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형 치매로 인해 방향감각을 잃은 환자가 요양원 뒷산 계곡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하더라도 보험계약은 유효하고, 보험금 역시 지급해야 한다.
사실관계
2004년 10월7일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을 맺은 A씨는 2006년 2월24일 알츠하이머형 치매증상을 진단받았다. 그후 2007년 12월9일 요양원에 입소해 요양 중이던 지난해 3월8일 요양원을 혼자 빠져나와 다음날 뒷산 계곡에서 저체온증을 원인으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이에 5,500만원의 보험금이 발생하자 보험회사는 알츠하이머형 치매진단을 받은 A씨는 심신상실 또는 심신박약자에 해당해 보험계약이 무효이며, A씨의 사망도 치매가 원인이 돼 발생한 것이어서 보험약관 제7조에 규정된 면책사유에 해당돼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내용
서울동부지법 민사12부(재판장 노만경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상법 제732조는 ‘심신상실·박약자 등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보험계약 체결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계약체결 당시 A씨가 심신상실 또는 심신박약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보험약관 제7조 제4·5호는 ‘피보험자의 질병, 심신상실 또는 정신질환을 원인으로 해 생긴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규정하는데, A씨의 사망원인이 ‘저체온증’이고, 저체온증의 직접적 원인이 된 사고는 눈쌓인 산속에서 추운 날씨에 노출된 것이라며 A씨가 치매로 인해 방향감각을 상실한 상태에 있었다 하더라도 그 자체가 저체온증을 유발한 것으로 볼 수 없고, 단지 추운 날씨에서 탈출할 수 없도록 한 요인에 불과해 치매가 저체온증으로 인한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할 수 없다고 원고패소 판결(서울동부지방법원 2009가합1007)했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로 인하여 인지장애, 방향감각 상실 증상이 있던 상해사망보험의 피보험자가 자신이 요양하고 있던 요양원 부근 산에 올랐다가 눈이 쌓인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추운 날씨로 인하여 동사하는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보험회사에 보험금지급책임을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알츠하이머형 치매로 인하여 인지장애, 방향감각 상실 증상이 있던 상해사망보험의 피보험자가 자신이 요양하고 있던 요양원 부근 산에 올랐다가 눈이 쌓인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추운 날씨로 인하여 동사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는데, 이에 원고 보험회사는 본소로서 ① 알츠하이머형 치매 진단을 받은 자를 피보험자로 한 이 사건 보험계약은 상법 제732조(15세 미만자, 심신상실자,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로 한다)에 의하여 무효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② 위 사고는 피보험자의 질병 또는 정신질환인 알츠하이머형 치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이어서 이 사건 보험계약 보통약관 제7조(피보험자의 질병, 심신상실, 정신질환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에 규정된 면책사유가 있으므로, 원고에게 보험금 지급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보험수익자인 피고를 상대로 보험금지급채무의 부존재확인을 구하였고, 피고는 반소로서 보험금의 지급을 구하였다.
이에 재판부는 ① 주장에 대하여는, 피보험자가 15세 미만자 등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보험계약 체결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함이 상당한데, 이 사건 보험계약 당시 피험자가 알츠하이머형 치매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고, ② 주장에 대하여는, 위 약관 조항은 피보험자의 질병, 정신질환 등의 사유가 피보험자가 입은 상해의 직접적 원인이 된 경우에 한하여 보험금 지급 책임이 면책되는 것으로 풀이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하고, 위 사고로 인한 피보험자의 사망원인은 '저체온증'이고, 위 저체온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사고는 눈이 쌓인 산속에서 추운 날씨에 노출된 것이므로 그 자체로 외래적 사고임이 명백한 반면, 당시 피보험자가 치매로 인하여 방향감각을 상실한 상태에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 자체가 위 저체온증을 유발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피보험자의 치매가 저체온증으로 인한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본소청구를 기각하고, 피고의 반소청구를 인용하였다.
【전 문】
【원고(반소피고)】 아메리칸홈어슈어런스캄파니
【피고(반소원고)】 김성○
【변론종결】 2009. 2. 13.
【주 문】
1. 원고(반소피고)는 피고(반소원고)에게 5,5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2008. 9. 3.부터 2009. 2. 27.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반소피고)의 본소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본소, 반소를 합하여 원고(반소피고)가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본소 : 별지 기재 보험계약에 기한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 한다)의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 한다)에 대한 보험금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반소 : 주문 제1항과 같다.
【이 유】
본소, 반소를 함께 판단한다.
1. 기초사실
가. 보험계약의 체결
(1) 원고는 2004. 10. 7. 피고와 사이에, 피고의 모 소외인을 피보험자, 피고를 보험수익자로 하는 ○○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가) 보험기간
2004. 10. 7. 16:00부터 2005. 10. 7. 16:00까지{보험료 미납입 또는 원·피고의 별도의 의사표시가 없는 한 소외인이 만 79세가 될 때까지 자동 갱신된다(이하 '이 사건 자동갱신조항'이라 한다)}
(나) 보험 내용
1) 24시간 상해사망시 사망보험금 5,000만 원
2) 상해사망 장제비(가족위로금) 500만 원
(다) 보통약관 내용
1) 제6조(보상하는 손해)
회사는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에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의수, 의족, 의안, 의치 등 신체 보조 장구는 제외합니다)에 상해를 입었을 때에는 그 상해로 인하여 생긴 손해(이하 '손해'라 합니다)를 이 약관에 따라 보상하여 드립니다.
2) 제7조(보상하지 아니하는 손해)
회사는 아래의 사유를 원인으로 하여 생긴 손해는 보상하여 드리지 아니합니다.
4. 피보험자의 질병
5. 피보험자의 심신상실 또는 정신질환
3) 제8조(사망보험금)
회사는 피보험자가 제6조에서 정한 사고로 상해를 입고 그 직접 결과로써 사고일부터 1년 이내에 사망하였을 경우에는 사망보험금을 수익자(수익자의 지정이 없을 때에는 피보험자의 상속인)에게 지급합니다.
(2) 위 보험계약은 위 자동갱신조항에 따라 2005. 10. 7., 2006. 10. 7. 및 2007. 10. 7. 각 갱신되었는데, 2007. 10. 7.자로 갱신된 보험계약상의 보험기간은 '2007. 10. 7. 16:00부터 2008. 10. 7. 16:00까지'이다.
나. 사망사고의 발생
(1) 소외인은 2007. 12. 9.경 (주소 생략)에 있는 '○○효도원'에 입소하여 요양을 하던 중, 2008. 3. 8. 16:00경 위 요양원을 혼자 나갔는데, 그 다음날 11:50경 위 요양원에서 1km 떨어진 뒷산 계곡에서 저체온증(低體溫症)에 의해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당시 위 망인의 양 무릎 이하에는 멍이 있었고, 겨드랑이, 발목, 넓적다리에는 긁힌 상처가 있었다.
(2) 위 사고 당시 위 요양원이 위치하고 있는 ○○ 지역에 2008. 3. 4. 약 20.1㎝, 2008. 3. 6. 약 1.2㎝의 눈이 내려 위 뒷산에 눈이 쌓여 있었고, 사고 당일인 2008. 3. 8.의 기온은 최저 영하 5.8도이었다.
다. 소외인의 치매 발생
한편 소외인은 2006. 2. 24. ○○병원에서 알츠하이머형 치매로 인하여 인지장애, 방향감각 상실, 주변에 대한 의심·망상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진단되었다.
[인정 근거〕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9호증, 을 1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병원, ○○효도원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보험금지급채무 발생
위 기초사실에 비추어 보면, 소외인은 자신이 요양하고 있던 요양원 부근 산에 올랐다가 눈이 쌓인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추운 날씨로 인하여 동사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소외인이 위와 같은 경위로 눈이 쌓인 산속에서 추운 날씨에 노출되게 된 것은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판단되고, 위 사고로 인하여 소외인이 저체온증에 빠져 사망에 이른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자인 원고는 보험수익자인 피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사망보험금 5,000만 원과 장제비(가족위로금) 500만 원 합계 5,500만 원 및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원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① 소외인은 알츠하이머형 치매 진단을 받은 자로서 심신상실 또는 심신박약자에 해당하므로 소외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이 사건 보험계약은 상법 제732조에 의하여 무효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② 이 사건 사고는 소외인의 질병 또는 정신질환인 알츠하이머형 치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이어서 이 사건 보험계약 보통약관 제7조에 규정된 면책사유가 있으므로, 원고에게 보험금 지급책임이 없다.
나. 원고의 무효 주장에 대한 판단
(1) 상법 제732조의 취지 및 무효 사유의 판단시점
상법 제732조는 '15세 미만자, 심신상실자,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로 한다'고 정하고 있는바, 이는 15세 미만자 등 정신능력이 온전하지 못하여 피보험자의 온전한 의사에 기한 동의를 기대할 수 없고, 그렇다고 법정대리인에 의한 대리동의를 인정하면 보험금의 취득을 위하여 그들이 희생될 위험성도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사망보험의 악용으로 인한 위험으로부터 피보험자를 보호하는 것에 입법취지가 있다 할 것인데, 이러한 입법취지에 비추어 보면 피보험자가 15세 미만자 등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보험계약 체결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함이 상당하다.
(2)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무효 사유 판단시점
이 사건 보험계약은 2004. 10. 7. 보험기간을 '2004. 10. 7. 16:00부터 2005. 10. 7. 16:00까지'로 정하여 체결되었는데, 이후 이 사건 자동갱신조항에 의하여 2007. 10. 7. 최종 갱신되어 보험기간이 '2007. 10. 7. 16:00부터 2008. 10. 7. 16:00까지'로 되었는바, 이에 상법 제732조의 무효 사유 판단시점을 최초의 계약체결일인 2004. 10. 7.로 볼 것인지, 위 계약갱신일인 2007. 10. 7.로 볼 것인지 문제된다.
살피건대, 위 기초사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보험계약의 갱신은 보험금액 등 보험계약의 내용이 거의 변경되지 아니하고 원계약과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자동갱신된 것으로 보이는바, 따라서 이는 실질적으로 원계약의 기간연장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의 상법 제732조의 무효 사유의 판단시점은 원계약 체결일은 2004. 10. 7.로 봄이 상당하다.
(3) 소결
소외인이 2004. 10. 7. 당시 이미 심신상실 또는 심신박약의 상태에 있었는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갑 4, 7, 9호증의 각 기재 및 이 법원의 ○○병원, ○○효도원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결국 이유 없다.
다. 원고의 면책 주장에 대한 판단
(1) 보험약관 제7조의 의미
이 사건 보험약관 제6조는 '원고는 피보험자가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상해를 입었을 때 그 손해를 보상한다'고, 그 제7조 4·5호는 '원고는 피보험자의 질병, 심신상실 또는 정신질환(이하 '질병 등'이라 한다)을 원인으로 하여 생긴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각 정하고 있는바, 원래 상해보험에서 담보되는 위험으로서 상해란 외부로부터의 우연한 돌발적인 사고로 인한 신체의 손상을 말하는 것이므로, 그 사고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의 외부로부터 작용하는 것을 말하고 질병 등과 같은 내부적 원인에 기한 것은 당연히 제외되며, 위 약관 조항들은 이를 확인하는 주의적 규정으로 보인다. 특히 제7조 4·5호는 상해보험에서 담보되는 위험으로서 상해의 개념적 징표 중 외래성에 해당하지 않는 사유들, 즉, 내부적 원인에 해당하는 사유를 열거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위 약관 조항들은 피보험자가 입은 상해의 직접적 원인이 외부적 원인에 의한 것인 경우 보험자인 원고의 보험금 지급 책임이 발생하고, 내부적 원인에 의한 것인 경우 보험금 지급 책임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풀이함이 상당하다.
(2) 소결
살피건대, 위 기초사실에 비추어 보면, 소외인의 사망원인은 '저체온증'이고, 위 저체온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사고는 눈이 쌓인 산속에서 추운 날씨에 노출된 것이므로 그 자체로 외래적 사고임이 명백한 반면, 당시 소외인이 치매로 인하여 방향감각을 상실한 상태에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 자체가 위 저체온증을 유발한 것으로 볼 수 없고, 단지 소외인이 추운 날씨에서 탈출할 수 없도록 한 요인에 불과하므로, 소외인의 치매가 저체온증으로 인한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는 피고에게 보험금 5,5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 발생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2008. 9. 3.부터 2009. 2. 27.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그 이행을 구하는 피고의 반소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원고의 본소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노만경(재판장) 김정환 박병민
보험계약의 표시
1. 보험종목 : ○○보험
2. 보험계약번호 : 00000000000
3. 보험기간 : 2007. 10. 7. 16:00 ~ 2008. 10. 7. 16:00
4. 보험계약자 겸 수익자 : 피고
5. 피보험자 : 소외인
6. 계약사항 : 24시간 상해사망시 사망보험금 5,000만 원, 장제비(가족위로금) 500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