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의 주된 원인이 음주운전이었다면 비록 업무수행 중이었더라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
사실관계
H사 영업부장인 김모씨는 2006년 9월께 회사직원들과 밤늦게까지 술을 마신 뒤 운전대를 잡았다. 기숙사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줄 간식거리를 사러 나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는 회사로 운전해 돌아오던 중 도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사망했다. 당시 김씨의 혈중알콜농도는 0.205%였다.
부인 윤모씨는 남편이 업무수행중에 사망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어 윤씨는 법원에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도 패소했다. 하지만 2심은 김씨의 사고는 업무수행중에 일어난 것이고 비록 김씨가 과도한 주취상태였지만 비가 많이 내려 시야가 제한된 상태였던 것이 사고의 주된 원인이라며 1심을 뒤집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판결내용
대법원 특별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회식이 망인이 수행하는 업무의 범위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고는 업무수행의 자연적인 경과에 의해 유발된 것이 아니라 만취상태에서 운전하며 도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음으로써 발생한 것이다.
또 비록 기상악화로 인한 시야장애가 개입했더라도 그것이 사고발생의 압도적인 원인이어서 음주운전이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교통사고가 업무수행에 수행되는 일반적인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이어 이 사고는 망인의 만취운전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므로 망인의 업무수행과 사고로 인한 사망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없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김씨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잘못이라고 윤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 상고심(대법원 2009두508)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009. 4. 9. 선고 2009두508 판결 유족보상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판시사항】
회사 동료 직원들과 음주를 곁들인 회식을 한 후 승용차를 운전하여 기숙사로 돌아가던 근로자가 도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안에서, 회식이 업무 수행의 범위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사고가 망인의 만취운전으로 발생한 이상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
【원고, 피상고인】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하석철)
【피고, 상고인】근로복지공단
【원심판결】
부산고법 2008. 12. 5. 선고 2008누255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은 그 채택증거에 의하여, 원고의 남편인 소외 1이 소외 2 주식회사의 영업부장으로 근무하던 중 2006. 9. 15. 18:00경부터 23:30경까지 동료 직원들과 함께 음주를 곁들인 회식을 한 후 부산 (차량 번호 생략) 카스타 승용차를 운전하여 소외 2 주식회사의 기숙사로 돌아가던 중 다음날 00:01경 도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교통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를 일으켜 그 날 12:08경 사망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이어서 원심은, 소외 1이 참석한 위 회식은 그 전반적인 과정이 소외 2 주식회사의 지배·관리 아래 있어서 사회통념상 위 망인이 수행한 업무의 연장이고, 이 사건 사고는 업무가 종료된 후 퇴근 과정에서 일어난 재해이지만 그 인정의 여러 사정들에 의하면 소외 1이 소외 2 주식회사의 기숙사로 퇴근하는 과정이 소외 2 주식회사의 지배·관리 아래에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한 다음,
이 사건 사고 당시 위 망인이 혈중알콜농도 0.205%의 만취한 상태이었기는 하나 그 당시 기상 악화로 인한 시야장애가 이 사건 사고의 더 큰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는 등의 이유로 소외 1의 음주운전행위는 피고의 유족보상책임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인정한 위 사실관계에 의하면, 위 회식이 위 망인이 수행하는 업무의 범위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는 그 업무수행의 자연적인 경과에 의하여 유발된 것이 아니라 위 망인 자신이 만취한 상태에서 운전하면서 도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음으로써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경우에는 비록 기상 악화로 인한 시야장애가 개입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사고 발생의 압도적인 원인이어서 음주운전이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아니한다는 등의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사고와 같은 교통사고가 그 업무 수행에 수반되는 일반적인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는 오히려 주로 위 망인의 만취운전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보이므로, 위 망인의 업무수행과 이 사건 사고로 인한 그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할 것이고, 그렇다면 위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사고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함을 전제로 피고의 이 사건 유족보상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 원심판결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의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