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의 괴롭힘에 시달리다 자살한 경비원의 관리업체와 입주민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 - 사용자에게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근로자가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보호할 법적 의무가 있다는 점과 이를 위반해 근로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배상책임을 다해야 한다.
사실관계
2014년 7월 A씨는 B씨가 살고 있는 동에 배치됐다. 이곳은 B씨가 경비원을 괴롭히기로 소문이 나 악명이 높은 곳이었다. B씨는 A씨에게 분리수거를 못한다고 공개된 장소에서 심한 욕설과 질책을 하기도 했다. 또 "경비! 이거 먹어"라며 음식물을 던기지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한 달 만에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시작했다. 회사에 병가신청과 근무지 변경을 요청했지만, A씨의 상사는 "병가는 무급이고, 힘들면 권고사직을 한 뒤 연말에 자리가 생기면 받아주겠다"면서 거부했다.
같은해 10월 A씨는 B씨로부터 30분 가까이 심한 질책과 욕설을 들은 후 몸에 인화물질을 뿌리고 분신자살을 기도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한 달 뒤 숨졌다. A씨의 유족들은 B씨와 관리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내용
서울중앙지법 민사67단독 서봉조 판사는 압구정동 모 아파트에서 근무하다 분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비원 A씨의 유족이 관리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서울중앙지법 2014가단5356072)에서 A씨가 입주민인 B씨로부터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우울증이 더욱 악화됐다며 A씨의 상사는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니 근무지를 옮겨달라는 A씨의 요청에 대해 적극적인 보호조치를 취하기보다 사직을 권유했다.
A씨가 일한 동은 B씨의 과도한 괴롭힘으로 경비원들 사이에 근무기피지로 널리 알려져있었고 회사 역시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 회사는 근무기피지에서 근무하는 A씨의 애로사항에 대해 좀 더 세심하게 신경써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회사는 근로자인 A씨에 대해 보호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고, 이로 인해 A씨가 자살에 이르렀으므로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판시하고, B씨의 위법한 가해행위와 회사의 보호의무위반으로 인한 과실이 경합해 발생한 사고이므로, B씨와 회사는 공동으로 2500만원을 유족에게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판결했다. 유족들은 B씨를 상대로도 소송을 냈는데, B씨는 조정 절차에서 2500만원을 배상하라는 강제조정 결정을 수용해 조정이 확정됐다.
이번 판결은 입주민의 그릇된 행동에 제동을 거는 한편 사용자에게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근로자가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보호할 법적 의무가 있다는 점과 이를 위반해 근로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배상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확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서 울 중 앙 지 방 법 원 판 결 [사 건 ] 2014가단5356072 손해배상(산)
[원 고 ] 1. A, 2. B, 3. C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 ○○○,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 담당변호사 ○○○
[피 고 ] D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유한) ○○ 담당변호사 ○○○
[변 론 종 결 ] 2016. 12. 9.
[판 결 선 고 ] 2017. 3. 10.
[주 문 ]
1. 피고는 원고 A에게 11,428,571원, 원고 B, C에게 각 6,785,714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2014. 11. 7.부터 2017. 3. 10.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80%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 구 취 지 ]
피고는 원고 A에게 60,000,000원, 원고 B, C에게 각 40,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2014. 11. 7.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 유 ]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E(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피고 회사의 피용자로서 2014. 10. 7. 서울 ○○구 ○ ○동 소재 ○○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에서 자살을 시도하여 같은 해 11. 7. 사망한 사람이고, 원고 A은 망인의 배우자, 원고 B, C은 망인의 자녀이다. 피고 회사는 건물관리를 업으로 하는 회사로서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주체이다.
나. 이 사건의 경위 1) 망인은 2013. 9. 23. 피고 회사에 경비원으로 입사하여 외곽초소에서 근무하다 가 2014. 1. 1. 상반기 정기 인사에 따라 이 사건 아파트의 1□□동에 배치되었고, 2014. 7. 1.자로 1△△동으로 전보조치 되었다.
2) 1△△동은 ◇◇◇호에 사는 입주민 F경비원들 사이에 근무기피지로 알려진 곳이었는데, 망인 역시 1△△동으로 배치된 이래 F로부터 업무미진 등을 핑계로 공개된 장소에서 과도한 질책과 욕설을 들었고, 유효기간이 지난 음식물을 먹으라고 건네받기도 하는 등 인격적 모멸감과 스트레스를 느끼는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
3) 망인은 2014. 8. 18. 스트레스로 신경정신과에 내원하여 ‘중증도 우울삽화’ 진단을 받아 약물치료를 시작하였고, 2014. 9. 13. 망인의 경비팀장인 G에게 ‘F의 심한 잔소리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팔이 아파 일을 하기가 힘드니, 외곽초소로 근무지를 옮겨 달라’고 하면서 병가를 허가해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G는 ‘병가는 무급이고 힘들면 권고사직을 한 후 연말에 자리가 생기면 받아주겠다’고 하면서 원고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4) 망인은 사고 당일인 2014. 10. 7. 아침에도 F로부터 30분 가까이 심한 꾸중과 욕설을 들었고, 이에 유서를 작성한 후 같은 날 09:20경 102동 입주민의 차량 안에서 신너를 몸에 뿌리고 분신자살을 기도하였으며, 병원에 후송되어 치료를 받다가 2014. 11. 7.경 중증화상 후유증으로 결국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5) 근로복지공단은 2014. 11. 28.경 이 사건 사고에 대하여 망인이 입주민과의 심한 갈등으로 인한 과도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는 점을 근거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인정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4, 9, 10, 12 내지 14, 16 내지 18, 20, 26, 28, 내지 32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증인 H의 일부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들
피고 회사는 망인이 상급자에 대하여 상납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사이동 규정에 위배하여 망인을 1△△동으로 전보하였고, 1△△동 입주민인 F가 지속적으로 폭언을 가하는 등 망인을 괴롭혔는바, 망인은 이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하여 자살에 이르렀으므로, 피고 회사는 사용자로서 망인에 대한 보호의무를 다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피고 회사는 망인 및 원고들에게 위자료로서 청구취지 기재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회사
망인에 대한 1△△동으로의 전보조치는 변경된 인사원칙에 따른 정당한 조치였고, 이 사건 사고는 예측하거나 예측할 수 있는 사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피고 회사의 보호의무 위반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는 이유 없다.
3. 판 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망인에 대한 전보조치가 위법, 부당하였는지 여부 우선 원고들은, 망인이 상급자에 대하여 상납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전보조치된 것이라고 주장하나, 갑 18호증의 2, 갑 21 내지 24, 31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 사건 아파트의 경비원들 사이에서 부정한 금품의 상납관행이 존재하였고, 나아가 망인이 상급자에 대하여 상납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동으로 전보조치 되었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음으로 원고들은, 망인이 상납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보조치 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망인을 1△△동으로 전보조치한 것은 각 동에서 2년을 근무한 경비원에대하여 ‘작은 동→큰 동→외곽→작은 동’의 순으로 근무지를 전환시키는 기존의 인사이동원칙에 위배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갑 14호증, 을 1, 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 임원회의는 2014. 6. 25.경 경비원들에 대한 입주민의 민원이 제기될 경우 관리소장이 즉각 전보조치할 수 있도록 하는 인사원칙 변경안을 의결하였던 점, 관리소장은 2014. 7. 1.자 인사이동시부터 위 변경된 인사원칙을 적용하여 망인을 1△△동으로 전 보조치하였고, 입주자대표회의는 2014. 7. 9. 위 변경된 인사원칙을 추인하였던 점,
위 일련의 인사원칙 변경안 의결 및 추인절차가 위법, 무효라는 증명이 없는 이상 변경된 인사원칙은 당초 입주자대표 임원회의에서 인사원칙 변경안에 대한 의결이 이루어진 2014. 6. 25.부터 그 효력이 발생하였다고 봄이 상당한 점, 일부 입주민들이 망인이 1□□동에 근무하는 동안 망인의 근무태도 등에 대하여 민원제기를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에 대한 1△△동으로의 전보조치는 변경된 인사이동원칙에 따른 조치였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망인에 대한 1△△동으로의 전보조치가 위법, 부당하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2) 망인에 대한 보호의무를 다하지 못하였는지 여부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1999. 2. 23. 선고 97다1208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앞서 든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망인은 1△△동에서 근무하는 동안 F로부터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고, 위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망인의 우울증이 더욱 악화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1△△동은 F의 경비원들에 대한 과도한 괴롭힘으로 인해 경비원들 사이에 근무기피지로 널리 알려진 곳이었고 피고 회사 역시 이러한 사정을 인지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 회사는 근무기피지에 근무하는 망인의 애로사항 등에 대해 좀더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할 필요성이 있었던 점, ③ 망인은 망인의 상사인 G에게도 F로 인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니 근무지를 옮겨 달라고 요청하기도 하였으나, G는 적극적인 보호조치를 취하기보다는 망인의 사직을 권유한 점, ④ 망인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피고 회사는 망인의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근무부서를 변경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할 것인데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⑤ 근로복지공단은 망인이 입주민과의 심한 갈등으로 인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는 점을 근거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 회사는 피용자인 망인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고, 이로인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망인 및 원고들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한편,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는 F의 위법한 가해행위와 피고 회사의 보호의무위반으로 인한 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F 및 피고 회사가 부담하는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부진정연대채무의 관계에 있다).
나. 손해배상의 범위
1) 위자료 망인이 F의 괴롭힘으로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상태에 처해 있었던 점은 인정되나, 자살이라는 극단적 행동을 선택한 망인의 잘못도 도외시할 수 없는 점, 망인은 피고 회사에 입사하기 이전에도 정신과 치료를 받은 병력이 있고 스트레스에 취약한 망인의 기질도 이 사건 사고의 한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그 밖에 망인의 나이, 가족관계, 사고 발생의 경위,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위자료를 망인 1,500만 원, 원고 A 500만 원, 원고 B, C 각 250만 원으로 정한다.
2) 상속 원고 A : 6,428,571원(= 망인의 위자료 1,500만 원 × 3/7) 원고 B, C : 각 4,285,714원(= 망인의 위자료 1,500만 원 × 2/7)
4. 결 론
그렇다면, 피고 회사는 원고 A에게 11,428,571원(= 상속 위자료 6,428,571원 + 고유위자료 500만 원), 원고 B, C에게 각 6,785,714원(= 상속 위자료 4,285,714원 + 고유위자료 25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2014. 11. 7.부터 피고회사가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17. 3. 10.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원고들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