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가입자가 자살 전날 우울증 진단 받았지만 정신과치료 받은 적 없다면 일반 자살로 봐야한다
요지
보험가입자가 자살 전날 우울증진단을 받았지만 평소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없고 유서 등을 미리 준비했다면 보험금을 받을 수 없는 일반자살로 봐야 한다.
사실관계
강원도의 한 보건소에서 임상병리사로 일하던 A씨는 동료 직원이 오랫동안 병가를 내 동료업무까지 맡게 돼 과도한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아오다 2007년6월 속초 인근 야산에서 제초제를 마시고 자살했다. 그는 사망당시 군청소속 직원이었고 군청은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농협에 단체공제보험을 들어놓은 상태였다. 이후 유족들은 농협을 상대로 보험금 청구소송을 냈지만 농협측은 "가입자가 자살한 경우에는 공제금지급이 면책된다"며 유족들의 청구를 거절했다. 그러자 유족들은 "A씨가 과도한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이 발병해 자살했으므로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살한 것으로 봐 공제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판결내용
대법원 민사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A씨는 평소 꼼꼼하고 과묵한 성격으로 1남1녀를 두고 있었고 자살당시 가정이나 직장에서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으며 2007년에 연가 3일을 사용한 것 이외에는 모두 정상근무를 해왔고 종전에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치료받은 사실도 전혀 없었다.
이어 사실관계가 이렇다면, 망인이 자살 당일 우울증진단을 받기는 했지만 발병시기가 그다지 오래된 것으로 보이지 않고 망인의 나이, 평소 성격, 가정환경, 자살하기 전에 남긴 유서의 내용과 그로부터 짐작할 수 있는 심리상태, 자살행위의 시기와 장소, 방법 등에 비춰보면 망인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심이 우울증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망인이 자살했다고 보고 공제계약의 면책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본 것은 위법하다고 김모(41)씨 등 우울증으로 자살한 보건소 직원 A씨의 유가족 3명이 농업협동조합 중앙회를 상대로 낸 보험금청구소송 상고심(대법원 2009다97772)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011.4.28, 선고, 2009다97772, 판결 보험금
【판시사항】
[1]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자살의 의미 및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 위 자살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2] 피보험자의 자살이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사망이었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
[3] 공제계약의 피공제자가 직장에 병가를 신청하고 병원에 찾아가 불안, 의욕저하 등을 호소하면서 진단서를 거듭 요구하여 병명이 ‘우울성 에피소드’인 진단서를 발급받은 후 주거지 인근 야산에서 처(妻) 등에게 유서를 남긴 채 농약을 마시고 자살한 사안에서, 망인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을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상법 제659조 제1항 및 제732조의2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그 자살은 사망자가 자기의 생명을 끊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그것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자기의 생명을 절단하여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행위를 의미하고,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는 포함되지 않는다.
[2] 피보험자가 자살하였다면 그것이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보험자의 면책사유에 해당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의 사망이었는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性行),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심리상황,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진행 경과와 정도 및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서의 구체적인 상태,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 상황과 자살 무렵의 자살자의 행태,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의 동기, 그 경위와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3] 공제계약의 피공제자가 직장에 병가를 신청하고 병원에 찾아가 불안, 의욕저하 등을 호소하면서 직장을 쉬기 위하여 진단서가 필요하다고 거듭 요구하여 병명이 ‘우울성 에피소드’인 진단서를 발급받은 후 주거지 인근 야산에서 처(妻) 등에게 유서를 남긴 채 농약을 마시고 자살한 사안에서, 망인이 자살 당일 우울성 에피소드 진단을 받기는 하였으나 발병 시기가 그다지 오래된 것으로 보이지 않고, 망인의 나이, 평소 성격, 가정환경, 자살행위 당일 행적, 망인이 자살하기 전에 남긴 유서의 내용과 그로부터 짐작할 수 있는 망인의 심리상태, 자살행위의 시기와 장소, 방법 등에 비추어, 망인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을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상법 제659조 제1항, 제732조의2
[2] 상법 제659조 제1항, 제732조의2
[3] 상법 제659조 제1항, 제732조의2
【참조판례】
[1] 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5다49713 판결(공2006상, 610),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7다76696 판결(공2008하, 1284) /
[2] 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5다70540, 70557 판결
【전문】
【원고, 피상고인】
【피고, 상고인】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민주 담당변호사 김성민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9. 11. 12. 선고 2009나3661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상법 제659조 제1항은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때에는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고, 상법 제732조의2는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에서 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경우에도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규정에 따르면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 있어서도 피보험자 등의 고의로 인하여 사고가 생긴 경우에 보험자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할 것이다. 이는 피보험자가 고의에 의하여 보험사고를 일으키는 것은 보험계약상의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경우에도 보험금이 지급된다고 한다면 보험계약이 보험금 취득 등 부당한 목적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상법 제659조 제1항 및 제732조의2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그 자살은 사망자가 자기의 생명을 끊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그것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자기의 생명을 절단하여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행위를 의미하고,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는 포함되지 아니한다 ( 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5다49713 판결 참조). 이 사건 공제계약의 약관에서 ‘피공제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공제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는 공제사고로 규정하면서, 그 단서에서 면책 예외사유로서 ‘피공제자가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합니다’라고 규정한 것도 이러한 의미라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5다70540, 70557 판결 참조).
따라서 피보험자가 자살하였다면 그것이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보험자의 면책사유에 해당한다 할 것인데, 여기서 말하는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이었는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性行),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심리상황, 그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그 진행경과와 정도 및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서의 구체적인 상태,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과 자살 무렵의 자살자의 행태,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의 동기, 그 경위와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5다70540, 70557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망 소외인(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양양군 보건소 예방의약부서에서 건강검진 업무를 담당하는 33세의 공무원인데, 2007. 6. 11. 병가를 신청하고 속초 시내에 소재한 병원을 찾아가 불안, 의욕저하 및 2007년도부터의 대인관계의 어려움 등을 호소하여 중증의 우울성 에피소드로 진단받은 사실, 망인은 같은 날 18:40경 주거지 인근 야산에서 처(妻)인 원고 1, 동서 및 처형 등에게 ‘자신의 못난 성격을 자책하면서 사무실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람과도 적응하지 못한 스스로가 원망스러우며, 이젠 사무실 일에서 벗어나고 싶고,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등의 내용이 기재된 유서를 남긴 채 제초제인 파라콰트(paraquat, 통상 ‘그라목손’이라 한다)를 마시고 신음하다가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그 다음날인 2007. 6. 12. 05:25경 사망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 사실에 비추어 망인은 심한 우울증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공제계약의 면책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망인은 꼼꼼하고 과묵한 성격으로 원고 1과의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으며, 이 사건 자살행위 당시 가정이나 직장에서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고, 2007년도에도 연가 3일을 사용한 것 이외에는 모두 정상 근무해온 사실, 망인은 종전에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치료받은 사실이 전혀 없었으며, 2006년 정기 건강검진 당시 문진표에 “지난 한 달 동안 정신적 또는 육체적으로 감당하기 힘들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고 기재한 사실, 망인은 2007. 6. 11. 사무실에 전화하여 ‘몸이 불편하여 하루 병가를 내겠다’고 병가를 신청한 다음, 혼자서 병원을 찾아가 정신질환 진단에 필요한 질문서의 답변 항목에 일일이 체크하고, 담당 의사에게 불안, 의욕저하 등을 호소하면서 직장을 쉬기 위하여는 진단서가 필요하다면서 진단서를 거듭 요구하여 병명 ‘우울성 에피소드’로 된 진단서를 발급 받은 사실, 망인이 손윗 동서에게 남긴 유서에는 사무실에 있는 자신의 짐을 모두 없애고 사무실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도 삭제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던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망인이 자살 당일 우울성 에피소드의 진단을 받기는 하였으나, 그 발병 시기가 그다지 오래된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하고, 망인의 나이, 평소 성격, 가정환경, 자살행위 당일 행적, 망인이 자살하기 전에 남긴 유서의 내용과 그로부터 짐작할 수 있는 망인의 심리상태, 자살행위의 시기와 장소, 방법 등에 비추어, 망인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을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망인의 자살이 우울증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 이 사건 공제계약의 면책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위 보험약관상의 면책사유에 관하여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