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춘은 2012년 4월 1일 오후 10시30분께 경기 수원 자신의 집 앞을 지나던 A씨를 집으로 끌고가 성폭행 하려다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A씨는 사건 당시 오원춘이 화장실에 간 틈을 타 112에 전화를 해 "어느 집으로 납치가 돼 현재 집 안에 있고, 그 집은 놀이터 가는 길쯤에 있다"며 구조요청을 했지만 경찰관은 계속 A씨에게 "주소를 알려 달라"고만 했다. 이후 경찰이 출동을 했지만 사건발생장소를 집 안으로 특정하지 않아 1시간 가량 순찰을 했지만 허탕을 쳤다.
유족들은 A씨가 납치된 후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늑장 수사로 결국 목숨을 잃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3억61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1심은 국가의 책임을 인정해 1억8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경찰의 위법행위와 A씨와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유족들의 정신적 피해만 인정해 2130만원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판결내용
대법원 민사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 A씨의 신고내용을 112 신고센터 경찰관들이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관들에게 제대로 전달했다면 피해자를 생존한 상태에서 구출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경찰관들의 직무상 의무 위반행위와 A씨의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오원춘에게 납치·살해된 A씨의 유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대법원 2014다227843)에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을 깨고 손해배상액을 다시 산정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2016. 7. 27. 선고 2014다227843 판결 손해배상
【원고, 상고인】
1. A
2. B
3. C
4. D
【피고, 피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서울고등법원 2014. 10. 2. 선고 2013나2021459 판결
【판결선고】2016. 7. 27.
【주 문】
원심판결 중 원고 A, 원고 B의 재산상 손해에 관한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 C, 원고 D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원고 C, 원고 D의 상고로 인한 부분은 위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 유】
1. 원고 A, 원고 B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무원의 직무집행상 과실이란 공무원이 그 직무를 수행하면서 해당 직무를 담당하는 평균인이 통상 갖추어야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것을 말한다(대법원 1987. 9. 22. 선고 87다카1164 판결 참조). 공무원에게 부과된 직무상 의무의 내용이 단순히 공공 일반의 이익을 위한 것이거나 행정기관 내부의 질서를 규율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전적으로 또는 부수적으로 사회구성원 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이라면, 공무원이 그와 같은 직무상 의무를 위반함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국가가 배상책임을 진다.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일반적인 결과 발생의 개연성은 물론 직무상 의무를 부과하는 법령 기타 행동규범의 목적이나 가해행위의 태양 및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1993. 2. 12. 선고 91다43466 판결, 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다38618 판결 참조).
(2)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① E은 2012. 4. 1. 22:32경 수원시 팔달구 F에 있는 자신의 집 앞에서 G초등학교를 지나 귀가하던 H을 발견하고는 H을 자신의 집으로 강제로 끌고 가 성교하려는 충동을 느껴 전봇대 뒤에 몸을 숨긴 채 H을 기다렸다가 H이 전봇대 앞을 지나가자 순간적으로 H을 밀어 넘어뜨린 후 자신의 집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② E은 자신의 집 안방에서 H의 옷을 모두 벗긴 후 H을 추행하다가 2012. 4. 1. 22:50경 잠시 용변을 보기 위하여 청테이프로 H의 양손을 묶은 후 화장실에 갔다. 그 사이 H은 양손의 결박을 풀고 안방 방문을 닫아 잠근 후 2012. 4. 1. 22:50:12경 자신의 휴대전화로 경기지방경찰청 생활안전과 112 통합센터(이하 '112 신고센터'라 한다)에 전화를 걸어 구조요청을 하였다. E은 안방 문이 닫히는 것을 알아채고는 급히 화장실 밖으로 나와 열려진 창문 사이로 그 옆에 있던 H의 머리카락을 휘어잡고 H으로 하여금 안방 문을 열도록 하여 다시 안방으로 들어갔고, 안방으로 들어가자마자 H의 머리채를 잡아 침대로 끌고 간 다음 주먹으로 H의 옆구리를 2~3회 때리고, 입과 손목, 발목 등에 청테이프를 붙여 움직일 수 없도록 하였다.
③ E은 H을 강간하기 위하여 여러 차례 시도하였으나 H이 거세게 저항하는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하자, 다시 H의 발목을 묶은 다음 왼팔로 H의 목을 감싸 안은 상태로 잠이 들었다가 2012. 4. 2. 시각 불상경 잠에서 깨어 H의 발목에 붙였던 청테이프를 떼어낸 후 강간을 시도하였으나, H이 거세게 반항하는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못하였다. 이에 E은 화가 치밀어 H을 살해하였다.
④ 한편 H이 위와 같이 112 신고센터에 전화를 하여 구조요청을 할 때, 112 신고센터 접수원인 I이 위 신고를 접수하였다. H은 I에게 "J놀이터 전의 집인데요. 저 지금 성폭행 당하고 있거든요. J놀이터 전에 집인데 어디 집인지 모르겠어요. G초등학교에 좀 지나서 J놀이터 가는 길쯤으로요. 어떤 아저씨요. 아저씨, 빨리요! 빨리요! 모르는 아저씨에요."라고 신고하였고, I이 "문은 어떻게 하고 들어갔어요?"라고 묻자, H은 "문은 지금 잠갔어요. 제가 잠깐 아저씨 나간 사이에 문을 잠갔어요."라고 대답하는 등약 58초 정도 통화를 하였다.
그 이후로도 연결이 끊어지지 아니하여 총 7분 33초 동안 전화가 연결되어 있었는데, H의 휴대전화로부터 "아저씨 잠깐, 잘못했어요. 아저씨 잘못했어요. 아저씨 가운데 손가락 아파. 아 무서워. 이러시면 안 되요. 너무 아파요."등의 H이 애원하는 소리와 큰 비명소리, 소란스러운 소리, 테이프 뜯는 소리, E이 "나!니 말은 못 믿겠다. 또? 생각. 여기가 000라고 전화해!"라고 말하는 소리 등이 계속 들려오기만 하였고, 결국 연결이 종료되었다. 위와 같은 소리가 들려오는 동안 I은 계속하여 H에게 "주소를 다시 한번 알려 달라"고 요청하였다.
⑤ I은 H의 신고 전화를 받으면서, 112 범죄신고접수 처리표에 발생장소를 "수 원시 팔달구 K에 있는 J놀이터 가기 전"으로, 신고유형을 "Code 1"로, 신고 내용을 "G초등학교.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 모르는 아저씨가 데리고 왔다.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다."라고 기재한 후, H의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하여 그 결과인 "수원시 팔달구 L에 있는 M새마을금고(N지점), 158m"를 위 표에 기재하였고, 다시 위 112 범죄신고접수 처리표에 "현재 스카치테이프 붙이는 소리가 난다."라고 기재하였으며, 위 112 범죄신고 접수 처리표 기재 당시 '긴급버튼', '긴급공청' 버튼을 눌렀다.
⑥ 한편 I은 2012. 2. 말경부터 2012. 4. 8.까지 112 신고센터에서 근무하였고, 112 신고센터 요원에 대한 전문교육이 행해지고 있으나, 112 신고센터의 O은 I이 교육을 받지 못하였음에도 위 112 신고센터에 근무를 하도록 하였다.
⑦ I이 위와 같이 '긴급공청'을 실시하자 112 신고센터의 지령원 근무자인 P은 2012. 4. 1. 22:51:05경 Q파출소 관내에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여 현재 진행중인 상황이고 위치는 "팔달구 K에 있는 J놀이터 가기 전에 G초등학교 근처"라고 알리며 순찰차, 형사기동대차가 빨리 출발하라는 출동지령을 내렸다.
이어 R경찰서 지령실도 범행위치는 "Q파출소 관내 G초등학교 근처 J놀이터 가기 전"이고, 휴대전화를 통한 위치추적 결과가 "L 새마을금고 N지점에서 158m 지점"으로 조사된 상황임을 알리며 순찰차들이 "G초교에서 J놀이터 방향으로 출발하라"고 지령을 내렸다. 다시 P은 "G초등학교 근처, G초등학교 근처를 면밀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하세요. J놀이터, G초등학교 근처, 새마을 금고 N지점에서 158m로 나오는 상황"이라고 지령을 내렸다.
그 후 P은 2012. 4. 1. 22:58:07경 "신고자하고 전화하는 중에 신고자가 핸드폰을 놓친 상황이고, 통화가 가능할 것이니 다시 한번 신고자하고 전화 한번 해서 사건위치를 확인하라. G초등학교 건너편 S아파트쪽 근처 같다."라고 지령을 내렸다. 또한 R경찰서 지령실은 2012. 4. 1. 23:05:07경 "순찰차 13은 G초등학교 안쪽을 수색하라"는 내용의 지시를 내렸다.
⑧ 112 신고센터 지령실과 R경찰서 지령실을 통하여 위와 같은 출동 지령이 내려오자 인근 파출소, 지구대 등 소속 순찰차 5대가 2012. 4. 1. 22:54경부터 23:00경까지 순차적으로 현장에 출동하였다.
경위 T과 순경 U이 탑승한 순찰차 61호는 J사거리에 도착하여, U이 J놀이터에서 V유치원을 거쳐 S아파트 등을 도보로 수색하였고, T은 차량으로 수색하였다. 순찰차 81호, 82호, 13호는 G초등학교 후문에 각 도착하여 차량 순찰 위주로 범행장소를 찾아다녔다.
순찰차 62호는 새마을금고 N지점에 도착하여 G초등학교 주변 등을 거쳐 J놀이터까지 차량으로 순찰하였다. 순찰차 4대(순찰차 13호, 62호, 81호, 82호)는 2012. 4. 1. 2345경부터 24:00경까지 근무교대를 위하여 위 현장에서 모두 철수하였다.
⑨ 한편 R경찰서 강력 7팀 팀장인 W는 2012. 4. 1. 당직근무 중 112 신고센터로부터 지령을 받고, 자신과 나머지 팀원 4명이 모두 출동하여, 같은 날 22:52경부터 22:56경까지 G초등학교나 J놀이터 인근에 각 도착한 이후 J놀이터나 G초등학교 근처를 수색하였다. W는 2012. 4. 1. 23:42경 R경찰서 형사과장 X에게 전화하여 성폭행이 의심되는 사건이 접수되어 인적사항 확인을 위해 통신수사를 하겠다고 보고하자, X은 성폭행 사건은 야간 통신수사 대상이 아니니 본청에 관련 내용을 문의하고, 직접 신고 내용을 들어본 후 신고자가 정말 성폭행을 당했는지부터 먼저 확인해보고 통신수사 신청을 하라는 취지로 지시하였다.
⑩ 이에 W가 2012. 4. 1. 23:45경 H의 신고내용 녹취 청취를 시도하였으나 112신고센터 지령실에서 신고내용 녹취파일이 재생되지 않는다고 하여 녹취 청취를 할 수 없었다. 위와 같이 l12 신고센터에서 녹취파일이 재생되지 않은 이유는, 2012. 3. 14. 신고녹취파일 조회 프로그램 이용상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하여 녹취파일 저장 방식을 변경하는 작업을 시행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공청을 실시한 녹취 파일'은 조회 프로그램에서 불러오지 못하는 오류가 발생하였기 때문이고, 위 112 신고센터는 2012. 4. 1.까지도 이러한 오류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112 신고센터는 프로그램 오류를 고친 다음 2012. 4. 2. 01:06경에야 W에게 신고내용이 녹음된 녹취파일을 보내 주게 되었고, W는 같은 날 01:11경 위 신고녹취파일을 청취하였다. 한편 위 강력 7팀 팀원들은 같은 날 02:18경까지 J놀이터에서 G초등학교 방향으로 수색을 시작하여 주택, 폐가, 골목길 등을 돌며 비명소리나 수상한 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현관문 앞에서 확인하는 등의 방식으로 수색하였다. W는 같은 날 01:53경 R경찰서 형사계장 Y에게 사태가 심각하니 현장에 나와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하였다.
⑪ 이에 형사계장 Y이 2012. 4. 2. 02:19경 J놀이터에 도착하였고, 같은 날02:25경 R경찰서 강력 2팀, 6팀도 같은 날 03:00까지 현장으로 출동하라고 지시하였으며, 같은 날 03:00경 강력 2팀, 6팀이 J놀이터에 도착하자, L새마을금고 N지점에서 G초등학교 방면으로 좌, 우측을 불켜진 주택이나 공가, 폐가 위주로 수색하라고 지시하였고, 기존의 7팀에는 사건 현장 주변 CCTV 분석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등 진행하던 수사를 계속하라고 지시하였다.
⑫ Y은 2012. 4. 2. 06:00경 신고녹취파일을 처음으로 청취한 뒤 사건이 심각하다고 판단하여 같은 날 06:10경 다시 형사과장 X에게 전화로 당시 상황이 심각하고, 강력팀 전원을 동원해야 한다는 취지로 알린 후, 같은 날 06:18경 R경찰서 나머지 강력 1팀, 3팀, 4팀, 5팀 전원도 같은 날 06:50까지 J놀이터로 집결하여 탐문수사를 할 것을 지시하였다.
⑬ 이에 X은 2012. 4. 2. 06:59경 H의 신고내용을 청취하고, 같은 날 07:40경위 사건을 R경찰서장 Z에게 보고한 후, 같은 날 07:47경 탐문 중인 강력팀 전원에게 사무실로 복귀하라고 하였다가, 같은 날 08:55경부터 수사회의를 시작하여, 전원에게 신고녹취파일을 청취하게 하면서 팀별로 수색장소를 나누고 임무를 부여하였으며, 이에 따라 위 경찰관들은 같은 날 09:30경부터 다시 탐문수사를 시작하였다.
⑭ R경찰서 강력 1팀 소속 경찰관들은 G초등학교 앞에서 L새마을금고 부근까지 수색할 범위를 부여받고서 2012. 4. 2. 0940경부터 교차수색을 시작하였는데, 같은 날 10:00경 무렵 AA가 운영하는 AB 가게를 방문하여 AA로부터 "이 사건 범행 일시경 밖에서 여자가 소리치는 소리가 들려 밖에 나가 확인을 해 보았으나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고, 가게 옆집 주택 1층에서 문 닫는 소리가 들리더니 어떤 여성의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2마디 비명소리가 들리고 나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는 내용의 진술을 듣게 되었다.
이에 강력 1팀 소속 경찰관들이 근처의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다 아무런 소득이 없자, 2012. 4. 2. 11:00경 AA가 가리키는 집(바깥 대문을 통하여 들어가면, 모녀가 사는 집과 E이 사는 집이 있는 구조이다)으로 가서 대문을 두드렸으나, 40분가량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그 후 모녀가 사는 집에서 아주머니가 나와 대문을 열어 주었고, 강력 1팀 소속 경찰관들이 모녀가 사는 집을 수색한 뒤 E의 집 출입문을 두드렸으나 반응이 없자, 같은 날 1140경 E의 집 창문을 열어 집 안에 불이 켜져 있음을 확인하고 문을 열지 않으면 강제로 열고 들어갈 것임을 고지하였고, 그제서야 E이 현관문을 열어 주었다. 현장을 확인하던 경찰관에 의하여 H의 사체가 발견됨으로써 E은 2012. 4. 2. 11:50경 그 자리에서 체포되었다.
⑮ 한편 AA가 운영하는 AB 가게는 E의 집 현관문까지 3m 정도 떨어져 있고, G초등학교에서 J놀이터로 가는 길의 도로변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 사건 범행 당시인 2012. 4. 2. 00:30경까지 가게 문을 열어 두고 있었다.
(3) 원심은 이와 같은 사실관계를 기초로,
① 112 신고센터 접수원인 I이 H으로부터 피해장소가 어느 '집 안'이고 다급한 상황임을 들어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112 범죄신고접수 처리표를 작성하면서 범행장소가 '집 안'이라는 취지를 기재하지 않은 행위,
② 112 신고센터가 I이 전문교육이나 경험이 없음에도 112 신고센터 접수 요원으로 배치하고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은 행위,
③ 112 신고센터의 녹취파일 청취시스템이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지 못한 채, 위 청취시스템의 오류를 이 사건 범행이 발생할 때까지 보름이 넘는 기간 동안 발견하지 못하고 방치한 행위,
④ 112 신고센터가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H이 매우 위급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좀 더 분명히 알렸어야 하는데도 부실하게 지령을 전달한 행위 등을 경찰관들이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위와 같은 경찰관들의 위법행위가 없었다면 H이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H의 사망을 원인으로 한 원고 A, 원고 B의 피고에 대한 재산상 손해배상청구를 모두 배척하였다.
(4) 그러나 앞서 본 법리 및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살펴볼 때, 경찰관들의 위 4가지 위법행위와 H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① H이 2012. 4. 1. 22:50:12경 112 신고센터에 전화를 걸어 'G초등학교를 조금지나 J놀이터 가는 길에 있는 어느 집의 집 안'이라고 범행장소를 분명하게 신고하였고, 위와 같은 신고 도중에 그 전화를 통해 H이 애원하는 소리와 큰 비명소리, 소란스러운 소리, 테이프 뜯는 소리 및 남자가 화를 내며 말하는 목소리 등이 들려왔으므로, 112 신고센터에서 이와 같은 신고내용과 신고 당시의 절박했던 상황을 그대로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관들에게 전달하고, 그 신고 내용대로 수색하라고 지시하였다면,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관들은 그 신고 내용대로 우선 G초등학교에서부터 J놀이터 가는 방향으로 수색범위를 한정하여 그 주변의 사람들에게 탐문하거나, 가옥을 위주로 수색하였을 것이다.
② 당시 이 사건 범행현장과 불과 3미터 떨어진 곳에서 페인트 가게를 운영하던 AA는 H이 E에게 납치당하면서 내는 비명소리를 들었고, 2012. 4. 2. 00:30까지 위 페인트 가게를 열고 있었으며, 경찰관들이 본격적으로 탐문을 시작한 2012. 4. 2. 09:40경부터 불과 20분이 지난 시점에 AA로부터 위와 같은 단서를 얻게 된 점에 비추어 볼 때 2012. 4. 1. 23:00경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들이 H의 112 신고 내용과 그 심각성을 제대로 전달받았다면 이 사건 범행현장 부근에서 그 시간까지 문을 열고 있는 가게는 많지 않았을 것이므로 쉽게 AA로부터 위와 같은 단서를 얻어 2012. 4. 2. 00:00경 전에 이 사건 범행현장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③ 또한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H의 112 신고 내용의 심각성을 제대로 전달받아 인식하고 있었다면, 이 사건 범행현장인 E의 집을 발견한 즉시 H을 구조하기 위하여 E의 집 안으로 강제진입하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이다.
④ H이 2012. 4. 1. 22:50:12경 112 신고센터에 구조요청을 한 후 E에게 발각된 뒤에도 그 통화연결이 끊어지지 않아 약 7분 30초 동안 전화로 H의 목소리가 들렸으므로, H은 적어도 2012. 4. 1. 22:57경까지는 생존해 있었다. E은 검찰에서 'H을 강간하려다 잠이 들었다가 시각 불상경 잠에서 깨어나 약 40~50분가량 다시 강간을 시도하였고, 그 후 H을 살해할 때까지 약 30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으므로, E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E이 잠에서 깨어 H을 살해하기까지 약 1시간 10분에서 1시간 20분정도 소요되었다는 것이다.
한편 E이 얼마나 잠을 잤는지는 스스로도 알 수 없다고 진술하고 있는데, 만약 단지 10분정도만 잤다고 가정하더라도 H은 2012. 4. 2. 00:20에서 00:30경 사이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E은 검찰에서 '2012. 4. 2. 02:00~03:00경에 깨어나서 다시 강간을 시도하다가 실패한 후 H을 살해하였다'는 취지로도 진술하고 있는데, 그와 같은 진술에 따른다면 H의 사망 시각은 아무리 빨라도 2012. 4. 2. 03:10경 이후로 늦추어 지게 된다.
⑤ 그렇다면 앞서 본 바와 같이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H의 112 신고 내용과 그 심각성을 제대로 전달받았다면 2012. 4. 2. 00:00경 이전에 E의 범행현장을 발견할 수 있었으므로, 당시는 H이 생존해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⑥ 이와 같은 사정에 경찰관직무집행법 등 경찰관에게 직무상 의무를 부과하는 법령 기타 행동규범의 목적이나 이 사건 가해행위의 태양 및 H 및 그 유가족이 입은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 소속 경찰관들의 앞서 본 직무상 의무위반행위와 H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
(5)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 소속 경찰관들의 직무상 의무 위반행위와 H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말았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국가배상에서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2. 원고 C, 원고 D의 상고를 본다.
위 원고들은 이 사건 상고장에서 원심판결 중 위 원고들 패소 부분 전부에 대하여 불복하였으나, 상고장에는 아무런 상고이유가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고, 상고이유서에도 불복 이유의 기재가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A, 원고 B의 재산상 손해에 관한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며, 원고 C, 원고 D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 중 원고 C, 원고 D의 상고로 인한 부분은 패소자들이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