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에 속아 차량 렌트한 경우라도 '기망' 만으로 운행지배 단절로 못 봐 렌트카 회사에도 교통사고에 대한 책임이 있다
요지
렌트카 업체가 성년을 가장한 미성년자에게 속아 차량을 빌려줬더라도 여전히 차량에 대한 운행지배가 있기 때문에 미성년자가 낸 교통사고에 대한 책임이 있다.
사실관계
정모군은 2010년 12월 당시 만 15세로 고교를 자퇴한 후 주유소 아르바이트 일을 하며 지냈다. 정군은 같은해 다른 사람의 운전면허증과 주민등록증을 자신의 것으로 속이고 A렌트카에서 소나타를 하루 동안 빌렸다. 무면허 상태인 정군은 운전 중 핸들을 지그재그로 조작해 장난운전을 하다가 결국 교통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뒷 좌석에 타고 있던 이모양이 사망했고, 사망한 이양의 보험사인 한화손해보험은 이양의 부모에게 보험금 6100여만원을 지급하고 A렌트카 회사의 보험사인 동부화재해상보험과 정군, 정군의 부모를 상대로 61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판결내용
대법원 민사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정군이 자신의 인적 사항과 무면허 사실을 속였다 하더라도, 미성년자로서 단순히 차량을 임차해 사용하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질 뿐 A렌트카 회사를 배제하고 차량을 반환하지 않을 의도에서 속인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차량을 임차하는데 기망적 수단이 사용됐다는 사정만으로 A렌트카 회사의 지배가능성이 상실돼 운행지배가 완전히 단절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화손해보험이 ㈜동부화재해상보험과 정군 등 3명을 상대로 낸 구상금소송 상고심(대법원 2012다73424)에서 동부화재해상보험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2다73424 판결 구상금
【판시사항】
[1]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에서 자동차사고의 손해배상책임자로 정한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의 의미
[2] 손수운전 자동차대여 약정에 따른 자동차 대여의 경우, 대여업자의 임대목적 차량에 대한 운행지배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3] 미성년자 甲이 자동차 대여업자 乙 주식회사로부터 자신의 인적 사항을 속이고 다른 사람의 운전면허증을 사용하여 차량을 임차한 후 이를 무면허로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켜 동승자를 사망케 한 사안에서, 乙 회사가 차량에 대한 운행지배를 상실하였다고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1] 대법원 1995. 10. 13. 선고 94다17253 판결(공1995하, 3752), 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9다42703, 42710 판결(공2009하, 1847),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0다4608 판결 / [2] 대법원 1991. 4. 12. 선고 91다3932 판결(공1991, 1380), 대법원 1992. 3. 10. 선고 91다43701 판결(공1992, 1292)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한화손해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미래 담당변호사 장한각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동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백 담당변호사 전영출)
【피고, 상고인】
피고 2 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용국)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2. 6. 22. 선고 2012나7570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동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피고 2, 3, 4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피고 2, 3, 4의 상고로 인한 부분은 위 피고들이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에서 자동차 사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자로 규정하고 있는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란 사회통념상 당해 자동차에 대한 운행을 지배하여 그 이익을 향수하는 책임주체로서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자를 말한다. 여기서 운행의 지배는 현실적인 지배에 한하지 아니하고 사회통념상 간접지배 내지는 지배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도 포함한다(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0다4608 판결 등 참조).
또한 자동차 대여업자가 손수운전 자동차대여약정에 의하여 임차인에게 자동차를 대여하는 경우에, 대여업자는 임대목적차량의 보유자로서 임대차계약에서 정한 약정에 따라 임차인에 대한 인적 관리와 임대목적차량에 대한 물적 관리를 하게 되므로, 임대목적차량에 대한 대여업자의 관리가능성 내지 지배가능성이 완전히 상실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여업자와 임차인 사이에는 대여업자의 임대목적차량에 대한 운행지배관계가 직접적이고 현재적으로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1. 4. 12. 선고 91다3932 판결, 대법원 1992. 3. 10. 선고 91다43701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을 비롯한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 2는 이 사건 사고차량을 임차하기 한 달여 전인 2010. 11. 6.경에도 소외 1의 운전면허증을 사용하여 이 사건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인적 사항을 속이고 자동차 대여업자로부터 차량을 임차하여 사용한 다음 이를 반환한 적이 있었다.
(2) 피고 2는 이 사건 사고차량을 주식회사 하나로개발(이하 ‘하나로개발’이라 한다)로부터 임차할 당시, 임대차계약서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운전면허번호, 주소 등 인적 사항란에 자신이 아닌 소외 1의 인적 사항을 기재하기는 하였으나, 한편으로 연락처란에는 자신의 여자친구인 소외 2의 휴대전화번호를 기재하였고, 이 사건 교통사고 후 하나로개발 측에서 소외 2에게 전화를 하여 통화가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3) 이 사건 사고차량의 임대차계약에서 정한 임대차기간은 만 하루에 지나지 않고, 피고 2가 이 사건 교통사고 무렵까지 이 사건 사고차량을 사용한 기간 역시 채 하루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사건 사고차량의 임차 당시에 위 피고가 이를 반환하지 않거나 처분하는 등으로 하나로개발을 배제하고 차량을 영득할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자료는 전혀 없고, 또한 이 사건 사고차량을 운행하면서 무면허로 운전한 이외에 임대차계약에서 벗어난 운행을 하였음을 인정할 자료도 없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비록 피고 2가 이 사건 사고차량을 임차하면서 자신의 인적 사항과 무면허 사실을 속였다 하더라도, 이는 미성년자로서 자동차운전면허가 없는 위 피고가 임대차계약의 내용과 같이 단순히 차량을 임차하여 사용하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질 뿐 아예 하나로개발을 배제하고 차량을 반환하지 않을 의도에서 속인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하고, 오히려 사정이 위와 같다면 위 피고에게 차량 반환 의사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할 것이다.
이러한 사정에 이 사건 사고차량의 약정 임대차기간 및 실제 사용기간 등을 아울러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사고차량을 임차하는 데에 기망적 수단이 사용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사고차량에 대한 하나로개발의 관리가능성 내지 지배가능성이 상실되어 그 운행지배가 완전히 단절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고, 하나로개발로서는 임대차계약 및 손수운전 자동차대여약정을 통하여 여전히 위 피고에 대한 인적 관리와 이 사건 사고차량에 대한 물적 관리를 하고 있었고 임대차계약에 따른 이익을 얻고 있었던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라. 그런데도 이와 달리 원심은, 피고 2가 하나로개발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사고차량을 임차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위 피고가 인적 사항 등을 속인 사실만을 이유로 들어 그 실질이 이 사건 사고차량을 편취한 것으로서 하나로개발이 운행지배를 상실하였다고 잘못 판단하여, 하나로개발의 운행자성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에서 정한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자는 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피고 2, 3, 4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미성년자에 대한 부모의 보호감독의무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피고 3, 4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의 요지는 미성년자인 피고 2에 대한 보호감독을 게을리한 과실이 없다는 것이나, 이는 결국 사실심인 원심의 자유심증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이나 사실인정을 탓하는 것이므로 적법한 상고이유로 볼 수 없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이 부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감독의무 위반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증명책임의 법리를 오해하거나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나. 과실상계 비율에 관한 주장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사건에서 피해자에게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관하여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하는 데에 당연히 이를 참작하여야 할 것이며, 과실상계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대법원 2012. 1. 12. 선고 2010다79947 판결 등 참조).
이 부분에 관한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호의동승자로 인정된 피해자 소외 3에 대한 원심의 과실상계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 판단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될 정도로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거나 과실상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동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하며, 피고 2, 3, 4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 중 위 피고들의 상고로 인한 부분은 패소자들이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