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신호를 준수해 교차로에 진입한 차량이 신호를 위반해 좌회전하던 차량과 사고가 난 경우 신호를 준수한 차량이 비록 과속이라 하더라도 사고책임이 없다.
신뢰의 원칙 : 스스로 교통규칙을 지키고 있는 운전자는 다른 운전자나 보행자도 교통법규를 지킬 것으로 신뢰하면 되며, 교통규칙을 위반하거나 비이성적으로 행동한 상대방의 행위로 인해 사고가 발생해도 사고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원칙
사실관계
김씨는 화물차를 운전해 평택시 교차로를 지나다 불법좌회전하던 홍모씨가 운전하는 아반테 승용차에 받혀 머리 등을 다치자 홍씨가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한 현대해상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내 1심에서는 6천4백여만원의 승소판결을 받았으나, 2심이 과속을 한 자신의 과실을 20%로 인정하고 5천여만원만 지급하라고 판결하자 상고했었다.
판결내용
대법원 민사2부(주심 柳志潭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신호에 의해 교통정리가 행해지고 있는 교차로를 진행신호에 따라 진행하는 차량의 운전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차량들도 교통법규를 준수하고 충돌을 피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믿고 운전하면 충분하고, 다른 차량이 신호를 위반하고 자신의 진로를 가로질러 오거나 자신의 차량을 들이받을 경우까지 예상해 사고발생을 미리 방지할 특별한 조치까지 강구할 주의의무는 없다.
이어 다만 이미 교차로에 진입하고 있는 차량이 있는 등 특별한 경우에는 서행하는 등 사고를 방지할 태세를 갖추고 운전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으나 이와 같은 의무는 어디까지나 신호가 바뀌기 전이나 그 직후에 교차로에 진입해 진행하고 있는 차량에 대한 관계에서 인정되는 것이며, 신호가 바뀐 후 다른 차량이 신호를 위반해 교차로에 새로 진입해 올 경우까지를 예상해 사고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까지 강구할 주의의무는 없다.
또 교차로에 진입하기 전 녹색신호를 확인하고 제한속도 80㎞ 이상의 과속으로 진행하던 원고는 진행방향 2차선의 맨 앞에 정차해 있다가 정지신호임에도 좌회전을 하던 홍모씨의 승용차를 24미터 전방에서 발견하고 멈추지 못한 채 충격한 사실이 인정된다.
이와 같이 신호에 따라 진행하던 원고로서는 비록 과속한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홍씨의 차량이 신호를 위반하고 자신의 진로를 가로질러 진행해 오거나 자신의 차량을 들이받을 경우까지 예상해 사고발생을 미리 방지할 특별한 조치까지 강구할 주의의무는 없으므로 원고에게 20%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한 원심은 잘못이라며 김모씨가 현대해상(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대법원 2005다7177)에서 원고일부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5다7177, 판결 손해배상(자)
【판시사항】
[1] 신호등에 의하여 교통정리가 행하여지고 있는 교차로의 통행 방법과 운전자의 주의의무
[2] 가해차량이 신호등이 이미 정지신호로 바뀌고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되었음에도 정지신호를 무시한 채 교차로로 진입한 경우, 신호등에 따라 진행하던 운전자는 비록 과속한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면책된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민법 제750조, 도로교통법 제22조
[2]민법 제750조, 도로교통법 제22조
【전문】
【원고,상고인】
【피고,피상고인】
현대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희영)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4. 12. 22. 선고 2004나25316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원고는 1999. 10. 11. 13:55경 서울 87자 4437호 화물차를 운전하여 평택시 비전동 소재 '천혜보육원' 부근 신호등 있는 사거리 교차로를 천안 방면에서 송탄 방면으로 신호에 따라 직진하다가, 송탄 방면에서 원곡 방면으로 신호를 위반하여 좌회전하던 피고의 피보험차량인 소외인 운전의 서울 33라 9685호 아반테 승용차와 충돌하여 뇌좌상, 두개골함몰골절 등의 상해를 입은 사실, 사고 현장에 남겨진 화물차의 스키드마크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사고 직전 원고의 화물차는 시속 100㎞ 이상의 속도를 내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사실,
사고 현장의 제한 속도는 시속 80㎞인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도 이 사건 사고 당시 과속으로 위 화물차를 운행한 잘못이 있고 이러한 잘못 역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의 발생 및 확대에 한 원인이 되었다는 이유로 피고의 책임을 80%로 제한하였다.
2.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사고 당시 제한시속을 넘어 과속하였다는 원심의 사실인정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 내지 심리미진으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그러나 위와 같은 원고의 과속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의 발생 및 확대에 한 원인이 되었다는 이유로 피고의 책임을 일부 제한한 원심의 판단에 관하여 본다.
신호등에 의하여 교통정리가 행하여지고 있는 교차로를 진행신호에 따라 진행하는 차량의 운전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차량들도 교통법규를 준수하고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믿고 운전하면 충분하고, 다른 차량이 신호를 위반하고 자신의 진로를 가로질러 진행하여 오거나 자신의 차량을 들이받을 경우까지 예상하여 그에 따른 사고발생을 미리 방지할 특별한 조치까지 강구할 주의의무는 없으며,
다만 신호를 준수하여 진행하는 차량의 운전자라고 하더라도 이미 교차로에 진입하고 있는 다른 차량이 있다거나 다른 차량이 그 진행방향의 신호가 진행신호에서 정지신호로 바뀐 직후에 교차로를 진입하여 계속 진행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거나 또는 그 밖에 신호를 위반하여 교차로를 진입할 것이 예상되는 특별한 경우라면 그러한 차량의 동태를 두루 살피면서 서행하는 등으로 사고를 방지할 태세를 갖추고 운전하여야 할 주의의무는 있다 할 것이지만,
그와 같은 주의의무는 어디까지나 신호가 바뀌기 전이나 그 직후에 교차로에 진입하여 진행하고 있는 차량에 대한 관계에서 인정되는 것이고, 신호가 바뀐 후 다른 차량이 신호를 위반하여 교차로에 새로 진입하여 진행하여 올 경우까지를 예상하여 그에 따른 사고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까지 강구할 주의의무는 없는 것이다( 대법원 1995. 10. 13. 선고 95다29369 판결, 1999. 8. 24. 선고 99다30428 판결, 2002. 9. 6. 선고 2002다38767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사고 장소 전 뉴코아백화점 사거리에서 출발하여 진행하다가 이 사건 교차로에 진입하기 전 녹색 진행신호를 확인하고 진행하여 오던 속력 그대로 또는 그 이상 가속하여 교차로에 진입함으로써 최소한 제한시속 80㎞ 이상의 과속으로 진행한 사실,
소외인은 진행방향 2차선의 맨 앞에 정차해 있다가 정지신호임에도 좌회전을 하면서 교차로에 진입한 사실, 원고는 교차로 진입 전에 약 24.4m 전방에서 소외인의 아반테 승용차를 발견하였으나 멈추지 못한 채 그대로 충격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이 신호에 따라 진행하던 원고로서는 비록 과속한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소외인의 차량이 신호를 위반하고 자신의 진로를 가로질러 진행하여 오거나 자신의 차량을 들이받을 경우까지 예상하여 그에 따른 사고발생을 미리 방지할 특별한 조치까지 강구할 주의의무는 없다고 할 것이다.
다만, 이 사건 교통사고에 관하여 원고를 면책시킬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가를 보건대,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소외인이 교차로로 진입한 것은 신호등이 정지신호로 바뀌기 이전이나 그 직후가 아니라 이미 정지신호로 바뀌고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되었음에도 정지신호를 무시한 채 교차로로 진입한 것이라고 볼 것이고, 이러한 경우 원고로서는 소외인이 신호를 위반하여 교차로를 진입해 들어와 자신의 차량을 충돌할 것까지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있지는 아니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교통사고에는 원고를 면책시킬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고 달리 기록상 이러한 사정을 찾아볼 자료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에게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에 관하여 운전상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신호등에 의하여 교통정리가 행해지는 교차로에서의 운전자의 주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