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를 건너던 노루를 피하려다 사고가 났더라도 방호벽을 설치하지 않은 한국도로공사에 관리상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사실관계
2003년 11월께 윤모씨는 자신의 무쏘승용차를 타고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옥천휴게소를 조금 지난 지점에서 나타난 도루를 피하려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차량이 전도됐다. 마침 같은 시각 윤씨와 같은 방향으로 달리고 있던 이씨가 미처 윤씨를 차량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진행해 윤씨는 사망하고 동승자는 상해를 입었다.
이씨 차량의 보험자인 A주식회사는 윤씨의 유족 등에 손해배상금과 치료비 등을 지급했고 이후 도로관리상의 하자 등을 이유로 도로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판결내용
대전지법 민사3부(재판장 김양규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사고지점에 동물 등의 진입을 방지하기 위한 방호울타리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사실은 인정되나 고속도로의 경우 도시구간을 비롯한 몇몇 구간을 제외하고는 전국의 어느 고속도로든지 주변의 민가에서 사육하는 가축이나 야생동물 등이 도로에 출현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고 완벽한 방책을 설치하는 것은 경제적 관점이나 물리적 관점에서도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이어 그 동안 야생동물 출현보고가 없었던 사정 등을 고려할 때 사고발생장소가 특별히 야생동물출현의 위험성이 높은 구간으로 볼 수 없고 도로공사가 사고장소를 하루에 8회 이상 순찰한 점 등 제반사정에 비춰볼 때 도로공사가 고속도로를 유지·관리함에 있어서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A보험회사가가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대전지방법원 2008나8957)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원고 보험회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전지방법원 2009. 2. 11. 선고 2008나8957 판결 구상금
【원고, 피항소인】
주식회사
서울 종로구 ▒▒▒▒▒▒
대표이사 하▒▒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구훈, 권영심
【피고, 항소인】
한국도로공사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293-1
대표자 사장 손학래
소송대리인 변호사 송동호
【제1심판결】 대전지방법원 2008. 5. 27. 선고 2007가단9020 판결
【변론종결】 2009. 1. 21.
【판결선고】 2009. 2. 11.
【주 문】
1.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및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57,959,238원과 이에 대하여 2005. 4. 28.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원고는 이○○과 사이에 이○○ 소유의 경기31도●●●호 승용차(이하 ‘원고 차량’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이고, 피고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고속도로를 유지, 관리하는 자이다.
나. 이사건 사고의 발생
(1) 윤◎◎은 2003. 11. 23. 05:00경 윤◇◇소유의 대전70더2881호 무쏘승용차(이하 ‘피해 차량’이라고 한다)를 운전하여 충북 청원군 @@소재 당시의 경부고속도로 부산 기점 311km 지점 부근(사고 당시에는 부산기점 311㎞ 지점 부근으로서 옥산휴게소를 조금 지난 부분이었으나 이후 고속도로의 선형변경공사로 인하여 2.6㎞의 거리가 단축되어 현재에는 부산기점 308.4㎞ 지점에 해당하고, 옥산휴게소는 사고 이후 폐쇄되었다)의 편도 3차로 중 2차로를 부산 방면에서 서울 방면으로 진행하였는바,
진행방향 우측에서 좌측으로 도로를 횡단하는 노루를 뒤늦게 발견하고 이를 피하고자 조향장치를 오른쪽(3차로 방향)으로 과도하게 틀었다가 다시 왼쪽(1차로 방향)으로 틀면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1차로와 2차로에 걸쳐 전도되었다(이하 ‘1차 사고’라 한다. 당시 사고 현장을 목격하였다는 다른 차량 운전자인 남◆◆은 노루가 도로를 횡단하였다고 진술하여 왔고, 이에 반하여 피고는 노루가 사고 현장에 나타난 적이 없으며 사고에 관하여 어떤 원인제공을 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남◆◆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하여 노루가 도로를 횡단한 것이라는 허위 진술을 하고 있다고 다투고 있다).
(2) 이○○은 같은 시각 원고 차량을 운전하여 1차로 상을 피해 차량과 같은 방향으로 시속 약 100 내지 110㎞ 정도로 진행하던 중 전방 주시의무를 게을리 하여 위와 같이 전도되어 있던 피해 차량을 발견하지 못한 채 그대로 진행한 과실로, 위 피해차량의 뒷부분을 원고 차량 앞부분으로 충격하여 피해 차량의 운전자인 윤◎◎이 사망하고, 피해 차량의 동승자인 윤◇◇가 좌슬관절 내측 측부인대 파열 등의 상해를 입었으며, 원고 차량과 피해 차량이 파손되었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다. 손해배상금 등의 지급
원고는 원고 차량의 보험자로서 ① 망 윤◎◎에 대한 손해배상금 74,416,910원을, 법정상속분에 따라, 2003. 12. 31. 배우자 윤◇◇에게 44,650,150원, 2004. 1. 5. 아들 고@하에게 29,766,760원을 각 지급하였고, ② 윤◇◇의 손해에 대하여, 치료비로 2003. 12. 31. ▒▒▒병원에 862,510원, 정형외과에 598,300원, 2004. 3. 29. 병원에 1,536,010원을, 윤◇◇에게 2003. 12. 31. 합의금 3,000,000원을, 2004. 1. 9. 물품 손해배상금 4,900,000원을, 피해 차량의 보험자인 @@해상보험 주식회사에 2005. 4. 27. 피해 차량 파손에 따른 기 지급 손해배상금에 대한 피구상금5,000,000원을 각 지급하였으며, ③ 2003. 12. 11. 이○○에게 원고 차량 파손에 따른 손해에 대하여 보험금 6,285,000원을 지급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3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영상, 제1심 증인 이○○의 일부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1차 사고는 윤㉧㉧이 피해 차량을 운전하여 가던 중 고속도로에 갑자기 야생동물인 노루가 출현하여 차량의 운전을 방해하는 바람에 발생한 사고이며, 1차 사고로 인하여 후속사고인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는바, 이 사건 사고 지점에 야생동물의 고속도로 진입을 막기 위한 시설이 미비하여 1차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공작물인 고속도로의 설치 및 보존상에 하자가 있고, 피고는 위 하자를 보완하고 개선하여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피고와 원고 차량의 운전자인 이○○은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을 진다고 할 것인데, 이○○의 보험자인 원고가 이 사건 사고의 피해자들에게 보험금으로 합계 96,598,730원을 지급하였고, 피고와 이○○ 사이의 이 사건 사고의 과실비율은 60 : 40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보험자대위에 기한 구상금으로 57,956,238원(= 96,598,730원 x 60%) 및 이에 대한 보험금 지급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의 주장
ⓛ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의 단기 소멸시효는 3년인바, 원고의 채권은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으므로 다른 점에 관하여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고, ② 이 사건 사고 당시 고속도로상에 노루가 나타났던 것이 아니므로 피고에게 책임이 없고, 설령 노루가 나타났었다고 하더라도 제반 사정에 비추어 고속도로 설치· 보존상의 하자가 있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의 책임이 없다.
나. 인정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을 1 내지 5호증, 을 13호증의 각 기재, 을 6호증의 1, 3, 5, 을 11, 12, 15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영상, 한국도로공사 천안지사장, 충청남도 지방경찰청 고속도로 순찰대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1)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이 사건 변론 종결일 현재의 충북 청원군 ◆
소재 경부고속도로 부산기점 308.4km 부근으로(위 제1.의 나.(1)항 기재와 같이 고속도로 선형변경공사 이전인 이 사건 사고 당시에는 부산기점 311㎞ 지점에 해당한다) 사고 당시 존재하고 있었던 옥산휴게소의 출입로를 조금 지난 지점으로서 많은 차량이 왕래하던 곳이며, 그 주변은 평지로 아파트 등의 건물이 있고 비닐하우스나 논, 밭이 있으며, 가까운 곳에 야생동물이 서식할 것으로 보이는 숲이나 산은 특별히 존재하지아니한다. 이 사건 사고 당시 사고 지점 도로 옆에 야생동물의 도로 진입을 막기 위한 방호울타리 등의 시설은 없었다[원고는 현재의 311km 지점에 해당하는 고속도로의 사진(갑 8호증의 1)을 제기하고 있으나, 위와 같이 사고 지점은 현재의 308.4㎞ 지점이다].
(2) 피고의 천안지사는 이 사건 사고 지점을 포함하여 경부고속도로 안성 IC에서 청주 IC까지를 유지·관리하면서 이를 다시 1공구와 2공구로 나누어 안전관리규정에 따라 한 공구에 안전순찰반을 각 2명씩 3개조로 나누어 하루 8회 이상 왕복 순찰을 하면서 도로구조물의 이상 유무, 노면 잡물 제거 및 사고 처리, 응급조치 등의 도로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바, 2003. 11. 22. 07:15경부터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이후인 2003. 11. 23. 06:55경까지 왕복 순찰하였으나 야생동물이 출현하였음을 발견하지 못하였고, 특히 이 사건 사고 발생 전인 2003. 11. 23. 02:30에 청주를 출발하여 이 사건 사고 지점을 지나 같은 날 03:20경 목천까지 순찰하였으나 야생동물이 출현한 흔적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3) 이 사건 사고 지점 부근에서는 이 사건 사고 이외에 야생동물의 출현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없으며, 이 사건 전후로 수년간 야생동물이 출현하였다는 보고가 없었다.
(4) 피고는 이 사건 사고 이후 야생동물의 도로 출현 방지 등을 위하여 2005년 이후경부고속도로 청원과 청주 구간에 약 550개의 유도울타리를 설치하였는데, 2005년 12월 이후부터 이 사건 사고 지점에서 약 2.6km 지난 상행선 311km부터 314km 지점 사이에는 도로 우측에 방호울타리를 설치하였으며, 단계적으로 전 노선을 상대로 노선별 생태조사를 추진 중에 있다.
다. 판단
(1) 먼저 소멸시효의 완성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자가 보험자 대위에 의하여 다른 공동불법행위자 및 그의 보험자에 대하여 가지는 구상권의 소멸시효기간은 10년이고, 그 기산점은 구상권이 발생한 시점, 즉 구상권자가 현실로 피해자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때이므로(대법원 1999. 6. 11. 선고 99다3143 판결),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자로서 보험자 대위에 기하여 구상금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채권의 소멸시효 기간은 10년이고, 이와 다른 전제에서 3년의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이 사건 소는 원고의 보험금 최종 지급일인 2005. 4. 27.부터 10년 이내인 2007. 2. 13. 제기되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하였다).
(2) 다음, 고속도로의 설치·보존상의 하자 주장에 관하여 본다.
앞서 본 바와 같이 1차 사고는 피해 차량의 운전자인 윤◎◎이 갑자기 출현한 노루를 피하기 위하여 조향장치를 과대 조작하여 발생한 것에 있다고 할 것이다(이 사건 사고의 최초 목격자인 남◆◆이 2003. 11. 23. 사고 현장에서 작성한 교통사고 발생상황 진술서와 2003. 12. 29.자로 작성된 남◆◆에 대한 경찰진술조서에는 다소 불일치하는 진술이 기재되어 있으나 이러한 사유만으로는 1차 사고가 노루로 인한 것이 아니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라고 함은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하는 것이고, 공작물의 설치·보존에 있어서 항상 완전무결한 상태를 유지할 정도의 고도의 안전성을 갖추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그 공작물의 설치·보존에 하자가 있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 공작물의 설치·보존자에게 부과되는 방호조치 의무의 정도는 그 공작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것을 가리킨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사고 지점에 동물 등의 진입을 방지하기 위한 방호울타리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사실은 인정되나, 고속도로의 경우 도시구간을 비롯한 몇몇 구간을 제외하고는 전국의 어느 고속도로든지 주변의 민가에서 사육하는 가축이나 야생동물 등이 도로에 출현할 가능성 자체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그렇다고 하여 고속도로의 전 구간에 동물의 출입을 차단하기 위한 완벽한 방책을 설치하도록 피고에게 요구하는 것은 막대한 예산을 고려한 경제적인 관점이나 물리적인 관점에서도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할 것이다.
그리고 위에서 본 이 사건 사고 지점 주변의 현황과 그간의 야생동물 출현 보고가 없었던 사정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사고 발생 장소가 특별히 야생동물 출현의 위험성이 높은 구간으로 볼 수 없고, 피고가 이를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볼 수도 없는 점, 피고가 이 사건 사고 장소를 하루에 8회 이상 순찰한 점, 피고는 전국의 고속도로를 대상으로 야생동물의 출현으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각종 시설물의 설치와 감시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점 등의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고속도로상의 이 사건 사고 지점이 고속도로가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구비하지 못하였다거나 피고가 위 고속도로를 유지·관리함에 있어서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그 액수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