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폭행당했지만 무고죄로 기소돼 무죄, 무죄판결 받은 날부터 손배청구권 소멸시효 진행된다
요지
경찰에 폭행당했지만 무고죄로 기소돼 무죄, 폭행사건 발생일 다음날부터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본 것은 위법하고, 무죄판결 받은 날부터 손배청구권 소멸시효 진행된다.
사실관계
김씨는 2005년2월 경찰에 도박신고를 했으나 도박혐의자가 발견되지 않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서울 관악경찰서 당곡지구대로 연행당했다. 김씨가 지구대사무실에서 다른 피의자와 말다툼을 벌이자 경찰은 CCTV가 촬영되지 않는 공간으로 김씨를 데려간 뒤 다시 7분뒤 데리고 나왔다.
김씨는 지구대를 나온 뒤 친구 이모씨에게 전화해 경찰관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말했으며, 병원에 두 달간 입원했다. 퇴원후 김씨는 자신을 폭행한 경찰관을 폭행죄로 고소했으나, 그해 10월 오히려 무고죄로 기소당했다. 상고심까지 간 후에야 김씨의 무죄가 확정되자 2008년3월 국가를 상대로 치료비와 위자료 등 8,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고
1심은 2,3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했다.
2심은 경찰의 폭행으로 김씨가 상해를 입은 것은 인정하면서도 김씨가 폭행이 발생한 지 3년이 지난 뒤에 소송을 내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지났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내용
대법원 민사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를 규정한 민법 제766조1항에서 손해를 안다는 것은 단순히 손해발생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가해행위가 불법행위로서 이를 원인으로 해 손해배상을 소구할 수 있다는 것까지 아는 것을 의미한다.
이어 가해 경찰관들의 주장대로 원고의 무고죄가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원고가 가해 경찰관들이나 피고에 대해 손해배상청구를 한다고 하더라도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고 오히려 가해 경찰관들에게 손해를 배상해 줘야 할 입장에 놓일 수도 있어 이같은 상황에서 원고가 폭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는 무고죄에 대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때에야 비로소 가능하게 됐다고 봐야 하며 그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 원심이 폭행사건 발생일 다음날부터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본 것은 위법하다고 경찰에게 폭행당했지만 오히려 무고죄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김모(57)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대법원 2010다71592)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다71592, 판결 손해배상(기)
【판시사항】
[1] 민법 제766조 제1항에 정한 ‘손해를 안다’는 것의 의미
[2] 경찰관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사람이 그 경찰관들을 폭행죄로 고소하였으나 오히려 무고죄로 기소되어 제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가 상고심에서 무죄로 확정된 사안에서, 무고죄에 대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손해배상청구의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민법 제766조 제1항에 정한 손해를 안다는 것은 단순히 손해 발생의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가해행위가 불법행위로서 이를 원인으로 하여 손해배상을 소구할 수 있다는 것까지 아는 것을 의미한다.
[2] 경찰관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甲이 그 경찰관들을 폭행죄로 고소하였으나 오히려 무고죄로 기소되어 제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가 상고심에서 무죄로 확정된 사안에서, 甲의 무고죄가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甲이 가해 경찰관들이나 국가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하더라도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고 오히려 가해 경찰관들에게 손해를 배상해 주어야 할 입장에 놓일 수도 있게 될 것이어서 이와 같은 상황 아래서 甲이 손해배상청구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이므로, 甲의 손해배상청구는 무고죄에 대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때에야 비로소 사실상 가능하게 되었다고 보아야 하며, 甲의 손해배상청구권은 그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766조 제1항
[2]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제8조, 민법 제766조 제1항
【참조판례】
[1][2] 대법원 1989. 9. 26. 선고 89다카6584 판결(공1989, 1569), 대법원 1996. 8. 23. 선고 95다33450 판결(공1996하, 2814) / [1]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0다22249 판결(공2002하, 1777)
【원고, 상고인】
【피고, 피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0. 7. 22. 선고 2010나1315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살펴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2005. 2. 22. 경찰관들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그 다음날인 2005. 2. 23. 병원에 입원하여 진단을 받으면서 요통을 호소하였으므로, 적어도 2005. 2. 23.에는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여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고, 그로부터 3년이 도과한 2008. 3. 12.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으므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채권은 시효로 소멸하였고,
한편 원고가 무고죄로 형사재판을 받았다는 사정은 법률상의 장애로 인하여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소멸시효 기간이 형사재판의 확정 이후부터 진행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민법 제766조 제1항 소정의 손해를 안다는 것은 단순히 손해 발생의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가해행위가 불법행위로서 이를 원인으로 하여 손해배상을 소구할 수 있다는 것까지 아는 것을 의미한다 (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0다22249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2005. 5. 25. ○○지구대 소속 소외 1, 2 등 경찰관들을 폭행죄로 고소하였으나 오히려 2005. 10. 13. 원고가 무고죄로 기소된 사실, 원고는 2005. 5. 16.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서울중앙지방법원 2005고단5739 판결) 2007. 7. 25. 무죄판결(같은 법원 2006노1427 판결)을, 2007. 10. 11. 상고기각판결(대법원 2007도6560 판결)을 각 선고받은 사실 등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가해 경찰관들의 주장대로 원고의 무고죄가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원고가 가해 경찰관들이나 피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한다고 하더라도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고 오히려 가해 경찰관들에게 손해를 배상해 주어야 할 입장에 놓일 수도 있게 되므로,
이와 같은 상황 아래서 원고가 이 사건 폭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이고,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는 무고죄에 대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때에야 비로소 사실상 가능하게 되었다고 보아야 하며, 그 결과 원고의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은 그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89. 9. 26. 선고 89다카6584 판결, 대법원 1996. 8. 23. 선고 95다33450 판결 등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사건 폭행사건 발생일 다음날부터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