맥경화반 파열에 의한 심근경색 유발이 가능하다. 기존 질환의 악화에 망인의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 한랭기온 등이 악화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3. 이러한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망인의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여지가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망인은 2017. 3. 11. 이 사건 공공근로사업에 근로를 제공하면서 최저기온 영하 6도의 추운 날씨에 경사가 있는 산지에 무거운 천공기를 등에 메고 올라가서, 오전 8시부터 11시 50분경까지 약 4시간 동안 계속해서 위 천공기를 등에 멘 채로 소나무의 무릎 높이 이하 위치에 구멍을 뚫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하였다. 이러한 작업은 평소 좌심실 구혈률이 40%로 유지되고 있던 망인에게 상당한 과로 또는 스트레스를 야기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망인이 이 사건 공공근로사업에 투입된 첫날 오전 작업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사건 재해가 발생하였다는 점에서도 위와 같은 작업이 망인에게 과중한 업무였던 것임을 알 수 있다. 더욱이 망인은 위와 같은 오전 작업을 마친 후 산을 내려와서 짧은 시간 동안 점심식사를 한 다음, 다시 작업을 하기 위하여 천공기를 멘 채로 산을 오르다가 갑자기 쓰러졌는데, 식사 후 충분한 휴식을 하지 못한 채 무거운 천공기를 메고 산을 오르면서 망인의 심장에 상당한 부담이 가하여졌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나. 망인은 직전 공공근로사업에 근로를 제공하면서 최저기온이 영하 5.6도 내지 영하 9.4도에 이르는 추운 날씨에 오전 8시부터 하루 8시간씩 하천변에서 낫으로 하천변 잡목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였는데, 이와 같은 직전 공공근로사업에서의 근로 제공 역시 기존에 심장 질환을 가지고 있던 망인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 추위에의 노출은 심혈관질환을 급격하게 악화시켜 급성 심근경색의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는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8두32125 판결, 대법원 2018. 6. 19. 선고 2017두35097 판결 등 참조). 제1심법원의 J의료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에 따르더라도, 추운 날씨는 관상동맥 수축을 야기할 수 있고 이로 인하여 동맥경화반 파열에 의한 심근경색 유발이 가능하며, 망인의 기존 질환 악화에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 한랭기온 등이 악화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망인이 직전 공공근로사업과 이 사건 공공근로사업에 근로를 제공하면서 오전 이른 시간부터 영하의 추위에 실외에서 작업을 하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추운 날씨 속에서의 작업이 망인의 심근경색 발현 위험을 증가시켰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라. 망인에게 고혈압, 불안정 협심증, 좌심실부전 등의 기존 질환이 있었으나, 이러한 기존 질환은 잘 관리되고 있었고, 정기적인 운동부하검사에서도 협심증 재발을 의심할 만한 정황은 없었으며, 망인의 증상은 호전 중이었다. 망인은 2016년 일반건강검진결과에서도 정상 경계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실제로 이 사건 공공근로사업에 근로를 제공하기 전까지 망인은 근로를 제공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망인의 기존 질환이 자연적인 진행경과만으로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킬 정도로 위중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마. 결국 망인이 심혈관질환을 가진 상태에서 추운 날씨에 실외에서 과도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수준인 망인의 기존 질병 등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되어 급성 심근경색으로 발현되었고, 그 결과 망인이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4. 그런데도 원심은 망인이 객관적 과로 상태가 아니었다는 전제에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업무상 재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