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실수로 국가배상 소송을 당해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법원 공무원이 자살했다면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
사실관계
강모씨는 1996년 부산지법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2006년 창원지법 밀양지원에서 근무했다.
강씨는 2007년 경매와 집행 업무를 처리하면서 배당을 빠뜨렸다는 이유로 국가배상소송을 당했다. 강씨는 소송수행자로 지정돼 1심부터 상고심까지 5년여에 걸쳐 직접 소송을 진행했지만 대법원은 국가는 1억85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확정 판결했다.
국가가 소송에서 패소하자 실수로 배당을 누락한 강씨에 대한 구상권 논의가 진행됐다. 게다가 강씨가 처리한 밀양시 표충사 소유의 토지 소유권이전등기가 지주의 불법 매각과 매매대금 횡령 사건으로 밝혀지자 강씨는 "표충사 사건 이후 업무에 집중할 수 없고,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다"며 동료들에게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당시 밀양지원은 강씨가 스트레스를 호소하자 신경정신과 진료를 받도록 조치하고 업무 조정을 했지만 강씨는 부인이 잠시 집을 비운 사이 화장실에서 목을 매 목숨을 끊었다.
강씨의 부인은 공무원연금공단에 업무 스트레스로 자살에 이르러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며 유족 급여를 청구했지만 거부당하자 지난 6월 소송을 냈다.
판결내용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윤인성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국가배상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국가가 배상해야 할 금액이 2억원 상당에 이르러 업무를 직접 처리한 강씨에게는 큰 부담이 됐다.
소송수행자로 지정돼 소송을 직접 진행했고, 본인 업무 외에 소송 관련 업무를 맡아 스트레스가 상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강씨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돼 사망과 공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강씨의 부인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금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서울행정법원 2013구합54878)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국가배상소송을 업무 담당자가 직접 맡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서울고법에 소송수행전담팀이 설치돼 대법원과 서울고법 관할구역 소재 법원이 관련된 국가소송과 행정소송을 전담하고 있다. 이 제도는 지난 1월부터 대전고법, 대구고법, 부산고법, 광주고법으로 확대됐다.
가. 원고의 남편인 망 강**(1971년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1996년 법원서기보 공채시험에 합격하여 1996. 7. 1. 부산지방법원에서 법원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이래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이하 ‘밀양지원’이라 한다)에서 근무하다가 2006. 1. 11. 승진(7급)하여 부산지방법원에서 7개월가량 근무한 후 2006. 8. 11.부터 다시 밀양지원에서 근무하였다.
나. 망인은 2012. 9. 21. 16:00경 원고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화장실에서 목을 매 자살하였다.
다. 원고는 2013. 1. 4. 피고에게 망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원인이 공무수행 중 발생한 업무상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하였다.
라. 이에 대하여 피고는 2013. 3. 21. ‘자살의 경우 자살의 결의 및 실행이라는 개인적 결단이 개재되어 있으므로 공무수행과는 무관한 고의 또는 사적 행위에 의한 사고에 해당하고, 망인이 직무수행으로 말미암아 우울증 등이 발병하였거나 기존 질환이 현저히 악화되었다기보다는 망인이 스트레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질적 소인을 가지고 있었거나 성장 과정 등에서 비롯된 내적 소인 등과 같은 공무 외적 요인에 의해 생긴 결과로 여겨질 뿐, 망인이 업무상 사유로 극단적인 심신상실이나 정신병적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망인의 사망은 고의에 의한 행위 또는 공무와 무관한 사적행위의 결과로서 공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는 이유로 그 지급을 거부하는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제4호증, 제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망인은 법원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누적된 스트레스와 과중한 업무로 발생한 우울증이 심화되어 이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과 공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나. 인정 사실
1) 망인은 밀양지원에서 2006. 8. 11.경부터 2008. 1. 10.경까지 경매 및 기타집행(배당절차 포함) 업무를 담당하였고, 2009. 1. 11.경부터 2010. 1. 10.경까지는 서무계장으로서 기획․서무 업무를 담당하였으며 2010. 1. 11.경부터 2012. 1. 10.경까지는 민사합의, 가사 단독 및 소액재판 참여업무, 2012. 1. 11.경부터 2012. 7. 10.경까지는 등기접수 및 민원안내 업무, 2012. 7. 11.경부터 2012. 9. 17.까지는 등기관으로서 부동산 등기조사 및 교합 업무를 담당하였으며 2012. 9. 18.경부터 사망 시까지는 가족관계등록 업무를 담당하였다.
2) 망인과 관련된 국가배상청구소송 진행 경과
가) 망인은 2007년 1월경 진행된 밀양지원 2006타기291호 배당절차 사건과 관련하여 배당표에서 채권자의 공탁금회수청구권에 대한 또 다른 가압류를 배제한 것이 잘못되었다는 이유로 2007. 5. 14. 그 다른 가압류권자로부터 부산지방법원 2007가합9248호로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제기당하였다(이하 ‘이 사건 국가배상소송’이라 한다).
나) 이 사건 국가배상소송의 청구취지는 185,211,349원 및 이에 대하여 소장부본송달 다음 날부터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따른 금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으로서 위 사건의 제1심 담당 재판부는 2009. 4. 23. 청구를 기각하였으나 항소심 담당 재판부는 2009. 10. 8. 항소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청구에 따라 국가가 185,211,349원 및 이에 대하여 2009. 5. 19.부터 2009. 10. 8.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에 대하여 국가가 상고하였으나 2012. 5. 24. 상고가 기각되어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다) 망인은 위 소송의 제1심부터 상고심까지 모두 소송수행자로 지정되어 5년여에 걸쳐 직접 소송을 진행하였다. 망인은 위 소송 진행 과정에서 본인의 업무 외에 답변서 및 준비서면 작성, 수차례의 변론기일 출석, 소송 진행경과 보고 등의 업무를 직접 처리하였다.
라) 부산고등검찰청은 위 소송이 종결된 2012년 6월경 밀양지원에 망인 등 담당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구상권 행사에 관한 의견서의 제출을 요구하였고, 이에 대하여 밀양지원은 부산고등검찰청에 “배당누락으로 국가가 패소하는 판결이 선고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담당공무원의 단순한 착오나 업무태만이 아닌 법률적 판단 과정에서 이루어진 행위이므로 공무원의 중과실 책임을 묻거나 구상권까지 행사할 사안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보냈다.
마) 망인의 동료인 김■■의 진술에 따르면, 망인은 위 국가소송이 제기될 무렵부터 두통, 팔다리 저림 현상, 불면증, 소화불량 등에 시달렸고, 위 소송 진행 과정 및 패소할 경우 구상권행사에 대한 걱정 등으로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호소하였다.
바) 한편 2012. 1. 11.부터 서울고등법원에 소송수행전담팀이 설치되어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 관할구역 소재 법원이 관련된 국가소송과 행정소송을 전담하였고, 2013. 1. 11.부터 위 제도가 대전고등법원, 대구고등법원, 부산고등법원, 광주고등법원으로 확대되어 시행 중이다.
3) 표충사 등기업무 관련 사고 경위
가) 망인은 2012. 7. 11.경부터 밀양지원 등기2계 소속 등기관으로 근무하게 되었는데, 등기소장이 2012. 9. 3.부터 2012. 9. 21.까지 3주간 허리디스크 수술로 병가를 내자 망인은 법인등기 업무 대직자로서 평소에 하던 부동산 등기업무 외에 상업등기 업무까지도 담당하게 되었다.
나) 한편 망인은 2012. 8. 7.경부터 2012. 8. 22경까지 밀양시에 있는 표충사 주지로 부터 표충사 소유의 토지에 관하여 총 4건(총 14필지 거래가액 합계 3,048,000,000원)의 매매를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 신청을 받았다. 망인은 확인 결과, 등기신청 서류에 밀양시 문화관광과 명의로 위 각 토지는 전통사찰 경내지가 아니므로 매매허가 대상이 아니라는 통보서가 첨부되어 있는 등 모든 서류가 갖추어진 것으로 판단하여 교합처리를 하였다. 그런데 2012년 8월 말경 위 표충사 주지(2012. 8. 24.경 국외로 출국하여 잠적)가 위 각 토지를 불법으로 매각하여 매매대금을 횡령한 사실이 밝혀지자 조계종 15교구 본사인 양산 통도사 감찰 스님들이 수차례 밀양지원 등기계를 방문하는 등 광범위한 조사를 시작하였고, 2012. 9. 1.경부터 각종 언론사에서 위 사건을 보도하였다.
다) 망인이 사망할 당시 밀양지원 서무계장이었던 김■■은 “망인이 표충사 사건 이후 ‘집중을 할 수 없어 등기서류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술을 마시거나 수면제를 복용하지 않으면 잠을 이룰 수 없다. 표충사 등기사건과 관련하여 망인에 대한 자체감사 및 경찰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왜 숨기느냐. 직원들이 나를 피하고 뒤에서 욕하고 흉보는 것 같다’고 하는 등 심한 우울증 증세를 나타냈다.”라고 진술하고 있다.
마) 한편 2013. 3. 27. 등기예규 제1484호로 전통사찰 등의 등기신청에 관한 등기사무처리지침이 제정되어 전통사찰 소유의 부동산에 대하여 등기신청을 하는 경우 등기소에 제공할 첨부정보와 이에 대한 등기관의 심사방법 등에 관한 사항이 규정되었다.
4) 망인의 사망 경위
가) 망인은 2012. 9. 14. 금요일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하루 휴가를 냈고, 2012. 9. 17. 월요일 07:30경 출근하여 밀린 업무를 처리하려고 하였지만, 도저히 업무를 할 수 없다면서 08:40경 서무계장의 책상 위에 휴직계를 제출하고 귀가하였다. 밀양지원장은 같은 날 12:30경 서무계장과 함께 관용차로 망인을 태워 부산에 있는 신경정신과를 방문하여 진료를 받게 하였고, 약을 처방받아 집에 데려다 주었으며 망인의 요청에 따라 2012. 9. 18. 화요일에는 집에서 쉬도록 하였다. 또한, 밀양지원장은 2012. 9. 18. 망인의 사무분담을 등기관 업무에서 가족관계등록 업무로 조정하였다.
나) 망인은 2012. 9. 19. 수요일 정상적으로 출근하여 근무하다가 16:00경 병원을 방문하였고, 2012. 9. 20. 목요일 정상적으로 출근하여 근무하다가 퇴근하였다. 2012. 9. 21. 금요일에 망인이 출근하지 아니하자 서무계장이 망인의 집으로 전화하였고, 원고는 서무계장에게 망인이 밤새 잠을 자지 못하다가 수면제를 복용하고 새벽에 겨우 잠이 들어 깨우지 못하겠다고 하였으며, 같은 날 11:00경 망인이 직접 서무계장에게 전화를 걸어 쉬고 싶다고 하였다. 이후 밀양지원장은 망인의 장인에게 직접 전화하여 가족들이 망인에게 많은 관심을 둬달라고 당부하였으나, 망인은 2012. 9. 21. 16:00경 원고가 큰 아이를 데리고 1시간가량 집을 비운 사이 욕실 내 욕실 문 옆 수건걸이에 멀티 탭 전선을 묶어 그 전선에 목을 맨 채 욕실 안쪽에 의식을 잃은 상태로 앉아 사망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다) 망인은 사망하기 며칠 전 다음과 같은 내용의 메모를 작성하였다. 이 메모는 2012. 9. 27. 오후 망인의 차에서 발견되었다.
“외롭다. 이건 내가 잘못 살아서이지 다른 사람의 잘못도 아니다. 내가 평소 살갑지 못해서일 거다. 글을 읽을 수 없다. 표충사 사건 때문에 나 자신을 너무 괴롭힌다. 내가 잘못한게 업는데 나 자신이 잘못했다고”
5) 한편 원고는 2012. 9. 21. 밀양경찰서에서 최초 발견자로서 유족 진술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
6) 망인은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장남으로서 남동생과 누나 2명과 함께 홀어머니를 모시며 살아왔고, 사망 당시 가족으로 만 32세의 아내(원고)와 만 8세와 6세의 두 아들이 있었다.
“○ 최초로 등기소에 발령받아 근무를 시작하고서 등기소장이 허리디스크 수술을 하게되어 등기소장 업무를 대리하여 처리하려고 하다 보니 평소 꼼꼼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망인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 표충사 등기를 담당한 책임자로서 심리적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 후 서류를 볼 때마다 의심이 생겨 업무가 효율적으로 되지 않는다며 괴로워했다. 또한, 언론과 스님들이 자주 등기소를 방문하여 심한 심적 고통을 받았다.
○ 망인은 2012년 8월 말경부터 업무 스트레스가 심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등 우울증 증세를 보여 밀양지원장의 소개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7) 망인은 2013. 8. 14.과 2013. 9. 17. 부산에 있는 장대식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여 불안, 불면, 업무와 관련된 심리적 압박감, 음주 증상으로 진료를 받았고, 망인에 대한 건강보험 요양내역에 따르면 망인은 2006. 7. 12.경부터 상세 불명의 편두통, 풍열두통, 기타 두통 증후군 등으로 수차례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2010. 6. 17.경부터 고신대학교 복음병원에서 수차례에 걸쳐 상세불명의 다발성 신경증, 상세불명의 간 질환, 구리대 사장애 등으로 진료받았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호증, 제3호증, 제6 내지 9호증, 제10호증의 1, 2, 제11 내지 13호증, 을 제1호증, 제2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 증인 김■■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1) 공무원이 공무원연금법에 규정된 유족급여 지급을 받기 위해서는 공무원이 재직 중 공무로 사망하거나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으로 사망하여야 하므로 공무와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는데 그 인과관계 유무는 반드시 의학적·자연 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로써 판단되어야 한다. 따라서 공무원이 자살행위로 사망한 경우, 공무로 질병이 발생하거나 공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심신상실이나 정신착란의 상태 또는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와 같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자살자의 질병이나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 가능성 유무, 나이, 신체적·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6. 9. 선고 2011두3944 판결 등 참조).
또한, 공무상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공무와 직접 연관이 없다고 하더라도 공무상의 과로, 스트레스 등이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과 겹쳐서 질병을 유발했다면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공무상 질병에 해당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공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해당 공무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8. 19. 선고 2010두8553 판결 등 참조).
2) 위 인정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① 망인은 1996. 7. 1. 임용되어 2006. 1. 11. 7급으로 승진하는 등 법원공무원으로서 아무런 문제 없이 생활하였으나 2007. 5. 14. 이 사건 국가배상소송이 제기된 이후 두통, 팔다리 저림 현상, 불면증, 소화불량 등을 호소하는 등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인다.
② 이 사건 국가배상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국가가 배상하여야 할 금액은 청구취지 기재 금원만으로도 이미 2억 원 상당에 이르러 배당업무를 직접 처리한 망인에게는 그 자체로 큰 부담이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망인은 위 소송에 소송수행자로 지정되어 약 5년에 걸쳐 위 소송을 직접 진행하였고, 본인의 업무 외에 답변서 및 준비서면 작성, 수차례의 변론기일 출석, 소송 진행경과 보고 등 위 소송 관련 업무를 직접 처리하는 등 그로 말미암은 스트레스가 상당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이러한 형태의 국가배상소송에까지 업무담당자가 직접 관여하는 제도적 문제점이 지적됨에 따라 이후 앞서 본 바와 같은 제도 개선책이 마련되기도 하였다.
③ 한편 이 사건 국가배상소송은 결국 국가가 185,211,349원 및 이에 대하여 2009. 5. 19.부터 2009. 10. 8.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선고되어 국가 패소로 확정되었고, 이에 대하여 부산고등검찰청은 2012년 6월경 밀양지원에 망인을 대상으로 하는 구상권 행사에 관한 의견서의 제출을 요구하는 등 위 배상액을 망인에게 구상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하였다.
④ 망인은 이처럼 국가배상소송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던 상황에서 표충사 주지의 횡령사건에 관련됨으로써 그 스트레스가 대폭 가중되었다. 특히 표충사는 밀양시의 대표적인 사찰로서 그 주지가 벌인 사찰 재산 횡령사건의 여파는 대단히 큰 것으로 보이고, 그와 관련되어 언론보도와 감찰 스님들의 진상 조사 과정에서 망인은 큰 부담을 느꼈을 것임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⑤ 망인의 사망 전에 밀양지원장은 부산고등검찰청의 위와 같은 의견서 제출 요구에 직접 의견서를 챙겨 구상권을 행사할 사안은 아니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보냈고, 표충사 사건 이후 망인이 힘들어하자 망인이 병원 진료를 받도록 조치하고 망인의 업무부담을 조정하였으며, 이에 대하여 밀양지원의 직원들도 망인을 배려하여 망인이 회복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조치하였다. 이처럼 밀양지원 직원들의 적극적 관심과 위로가 있었음에도 망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음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당시 처해 있던 상황과 그 공무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의 양은 능히 추측할 수 있다.
⑥ 망인은 표충사 사건 이후 업무에 집중할 수 없었고, 술을 마시거나 수면제를 복용하지 않으면 잠을 이룰 수 없는 상태였으며, 심지어 표충사 등기사건과 관련하여 망인에 대한 자체감사 및 경찰수사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직원들이 망인에게 그 사실을 숨기거나 자신을 피하고 뒤에서 욕하고 흉보는 것 같다고 생각할 정도였고, 결국 앞서 본 바와 같은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스스로 더는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두려움에 떨다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⑦ 피고는 망인을 진료한 장대식 신경정신과의원에서 작성한 망인의 병력지에 망인이 약 5년 전부터 저녁에 집에서 맥주 1병과 소주 반병 가량을 일상적으로 마시고, 약 3년 전부터 하지와 상지에 저린 느낌을 받는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는 것을 근거로 망인의 우울증은 위와 같은 음주 태도에서 기인한 것이지, 공무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병력지에 따르더라도 망인이 위와 같이 술을 마시기 시작한 5년 전은 국가배상소송이 제기되 무렵이었고, 당시 망인이 두통 증상에 시달리고 있었음을 고려해 보면 망인의 위 음주습관도 국가배상소송으로부터 받은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또한, 업무상 이유 외에 망인이 위와 같이 습관적으로 음주할만한 특별한 사정도 없어 보인다.
⑧ 망인은 장남으로서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와 함께 살아왔고, 사망 당시 가족으로 만 32세의 처와 만 8세, 6세의 두 아들이 있었는데 망인이 가정 문제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던 이상, 망인이 업무상 이유 외에 가족을 남겨두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만한 특별한 이유나 동기를 발견할 수 없다.
3) 위와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직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심하게 누적되었고, 그 때문에 발생한 극단적인 두려움 내지 괴로움으로 가족의 미래를 고려할 수 없을 정도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 추단할 수 있으므로, 망인의 사망과 공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