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난간이 없는 방파제를 산책하던 관광객이 너울성 파도에 휩쓸려 사망한 경우 지자체에게도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
사실관계
김모씨는 지난 2005년1월 친구들과 함께 주문진항 동방파제를 산책하다 높이 7m의 너울성 파도에 휩쓸려 실종된 뒤 이튿날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유족들은 강릉시가 풍랑주의보 발효에도 안전요원을 둬 출입을 통제하는 등의 대책을 취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은 강릉시는 풍랑주의보 등 해상기상특보가 발효됐음에도 출입을 통제하지 않은 책임이 있고, 안전난간도 설치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원고들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재판부는 풍랑주의보가 발효중이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끝까지 들어간 망인에게도 과실이 인정된다며 피고의 책임을 30%로 제한해 7,68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2심은 방파제의 기능, 구조 등에 비춰 상시 안전요원까지 배치해야할 주의의무가 없다며 또 사고 당시 너울성 파도가 있을 것이라는 예보는 없었으므로 방파제 관리청이 사람들을 대피시켜야 할 주의의무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1심판단을 깨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판결내용
대법원 민사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방파제가 항내 선박 등을 파도로부터 보호한다는 본래의 기능 외에 휴식공간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적절한 시설을 갖춰야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면 원심이 설치가 요구된다고 인정한 안전난간이 단지 실족에 의한 추락방지를 위한 시설인 정도로 충분하다고 할 수 없고, 원칙적으로 산책객 등이 파도에 휩쓸리는 것을 막는 시설로서도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
방파제를 관리하는 대한민국 산하 동해지방해양수산청은 이 사고 전 2건의 사고가 일어난 후인 2005년 추락방지난간 설치계획을 수립해 사고 당시에는 난간설치를 위한 일부 공사만 마친 상태였고, 사고 후인 2005년 12월말께야 난간이 설치됐다.
따라서 비록 사고를 일으킨 파도가 7m 높이의 너울성 파도라고 해도 안전시설이 갖춰진 경우에도 망인이 휩쓸려 바다에 추락했으리라고는 인정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안전시설을 갖추지 않은 방파제의 설치`관리상의 하자가 사망사고의 발생에 상당한 원인을 제공했다고 봐야한다고 김씨의 유족이 강릉시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대법원 2008다53713)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8다53713 판결 손해배상(기)
【원고, 상고인】
1. 김▒▒ (******-*******)
2. 설▒▒ (******-*******)
3. 김▤▤ (******-*******)
원고들 주소 안산시 ▒▒▒▒▒▒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비케이
담당변호사 이정환
【피고, 피상고인】 1. 대한민국
법률상 대표자 법무부장관 이귀남
소송수행자 임▒▒, 온▒▒, 신▒▒
2. ▒▒시
대표자 시장 최▒▒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한수
【원 심 판 결】 서울고등법원 2008. 6. 19. 선고 2007나95545 판결
【판 결 선 고】 2010. 3. 25.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본다.
1. 원심은 우선 이 사건 사망사고와 관련하여 이 사건 방파제에 설치․관리상의 하자가 있음을 긍정하였다. 즉 다수의 주민이나 관광객 등에 의하여 현실적으로 휴식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는 방파제의 경우에는 항내의 선박 등을 파도로부터 보호한다는 본래의 기능 외에 휴식공간의 기능을 수행함에 적절한 시설을 갖추어야 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이 사건에서 이 사건 방파제의 용도, 설치장소의 현황이나 이용상황 등 제반 사정 및 이 사건 방파제에서는 이전에도 관광객이 추락하여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 사건 방파제를 설치․관리하는 피고들로서는 휴식을 위하여 이 사건 방파제에 출입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하여 난간을 설치하거나 구명튜브와 로프 등을 적절히 비치하여 안전사고에 대비한 방호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방파제에는 안전난간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약 1천 m에 이르는 방파제에 구명튜브와 로프가 1곳에만 비치되어 휴식공간으로 이용되는 시설로서의 적절한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하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아가 원심은 위와 같은 하자와 이 사건 사망사고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다음과 같은 이유로 부정하였다. 즉 이 사건 사고 직전까지는 파고가 2.5m 정도인 파도가 치고 있었는데 돌연 파고 약 7m 정도의 너울성 파도가 높이 5m, 설계파고 4m인이 사건 방파제를 넘어오는 바람에 망인이 이에 휩쓸려 방파제 아래 내항쪽으로 추락 사망하였다는 이 사건 사고경위에 비추어 안전난간이 설치되었더라면 망인이 추락하지 아니하였을 것으로 보기 어려우며, 파도에 휩쓸릴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출입자 스스로 방파제에 출입하지 아니하여야 하고 안전난간은 기본적으로 실족에 의한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시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위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 그러나 원심이 인정한 이 사건 방파제의 설치․관리상의 하자와 이 사건 사망사고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한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이 설시하는 대로 이 사건 방파제가 항내의 선박 등을 파도로부터 보호한다는 본래의 기능 외에 휴식공간의 기능을 수행함에 적절한 시설을 갖추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면, 또한 원심이 인정한 대로 이 사건 방파제에서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전인 2002. 10. 19. 및 2004. 12. 6.에도 관광객 등이 파도에 휩쓸려 각 1인이 사망하거나 실종되는 사고가 일어난 일이 있었다고 한다면, 원심이 그 설치가 요구된다고 인정한 안전난간이 단지 실족에 의한 추락의 방지를 위한 시설인 정도로 충분하다고 할 수 없고,
원칙적으로 산책객 등이 파도에 휩쓸리는 것을 막는 시설로서도 기능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더욱이나 원심이 인정한 대로, 이 사건 방파제에 산책이나 낚시를 하는 사람이 자주 출입하였고, 한국관광공사에서는 이 사건 방파제에서의 낚시를 이 지역의 여행상품으로 소개하기도 하였으며, 이 사건 사고 당시에도 이 사건 방파제에 산책을 하거나 낚시를 하는 방문객이 여럿 있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더욱 그러하다.
또한 기록에 의하면, 위 사고 당시 망인과 같이 이 사건 방파제를 산책하고 있던 망인의 친구 김◎◎은 위 파도에 휩쓸리지 아니하고 방파제 턱에 몸이 걸쳐져서 바다로 추락하지 아니한 사실, 이 사건 방파제를 관리하는 피고 대한민국 산하 동해지방해양수산청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 전에 2건의 사고가 일어난 후 2005년에 추락방지난간을 설치하는 계획을 수립하여 같은 해 6. 29.경부터 그 난간을 설치하기 시작하여 위 사고 당시에는 난간 설치를 위한 타공을 마친 상태이었고, 위 사고 후인 2005. 12. 26.경 추락방지난간이 설치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비록 이 사건 사고를 일으킨 파도가 파고 7m의 너울성 파도라고 하여도, 위와 같은 안전시설이 갖추어진 경우에도 망인이 그에 휩쓸려 바다에 추락하였으리라고는 인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위와 같은 안전시설을 갖추지 아니한 이 사건 방파제의 설치․관리상의 하자가 이 사건 사망사고의 발생에 상당한 원인을 제공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파도에 휩쓸릴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출입자 스스로 이 사건 방파제에 출입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등의 점은 이를 원고들이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의 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망인의 과실상계사유로 참작함으로써 족하고, 이를 들어 위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인할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원심이 이 사건 방파제의 설치․관리상의 하자와 이 사건 사망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논리 및 경험의 법칙에 위배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서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취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