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사기범이 피해자의 개인정보로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 대부업체로부터 대출을 받았더라도 공인된 신용절차를 통해 이뤄진 대출이라는 이유로 피해자가 갚아야 한다고 판시
사실관계
김씨 등은 2015년 7월 취업을 도와준다는 보이스피싱 사기단에 속아 보안카드 번호와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등을 알려줬다. 이 정보를 이용해 피해자 명의의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은 사기단은 대부업체에서 1억1900만원을 대출받아 가로챘다.
피해자들은 사기단이 공인인증서를 허위로 만들어 대출을 받았으므로 자신들에게 대출금 상환 의무가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제3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발급받은 공인인증서를 이용해 전자거래 방법으로 체결된 대출계약은 유효하게 체결된 계약으로 볼 수 없다면서 김씨 등은 대출금을 갚을 필요가 없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판결내용
대법원 민사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공인인증서에 의해 본인임이 확인된 자가 작성한 전자문서는 본인 의사에 반해 작성됐더라도 전자문서법에 따라 '작성자의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 이런 경우 전자문서 수신자는 전화 통화나 면담 등의 추가적인 본인 확인 절차 없이도 전자문서에 포함된 의사표시를 작성자의 것으로 봐 법률행위를 할 수 있다.
이어 공인인증서가 보이스피싱 사기단이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후 이를 이용해 발급받은 것이라는 점 등의 사정만으로는 작성자의 의사에 의한 것이라고 믿은 정당한 이유가 부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김모씨 등 보이스피싱 피해자 16명이 대부업체 A사 등 3곳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소송(대법원 2017다257395)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018. 3. 29. 선고 2017다257395 판결 채무부존재확인
【원고, 피상고인】 별지 원고 명단 기재와 같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대화
담당변호사 신시현 외 1인
【피고, 상고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 주식회사 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은창용 외 4인
【원 심 판 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8. 9. 선고 2016나80085 판결
【판 결 선 고】 2018. 3. 29.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이하 ‘전자문서법’이라 한다) 제7조 제2항 제2호는 ‘수신된 전자문서가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과의 관계에 의하여 수신자가 그것이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의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의하여 송신된 경우’에는 전자문서의 수신자가 전자문서에 포함된 의사표시를 작성자의 것으로 보아 행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자문서법 제11조는, 전자거래 중에서 전자서명에 관한 사항은 전자서명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르도록 하고 있는데, 전자서명법 제3조 제2항은 “공인전자서명이 있는 경우에는 당해 전자서명이 서명자의 서명, 서명날인 또는 기명날인이고, 당해 전자문서가 전자서명된 후 그 내용이 변경되지 아니하였다고 추정한다.”라고, 제18조의2는 “다른 법률에서 공인인증서를 이용하여 본인임을 확인하는 것을 제한 또는 배제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이 법의 규정에 따라 공인인증기관이 발급한 공인인증서에 의하여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다.”라고 각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들의 내용과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그 입법목적 등을 종합하여 보면, 전자문서에 의한 거래에서 공인인증기관이 발급한 공인인증서에 의하여 본인임이 확인된 자에 의하여 송신된 전자문서는, 설령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작성․송신되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자문서법 제7조 제2항 제2호에 규정된 ‘수신된 전자문서가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과의 관계에 의하여 수신자가 그것이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의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의하여 송신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그 전자문서의 수신자는 전화 통화나 면담 등의 추가적인 본인확인절차 없이도 전자문서에 포함된 의사표시를 작성자의 것으로 보아 법률행위를 할 수 있다. 나아가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대부업법’이라 한다)의 아래와 같은 규정들까지 더하여 보면, 위와 같은 법리는 대부계약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즉 대부업법은 공인인증서를 이용한 본인 확인을 제한하고 있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제6조의2 제3항 제1호에서 ‘대부계약 또는 이와 관련된 보증계약을 체결할 때 전자서명법 제2조 제8호에 따른 공인인증서를 이용하여 거래상대방 또는 보증인이 본인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인터넷을 이용하여 대부계약 또는 보증계약상 자필로 기재해야 할 중요사항을 거래상대방 또는 보증인이 직접 입력하게 하는 경우에는, 대부업자는 위 중요사항을 거래상대방 또는 보증인이 자필로 기재하게 한 것으로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대부업자인 피고들과 원고들 사이의 이 사건 각 대출계약은 공인인증서를 통한 본인확인절차를 거쳐 체결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위와같은 법리에 의하여, 설령 원고들의 의사에 반하여 대출신청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자문서법 제7조 제2항 제2호에 규정된 ‘수신된 전자문서가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과의 관계에 의하여 수신자가 그것이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의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의하여 송신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심이 들고 있는 ‘이 사건 각 대출계약 체결에 사용된 공인인증서는 보이스피싱 사기단이 원고들을 속여 원고들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후 이를 이용하여 재발급받은 것이라는 점’ 등의 사정들만으로는 위와 같은 ‘정당한 이유’가 부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대출신청의 경우, 휴대전화 등을 이용한 본인확인절차를 거치도록 한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제2조의4 제1항의 규정은 대부업자에게 적용되는 규정이 아니므로, 이 규정을 근거로 피고들이 휴대전화 등을 이용한 본인 확인절차를 거쳤어야 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전자문서법 제7조 제2항 제2호가 적용되지 않아 이 사건 각 대출계약이 원고들에 대하여 유효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전자문서법 제7조 제2항 제2호에서 정한 ‘정당한 이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