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고 불가마에 들어갔다 숨졌다면 심장병변이 발견됐어도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에 해당해 보험회사는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판결내용
대법원 민사3부(주심 김영란 재판관)는 판결문에서 음주 후 불가마에 방치될 경우 심혈관질환이 없는 사람의 경우에도 급사가능성이 있는 사실, 최씨에게 ‘심근내 주행이상’이라는 질환이 발견되기는 했지만 치명적인 정도는 아닌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최씨가 주취상태 및 불가마실 내부의 고온으로 인해 혈관이 과도하게 확장된 끝에 저혈압 또는 부정맥으로 급사했다고 추단할 수 있다.
심근내 주행이상이 사망에 기여했다 하더라도 직접적인 사망원인은 주취상태에서 폐쇄된 불가마실에서 잠을 잤다는 외부적 요인이라며 이러한 사정이 의학적으로는 사인(死因)이 아닌 유인(誘因)에 불과하다고 해서 달리 볼 수는 없다”며 파기환송 이유를 밝히고 술취한 상태로 불가마에 들어갔다가 죽은 최모씨의 전처 김모씨 등 3명이 보험계약에서 정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며 낸 보험금등 청구소송 삼고심(대법원 2006다72734)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다72734 판결 [보험금 등]
【원고, 상고인】
1. 김ㅇㅇ
2. 최ㅇㅇ
3. 최ㅇㅇ
원고들 주소 고양시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ㅇㅇ
【피고, 피상고인】
ㅇㅇㅇㅇㅇㅇ 주식회사
서울
대표이사 신ㅇㅇ
소송대리인 변호사 현ㅇㅇ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06. 9. 27. 선고 2005나89287 판결
【판결선고】 2008. 4. 24.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증거들을 종합하여 원고들과 피고가 판시와 같은 내용의 각 보험계약을 체결한 사실, 위 각 보험계약 약관에 의하면, '재해'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다만,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이 있는 자로서 경미한 외부요인에 의하여 발병하거나 또는 그 증상이 더욱 악화되었을 때에는 그 경미한 외부요인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보지 아니한다)로서 약관상 재해분류표에 명시하고 있는 사고를 의미한다고 규정(이하 '이 사건 보험약관'이라 한다)되어 있는 사실,
망 최ㅇㅇ(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04. 5. 6.(목요일) 07:30경 술에 취한 상태에서 고양시 ㅇㅇㅇ ㅇㅇㅇ ㅇㅇㅇ-ㅇㅇ 소재 ㅇㅇㅇㅇ 보석사우나에 들어갔는데, 같은 날 10:30경 위 사우나 불가마실(실내 온도 약 74℃) 바닥에서 쓰러진 상태로 발견되었고, 같은 날 11:35경 같은 동 ㅇㅇㅇ-ㅇ 소재 ㅇㅇㅇㅇ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위 병원에 도착하기 전 이미 사망한 사실,
위 병원에서 망인의 시신을 검안한 의사는 망인의 사망 종류를 '기타 및 불상'으로, 직접사인 및 선행사인을 모두 '미상'으로 기재하여 사체검안서를 작성한 사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망인의 시신에 대한 부검이 이루어졌으나 사인으로 단정할 만한 특별한 손상이나 질병, 중독의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고, 이에 위 부검을 담당한 감정의는 해부학적인 사인은 불명이나, 다만 망인의 관상동맥에 국소적인 심근 내 주행이상 등 심장병변이 발견되고, 이러한 심장병변이 치명적인 정도는 아니지만 부정맥 등을 초래하여 급사에 이르는 경우가 있을 수 있음을 근거로 급성심장사(심장성 돌연사, Sudden Cardiac Death : 해부학적인 심장의 병변 유무와 관계없이 사망시간이나 양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급성 증상이 발생하여 1시간 내에 의식소실과 함께 외부 원인이 없이 심장의 이상으로 사망한 경우)의 가능성이 추정된다는 내용의 부검감정서를 작성하였으며, 한편 위 부검 당시 망인의 혈중알콜농도는 0.24%로 밝혀진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망인이 이 사건 보험약관 소정의 재해 즉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인하여 사망하였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원고들 주장의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와 망인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하여는 보험금청구자인 원고들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는데, 망인의 혈중알콜농도가 부검 당시 0.24%였고, 위 사우나 불가마실의 실내 온도가 74℃ 정도에 달하였던 점,
술을 마신 채 사우나 또는 찜질방에 간 이용객이 사망하는 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한 사실이 인정되는 점, 알콜 섭취시 심근수축이 감소되고 말초혈관이 확장되는 현상이 나타나며, 과도한 음주는 심근증, 부정맥 등의 원인이 되고 심근경색이나 심부전 증세를 야기할 수 있는 점, 사우나 목욕이 여러 가지 급성적, 일시적 심혈관 변화나 호르몬 변화를 일으킬 수 있고, 사우나 도중 알콜을 섭취하면 저혈압이나 부정맥, 갑작스런 사망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는 점 등의 사정들만으로는 망인이 주취상태에서 위 사우나 불가마실에 간 외부요인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판시 증거들에 의하면, 급성심장사가 관상동맥질환 등 심장질환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은 사실, 망인처럼 관상동맥이 심근내로 주행하면 심장이 수축할 때 내경이 좁아지거나 폐쇄되어 급사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사실, 망인의 사망과 같이 해부학적 사인은 불명이나 관상동맥의 주행이상 등에 의한 급성심장사의 가능성이 추정되는 경우를 내인성 급사라고 하는데, 이러한 내인성 급사는 수면이나 휴식과 같은 안정시보다 어떠한 자극이 가해졌을 때 보다 빈번히 일어나므로 이러한 자극을 사인(死因)과 대비하여 유인(誘因)이라고 하며, 망인이 만취 상태에서 사우나 불가마실에 들어간 행위 역시 급성심장사의 유인으로 작용하였을 가능성은 있으나 이를 사인으로 보기는 어려운 사실 등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배척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민사분쟁에 있어서의 인과관계는 의학적 · 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사회적 · 법적 인과관계이므로, 그 인과관계가 반드시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바(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2다56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과 같이 망인이 이 사건 보험약관 소정의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인하여 사망하였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한편, 이 사건 보험약관 소정의 '외래의 사고'란 사망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적 결함 즉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모든 것을 의미하고(대법원 1998. 10. 13. 선고 98다28114 판결 참조),
'다만,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이 있는 자로서 경미한 외부요인에 의하여 발병하거나 또는 그 증상이 더욱 악화되었을 때에는 그 경미한 외부요인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보지 아니한다'는 부분은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이 직접적이고 중요한 사망원인인 경우에 경미한 외부적 요인이 이에 가공하였다고 하더라도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에 있는 이상 이를 보험약관상 '외래의 사고'에서 제외한다는 취지이므로, 사망에 가공한 외적 요인이 중대하거나 직접적인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망인에게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이 있었다 하더라도 '외래의 사고'에 해당한다(대법원 1994. 12. 27. 선고 93다29396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들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망인은 전날 밤부터 아침까지 술을 마신 상태에서(혈중알콜농도 0.24%) 휴식을 취하기 위하여 위 사우나에 들어갔는데, 그로부터 약 3시간 정도 후 실내온도가 약 74℃에 이르는 위 사우나 불가마실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된 사실,
음주 후 사우나나 불가마에 방치될 경우 혈관의 과도한 확장에 의한 저혈압 및 부정맥의 위험성 및 그로 인한 급사의 위험성이 증가하고, 심혈관질환이 없는 사람의 경우에도 급사가능성이 있는 사실,
일반적으로 '심근 내 주행이상'은 관상동맥조영술 시행환자의 5% 가량에서 흔하게 관찰되는데 비하여 실제 심장이상을 일으키는 빈도는 낮기 때문에 다른 이상 소견이 없는 경우 치료대상이 되지 않는 사실, 망인이 생전에 심혈관질환으로 치료받은 적도 없는 사실,
망인에게서 '심근 내 주행이상'이라는 질환이 발견되기는 하였으나 치명적인 정도는 아니어서 이를 사인(死因)으로 단정할 수 없는 사실 등을 알 수 있고, 사정이 이러하다면 망인은 주취상태에서 고온의 폐쇄된 불가마실에서 잠을 자다가 주취상태 및 불가마실 내부의 고온으로 인하여 그 혈관이 과도하게 확장된 끝에 저혈압 또는 부정맥이 야기되어 급사하였다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가사 망인의 기왕의 질환인 '심근 내 주행이상'이 망인의 사망에 기여하였다 하더라도 직접적이고 중요한 사망원인은 망인이 주취상태에서 고온의 폐쇄된 불가마실에서 잠을 잤다는 외부적 요인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망인이 주취상태에서 고온의 폐쇄된 불가마실에 들어가 잠을 잤다는 사정이 의학적으로는 사인(死因)이 아닌 유인(誘因)에 불과하다고 하여 이와 달리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망인은 이 사건 보험약관 소정의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보아야 하는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판시와 같은 이유로 망인이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민사분쟁에 있어서의 상당인과관계 내지 이 사건 보험약관 소정의 '외래의 사고'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