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와 직접 연관된 스트레스가 아니라, 상사와의 갈등·부당해고 등 회사 내 업무 수행과정이나 고용관계에서 받게 된 스트레스로 공황장애가 악화됐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
사실관계
A씨는 2016년 1월 한 경비회사에 입사해 기계팀장으로 근무했다. 그러다 2017년 12월 병원에서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A씨는 입사 후 직속 상사가 자신에게 업무관련 전달사항 내용을 잘못 전달하고, 마감기한까지 2~3일 여유가 있음에도 1~2시간 안에 마무리하도록 무리한 작업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또 업무시간과 무관하게 업무와 관련된 전화를 하루 최대 40통까지 받고 부당해고까지 당하면서 업무상 스트레스가 커져 공황장애가 발생했다며 공단에 요양 승인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씨의 공황장애가 업무로 인해 발생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내용
서울고법 행정6부(재판장 이창형 부장판사)는 A씨에 대한 심리학적 평가보고서에 의하면 A씨는 자신에게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인식하는 직장 상사들에게 노출되는 상황에서 공황장애를 경험하고 이와 함께 나타난 신체 증상들을 파국적인 것으로 오(誤)해석함에 따라 신체증상의 강도가 가중됐다.
A씨가 공황장애 발작증상을 처음 보인 경위나 심리상태 등에 비춰보면 A씨가 직장 내 상사들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것이 공황장애를 악화시켜 발작 증상을 나타내는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A씨의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 과정에서 회사는 A씨의 불량한 근무행태, 동료 근로자들의 A씨에 대한 부정적인 확인서 작성, 저조한 근무평가 등을 주장했고, 이 과정에서 A씨는 더욱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부당해고 구제 신청 과정에서 A씨의 공황장애 증상은 더욱 악화됐다고 볼 수 있다.
비록 A씨가 공황장애 발생 가능성이 높은 생물학적 요인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일련의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돼 공황장애가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악화됐다고 추단할 수 있다.
그 원인이 직접 업무의 내용과 정도 등에 관련된 것은 아니더라도, A씨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또는 회사와의 고용관계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이상, A씨의 업무와 공황장애 악화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 불승인처분 취소소송(서울고등법원 2019누65629)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 2020. 6. 24. 선고 2019누65629 판결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사건】 2019누65629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원고, 항소인】 양A
【피고, 피항소인】 근로복지공단
【제1심판결】 서울행정법원 2019. 10. 22. 선고 2018구단73341 판결
【변론종결】 2020. 5. 20.
【판결선고】 2020. 6. 24.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18. 7. 25.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16. 1. 1. 강원도 ○○군에 있는 통일부 ○○선 ○○○○사무소에서 경비, 청소 및 시설관리 등의 용역을 수행하는 주식회사 B에 입사하여 기계팀장으로서 기계나 소방 설비 등 기계 전반에 관한 관리, 장비 이력카드 작성, 에너지 사용량 정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나. 원고는 2017. 12. 19.경 C 병원에서 ‘공황장애(우발적 발작성 불안)’(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진단을 받고, 2018. 2. 12. 피고에게 이 사건 상병에 대하여 요양급여 신청을 하였다.
다. 피고는 2018. 7. 25. 이 사건 상병의 발생과 원고의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8, 9호증, 을 제1, 3호증(가지번호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가 입사한 이래 직속 상사인 안EE은 원고에게, 업무관련 전달사항의 내용을 잘못 전달하거나 간부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임의대로 바꾸거나 제대로 공지하지 아니하여 원고에게 업무혼선을 가져오고, 마감기한까지 2~3일의 여유가 있음에도 1~2시간 안에 마무리하도록 무리한 작업을 종용하였으며, 업무시간과 무관하게 업무와 관련된 전화를 많을 경우 하루에 40여 차례나 하는 등 업무상 스트레스를 주었다. 그로 인하여 원고는 2017. 10.경부터 다발성 불안증상, 호흡곤란과 가슴통증, 마비증상이 발생하였고, 2017. 11. 28. 및 같은 달 29. 안EE과 다른 상사인 이FF 부장과 전화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호흡곤란 등이 동반된 첫 공황발작을 일으켰으며, 2017. 12. 11.경 다시 안EE과 전화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발작하여 병원에 이송되었다. 그 후 원고는 2017. 12. 26. 부당하게 근로계약 만료를 이유로 근로관계 해지를 통보받고 증상이 악화되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상병은 원고 직장 상사로부터 야기된 업무상 스트레스와 부당해고로 인한 것이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이 사건 상병이 자연적인 경과속도 이상으로 급속히 악화되었으므로 원고의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나.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 소정의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에 기인하여 입은 재해를 뜻하는 것이어서 업무와 재해발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그 재해가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기존의 질병이더라도 그것이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 등으로 말미암아 더욱 악화되거나 그 증상이 비로소 발현된 것이라면 업무와의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존재하고, 이 경우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는 것이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발병 경위, 질병의 내용, 치료의 경과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9. 12. 10. 선고 99두10360 판결 참조).
다. 판단
갑 제1, 5, 6, 7, 11, 12, 14, 15, 16호증의 각 기재, 제1심의 진료기록 감정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상병의 발생이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원고의 기존의 질병이더라도 그것이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여러 사정들로 말미암아 더욱 악화되거나 그 증상이 비로소 발현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달리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1) 공황장애의 원인은 신경 생물학적 요인과 심리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되어 있다. 그 중 심리 사회적 요인으로는 예상치 못하게 발생된 불안반응을 스스로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해석하여 극심한 공포감과 회피행동을 반복한다는 인지행동이론과 분리불안이 있거나 소심하고 지나치게 참고 경쟁적이고 완벽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이 공황장애에 잘 걸린다는 정신분석이론이 있다.
2) 원고는 2017. 10.경부터 단발성 불안증상, 호흡곤란과 가슴통증, 마비 증상 등이 발생하였다. 원고는 2017. 11. 28.경 직장 상사인 이FF 부장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좋지 않은 말을 주고받았고 서로 감정이 격해져 언쟁을 하였다. 원고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 있었음을 알 수 있고, 원고는 그 직후 처음으로 공황장애로 인한 발작 증상을 나타내었다. 원고는 2017. 12. 11. 다시 공황장애로 인한 발작 증상이 나타나 D병원으로 긴급 후송되었다. 원고는 2017. 12. 19. C 병원에서 공황장애의 진단을 받았다. 원고는 직장 상사와 언쟁을 하는 과정에서 공황장래로 처음 발작 증상을 나타낸 이후 짧은 기간 내에 다시 발작 증세를 나타내는 등 그 증상이 악화되었다.
3) 원고에 대한 심리학적 평가보고서에 의하면, 원고는 자신에게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인식하는 직장 상사들에게 노출되는 상황에서 공황장애를 경험하고 이와 함께 나타난 신체 증상들을 파국적인 것으로 오해석함에 따라 신체증상의 강도가 가중되고 임상적으로 고도 수준의 불안과 두려움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인다. 원고가 공황장애 발작 증상을 처음 보인 경위, 원고의 심리 상태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직장 내 상사들과의 관계에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았음을 알 수 있고, 그것이 원고의 공황장애를 악화시켜 공황장애 발작 증상을 나타내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이후에도 그 증상은 계속되었다.
4) 원고는 2010. 9.경부터 소속업체를 형식상 변경하면서 강원도 ○○군에 있는 통일부 ○○선 ○○○○사무소에서 경비, 청소 및 시설관리 등의 용역을 수행하는 업체에서 기계팀장으로서 기계나 소방 설비 등 기계 전반에 관한 관리, 장비 이력카드 작성, 에너지 사용량 정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는 이른바 촉탁직 직원이었으나, 매해 재계약을 거쳐 같은 업무를 수행하던 중 별다른 정당한 이유 없이 2017. 12. 29. 재계약을 거부당하였다. 그 후 원고는 회사의 재계약 거부가 부당하고 억울하다는 생각에 두통과 수면 장애를 경험하였고, 약을 먹지 않으면 몸이 떨리고, 호흡이 곤란해지는 등의 증상을 겪게 되었다. 부당한 해고를 당하였다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하여 원고의 공황장애 증상은 더욱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5) 원고는 2018. 1. 24. 강원지방노동위원회에 회사의 재계약 거부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구제신청을 하였다. 원고가 부당해고를 당하여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상황은 2018. 3. 26. 초심판정을 거쳐 2018. 6. 25. 재심판정에서 회사의 재계약 거부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인정받을 때까지 약 6개월 이상 지속되었다.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과정에서 회사는 원고의 불량한 근무행태, 동료 근로자들에 대한 원고에 대한 부정적인 확인서 작성, 원고에 대한 저조한 근무평가 등을 주장하였고, 이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원고는 더욱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부당해고 구제신청 과정에서 원고의 공황장애 증상은 더욱 악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6) 원고는 회사의 재계약 거부 통보 후 노동위원회에 대한 구제신청을 거쳐 2018. 5. 4. 다시 회사에 복직하게 되었다. 그러나 회사는 강원도에 거주하는 원고를 서울로 출근하라고 명령하였다. 서울로 출근하라는 회사의 명령이 부당한지 여부를 떠나, 부당해고 구제명령을 이행하면서 강원도가 주거지인 원고에게 서울로 출근하라는 회사의 명령은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원고에게는 그 자체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원고는 결국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7) 이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비록 원고가 공황장애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생물학적 요인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직장 내 상사들과의 갈등, 회사의 부당한 해고와 구제신청, 복직한 이후 상황 등 일련의 정신적인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되어 이 사건 상병이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고, 그 원인이 직접 업무의 내용과 정도 등에 관련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원고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또는 회사와의 고용관계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이상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의 악화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한다.