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자동차를 수리하면서 실제 부품 가격이 아닌 소위 '미첼가격(미국 자동차부품의 표준 소비자가격)'을 기준으로 가격을 계산해 보험회사에 수리비를 청구한 경우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보험사가 관행을 묵인하고 있었으므로 기망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
사실관계
서울에서 자동차정비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황씨는 2004년3월과 2006년3월 수입자동차를 정비수리하면서 미첼가격을 수리비청구서에 기재해 제출, 보험회사인 A사와 B사로부터 보험금을 수령했다가 기소됐다.
판결내용
서울동부지법 형사2부(재판장 김재호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정비업체가 미첼가격에 따라 부품가격을 계산해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회사는 별다른 이의없이 보험금을 지급해왔고, 그런 관행이 상당기간 계속돼왔다. 이어 보험회사는 이로 인해 통일적인 업무처리로 비용을 절감하는 측면도 있다며 황씨가 실제 구입한 부품가격보다 높은 미첼가격에 따라 보험금을 청구했다고 해서 피고인이 보험회사를 기망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황씨가 보험회사에 허위가격이 기재된 거래명세서를 제출한 부분에 대해선 보험회사가 어떤 경위에서든 황씨에게 거래명세표를 요구했다면 해당부품의 실제 구입가격을 확인하려는 의도가 포함돼있으므로 허위가격이 기재된 거래명세표를 제출하는 것까지 용인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며 허위 거래명세표를 보험회사에 제출해 보험금을 지급받는 행위는 형법상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덧붙미여, 실제 부품가격이 아닌 미첼가격을 기재해 보험금을 청구했다가 사기죄로 기소된 황모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10노1187).
서울동부지법 2011.4.8, 선고, 2010노1187, 판결 : 상고 사기
【판시사항】
자동차 정비회사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수입자동차를 정비·수리한 다음, 부품의 실제 구입가격이 아닌 이른바 ‘미첼가격’을 기준으로 보험회사에 수리비를 과다 청구하여 이를 교부받았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에게 사기죄를 인정한 제1심판결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자동차 정비회사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수입자동차를 정비·수리한 다음, 국내 수입자동차 부품상에게서 구입한 실제 부품가격이 아닌 이른바 ‘미첼가격’(미국의 미첼사가 발행한 미첼 북에 기재된 부품가격으로, 미국 자동차 부품의 표준 소비자가격)을 기준으로 보험회사에 수리비를 과다 청구하여 이를 교부받았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보험회사가, 해당 부품의 실제 구입가격을 일일이 확인하기 곤란하고 수입차 부품의 객관적 시장가격을 산정하기도 어려워 정비업체에게서 미첼가격을 기준으로 계산된 수리비 청구를 받으면 별다른 이의 없이 보험금을 지급하는 관행이 상당기간 계속되어 왔고, 이로 인해 보험금을 과다 지급할 위험이 있지만 통일적인 업무처리를 통해 비용절감의 이득을 본 측면도 있으므로, 보험회사가 실제 부품가격에 관한 정보를 정비업체에 별도로 요구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은 이상 실제 부품가격보다 비싼 위 미첼가격에 따른 보험금 지급을 용인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단지 위 미첼가격에 따라 보험금을 청구하였다고 해서 피고인이 보험회사를 기망하였다고 볼 수는 없고 달리 위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사기죄를 인정한 제1심판결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형법 제347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25조, 제364조 제6항
【전문】
【피 고 인】
【항 소 인】 피고인 및 검사
【검 사】 최행관
【변 호 인】 법무법인 충정 담당변호사 정수연
【원심판결】
서울동부지법 2010. 7. 26. 선고 2009고단88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2,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5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에게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별지 [범죄일람표 1, 2] 기재와 같이 수리비청구서에 부품가격을 허위로 과다하게 작성하여 보험금을 편취하였다는 각 사기의 점은 무죄.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공소사실 제1, 2항 관련 : 피고인은 보험회사의 요구 및 업계의 관행에 따라 일률적으로 미첼가에 따라 보험금을 청구한 것이므로, 보험회사를 기망한 것이 아니다.
(2) 공소사실 제3항 관련 : 피고인은 거래명세표를 위조한 바 없고, 위조사실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 보험금 청구 및 지급이 미첼가에 따라 이루어지기 때문에 피고인이 미첼가에 부합하는 거래명세표를 작성해 줄 것을 거래처에 요청해서 거래명세표가 2중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이 보험회사를 기망한 바 없다.
(3) 공소사실 전체 관련 : 설사 사기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편취액은 피고인이 수령한 보험금에서 실제 부품구입비를 공제한 금액이다.
나. 검사 : 원심의 형량(벌금 500만 원)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공소사실 제1, 2항에 대한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및 원심의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2001. 6. 5.경부터 서울 송파구 (이하 생략)에서 자동차정비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소외 1 주식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06. 3. 10.경 위 사업장에서 벤츠 자동차 (차량번호 1 생략)의 헤드램프를 정비수리하면서, 사실은 공소외 2 주식회사라는 국내 수입자동차 부품상에게서 260,000원에 구입한 용품을 사용하였음에도 마치 913,590원 상당의 부품을 사용하여 교환수리한 것처럼 수리비청구서 등에 부품가격을 허위로 작성하여 피해자 주식회사 현대해상화재보험에 청구하고, 2006. 3. 20.경 위 피해자로부터 913,000원을 교부받은 것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1] 기재와 같이 11회에 걸쳐 합계 14,262,950원을 교부받았다.
피고인은 2004. 3. 23.경 위 사업장에서 볼보 승용차 (차량번호 2 생략)의 커버 등을 정비수리하면서, 사실은 ○○○ 상사로부터 합계 580,000원 상당으로 구입한 부품들을 사용하였음에도 2004. 3. 23.경 합계 1,452,600원 상당의 부품을 사용하여 교환수리한 것처럼 수리비청구서 등에 부품가격을 허위로 작성하여 피해자 주식회사 LIG손해보험에 청구하고, 같은 날 피해자로부터 1,452,600원을 교부받은 것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2] 기재와 같이 2회에 걸쳐 합계 2,906,100원을 교부받았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자동차정비업자는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면서 실제 부품구입비용에 일정한 공임(인건비)을 합산한 금액을 청구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 피고인에게 사기죄 성립을 인정하면서, 설사 외제차 수리업체가 보험금을 청구하면서 부품구입비용을 소위 ‘미첼가격’에 따른 금액으로 청구하는 관행이 있다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고 있다.
나. 이 법원의 판단
살피건대, 피고인이 위와 같이 보험금을 과다 청구하게 된 이유는 실제 구입가격이 아닌 이른바 ‘미첼가격’에 따라 부품가격을 계산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보험회사가 지급하는 보험금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차량관련 ‘손해’를 보상하는 것이므로, 보험금 산정 시 부품가격은 원칙적으로 정비업자가 해당 부품을 실제 구입한 가격 또는 해당 부품의 객관적 시장가격에 따라 산정함이 타당하긴 하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보험회사 입장에서 해당 부품의 실제 구입가격을 일일이 확인하여 그 타당성을 검증하기 곤란하고 수입차 부품의 객관적 시장가격을 산정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정비업체가 ‘미첼가격’에 따라 부품가격을 계산하여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회사는 별다른 이의 없이 그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하여 왔고, 그러한 관행이 상당기간 계속되어 온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보험회사는 이로 인해 보험금을 과다 지급할 위험이 있지만 통일적인 업무처리를 통해 일정 부분 비용을 절감하는 측면도 있으므로, 이러한 업무처리 관행이 보험회사의 객관적 이해관계에 반드시 배치되는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개별적인 보험금 산정 및 지급 과정에서 보험회사가 실제 부품가격에 관한 객관적 정보를 정비업체에 별도로 요구하는 등의 조치가 없었던 이상, 보험회사는 실제 부품가격보다 비싼 미첼가격에 따른 보험금 지급을 예상하고 용인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단지 실제 구입한 부품가격보다 더 높은 미첼가격에 따라 보험금을 청구하였다고 해서 피고인이 보험회사를 기망하였다고 볼 수는 없으며 달리 위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비순정품이나 중고품을 사용하면서도 순정품과 동일한 기준으로 부품가격을 청구한 경우는 달리 볼 여지가 있으나, 위 각 공소사실은 그와 같은 점을 문제삼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공소사실 제3항 관련
보험회사가 어떤 경위에서든지 피고인에게 거래명세표를 요구하였다면 이러한 요구에는 해당 부품의 ‘실제 구입가격’을 확인하려는 의도가 포함되었음이 명백하고(미첼가격만을 근거로 보험금을 지급하고자 할 의도였다면 굳이 위와 같은 요구를 할 필요가 없다), 보험회사 입장에서 설사 피고인이 사용한 부품이 순정품이라 하더라도 허위의 가격이 기재된 거래명세표를 제출하는 것까지 용인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실제 구입가격보다 높은 가격이 기재된 허위의 거래명세표를 작출하여 이를 보험회사에 제출함으로써 보험금을 지급받는 행위는 형법상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별지 [범죄일람표 3]
순번 4 내지 6의 경우 해당 문서가 ‘위조’되었다고 볼 증거는 없으나, 피고인 스스로 이 경우에도 별지 [범죄일람표 3] 순번 1 내지 3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공급처의 양해를 얻어 이중으로 문서를 작성하였다고 시인하고 있는바, 위 각 행위 태양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로서 공소장변경절차 없이 공소사실을 변경하더라도 피고인의 실질적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이 없다고 보이므로( 대법원 2003. 7. 25. 선고 2003도2252 판결 참조), 직권으로 기망행위의 태양을 ‘2중 기재’로 변경하기로 한다].
다만 별지 [범죄일람표 3] 순번 6 중 너클부싱의 경우 원거래명세서상 가격이 나와있지 않은바[기재된 90,000원은 후활대부싱의 가격이다(증거기록 1632쪽)], 이 부분은 달리 피고인의 기망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그럼에도 이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위 너클부싱 관련 부분이 무죄가 되는 이상 이와 일죄의 관계에 있는 별지 [범죄일람표 3] 순번 6 관련 사기 부분은 모두 파기되어야 한다).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사유가 있다 하더라도 이를 기화로 기망행위를 통해 과다한 보험금을 지급받는 경우에는 지급받은 보험금 전체에 대하여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도4665 판결 참조), 편취액 관련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공소사실 제1, 2항 관련 사기 부분과 공소사실 제3항 관련 별지 [범죄일람표 3] 순번 6 사기 부분이 파기되어야 할 것인데, 원심판결은 그 부분 범죄사실과 나머지 범죄사실을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처단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는바, 결국 원심판결은 모두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으므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해서는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과 증거의 요지는 ① 원심판결의 범죄사실 중 제1, 2항을 삭제하고, ② 범죄사실 제3항과 관련된 별지 [범죄일람표 3] 순번 6 너클부싱 관련 부분을 삭제하고, 합계란 금액 ‘5,777,330’을 ‘5,657,640’으로 변경하며, ③ 범죄사실 제3항 제6행 이하의 ‘합계 5,777,330원을 교부받았다’를 ‘합계 5,657,640원을 교부받았다’로 변경하고, ④ (가) 별지 [범죄일람표 3] 순번 4, 6 각 비고란의 ‘거래명세표 위조’를 ‘거래명세표 2중 기재’로, (나) 별지 [범죄일람표 3] 순번 5 비고란 ‘거래명세표 위조’를 ‘견적서 2중 기재’(증거기록 1294쪽)로 각 변경하는 외에는 원심판결의 해당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각 형법 제347조 제1항(사기의 점, 벌금형 선택)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
1.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69조 제2항
1.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양형의 이유】
보험관련 사기범행이 갖는 사회적 폐해에 비추어 위 사기죄의 죄질은 가볍지 않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유죄로 인정된 범죄사실과 관련해 피고인이 실제 취득한 이익은 많지 않은 점, 미첼가격에 따라 보험금을 청구하는 관행이 상당 기간 존재하였던 사정으로 인해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경미한 벌금 전과 2회를 제외하고 피고인에게 별다른 전과가 없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위와 같은 점들과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부분】
이 사건 공소사실 제1, 2항 관련 각 사기의 점의 요지는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은 바, 이는 위 제2의 나.항 기재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제3항 별지 [범죄일람표 3] 순번 6의 너클부싱 관련 사기의 점의 요지는 “피고인은 90,000원에 구입한 너클부싱을 사용하여 자동차를 수리하였음에도 2006. 5. 8.경 마치 119,690원에 구입한 것처럼 거래명세서를 위조하여 피해자 현대해상화재 주식회사로부터 2006. 11. 30.경 보험금 119,690원을 교부받았다.”는 것인바, 이는 위 제3항 기재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해야 할 것이나, 이와 일죄의 관계에 있는 별지 [범죄일람표 3] 순번 6 나머지 부품 관련 사기죄를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이 부분에 관하여 따로 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지는 아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