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인이 많은 도심 지하철 출구에서 추락사고가 났다면 지방자치단체도 사고에 대한 책임이 있다.
경험칙상 사고를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추락 사고를 방지할 안전시설을 설치했어야 한다는 취지
사실관계
두 아이가 있는 30대 가장 A씨는 지난해 5월 거래처 직원들과 술을 마시고 밤 10시께 헤어졌다. 술에 취해 부산 동래역 4번출구 앞에 몸을 기대고 서있던 A씨는 술 기운에 무게중심을 잃고 약 6m 높이의 난간 아래로 떨어졌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지고 말았다. 유족들은 "역출구에 설치된 난간이 안전시설 설치지침에서 규정한 110cm보다 낮고, 난간주위에 추락 방지 안전시설을 설치 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며 동래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동래구는 난간은 적법하게 설치됐고, 설령 문제가 있더라도 술에 취해 기대 있는 것은 난간의 본래 사용법이 아니므로 A씨의 과실이 더 크다며 맞섰다.
판결내용
부산지법 민사11부(재판장 조민석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사고가 난 출구 앞 난간은 높이가 87cm에 불과해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 지침에서 정한 110cm에 크게 미달된다. 평균적인 신장을 가진 성인이 근처를 통행하다 무게중심을 잃고 난간 쪽으로 몸이 기울어질 경우 보행자가 난간 아래로 추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어려운 등 그 용도에 따른 안정성을 갖추지 못했다.
또 사고 장소 부근은 술을 마시고 지하철을 타기 위해 이동하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술에 취한 사람들이 몸을 부축하기 위해 난간에 몸을 기댈 수 있음은 경험칙상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데도 사고현장에는 추락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다른 안전시설이나 경고표지판 등이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았다.
다만 술에 취해 스스로 몸의 균형을 유지하지 못한 A씨의 잘못이 손해 발생과 확대의 주된 원인이 됐다"며 동래구의 책임을 20%로 제한, A씨의 유족들이 2억8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부산시 동래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부산지방법원 2015가합50029)에서 동래구는 유족들에게 1억2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부산지방법원 2016. 6. 22. 선고 2015가합50029 판결 손해배상(기)
【원고】
1. A
2. B
3. C
원고 2, 3은 미성년자이므로 법정대리인 친권자 모 A
【피고】
부산광역시 동래구
【변론종결】2016. 5. 25.
【판결선고】2016. 6. 22.
【주 문】
1. 피고는 원고 A에게 52,154,212원, 원고 B, C에게 각 33,536,141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한 2015. 5. 28.부터 2016. 6. 22.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3/5은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A에게 123,679,842원, 원고 B, C에게 각 77,786,561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한 2015. 5. 28.부터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 신청서 부본 신청서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D은 E생의 남자인데, 2015. 5. 28. 22:20경 부산 동래구 명륜동 소재 동래역 4번 출구 앞에 있는 콘크리트 난간(이하 '이 사건 난간'이라 한다)에서 추락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로 인하여 사망하였다. 원고 A은 D의 처, 원고 B, C는 D의 아들이다.
2) 피고는 이 사건 난간의 설치 및 관리를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이다.
나. 이 사건 사고의 발생
D은 2015. 5. 28. 22:20경 거래처 직원들과 술을 마시고헤어진 후 술에 취하여 이 사건 난간에 몸을 기대어 있던 중, 무게 중심을 잃고 난간 아래의 온천천 쪽 아래 보도로 추락하여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2015. 6. 7. 19:53경 악성 뇌부종에 의한 뇌간 압박으로 사망하였다.
다. 이 사건 난간의 설치 현황 등
1) 이 사건 난간은 동래역 4번 출구 앞 인도를 따라 설치되어 있고, 그 높이는 사고 당시 기준으로 87cm이며, 이 사건 난간 아래 온천천 쪽 아래에는 보도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 사건 난간이 설치되어 있는 인도에서 위 보도까지의 높이는 약 6m이고, 인도와 보도 사이에는 이 사건 난간 외에 특별한 완충지대나 안전시설은 없는 상태였다.
2) 이 사건 사고 장소 인근인 동래역 2번 출구 앞 인도에는 이 사건 난간과 마찬가지로 온천천 쪽 보도로의 추락을 막기 위해 난간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곳은 이 사건 난간과 같은 콘크리트 난간 위에 알루미늄 난간이 추가로 설치되어 그 총 난간의 높이가 125cm이다.
3) 이 사건 난간이 설치된 동래역 주변은 상가 및 식당가가 밀집되어 있는 곳으로 특히 야간에는 회식이나 각종 모임을 하기 위한 사람들의 보행이 매우 빈번한 곳이다.
라. 관련 행정규칙의 내용
한편 이 사건 난간과 같은 보행자용 방호울타리의 설치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내용의 행정규칙이 제정되어 있다(이하 '이 사건 안전시설 설치지침'이라 한다).
-생략 : 도로안정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국토교통부 예규 제69호. 2014. 2. 14. 일부개정)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 9 내지 12호증, 을 제1, 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들의 주장
피고는 이 사건 난간을 이 사건 안전시설 설치지침에서 규정한 110cm에 훨씬 못미치는 87cm로 설치하였고, 그 밖에 이 사건 난간 주위에 추락을 방지할 어떠한 안전시설도 설치하지 않는 등 피고에게 이 사건 난간의 설치·관리상의 하자가 존재하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는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에 의하여 원고들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재산상 및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이 사건 난간은 당시 시행 중인 건설 관련 법령에 의하여 적법하게 설치된 것이므로 피고에게는 이 사건 난간과 관련한 어떠한 설치·관리상의 하자가 없으며, 설사 피고에게 영조물의 관리에 관한 책임이 있더라도, D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난간에 기대어 있다가 추락한 것으로 이는 난간의 본래 용법에 따른 사용이라 볼 수 없어 피고의 과실이 매우 크므로, 이러한 사실은 피고의 책임제한과 관련하여 상당부분 고려되어야 한다.
3.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및 책임의 제한
1) 관련법리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 소정의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의 하자'라 함은 영조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하는 것으로서, 영조물이 완전무결한 상태에 있지 아니하고 그 기능상 어떠한 결함이 있다는 것만으로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에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고,
위와 같은 안전성의 구비 여부는 당해 영조물의 용도, 그 설치장소의 현황 및 이용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설치 · 관리자가 그 영조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그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며, 객관적으로 보아 시간적 · 장소적으로 영조물의 기능상 결함으로 인한 손해발생의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이 없는 경우, 즉 그 영조물의 결함이 영조물의 설치관리자의 관리행위가 미칠 수 없는 상황 아래에 있는 경우에는 영조물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를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07. 9. 21. 선고 2005다65678 판결,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7다64600 판결 등 참조).
2) 판단
앞서 인정한 기초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난간은 그 높이가 불과 87cm로서, 평균적인 신장을 가진 성인이 위 난간 근처를 통행하다 무게중심을 잃고 난간 쪽으로 몸이 기울어질 경우 그 보행자가 난간 아래로 추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어려운 점,
② 이 사건 안전시설 설치지침은 보행자의 추락 등 사고를 막기 위하여 도로의 관리주체가 이와 관련한 안전시설을 설치할 때 지켜야 할 기준을 설정한 것으로 이 사건 난간에도 위와 같은 기준이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바, 이 사건 난간의 높이는 위 지침에서 명시한 기준인 110cm에 크게 미달되는 점,
③ 이 사건 사고 장소 부근은 술을 마시고 지하철을 타기 위하여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이 경우 술에 취한 사람들이 몸을 부축하기 위하여 이 사건 난간에 몸을 기댈 수도 있음은 경험칙상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점,
④ 이 사건 난간이 설치되어 있는 인도와 난간 아래의 온천천 보도 사이에는 6m의 간격이 있어 사람이 추락할 경우 매우 위험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피고는 이 사건 난간 외에 추락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다른 안전시설이나 경고표지판 등을 전혀 설치하지 않은 점,
⑤ 이 사건 난간 근처에는 높이 125cm의 난간이 설치되어 있고, 양난간의 높이를 달리 설정할 합리적 이유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난간은 이 사건 사고 당시 그 용도에 따라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된다.
3) 책임의 제한
한편 위 기초사실에 의하면 D도 술에 취한 상태에서 스스로 몸의 균형을 유지하지 못한 채 추락한 잘못이 있고, 이러한 D의 잘못도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발생 및 확대의 한 원인이 되었으므로, 피고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을 정함에 있어 이를 참작하기로 하되 그 비율은 80%로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의 책임을 20%로 제한한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1) 일실수입
D이 입은 일실수입 상당의 손해는 아래 가)항과 같은 인정사실 및 평가내용을 기초로 하여, 아래 나)항과 같이 월 5/12의 비율에 의한 중간이자를 공제하는 단리할인법에 따라 이 사건 사고일인 2015. 5. 28.의 현가로 계산한다(월 미만 및 원 미만은 버림, 이하 같다).
가) 인정사실 및 평가내용
① 성별 : 남자
② 생년월일 : E
③ 연령 : 사고 당시 32세 10월 남짓
④ 가동 종료일: 2042. 7. 9.(가동연한: 60세)
⑤ 소득 : 월 3,239,312원(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⑥ 생계비 : D의 수입 중 1/3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나) 계산 : 아래 표 기재와 같이 금 443,132,482원이다.
-생략 : 일수수익합계표
2) 장례비
3,000,000원(원고 A은 5,000,000원을 구하고 있으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책임의 제한
가) 피고의 책임비율: 20%
나) 계산
(1) D의 재산상 손해: 88,626,496원(= 일실수입 443,132,482원 x 20/100)
(2) A의 재산상 손해: 600,000원(= 장례비 3,000,000원 x 20/100)
4) 위자료
가) 참작 사유
이 사건 사고의 경위 및 그 결과, 책임제한 사유, D의 성별과 나이, D의 과실정도,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
(1) 원고 A: 46,554,212원(= 상속대상금액 108,626,496원 x 상속지분 3/7)
(2) 원고 B: 31,036,141원(= 상속대상금액 108,626,496원 x 상속지분 2/7)
(3) 원고 C: 31,036,141원(= 상속대상금액 108,626,496원 x 상속지분 2/7)
6) 소결론
피고는 원고 A에게 52,154,212원(= 상속액 46,554,212원 + 장례비 600,000원 + 자료 5,000,000원), 원고 B, C에게 각 33,536,141원(= 상속액 31,036,141원 + 위자료 2,5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 발생일인 2015. 5. 28.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16. 6. 22.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