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버스 타려고 뛰어오다 넘어져 바퀴에 다리 깔려 중상을 입었더라도 버스기사에 손해배상 책임 물을 수 없다
요지
승객이 떠나는 버스를 잡으려고 뛰어오다 넘어져 출발하는 버스 바퀴에 다리가 깔려 중상을 입었더라도 기사가 넘어지는 장면을 보지 못했고 버스에 직접 부딪혀 넘어진 것이 아니라면 기사는 손해배상책임이 없다.
사실관계
B씨는 2015년 4월 출발하는 버스를 잡으려고 손을 뻗으며 인도에서 내려오다가 넘어졌다. 버스기사는 이를 알지 못한채 출발했고 B씨의 다리가 우측 뒷바퀴 깔려 골절되면서 B씨는 전치 12주의 부상을 입었다.
A회사는 소속 운전기사에게 과실이 없으니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소송을 냈고, B씨는 버스 출발직전 기사가 후사경(사이드미러)을 통해 자신을 봤는데도 버스를 출발시켰다며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판결내용
대구지법 민사23단독 채성호 판사는 판결문에서 노선버스를 운행하는 운전기사는 정해진 노선을 정해진 시간내에 주행해야 하는 직무상 의무가 있고, 버스가 정류장에 정차해 승객을 승하차 시킨 후 문을 닫은 시점에는 원칙적으로 해당 정류장에서의 승하차가 종료된 것이므로 뒤늦게 탑승 의사를 표시하는 승객이 있다고 하더라도 다시 문을 열고 승객을 탑승시킬 의무는 없다.
이어 B씨가 차로로 내려와 팔을 뻗은 것은 이미 버스가 출입문을 모두 다고 출발하기 직전의 시점이고, 제출된 동영상을 보면 B씨가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시점에서 운전기사의 시선은 전방을 향하고 있어 넘어지는 장면을 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만약 운전기사가 B씨의 접근 장면을 봤다고 하더라도, 그 시점에서 버스를 출발시키는 경우 B씨가 다칠 정도로 버스에 근접하지 않았고 갑자기 넘어지는 상황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도 보이지 않는다.
또 운전기사가 버스의 출발을 늦추고 피고의 탑승 의사를 단념시켜 정류장으로 돌아가게 한 후에 버스를 출발시켰어야 할 주의의무까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시내버스 운송사업을 하는 A회사가 "사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없음을 확인해달라"며 B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대구지방법원 2015가단18111)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대구지방법원 2016. 1. 15. 선고 2015가단18111 판결 채무부존재확인
【원고】 〇〇〇〇 주식회사
대표이사 〇〇〇, 소송대리인 변호사 〇〇〇
【피고】 〇〇〇
소송대리인 〇〇〇
【변론종결】 2015. 12. 16.
【판결선고】 2016. 1. 15.
【주문】
1. 별지 목록 기재 사고에 관하여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인정 사실
가. 원고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여객운수사업을 영위하는 시내버스 운송사업자이고, 대구 〇〇자 〇〇〇〇호 시내버스(이하 ‘이 사건 버스’라고 한다)의 소유자이다.
나. 〇〇〇은 원고 소속의 운전기사로서 2015. 4. 29. 16:30경 대구 **구에 있는 **광장 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정차하여 승객을 내리고, 출발하려고 할 때 위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피고가 왼팔을 버스를 향하여 뻗어 탑승 의사를 표시하면서 인도에서 내려왔다.
다. 피고가 나항과 같이 왼팔을 뻗으면서 차로와 인도를 가르는 경계턱을 넘어 차로에 내려온 〇〇〇의 시선은 이 사건 버스의 우측 후사경에 잠깐 머물렀다. 이때는 이 사건 버스의 앞문과 뒷문이 모두 닫혀있었다. 그 직후 〇〇〇은 시선을 전방으로 돌린 채 이 사건 버스를 천천히 출발시켰다.
라. 피고는 다항 기재와 같이 이 사건 버스가 출발한 직후 불상의 이유로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이때 피고의 우측 다리가 버스의 밑부분으로 들어갔고, 버스의 진행에 따라 이 사건 버스의 우측 뒷바퀴에 역과(轢過)되었다. 피고가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과정에서 이 사건 버스와의 물리적 접촉은 없었다(별지 목록 기재 사고, 이하 ‘이 사고’라고 한다).
마. 이 사고로 피고는 1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이 법원의 동영상 검증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고에 관하여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여부에 관한 판단
가. 〇〇〇이 출발 직전 피고의 접근 장면을 보았는지
피고는, 이 사건 버스의 출발 직전 피고가 버스의 우측 후사경에 비칠 시점에 〇〇〇의 시선이 위 후사경을 향하고 있는 정지 장면(을 1호증)을 근거로 〇〇〇이 피고의 접근 장면을 보았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그대로 버스를 출발시켰으므로 〇〇〇에게 과실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을 1호증의 사진영상이나 이 법원의 동영상 검증결과에 의하더라도 〇〇〇이 버스를 출발시키기 전에 극히 짧은 시간 우측 후사경에 시선이 향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이다. 위 사실만으로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〇〇〇이 버스의 출발 직전 피고가 차로에 내려와 있는 장면을 보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즉 이 법원의 동영상 검증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이 사건 버스의 뒷문이 닫혔을 때 이 사건 버스에 탑승하기 위하여 정류장에서 걸음을 옮기던 피고가 아직 차로와 인도의 경계턱을 넘지 못하여 여전히 인도 위에 있었고, 그 장면은 운전기사의 시각에서 보이는 후사경의 반사 면에 들어오지 아니하여 운전기사인 〇〇〇이 우측 후사경을 통하여 피고의 접근 사실을 볼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② 피고가 이 사건 버스의 뒷문이 닫힌 이후에1) 경계턱을 넘어 차로 부분으로 내려와 왼팔을 버스 쪽으로 뻗었을 때 운전기사 〇〇〇의 시선이 우측 후사경을 향하고 있는 장면이 보이기는 하나, 이 장면은 일련의 연속된 동영상에서 포착해 내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순간적으로 지나간다(피고가 인용한 사진영상에 의하면, 마치 이 사건 버스의 운전기사 〇〇〇이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우측 후사경을 통하여 피고의 접근 장면을 응시한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연속된 동작에서 운전기사의 시선이 잠깐 향하다가 다시 전방으로 이동한 이 사건의 경우 연속된 동영상을 통하여 해당 장면의 지속시간이 어느 정도인지를 함께 살펴야 운전기사가 해당 장면을 보았는지를 진상에 가깝게 파악할 수 있다).
③ 동영상에는 〇〇〇이 버스의 출발 직전 피고가 이 사건 버스에 매우 가까이 서 있었다는 점 또는 피고의 접근 장면이 아니더라도 후사경에 어떤 물체의 움직임이 비춰 위험한 상황이 예견되는 경우에 운전기사가 보였을 반사적인 반응들, 예컨대 좀 더 자세히 보려고 한다거나 약간 놀라는 기색이나 당황하였다고 볼만한 움직임이 전혀 없고, 매우 기계적이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시선을 전방으로 돌리고 버스를 출발시키는 모습이 보인다. 경험칙에 비추어 보건대, 이러한 〇〇〇의 움직임은 출발 직전 우측 후사경에 극히 짧은 시간 동안 시선이 머물렀을 때 피고가 위 후사경에 비친 모습을 보지 못하였을 경우에 나타나는 행동에 더 가까워 보인다.
[각주1] 이 사건 버스가 신매광장 정류장에 정차하였을 때 탑승 의사를 표시하면서 다가오거나 승차에 사용되는 앞문 쪽에 서 있는 승객이 없어 앞문은 처음부터 열리지 아니하였다.
나. 이 사건 버스의 출발 직전 버스에 다가와 탑승 의사를 표시한 피고를 위하여 정차할 의무가 있었는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경계턱을 넘어 차로에 선 채로 탑승 의사를 표시하는 장면이 우측 후사경에 비친 시점은 이 사건 버스의 뒷문이 이미 닫히고, 운전기사 〇〇〇이 버스를 출발시키기 직전이다.
설령 〇〇〇이 마지막으로 우측 후사경을 볼 때 피고가 버스 가까이에서 탑승 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장면을 보았다고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〇〇〇이 버스의 출발을 늦추고 피고를 탑승시켰어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① 노선버스를 운행하는 운전기사는 정해진 노선을 정해진 시간 내에 주행하여야 하는 직무상의 의무가 있다. 이 사건 버스가 **광장 정류장에 정차하여 승객을 승·하차시킨 후 문을 닫은 시점에는 원칙적으로 해당 정류장에서의 승하차가 종료된 것이고, 이 상태에서는 뒤늦게 탑승 의사를 표시하는 승객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를 위하여 다시 문을 열고 승객을 탑승시킬 의무는 없다. 다만 어떤 승객이 버스의 앞을 가로막 고 있다거나 버스의 옆에 지나치게 근접하여 그대로 출발하면 승객에게 상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 안전사고 발생의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출발을 늦추고 승객이 위험한 위치를 벗어난 이후에 출발할 주의의무는 있다고 할 것이다.
② 이 사고에서 피고가 버스 정류장의 경계턱을 넘어 차로에 내려와 팔을 뻗음으로써 탑승 의사가 운전기사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이는 시점은 이미 이 사건 버스가 출입문을 모두 닫고, 출발하기 직전의 시점이다. 이때 동영상에서 보이는 피고의 위치는 차로의 가장자리 배수관(콘크리트 포장 부분) 위로서 자동차가 다니는 아스팔트 포장 부분과 구분되는 곳이고, 피고의 왼팔이 버스의 표면에 닿지 아니한 점으로 보아 적어도 피고의 왼팔 길이보다는 긴 거리만큼 피고와 버스가 떨어져 있었다. 동영상에 의하면, 피고가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시점에 운전기사 〇〇〇의 시선은 전방을 향하고 있음이 분명하여 피고가 넘어지는 장면을 본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〇〇〇이 우측 후사경을 통하여 피고의 접근 장면을 보았다고 하더라도 〇〇〇이 그 시점에 버스를 출발시키는 경우 피고가 상해를 당할 정도로 버스에 근접하였다고 보이지 아니하고, 피고가 갑자기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상황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도 보이지 않는다(동영상에는 피고가 정류장에서 버스로 걸어오는 모습에 다소 불편 한 동작이 보인다. 그러나 위 장면은 운전기사의 시각에서는 보이지 아니하였고, 우측 후사경에 비친 장면에서는 피고에게 보행상의 불편함이 있었다는 점이 나타나 있지 아니하였다) 그렇다면 〇〇〇이 버스의 출발을 늦추고 피고의 탑승 의사를 단념시켜 정류장으로 돌아가게 한 후에 버스를 출발시켰어야 할 주의의무까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소결론
그 밖에는 〇〇〇이 이 사건 버스를 출발시키기 직전에 우측 후사경에서 피고를 보고, 안전사고 발생의 위험을 무릅쓰고 그대로 버스를 출발시킨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 사고에 관하여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이 사건 버스의 운전기사인 〇〇〇에게 과실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비로소 발생하므로 〇〇〇에게 버스 운행 상의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원고의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할 여지가 없고, 피고가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로서는 손해배상책임의 부존재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기로 하되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하는 것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