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보험대리점 보험설계사가 돈 받아 임의사용했어도 모집행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보험회사는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
요지
보험가입자가 보험설계사로부터 보험 갱신에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돈을 줬으나 설계사가 개인용도로 사용한 경우 이는 보험 '모집행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보험회사는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
보험설계사가 보험계약자로부터 금원을 지급받아 임의로 횡령하였더라도, 보험설계사의 행위가 보험회사의 보험 모집과 관련이 없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보험회사의 책임이 없다고 본 판결
보험업법 제102조 1항
보험회사는 그 임직원·보험설계사 또는 보험대리점이 모집을 하면서 보험계약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배상할 책임을 진다.
사실관계
A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보험설계사 B씨에게 2011년 10월부터 2013년 1월까지 모두 2900만원을 건넸다. B씨가 "(A씨가 가입한) C보험사의 보험을 갱신해야 하는데 갱신하려면 돈이 필요하다"고 했기 때문이다.
서로 믿고 지내던 터라 A씨는 의심하지 않고 C보험사에 들어둔 다른 보험 등을 해지해 돈을 마련한 뒤 B씨에게 줬다. 하지만 B씨의 말은 거짓이었다. B씨는 A씨로부터 받은 돈을 개인 용도로 사용했고,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B씨는 물론 C보험사를 상대로도 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판결내용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재판장 전지원 부장판사)는 보험업법 제102조 1항의 '모집을 하면서'라는 규정은 보험설계사의 모집행위 그 자체는 아니라도 그 행위를 외형적으로 볼 때 객관적으로 보험설계사의 본래 모집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거나 유사한 행위여야 한다. A씨가 다른 보험을 해지한 후 환급금을 받아 2900만원을 B씨 계좌로 이체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A씨의 주장과 같이 보험을 갱신하기 위해 보험사로부터 해지환급금을 받아 다시 B씨 계좌로 이체한다는 것은 통상의 거래관념에 비춰 상식에 반한다.
B씨가 C보험사의 전속 보험설계사가 아닌 독립보험대리점(General Agency, 특정보험사에 소속되지 않고 다양한 보험사의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곳) 소속 설계사라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이는 C보험사의 보험 모집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A씨와 B씨 두 사람의 개인적 금전거래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A씨가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2013가합88244)에서 B씨는 A씨에게 29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C보험사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유사판례인 서울중앙지방법원 2011가단474585 판결에서 모 보험사의 보험대리점주가 고객인 보험가입자에게서 받아 관리하던 현금카드로 대출을 받았다면 보험사에 관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즉, 보험대리점에 대한 회사의 사용자책임은 '보험모집'과 관련된 것에 국한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3. 11. 선고 2013가합88244 판결 손해배상(기)
【원 고】 장AA
【피 고】 1. CCCC화재보험 주식회사
2. 최BB
【변 론 종 결】 2016. 2. 26.
【판 결 선 고】 2016. 3. 11.
【주 문】
1. 피고 최BB은 원고에게 294,209,111원 및 이에 대하여 2013. 12. 18.부터 2016. 3. 11.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피고 CCCC화재보험 주식회사에 대한 청구 및 피고 최BB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 CCCC화재보험 주식회사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가 부담하고, 원고와 피고 최BB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 최BB이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 구 취 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294,209,111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이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원고의 피고 CCCC화재보험 주식회사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 본문은 “보험회사는 그 임직원·보험설계사 또는 보험대리점(보험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를 포함한다)이 모집을 하면서 보험계약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원고와 평소 알고 지내던 피고 CCCC화재보험 주식회사(이하 ‘피고 CCCC’이라 한다)의 보험설계사인 피고 최BB이 원고에게 ‘원고가 가입한 피고 CCCC의 보험을 갱신하여야 한다’며 원고로부터 2011. 10. 28. 30,000,000원, 2011. 10. 31. 156,782,111원, 2013. 1. 2. 700,000원, 2013. 1. 3. 106,727,000원 합계 294,209,111원을 지급받아 이를 임의로 사용함으로써 원고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 그러므로 피고 CCCC은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 본문에 따라 피고 최BB과 연대하여 원고에게 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1) 보험회사의 보험설계사 또는 보험대리점(보험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를 포함한다)이 모집을 하면서 보험계약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모집을 위탁한 보험회사의 배상책임을 규정하고 있는 보험업법 제102조는 사용자의 배상책임에 관한 일반규정인 민법 제756조에 우선하여 적용되므로,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에서 정한 ‘모집을 하면서’라는 규정은 보험설계사의 모집행위 그 자체는 아니더라도 그 행위를 외형적으로 관찰할 때 객관적으로 보아 보험설계사의 본래 모집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거나 유사하여 마치 그 모집행위 범위 내에 속하는 것과 같이 보이는 행위도 포함한다고 새겨야한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4다45356 판결 참조).
2)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4호증, 갑 제5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2011. 10. 28. 피고 CCCC으로부터 2010. 10. 25. 및 2010. 11. 10. 각 체결된 2건의 보험계약 해지환급금 186,782,111원을 지급받아, 같은 날 피고 최BB 명의 계좌로 30,000,000원, 2011. 10. 31. 156,782,111원을 각 이체하고, 2013. 1. 2. 피고 CCCC으로부터 2011. 11. 4. 체결된 보험계약 해지환급금 107,425,028원을 지급받아, 같은 날 700,000원, 2013. 1. 3. 106,727,000원을 각 피고 최BB 명의 계좌로 이체함으로써 합계 294,209,111원(이하 ‘이 사건 금전’이라 한다)을 이체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피고 최BB이 피고 CCCC의 보험설계사로서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 본문에 정한 보험모집을 하면서 원고로부터 이 사건 금전을 지급받았다는 점에 관하여는 갑 제3호증의 1, 2의 각 기재만으로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하기에 족한 증거가 없다. 오히려 앞서 인정한 사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 최BB은 2009. 9. 30. 피고 CCCC 보험설계사에서 해촉되어 2011.10.경에는 피고 CCCC의 보험설계사 지위에 있지 않았던 점,
② 피고 최BB은 2011. 12. 21. 다시 피고 CCCC의 보험설계사로 위촉되었으나, 비전속법인대리점(GA)에 소속되어 피고 CCCC 외 다른 회사의 보험상품도 판매해 온 점,
③ 원고의 주장과 같이 피고 CCCC의 보험을 갱신하기 위하여 피고 CCCC으로부터 보험계약 해지환급금을 지급받아 이를 다시 피고 최BB 명의 계좌로 이체한다는 것이 통상의 거래관념에 비추어 상식에 반하는 점 등에 비추어, 원고가 피고 최BB에게 이 사건 금전을 이체한 것은 피고 CCCC의 보험 모집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원고와 피고 최BB 사이의 개인적 금전거래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
3) 따라서, 원고의 피고 CCCC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다.
2. 원고의 피고 최BB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는 피고 최BB이 원고로부터 이 사건 금전을 지급받아 이를 임의로 사용함으로써 원고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고 주장하는바, 민사소송법 제150조에 의하여 위 피고는 이를 자백한 것으로 본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 최BB은 원고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금 294,209,111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인 2013. 12. 18.부터 이 판결 선고일인 2016. 3. 11.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는 이 판결 선고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구하나,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본문의 법정이율에 관한 규정이 2015. 9. 25. 대통령령 26553호로 개정되어 2015. 10. 1.부터 시행되었으므로, 위 인정비율을 초과하는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부분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론
원고의 피고 CCCC에 대한 청구는 기각하고, 원고의 피고 최BB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