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를 마치고 열쇠를 뽑아 시동을 완전히 끈 상태에서 하차하기 위해 열던 문에 오토바이 충돌사고는 도로교통법상 운전에 해당하지 않아 차량 소유주의 보험자가 사고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사실관계
목포에 거주하는 박모씨는 2009년 1월 숙부로부터 쏘렌토 차량을 빌려 목포시 상동 근처를 운전하다 식당을 방문하기 위해 차를 세운 뒤 운전석 문을 열었다. 때마침 고모씨가 차량 왼쪽으로 소형 오토바이를 몰고 지나가다 박씨가 연 문에 떠밀려 넘어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사망했다. 박씨의 숙부는 쏘렌토 차량에 대해 현대해상과 자동차종합보험을, 박씨는 동부화재와 개인용자동차보험계약을 각각 체결한 상태였다.
고씨의 유족들이 박씨와 현대해상, 동부화재를 상대로 소송을 내자 현대해상은 고씨의 사망은 기명피보험자 이외의 자가 운전 중에 발생한 사고로 인한 것이어서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고, 박씨의 운전중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는 동부화재는 박씨가 정차된 차량의 문을 연 행위는 운전이 아니므로 배상책임이 없다고 각각 주장했다.
결국 박씨가 차문을 연 행위가 '운전'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손해를 배상할 보험회사가 달라지는 셈이었다.
판결내용
대법원 민사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박씨가 주차를 마치고 열쇠를 뽑아 시동을 완전히 끈 상태에서 하차하기 위해 문을 연 행위가 '운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피고 현대해상과 동부화재 중 배상책임자가 결정된다며 도로교통법에서의 '운전'은 자동차의 원동기를 사용하는 고의의 운전행위로써 엔진의 시동뿐만 아니라 발진조작의 완료까지 요하는 것이므로 자동차 손해배상 보장법상 '운행'의 개념보다는 좁은 개념으로 해석되고, 따라서 박씨의 행위는 운전에 해당하지 않아 차량 소유주의 보험자인 현대해상이 사고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고, 동부화재는 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
다만 유족들에 대한 손해배상금이 너무 높게 책정됐으므로 손해액을 다시 산정하라"며 고씨의 유족 4명이 가해자 박모씨와 차량 소유주의 보험회사인 ㈜현대해상화재보험, 박씨의 보험사인 ㈜동부화재해상보험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대법원 2012다28684)에서 박씨와 현대해상은 5억4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013. 5. 24.선고 2012다28684 판결
【재판경과】
광주지방법원목포지원 2011. 5. 26. 선고 2009가단5313 판결
광주지방법원 2012. 2. 17. 선고 2011나7877 판결
대법원 2013. 5. 24. 선고 2012다28684 판결
전 문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1. a
2. b
3. c
4. d
【피고, 상고인】
1. 망 e의 소송수계인 f
2. 망 e의 소송수계인 g
3. h
4. i 주식회사
피고, 피고 3의
보조참가인, 피상고인
5. j 주식회사
【원 심 판 결】 광주지방법원 2012. 2. 17. 선고 2011나7877 판결
【판 결 선 고】 2013. 5. 24
【주 문】
원심판결의 피고 f, g, h, i 주식회사의 각 패소 부분 중 일실수입손해 부분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광주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원고들의 상고와 피고 f, g, h, i 주식회사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원고들의 상고로 인한 상고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 유】
1. 원고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상고법원은 상고이유에 의하여 불복신청한 한도 내에서 조사 판단할 수 있으므로, 상고이유서에 원심판결의 어떤 점이 법령에 어떻게 위반되었는지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이유설시가 없는 때에는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할 수밖에 없고, 법률심인 상고심에서의 사실에 관한 주장을 전제로 하는 당사자의 추가 또는 변경, 청구취지의 정정이나 변경은 허용되지 않는다( 대법원 1991. 10. 8. 선고 89누7801 판결 , 대법원 1997. 12. 12. 선고 97누12235 판결 등 참조).
원고들이 제출한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에는, 이 사건 사고가 ‘운전 중에 생긴 사고’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피고 i 주식회사(이하 ‘i’이라고 한다) 또는 피고 j 주식회사(이하 ‘j’라고 한다) 한쪽이 책임질 수밖에 없어 각 청구가 양립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 j에 대한 청구를 예비적 청구로 변경한다는 내용만 기재되어 있을 뿐인데, 이것은 상고심에서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또한, 그 서면에는 원심판결의 어떤 부분이 법령에 어떻게 위반되었는지에 관하여 아무것도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고, 상고장에도 상고이유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
2. 피고 f, g, h, i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과실상계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피해자에게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관하여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할 때 당연히 이를 참작하여야 하지만, 과실상계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과실상계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 판단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심판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과실상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나. 형사위로금에 관한 채증법칙 위배 등 주장에 대하여
불법행위의 가해자에 대한 수사 과정이나 형사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합의금 명목의 돈을 받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한 경우 그 합의 당시 받은 돈을 특히 위자료 명목으로 받는 것임을 명시하였다는 사정이 없는 한 그 돈은 재산상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지급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원심은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 h이 2009. 2. 6. 망인의 상속인들에게 지급한 4,500만 원은 손해배상금과 무관한 순수한 형사위로금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위 4,500만 원을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하여야 한다는 피고 f 등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나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없다.
다. 약관의 해석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 h이 주차를 마치고 열쇠를 뽑아 시동을 완전히 끈 상태에서 하차하기 위하여 문을 연 행위가‘운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피고 i과 피고 j 중 배상책임자가 결정된다고 전제한 후, 피고 i, j의 약관과 도로교통법에서의 ‘운전’과 관련한 각 정의규정을 언급하고, 그 각 정의규정에서의 ‘자동차운전’은 자동차의 원동기를 사용하는 고의의 운전행위로서, 엔진의 시동뿐만 아니라 발진조작의 완료까지 요하는 것이므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상 ‘운행’의 개념보다는 좁은 개념으로 해석되고, 따라서 피고 h이 주차를 마치고 열쇠를 뽑아 시동을 완전히 끈 상태에서 하차하기 위하여 문을 연 것은 ‘운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e의 보험자인 피고 i은 망인과 원고들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고, 피고 j는 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기명피보험자 1인한정운전 특별약관의 해석이나 약관상 운전의 해석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라. 호프만 수치 적용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호프만식 계산법에 의하여 중간이자를 공제하는 경우에 중간이자 공제기간이 414개월을 초과하여 월단위 수치표상의 단리연금현가율이 240을 넘게 되는 경우 이를 그대로 적용하여 현가를 산정하면 현가로 받게 되는 금액의 이자가 매월 입게 되는 손해액보다 많게 되어 피해자가 과잉배상을 받는 결과가 되므로, 이를 막기 위하여는 그 수치표상의 단리연금현가율이 얼마인지를 불문하고 모두 240을 적용하여야 한다( 대법원 1985. 10. 22. 선고 85다카819 판결 , 대법원 1996. 4. 12. 선고 96다5667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1985. 10. 17.생인 망인이 2009. 1. 15.에 있은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하여 입은 일실수입 손해액을 호프만식 계산법에 의하여 계산하여 원심판결 별지 손해배상액 계산표와 같이 599,724,196원으로 산정하였는바, 그 과정에서 원심은 망인이 일실수입을 얻을 수 있는 총기간을 469개월로 보고 그 중간이자를 공제함에 있어 위 469개월에 해당하는 월단위 수치표상의 단리연금현가율 259.6415를 적용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과 같이 망인이 사고시부터 가동 연한까지 지속적으로 가동하면서 일실수입을 얻을 수 있는 경우에(중간에 순이익을 얻을 수 없는 기간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아니다) 중간이자를 공제하면서 월단위 수치표상의 단리연금현가율을 240을 넘는 259.6415를 적용하여 현가를 산정하면 현가로 받게 되는 금액의 이자가 매월 입게 되는 손해액보다 많게 되어 망인이 과잉배상을 받게 되므로 부당하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일실수입손해의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마. 지연이자 관련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원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은 불법행위시에 발생하고 그때 이행기가 도래하는 것이므로, 장래 발생할 소극적·적극적 손해의 경우에도 불법행위시가 현가산정의 기준시기가 되고, 이때부터 장래의 손해발생시점까지의 중간이자를 공제한 금액에 대하여 다시 불법행위시부터의 지연손해금을 부가하여 지급을 명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불법행위시 이후로 사실심의 변론종결일 이전의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그 이후 발생할 일실수입손해를 위 시점부터 장래의 각 손해발생시점까지의 중간이자를 공제하는 방법으로 현가를 산정하되 지연손해금은 위 기준 시점 이후부터 구하는 것도 그것이 위와 같은 본래의 방법을 벗어나거나 이에 모순, 저촉되는 것이 아닌 한 허용된다. 그러나 불법행위시 이후 사실심의 변론종결일 이전의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현가를 산정하면서도 지연손해금은 위 기준 시점 이전부터 명하는 것은 위와 같은 방법에 비하여 중간이자를 덜 공제하였거나 지연손해금을 더 많이 인용한 결과가 되어(일종의 과잉배상이 된다)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 1994. 11. 25. 선고 94다30065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원심은 일실수입손해를 산정함에 있어 이 사건 사고 발생일 이후로서 원심 변론종결일 이전인 2009. 5. 1.을 기준으로 중간이자를 공제하여 현가를 산정한 것임이 분명한바, 그렇다면 그 지연손해금도 그날부터 명하였어야 하는데도, 2009. 4. 1.부터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잘못 판단하였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도 이유 있다.
바. 일실수입 산정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망인은 이 사건 사고가 없었더라면 2009. 4. 14.경 공립초등학교 교원으로 임용될 수 있었다고 봄이 경험칙상 넉넉히 추단된다는 이유로, 공립초등학교 교원으로서의 수입을 기초로 일실수입을 산정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일실수입 산정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피고 f, g, h, i의 각 패소 부분 중 일실수입손해 부분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며, 원고들의 상고와 피고 f, g, h, i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 중 원고들의 상고로 인한 부분은 패소자들이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 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