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전동킥보드를 충전하다 충전기 불량으로 화재가 발생했더라도 소비자는 킥보드 해외구매를 대행한 블로그 운영자에게 제조물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사실관계
경기도 성남시 A 아파트 주민 신모씨의 방에서 발생한 화재가 번져 이웃 17세대의 가재도구가 불탔다.
국립과학수사원 분석 결과 신씨의 방 전원에 연결돼 있던 전동킥보드의 충전기 불량으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씨가 구입한 전동킥보드는 중국산 제품으로 고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구매대행 블로그를 통해 구입한 것이었다.
A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와 화재보험계약을 체결한 메리츠화재는 화재사고 피해자들에게 보험금으로 1억3600여만원을 지급한 뒤 고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메리츠화재는 재판과정에서 화재가 고씨가 판매한 전동킥보드의 제조상 결함 때문에 발생했다며 고씨는 제조물책임법상 '제조물의 수입을 업으로 하는 자'로서 제조업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판결내용
서울중앙지법 민사35단독 강성수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고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블로그에 구매대행할 수 있는 전동킥보드의 가격과 배송이 가능한 날짜를 소개하고 발생한 제품 하자에 관해 소비자와 중국업체 사이를 매개해 수리비 등을 받은 사실이 있지만, 이는 구매대행을 하면서 소비자의 편의를 늘리기 위한 것으로 보일 뿐 외국제품을 직접 반입해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수입업자와는 차이가 있다.
고씨는 2014년 12월 '구매대행'으로 사업자등록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구매대행'의 경우 관세법에 따른 수입자와 납세의무자는 해당 물품의 구매대행업자가 아니라 구매대행을 요청한 소비자라고 고씨가 낸 민원에 회신하기도 했다.
고씨는 단순히 외국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국내 소비자를 위한 구매대행만을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고씨가 실제로 '수입을 업으로 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메리츠화재해상보험사가 고모씨(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에셀)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가단5026235)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10. 24. 선고 2017가단5026235 판결 구상금
【원고】 메리츠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대표이사 김○○)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시온
【피고】 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에셀, 담당변호사 이정훈
【변론종결】 2017. 9. 19.
【판결선고】 2017. 10. 24.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136,443,120원과 그중 30,000,000원에 대하여는 2016. 11. 16.부터, 46,310,017원에 대하여는 2016. 12. 13.부터, 53,573,441원에 대하여는 2016. 12. 29.부터, 6,559,662원에 대하여는 2017. 2. 22.부터 각 이 사건 소장이 송달된 날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가. 2016. 9. 24. 22:30경 성남시 중원구 **동 539 ****아파트 ***동 ***호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그 세대가 모두 타고 소방수와 화재 분진으로 같은 동 3, 4, 5호 라인 17 세대의 가재도구가 훼손되었으며 엘리베이터실과 계단실 등에 그을음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였다.
나. 화재는 ***동 ***호의 작은 방에서 시작되었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결과 화재 원인은 전원에 연결되어 있던 전동킥보드의 충전기가 전지의 분리막 절연성 약화로 인한 절연 파괴로 자체 발화하고 파열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다. 위 전동킥보드는 중국산 제품으로 신AA이 피고가 운영하는 인터넷구매대행블러그를 통해 구입한 것이다.
라. 원고는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와 화재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로 화재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기 위하여 피해자들에게 보험금으로 합계 136,443,120원을 지급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5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요지
화재는 피고가 인터넷구매대행블러그를 통해 판매한 전동킥보드의 제조상 결함 때문에 발생하였고 피고는 ‘제조물의 수입을 업으로 하는 자’로서 제조물책임법이 정한 제조업자에 해당하므로 그 법에 따라 화재로 인한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 그 피해 배상을 위하여 원고가 피해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였으므로 보험자대위의 법리에 따라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 취득한 원고에게 피고는 그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
3. 판단
피고가 제조물책임법이 정한 제조업자, 즉 ‘제조물의 수입을 업으로 하는 자’에 해당한 다고 보기는 어렵다.
갑 8, 9호증의 기재에 따르면, 피고가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블로그에 구매대행할 수 있는 전동킥보드의 가격과 배송이 가능한 날짜를 소개하고 발생한 제품 하자에 관하여 소비자와 중국 업체 사이를 매개하여 수리비 등을 그 업체에 전달하기 위하여 국내 소비자로부터 받기도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을 1, 2, 3호증의 기재에 따라 알 수 있는 다음 사실에 비추어 피고가 실제로는 ‘수입을 업으로 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피고는 단순히 외국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국내 소비자를 위한 구매대행만을 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즉, 피고는 2014. 12. 31. 종목을 ‘구매대행’으로 사업자등록을 하였고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블로그에 ‘구매 의뢰 제품에 대한 판매자의 정보 수집, 전달이 부정확할 수 있고, 구매한 제품에 대한 반품, 제품의 하자, 배송 중 오염, 파손 등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고 공지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관세청에 문의한 결과를 참조하여 ‘구매대행’의 경우 관세법에 따른 수입자와 납세의무자는 해당 물품의 구매대행업자가 아니라 구매대행을 요청한 소비자라고 피고가 낸 민원에 대한 회신을 하기도 하였다.
아울러 피고가 국내 소비자에게 외국 제품을 소개하고 그 하자 수리를 위하여 소비자를 대신하여 외국 업체와 연락하였더라도 이는 구매대행을 하면서 소비자의 편의를 늘리기 위한 것으로 보일 뿐, 외국 제품을 직접 반입하여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수입업자와 차이가 있음은 분명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피고가 제조물책임법이 정한 제조업자에 해당한다는 점에 근거한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