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의 가혹행위로 인해 자살한 군인의 유가족은 국가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았더라도 보훈급여를 수령할 수 있다.
보훈급여를 받으면서 따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국가배상법이 금지하는 이중배상에 해당하지만, 손해배상을 받은 뒤 보훈급여를 받은 경우까지 이중배상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 국가배상법 제2조1항은 '군인 등의 유족이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과 유족연금 등을 받을 수 있을 때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사실관계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2002년 해군에 입대한 A씨는 상관의 욕설과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다 2007년 4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의 아버지 김씨는 2008년 국가유공자유족 신청을 했으나 인정받지 못하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의 유가족에게 1억1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씨는 보훈청에 다시 국가유공자유족 등록신청을 했으나, 보훈청은 국가유공자에는 해당하지는 않지만, 보훈보상대상자에 해당한다며 보훈급여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보훈청은 지난해 8월 국가배상법 제2조1항에 의하면 국가배상법에 의한 손해배상금과 국가보훈처에서 지급하는 보훈급여금은 중복해 수령할 수 없다며 보훈급여금 지급을 정지했고, 김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내용
춘천지법 강릉지원 행정1부(재판장 김정중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보훈보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보훈보상자법)에도 국가배상법에 따라 손해배상을 받은 경우를 다른 법령에 따른 보상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취지의 규정이 없고, 국가배상법도 국가배상을 이미 받은 자에 대한 보상금 지급을 금지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유가족이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이미 받은 뒤 보훈보상자법에 따른 보상금도 받은 경우 정지 또는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보훈청의 보훈급여금 지급정지 결정은 위법하다.
보훈급여금은 사회보장적 성격을 가질 뿐 아니라 국가를 위한 공헌이나 희생에 대한 응분의 예우를 베푸는 것으로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는 데 목적이 있는 손해배상제도와는 근본적인 취지나 목적을 달리하고 있다고 군복무 중 자살한 A씨(사망 당시 27세)의 아버지인 김모씨가 강릉보훈지청을 상대로 낸 보훈급여금 지급정지처분 취소소송(춘천지방법원강릉지원 2014구합3359)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해군에 입대하여 근무하던 중 자살한 甲의 아버지 乙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손해배상금을 받은 후 보훈지청장에게 국가유공자유족 등록신청을 하였는데, 보훈지청장이 乙을 보훈보상대상자(재해사망군경)의 유족으로 결정하고 보훈급여금을 지급해오다가 ‘국가배상법에 의한 손해배상금과 보훈급여금은 중복하여 수령할 수 없다’는 이유로 보훈급여금의 지급을 정지하는 결정을 한 사안에서, 위 처분은 위법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해군에 입대하여 근무하던 중 자살한 甲의 아버지 乙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손해배상금을 받은 후 보훈지청장에게 국가유공자유족 등록신청을 하였는데, 보훈지청장이 乙을 보훈보상대상자(재해사망군경)의 유족으로 결정하고 보훈급여금을 지급해오다가 ‘국가배상법에 의한 손해배상금과 보훈급여금은 중복하여 수령할 수 없다’는 이유로 보훈급여금의 지급을 정지하는 결정을 한 사안에서, 보훈급여금은 사회보장적 성격을 가질 뿐 아니라 국가를 위한 공헌이나 희생에 대한 응분의 예우를 하는 것으로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전보하는 데 목적이 있는 손해배상제도와는 근본적인 취지나 목적을 달리하고 있고, 국가배상법은 그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이미 지급받은 경우 다른 법령에 따른 재해보상금이나 상이연금 등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乙이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보훈급여금의 지급을 정지 또는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위 처분은 위법하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 제7조, 제68조 제1항 제3호
【원 고】
【피 고】강릉보훈지청장
【변론종결】2015. 3. 13.
【주 문】
1. 피고가 2014. 8. 4. 원고에 대하여 한 보훈급여금 지급정지결정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 소외인(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02. 3. 1. 해군에 입대하여 근무하던 중 2006. 2. 6. 작전사령부로 전입하여 당직 사관으로 근무하였는데, 망인의 상관이 망인에게 과도한 업무를 부과하고 욕설과 폭언을 일삼아 망인은 2007. 4. 9. 새벽에 부대 인근 공원에서 스스로 목을 매어 자살하였다.
나. 망인의 아버지인 원고는 2008. 3. 17. 피고에 대하여 망인이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유공자법’이라 한다)에서 정한 ‘직무 수행 중 사망한 군인’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국가유공자유족 등록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2008. 5. 14. 국가유공자유족 적용비대상자결정 처분을 하였다.
이에 원고가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제1심법원은 2009. 2. 5.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나, 그 항소심은 2009. 10. 6. 원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상고심에서 2010. 1. 28. 상고 기각 판결이 선고됨으로써 원고의 패소 판결이 확정되었다(이 법원 2008구합472, 서울고등법원 2009누7167, 대법원 2009두19953).
다. 원고를 비롯한 망인의 유가족들은 2010. 4. 6.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가합34109호로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위 법원은 2010. 10. 13.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 및 망인의 어머니에게 각 45,177,372원, 망인의 누나에게 20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이에 따라 망인의 유가족은 대한민국으로부터 합계 111,015,460원을 수령하였다.
라. 원고는 2012. 7. 2. 다시 피고에게 국가유공자유족 등록신청을 하였고, 피고는 2013. 8. 20. ‘망인은 국가유공자의 요건에 해당하지는 않으나, 보훈보상대상자의 요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를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보훈보상자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항 제1호의 보훈보상대상자(재해사망군경)의 유족으로 결정하고, 원고에게 보훈급여금을 지급하여 왔다.
마. 그런데 피고는 2014. 8. 4.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의하면 국가배상법에 의한 손해배상금과 국가보훈처에서 지급하는 보훈급여금은 중복하여 수령할 수 없음에도 원고에게 이를 중복하여 지급하였다’는 점을 들어 원고에 대한 보훈급여금의 지급을 정지하는 등의 결정을 하였다(이하 보훈급여금 지급정지결정을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 근거] 갑 제1 내지 4, 7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 주장의 요지
(1) 원고 주장의 요지
국가배상법 제2조 단서는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이미 지급받은 경우 다른 법령에 따른 재해보상금이나 상이연금 등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고, 보훈보상자법에도 국가배상을 받은 자를 보훈보상대상자에서 제외하는 규정이 없으므로 보훈보상대상자 유족에 대하여 보훈급여금의 지급을 정지·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법적 근거 없이 이루어진 것이므로 위법하다.
(2) 피고 주장의 요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은 군인 등의 직무집행 관련 사망에 대한 이중배상을 금지하는 취지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미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지급받은 유족 등의 경우에는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금과 보훈보상자법에 따른 보훈급여금 중 본인으로 하여금 선택하게 함으로써 손해배상금을 선택하는 경우 보훈급여금의 지급을 정지하고, 보훈급여금을 선택하는 경우 이미 지급한 손해배상금을 전액 환수하거나 지급할 보훈급여금에서 매월 공제하여 공제가 완료된 시점부터 다시 보훈급여금을 지급하여야 할 것인데, 원고가 보훈급여금을 신청하여 이미 지급받은 손해배상금을 보훈급여금에서 공제하는 경우 2018. 2.경에야 보훈급여금을 지급받을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이 사건 처분의 근거 법령
갑 제7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 각 사정, 즉 피고는 이 사건 처분에 앞서 2014. 7. 9. 원고에게 그 법적 근거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국가유공자법 제75조 제1항 제3호(잘못 지급된 경우)’를 들어 보훈급여금 정지 및 과오급금 납부 관련 사전통지를 하였고, 2014. 8. 4.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국가배상법과 보훈급여금을 중복하여 수령할 수 없다’는 사유로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이에 더하여 이 사건 처분서의 내용, 원고가 보훈보상자법에 따라 보훈급여금을 지급받아 온 점, 보훈보상자법에서 ‘보훈급여금 등의 환수’에 관하여 국가유공자법과 유사한 형식과 내용의 규정을 두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처분의 근거 법령은 결국 보훈보상자법 제68조 제1항 제3호 및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으로 판단된다.
(2) 이 사건 처분의 근거 법령에서 정한 처분사유의 존부
(가)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금과 보훈보상자법에 따른 보상금의 법적 성격
국가배상법상의 책임은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책임으로 위법한 공권력 작용에 대한 권리 구제를 그 내용으로 하고 있고, 다만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는 “다만 군인 등이 전투 등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공상을 입은 경우에 본인이나 유족이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유족연금·상이연금 등의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이 법 및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보훈보상자법은 국가를 위하여 희생하거나 공헌한 보훈보상대상자, 그 유족 또는 가족에게 합당한 지원을 함으로써 이들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같은 법 제7조는 “보훈보상대상자의 희생의 정도에 따라 보상하되, 그 생활수준과 연령 등을 고려하여 보상의 정도를 달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훈급여금은 실질적으로 사고를 당한 피해자 또는 유족의 금전적 손실을 메꾼다는 점에서 배상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측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위와 같은 보훈보상자법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보면, 보훈급여금은 사회보장적 성격을 가질 뿐 아니라 국가를 위한 공헌이나 희생에 대한 응분의 예우를 하는 것으로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전보하는 데 목적이 있는 손해배상제도와는 근본적인 취지나 목적을 달리하고 있다.
(나) 관련 법 규정 및 그 해석
1) 침익적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는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행정처분의 상대방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6두11590 판결 등 참조).
2) 국가배상법은 군인 등이 공상을 입은 경우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이나 상이연금 등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그와 별도로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반면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이미 지급받은 경우 다른 법령에 따른 재해보상금이나 상이연금 등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는 않으며, 해석상으로도 다른 법령에 따른 청구가 무조건 금지되는 것으로 볼 근거가 없다.
또한 보훈보상자법 제11조 제1항은 ‘재해부상군경 등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되, 다만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따라 보상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람은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는데, 보훈보상자법상 국가배상법에 따라 손해배상을 받은 경우를 보상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취지의 규정이 없고, 앞서 본 바와 같이 국가배상법이 국가배상을 이미 받은 자에 대한 보상금 지급을 금지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결국 국가배상법에 따른 배상을 먼저 받은 경우가 위 규정의 단서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3) 나아가 보훈보상자법 제22조 제1항은 “보훈급여금을 받을 권리는 양도하거나 압류할 수 없으며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보훈보상대상자의 생활 안정과 복리를 향상하고 그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설령 대한민국이 종래 원고에게 지급한 손해배상금에 대한 반환채권을 가지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의 입법 취지를 실현시키는 방법으로 보훈보상자법상 보훈보상대상자에 대한 보훈급여금의 지급을 정지하거나 이미 지급한 보훈급여금을 환수할 수 없다.
(다) 소결론
따라서 원고가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보훈보상자법에 따른 보상금의 지급을 정지 또는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피고가 이와 다른 전제에서 원고에게 손해배상금과 보훈급여금을 중복하여 잘못 지급하였음을 들어 원고에 대한 보훈급여금의 지급을 정지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