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장서 장비 빌려 타다 다른 사람과 부딪혀 부상, 충돌 시 스키 부츠와 플레이트(평평하고 긴 바닥면)가 분리 안 됐어도 스키장 책임 없다
사실관계
박씨는 2017년 1월 21일 경기도 이천에 있는 J리조트를 방문해 스키 부츠와 플레이트, 바인딩, 폴 등 장비를 빌려 스키를 탔다. 그는 6년가량 스키를 배운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중급 이상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박씨는 중급자 코스인 2번 슬로프를 타고 내려오다가 스노보드를 타고 있던 김모씨와 충돌해 왼쪽 무릎이 꺽인 상태로 넘어졌다. 이 사고로 십자인대 파열, 골절상 등의 부상을 입고 영구적으로 8.7%의 노동력을 상실했다는 진단을 받았다.
스키 부츠와 플레이트는 외부 충돌이 있을 경우 서로 분리되도록 설계돼 있었으나 사고 당시 바인딩이 풀리지 않아 부츠와 플레이트가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붙어있었다.
박씨는 스키장이 장비를 대여하기 전에 부츠와 플레이트가 정상적으로 탈착되는지 확인하는 등 안전배려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소홀히 했다며 치료비 등 1억1600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내용
수원지법 안양지원 민사5단독 신동헌 판사는 판결문에서 바인딩은 스키부츠에 플레이트를 결합하는 부품으로 충격 때문에 뒤틀림이 발생하면 플레이트가 빠지도록 하는 기능을 한다.
전문의들은 (바인딩이 풀렸다면) 손상이 적었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지만 이에 관한 과학적·의학적 근거를 밝히지 않았다. 바인딩은 경골(정강이뼈) 골절을 보호할 수 있도록 경골에 대한 기전 및 힘을 기준으로 개발된 것이기 때문에 다리 관절과 경골에서 받은 회전 장력이 전이돼 발생하는 인대의 부상은 방지하기 어렵다.
그러면서 스키장의 안전배려의무 위반과 박씨가 입은 상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박모(46·여)씨가 스키를 타다 다른 사람과 부딪혀 다쳤는데, 충돌 시 스키 부츠와 플레이트(평평하고 긴 바닥면)가 분리되지 않아 부상이 심해졌다며 장비를 대여한 J리조트㈜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17가단108545)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18. 12. 12. 선고 2017가단108545 판결 손해배상(기)
【원고】 박GG,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누○, 담당변호사 하○○
【피고】 □□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효○, 담당변호사 최○○
【변론종결】 2018. 10. 31.
【판결선고】 2018. 12. 12.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116,761,835원 및 이에 대하여 2017. 1. 21.부터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가. 원고는 197*. *.생 여자로 6년 정도 스키를 취미로 즐긴 아마추어로 중급 정도 슬로프를 타는 수준의 스키 실력을 갖추고 있다. 피고는 이천시 A번지에 있는 □□리조트스키장(이하 ‘이 사건 스키장’이라 한다)을 운영하고 있다.
나. 원고는 2017. 1. 21.경 12:12경 이 사건 스키장을 방문하여 피고가 운영하는 장비대여점에서 스키 부츠, 플레이트, 바인딩, 폴 등 스키 장비 일체를 임차하여 같은 날 오후 이 사건 스키장에서 스키를 탔다.
다. 원고는 같은 날 16:35경 이 사건 스키장 중급자 코스인 2번 슬로프를 내려오면서 스키를 타고 왼쪽으로 돌던 중, 스노보드를 구피 스탠스(오른발을 진행방향으로 두고 타는 방식)로 타고 내려오던 김HH이 원고를 뒤늦게 발견하여 멈추지 못하고 서로 충돌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이로 인하여 원고는 오른쪽으로 몸이 기울어져 넘어지면서 머리와 상체가 슬로프 아래쪽으로 향하고 왼쪽 무릎이 꺾인 상태가 되었으며, 왼쪽 스키 부츠에서 플레이트가 빠지지 않은 채 결합되어 있었다.
라. 원고는 출동한 피고의 직원 김II에 의하여 스키 패트롤로 이 사건 스키장 의무실로 이송되었고, 부목 등 응급조치 후 같은 날 16:50경 용인시 B번지에에 있는 C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마. 원고는 2017. 1. 23. C병원에 입원하여 전십자인대의 파열, 내측 측부인대의 파열 등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고, 같은 달 24. 안양시 D번지에 있는 E병원으로 옮겼다. 원고는 E병원에서 좌측 슬관절 전십자인대 파열, 좌측 슬관절 내측 측부인대 파열, 좌측 슬관절 외측 전방인대 견열골절상(이하 ‘이 사건 상해’라 한다) 진단을 받고, 같은 달 25. 관절경적 전방십자인대 재건술 등을 받고 같은 달 29. 퇴원하였다.
바. 한편, F대학교 부속서울병원 소속 전문의 최JJ는 2018. 9. 11.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입은 전방십자인대 파열 등 상해로 원고는 좌측 슬관절에 부전강직 소견이 보이고(굴곡 120, 신전 0), 치료가 종결되었으나 좌측 슬관절 다발성 인대 손상 및 골절로 국소 부위 통증이 잔존하여 영구적으로 8.7% 노동능력이 상실된 것으로 판단된다는 취지로 감정촉탁결과를 회신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7, 8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증인 김HH의 증언, 이 법원의 F대학교 부속 서울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촉탁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주장의 요지
피고는 스키 장비 등을 대여하면서 담당 직원으로 하여금 스키 부츠와 플레이트를 연결하는 바인딩을 대여하는 사람의 체격, 체중에 맞추어 조절하여 스키 부츠와 플레이트가 정상적으로 탈착되는지 여부를 확인하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피고의 담당 직원은 바인딩의 이탈 강도 수치 등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고 원고에게 장비를 대여하였다. 이로 인하여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당시 왼쪽 바인딩이 풀리지 않아 이 사건 상해를 입었다. 이로써 피고는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상해를 입게 하였으므로, 이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 합계 116,761,835원(= 적극적 손해 9,951,539원 + 소극적 손해 76,810,296원 + 위자료 3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갑 제6호증, 을 제1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의하면, 바인딩은 스키 부츠에 플레이트를 결합하기 위한 부품으로 충격 때문에 뒤틀림이 생겼을 때 스키 부츠에서 플레이트가 빠지도록 하는 기능을 하는 사실, 스키어에게 적합한 바인딩 이탈 강도 수치가 설정되었다면 스키어가 넘어질 때 바인딩이 풀려야 하는 사실, 스키 장비 제조업체는 스키어의 신장과 체중에 따른 바인딩 이탈 강도 표준 수치를 작성하고, 표준 수치에 따라 이탈 강도를 설정하더라도 스키어 개인의 운동 스타일에 따라 적용 수치가 달라질 수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 앞에서 설시한 각 증거, 이 법원의 의료법인 C병원, E병원에 대한 각 사실조회 회신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원고나 김HH 모두 이 사건 사고 당시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여 사고 발생 시 원고와 김HH의 충돌 여부 및 위치, 원고가 넘어지는 방향과 모습, 원고의 무릎 등 하체의 구체적인 회전 방향과 모습, 그에 따른 스키 플레이트의 방향과 모습 등을 알 수 없는바,
김HH과의 충돌 사고가 이 사건 상해에 영향을 주었는지 알기 어려운 점, 원고가 치료받은 C병원, E병원 소속 전문의들도 이 사건 사고 당시 바인딩이 풀렸다면 이 사건 상해를 입지 않았을 수 있는지에 관하여 ‘판단할 수 없음’, ‘확인할 수 없음’의 부정적인 취지로 회신한 점(다만, 위 전문의들은 바인딩이 풀렸다면 손상이 적을 수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추가하였으나 추정적인 진술이고 그에 관한 과학적·의학적 근거를 밝히지 않았다), 바인딩은 경골 나선상 골절을 보호할 수 있도록 경골에 대한 기전 및 힘을 기준으로 개발된 것이기 때문에 바인딩이 적절하게 조절되어도 족관절과 경골에서 받은 회전 장력이 전이되어 발생하는 슬관절 인대의 부상을 방지하지는 못한다고 알려진 점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 사실과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의 안전배려의무 위반과 이 사건 사고로 원고가 입은 이 사건 상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