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가 시설물 관리를 소홀히 해 누전이나 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했다면, 이웃 건물에 번져 생긴 피해도 배상해야 한다.
이번 판결은 2009년 5월 개정된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실화책임법)의 취지에 따른 것이다. 1961년 제정된 실화책임법은 2007년 8월 경과실로 인한 피해 보호에 미흡하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져 경과실의 경우에도 실화책임을 인정하되 과실의 정도에 따라 배상액을 경감할 수 있도록 개정됐다.
사실관계
김씨는 2008년 9월 자신이 운영하던 가구전시장 건물의 전기시설에 대한 유지·관리를 소홀히 해 합선으로 인한 화재를 일으켰다. 화재가 김씨의 건물을 태우고 인접한 A회사 건물까지 번져 A사 소유의 기계 등을 태웠고, A회사와 공장화재보험계약을 체결한 LIG는 보험금 1억5000여만원을 지급했다. 1·2심은 "김씨가 A사 건물에 대한 화재에 책임을 져야 하는지는 일반 불법행위 책임이 있는지를 따져봐야 하는데, A사의 화재는 김씨의 직접적인 고의·과실로 인한 게 아니다"라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판결내용
대법원 민사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개정 실화책임법은 구법과 달리 손해배상액의 경감에 관한 특례규정만을 뒀을 뿐 손해배상의무의 성립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공작물의 점유자 또는 소유자가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에 의해 생긴 화재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는 다른 법률에 정함이 없는 한 일반 민법의 규정에 의해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에 의해 직접 발생한 화재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뿐만 아니라 그 화재로부터 연소한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해서도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와 그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그 책임을 규정한 민법 제758조1항이 적용되고, 실화가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 아닌 한 그 화재로부터 연소한 부분에 대한 손해의 배상의무자는 개정 실화책임법에 의해 손해배상액을 경감받을 수 있다
김씨의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가 연소·확대돼 인접한 회사의 건물로 불길이 옮겨붙은 바람에 손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만약 김씨의 건물에 설치·보존상의 하자가 있었고 그 하자와 인접 회사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한다면 김씨는 손해배상책임을 져야한다고 LIG손해보험이 화재보험금으로 지급한 1억5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실수로 불을 낸 김모(63)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 상고심(대법원 2010다58056)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0다58056 판결 구상금
【판시사항】
2009. 5. 8. 법률 제9648호로 전부 개정된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하에서 공작물의 설치·보존상 하자에 의하여 발생한 화재로부터 연소한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도 민법 제758조 제1항이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2009. 5. 8. 법률 제9648호로 전부 개정된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이하 ‘개정 실화책임법’이라 한다)은 구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2009. 5. 8. 법률 제9648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과 달리 손해배상액의 경감에 관한 특례 규정만을 두었을 뿐 손해배상의무의 성립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공작물의 점유자 또는 소유자가 공작물의 설치·보존상 하자로 인하여 생긴 화재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는 다른 법률에 달리 정함이 없는 한 일반 민법의 규정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공작물의 설치·보존상 하자에 의하여 직접 발생한 화재로 인한 손해배상책임뿐만 아니라 그 화재로부터 연소한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도 공작물의 설치·보존상 하자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민법 제758조 제1항이 적용되고, 실화가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 아닌 한 화재로부터 연소한 부분에 대한 손해의 배상의무자는 개정 실화책임법 제3조에 의하여 손해배상액의 경감을 받을 수 있다.
【참조조문】
구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2009. 5. 8. 법률 제9648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 제1조, 제2조, 제3조, 민법 제758조 제1항
【원고, 상고인】
엘아이지손해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민주 담당변호사 윤재식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연 담당변호사 이종엽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0. 6. 30. 선고 2009나10800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구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2009. 5. 8. 법률 제96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실화책임법’이라고 한다)은 “민법 제750조의 규정은 실화의 경우에는 중대한 과실이 있을 때에 한하여 이를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었으나, 2009. 5. 8. 법률 제9648호로 전부 개정된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이하 ‘개정 실화책임법’이라고 한다)은 제1조에서 “이 법은 실화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실화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그 손해배상액의 경감에 관한 민법 제765조의 특례를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제2조에서 “이 법은 실화로 인하여 화재가 발생한 경우 연소로 인한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에 한하여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이 개정 실화책임법은 구 실화책임법과 달리 손해배상액의 경감에 관한 특례 규정만을 두었을 뿐 손해배상의무의 성립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공작물의 점유자 또는 소유자가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인하여 생긴 화재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 여부는 다른 법률에 달리 정함이 없는 한 일반 민법의 규정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에 의하여 직접 발생한 화재로 인한 손해배상책임뿐만 아니라 그 화재로부터 연소한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도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와 그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민법 제758조 제1항이 적용되고, 실화가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 아닌 한 그 화재로부터 연소한 부분에 대한 손해의 배상의무자는 개정 실화책임법 제3조에 의하여 손해배상액의 경감을 받을 수 있다.
나. 원심은 개정 실화책임법하에서도 구 실화책임법하에서와 마찬가지로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에 의하여 직접 발생한 화재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는 민법 제758조 제1항이 적용되고 그 화재로부터 연소한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는 민법 제750조가 적용된다고 전제한 다음, 이 사건 화재로 인한 주식회사 아우레이트(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의 손해는 피고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에서 직접 기인한 것이 아니라 그 화재가 연소·확대되어 인접한 소외 회사의 건물로 불길이 옮겨붙은 바람에 발생한 것이어서 민법 제758조 제1항이 적용될 수 없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화재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소외 회사에 대하여 민법 제758조 제1항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로 배척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설시한 바와 같이 피고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가 연소·확대되어 인접한 소외 회사의 건물로 불길이 옮겨붙은 바람에 소외 회사가 손해를 입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만약 피고 건물에 설치·보존상의 하자가 있었고 그 설치·보존상의 하자와 소외 회사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한다면, 피고는 민법 제758조 제1항에 따라 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피고 건물에 설치·보존상의 하자가 있는지 여부, 그 설치·보존상의 하자와 소외 회사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 등을 심리·판단하여, 피고가 소외 회사에 대하여 민법 제758조 제1항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 여부를 가렸어야 할 것이다.
이와 달리 한 원심의 조치에는 민법 제758조 제1항, 개정 실화책임법 제1조, 제2조의 해석·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2.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